회계를 통해 본 세상 42

투자자와 인수회사, M&A 셈법이 다르다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 64000억 원의 대부분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이 총 29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의 대부분을 금융권 차입과 채권 발행을 통해 직접 조달했고 나머지 자금 35000억 원은 미래에셋 등의 펀드와 연기금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재무적 투자자라고 불리는 이 펀드들과 연기금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준 자금은 대출이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공동으로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하면서 그 주식의 의결권을 금호아시아나에 위임한 것이다. 대신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후 3년이 되는 시점에 그 주식을 주당 34000원 정도의 가격에 다시 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 계약을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었다.1

 

그런데 약속한 3년이 지난 2009년 말, 2008년 발발한 세계금융 위기의 여파로 대우건설 주가가 불과 1만 원대 초반의 가격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러니 이 주식을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4000원에 사들이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금융위기 때문에 직접 조달한 차입금(그림 1 ①)의 이자 내기도 벅찬 상황이었던 터라 금호아시아나는 풋백옵션 계약 이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이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산업은행 등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져 그룹의 위상이 크게 하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대우건설의 인수과정을 살펴보자.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크게 <그림1>에서대출과재무적 투자자들의 공동 지분인수 형태를 통해 조달됐다. 사실 이는 M&A를 위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다. 이를테면 다른 형태의 자금 조달 방법도 있다. 2008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했을 때 유진그룹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19500억 원의 인수자금 가운데 유진그룹의 직접투자금액은 5100억 원 정도였다. 5100억 원 중 약 3000억 원은 유진그룹이 우리은행에서 직접 차입해서 마련했다. <그림2>에 해당한다.

 

유진그룹은 이 금액을 투자해서 특수목적회사(SPE·Special Purpose Entity)인 페이퍼컴퍼니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설립해서 자회사로 뒀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금융회사들로부터 총 13000억 원을 차입했다. (그림 2 ②) IMM PE H&Q PE 등 사모펀드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3000억 원을 투자해 전환사채를 인수했으며(그림2 ③), 하이마트의 전문경영인이었던 선종구 회장이 900억 원을 투자해서 우선주를 인수했다. (그림2 ④) 이런 과정을 통해 총 19500억 원의 자금이 마련됐고 이 자금이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PE로부터 하이마트를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 선종구 회장은 과거 종업원들과 함께 종업원지주제 형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하이마트를 어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PE에 매각했던 당사자였으므로 몇 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하이마트를 사들이는 데 참여한 셈이다.

 

인수 후 유진하이마트홀딩스와 하이마트는 합병됐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하이마트가 2011 6월 상장될 때 보유하던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한 후 대부분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유진그룹 또한 상장 당시 일부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에 <그림2>에서의 차입금도 이때 지분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일부 상환했을 것이다. 특수목적회사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가 금융회사에서 직접 차입한의 자금은 하이마트와 유진하이마트홀딩스의 합병 후 하이마트의 보유자금으로 일부 상환하고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도 상환했다. 그 결과 상장 직전인 2010년 말 166%였던 하이마트의 부채비율은 상장 직후인 2011 9월 말 90% 수준으로 낮아졌다. 남은 부채 또한 하이마트가 벌어들이는 자금으로 상환해가면 된다.

 

차입매수와 관련된 법적 위험

 

통상 이런 방식으로 실체 없는 SPE가 금융권에서 차입할 때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담보가 없이는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빌려줄 금융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사례에서 담보는 SPE가 매입하는 피인수회사(이 사례에서는 하이마트가 된다)의 주식이다. 즉 아직 인수하지 않은 피인수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동시에 해당 회사 주식을 인수해서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차입매수(LBO·Leveraged Buy Out)라고 부른다.

 

이런 경우는 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LBO(: 2003 S&K의 신한 인수, 2004 C&그룹의 효성금속이나 우방 인수, 2011년 셀렌에스엔 등의 한글과컴퓨터 인수)는 불법으로 본다. 나중에 피인수회사가 벌어들인 자금이나 피인수회사의 보유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데 있어서는 양자가 다를 바 없는 데도 말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자의 경우 인수회사는 거의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피인수회사에만 상당한 위험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피인수회사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 행위로 간주해서 업무상 배임으로 본다.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행위라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M&A가 성공해서 회사가 더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과정이 불법이면 모두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2

 

LBO 방법 중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전자와 후자의 방법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법률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자의 방법을 사용한 M&A(2009년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는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KKR OB맥주 인수 및 여러 외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 인수를 비롯해 최근 행해진 상당수 M&A가 대부분 전자의 형태를 지닌다. 동양메이저 관련 재판이 2010년 종결됐으므로 앞으로는 이 형식을 가진 M&A가 더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M&A의 거래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자와 후자를 나누는 기준이 다소 애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LBO M&A 당사자 간 사적 계약으로 법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3 남의 돈을 빌려서 M&A를 하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처럼 자신이 직접 차입한다면 국내에서도 불법이 아니다. 피인수회사를 매입하기 위해 인수회사가 스스로 위험부담을 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MBK파트너스의 자금 조달

 

