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31

시가평가제가 '탐욕'을 넘어설 수 없는 까닭

66호 (2010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금융개혁 정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일 금융가를 향한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는 직원 1인당 보너스를 최고 50만 달러까지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구제금융까지 받은 기업에서 자사 경영진 및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에게 최소 수십만 달러에서 최대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나눠 주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구제금융이 갑부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데 쓰이니 미국인들이 분노할 만도 하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직한 수많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근로자들이 보자면 더욱 기가 막힌 일이다.
 
미국인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경제관료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관료의 상당수는 골드먼삭스 등 투자은행(IB) 출신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월가를 위해 국민 혈세를 뿌린다는 비판이 많다. 사실 미국과 같은 대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월급 지급액 한도를 간섭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이 워낙 크고 정권 지지율도 하락하자 미국 정부 역시 극단적 처방책을 꺼내 들었다.
 
2010년에도 미국인들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수십 년간 민주당의 텃밭 지역이었던 매사추세츠 주의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거물 후보가 무명의 공화당 신인에게 패배했다. 오바마 정권은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 개혁이라는 이슈를 들고 나온 듯하다. 상업은행의 부채 규모를 제한해 자산을 축소하고, 상업은행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PEF)에 출자하는 일을 금지하며, 자기자본 투자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새로운 규제안도 계속 나왔다.
 
이런 개혁안들은 금융회사가 성장보다 안정적 경영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정책이 실제로 실시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업은행의 영업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예상을 반영한 듯, 새로운 규제안이 발표되자 금융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발생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미국과 똑같은 규제를 실시한다면 미국 금융기관과 다른 나라의 금융기업이 동일한 규제 하에서 운영되므로 전체적인 금융업의 안정에 공헌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만 이런 제도를 실시한다면 결국 미국 금융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나타날 뿐이다. 즉 다른 나라의 금융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제치고 미국 금융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
 
결국 이 규제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만큼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의 규제에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 다른 나라 정부들은 미국 정부의 이런 정책에 시큰둥하다. 미국 바로 옆에 위치한 캐나다까지도 미국의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큰 피해를 본 금융업 중심 국가인 영국 정도만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필자는 투자은행이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규제가 투자은행이 아니라 상업은행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의아할 따름이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를 할 수 없게 하는 데 있다. 즉 이번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투자은행들이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안이나 다름없다.
 
만약 미국 정부의 의도가 성공해서 세계 각국이 상업은행에 대한 규제에 동참한다면, 상업은행들은 예대마진 외에 다른 수익을 올릴 수단이 별로 없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은행의 위험이 대부분 사라지는 셈이니, 은행들의 부실화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은행의 성장 가능성도 거의 사라진다는 뜻이다. 금융업계의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상업은행이 예대마진만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면 결국 대출이자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소비자층, 특히 은행 대출이 많은 저소득층에 집중될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 금융권은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의회에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 2010년 7월 의회를 통과한 최종 법안을 보면 미국 정부는 처음의 강경한 자세에서 상당히 후퇴했다. 일종의 타협의 산물이다. 그 결과 백악관은 좌파로부터는 ‘배신자’, 우파로부터는 ‘미국 경제 발전을 퇴보시킨 정권’으로 동시에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금융권은 정치권의 이런 규제가 일반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목적이며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스티브 잡스나 워런 버핏과 같은 저명 인사들도 이 법안에 반대했다.
 
금융권은 또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공격적인 파생상품 판매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금융위기의 진짜 원인은 ‘시가평가제도(市價評價制度, mark-to-market accounting)’라는 잘못된 회계처리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신들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아닌데, 자신들을 비난하면서 금융업계를 흔들려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논리다. 이들은 시가평가제도가 없었다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발생했더라도 ‘찻잔 속의 미풍’ 정도에 그치고 말았을 거라며 시가평가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에 동조하며 시가평가제도 완화에 앞장섰다.
 
시가평가제도의 내용과 배경
시가평가제도란 자산의 가치를 시장에서 현재 거래되는 가격인 시장 가격(market price)대로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보수적 원칙에 입각해 자산의 최초 구입 가격을 회계 장부에 해당 자산의 가치로 표시하는 역사적 원가, 역사적 원가와 시가를 비교한 후 둘 중 더 낮은 가치를 자산의 가치로 사용하는 저가주의(低價主義)를 보충적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기존 자산평가 방법이 자산의 가치를 되도록이면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 상황을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도록 한다는 불만이 등장했다. 이에 시장 가격을 이용해 자산 가치를 평가하자는 주장이 세를 얻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애초에 시가평가제도의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집단이 바로 금융권이었다는 사실이다. 금융기업들은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의 금융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상품의 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기초 자산(underlying assets)의 시가가 얼마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한 주의 내재가치가 얼마인지를 알려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시가가 얼마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금융권에서는 시가평가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시가평가제도를 제일 먼저 채택한 집단도 금융 허브가 위치한 영국이 중심인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이었다.
 
회계학자들이 시가 평가의 이점을 몰라서 보수적 원칙에 입각한 가치평가 방법을 사용해온 건 아니다. 회계제도에 보수주의가 도입된 건 1930년대 대공황 이후다. 당시에는 현재처럼 준 법률화된 회계 기준이나 의무 감사 제도가 없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 처리를 수행했다. 남녀가 처음 소개받는 자리에 갈 때 파트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듯,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과장하고 단점을 숨기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당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숨기면서 자산가치를 부풀려 재무제표에 표시했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이 치솟는 거품이 발생했다. 더 이상 거품이 유지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주가가 폭락,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 결과, 대공황 이후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에 의한 회계 감사가 의무 조항으로 등장했다. 보수적 원칙에 입각한 회계 기준이 준 법률로도 제정됐다. 즉 보수적 회계 기준은 기업이 자사의 성과를 과장하는 일을 제도적으로 억제시키고자 마련됐다.
 

2010년 3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의료보험 개혁 법안을 보자. 일부에서는 이를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간주하지만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지 않다. 엄청난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이 의료 개혁 법안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매년 수천 억 달러의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을 상당히 올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부에서는 이 법안이 미국 경제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도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여러 연구 결과도 대부분 세금이 증가하면 국가의 경제발전이 지체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의 전면 실시는 약자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국가의 경제발전 속도가 약간 늦어지더라도 실시해야 하는 정책이다. 미국 경제가 좋은 상황에서 의료보험 개혁법이 실행됐더라면 저항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로 파산 상태에 몰려있고, 미국 중산층들의 생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법안이 통과됐으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건 당연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특히 증세 움직임에 반대하는 일부 집단에서는 티 파티(tea party)라는 단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단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포퓰리스트(populist) 지도자로 비난한다.
 
균형 재정을 유지하는 일은 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갚지 못할 수준의 빚을 내어 투자를 집행한다면 그 기업은 장기적으론 망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논란이 최근 몇 년 동안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균형 재정이나 국가의 장기적 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표만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각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가평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시가평가제도 하에서는 자산의 시가가 변하