2012년 초 하이마트는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 결과로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지 4년 만에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매물이 된 셈이다.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의 지분 모두(65.25%)가 매각 대상이다. 2012 6월 최초로 벌어진 입찰 결과, 한국 PEF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MBK파트너스가 주당 82000, 12500억 원대의 가격을 제시해 롯데쇼핑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달라졌다. MBK파트너스가 인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과 연기금과 농협 등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MBK의 지분투자 요청을 거절했다는 내용 등이 언론에 짧게 보도됐다.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은 지분투자 요청을 거절하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줄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그러다가 2012 7, 유진그룹에서 MBK파트너스와의 협상 파기를 선언했다. 아울러 입찰에서 2위를 차지한 롯데쇼핑에 하이마트를 팔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내막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롯데쇼핑에 대한 매각가격은 12481억 원이다. 인수가 성공한다면 유통업 분야에서 롯데쇼핑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와 합하면 가전제품 유통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1위로 올라선다. 하이마트와 롯데마트만 더해도 지금까지 대형 유통업종의 최강자였던 이마트와 거의 대등한 규모가 될 것이다.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약 7000억 원어치를 2012 8월 초 발행했다.4

 

그렇다면 왜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의 지분 투자 요청을 거절했을지 생각해보자. 협상 당시 주가는 5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MBK가 유진그룹에서 하이마트를 매수하기 위해 제시한 매입가는 주당 82000원으로 시가에 비해 70%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기간이 3∼5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해서 최장 기간인 5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가 최소 70%, 연간 7% 기대수익률을 고려하면 90% 정도는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은 하이마트 주가가 이렇게 많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식을 인수하는 형태의 자금 제공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참고로 설명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 당시 금호아시아나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체결한 풋백옵션 계약은 인수 3년 후 34000원에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금호아시아나가 되사주기로 한 내용이었다. 34000원이라는 가격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연간 8%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그림2>의 경로로 투자했던 IMM이나 H&Q펀드는 이런 계약 없이 인수에 참여했다. 즉 하이마트의 영업성과가 개선된 후 하이마트를 상장시켜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또한 인수가격이 충분히 높지 않으므로 상장 이후 주식가격이 매입가보다 많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MBK파트너스 사례에서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런 지분 인수보다는 <그림2>과 같은 형태로 SPE에 대출하거나 <그림1>처럼 MBK파트너스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피인수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면 주가가 많이 올라갈 때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 손해를 볼 위험도 크다. 반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인수회사에 대출해 주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으면서 기대수익도 적은 방법이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더 큰 위험을 지게 된다. 따라서 이 사례의 경우, MBK파트너스와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다가 MBK파트너스가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 방법의 차이

 

자금을 조달할 때 인수자 측에서는 어떤 방법을 선호할까? 인수자 입장에서는 SPE를 통해 부채 조달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에 대해 인수회사가 직접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투자가 실패로 끝났을 때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을 상환할 책임은 SPE에 생긴다. 이때 인수회사가 입을 수 있는 최대의 피해는 SPE와 인수한 피인수회사를 모두 잃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면 피인수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주체는 SPE이므로 SEP의 모회사인 인수회사는 SPE가 파산한다고 해도 그 부채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실제로 유진그룹은 직접 조달한 부채가 3000억 원, SPE를 통해 조달한 부채가 16000억 원이다.

 

만약 인수회사가 직접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피인수회사를 인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M&A가 실패로 끝나면 피인수회사를 다시 매각해서 마련한 자금으로 부채를 전부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은 부채는 인수회사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 상환해야 한다. 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인수회사 자체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다. 따라서 페이퍼컴퍼니인 SPE를 설립해서 피인수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이 이런 위험의 연결고리를 잘라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인수회사가 SPE를 이용해 자금조달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어떤 경로를 선호할까? 당연히 이들은 인수회사와 반대 입장이다. 인수회사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것(그림2 ①)을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것(그림2 ②)보다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일반론일 뿐이며 반대의 입장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피인수회사의 인수 조건이 상당히 좋은 데 비해 인수회사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면 오히려 SPE에 대출해주거나(그림2 ②) 지분투자를 하는 것(그림2 ④)을 선호할 것이다. 피인수회사의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인수회사 재무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에서 미래 기간 동안 받게 될 배당과 직접 벌어들인 이익만으로는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출과 지분투자의 장점을 조합한 경우인 전환사채 투자(그림2 ③)도 할 수 있다. 피인수회사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채를 보유하고 재무상황이 개선돼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피인수회사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 직접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림1>의 방법이다. 위험도도 높지만 수익성도 높은 방법이다.

 

그러니 자금을 공급할 때의 기대수익률(이자수익이나 주가수익률)도 각 자금 공급 경로에 따른 위험 수준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피인수회사나 인수회사의 재무상황 또는 M&A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 등에 따라 투자의 위험 정도가 달라진다. 그에 따라 인수회사와 자금조달기관 사이의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되고 구체적인 각 자금조달 경로에 따른 조달금액과 이자율 등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협상은 빨리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연기금이 한 거래에 동시에 참가하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다른 측이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는지 살피기 때문에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이 계속된다. 그러다 최종 거래 마감 직전에 간신히 결론이 난다.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거래인 만큼 엄청난 산고가 따르는 셈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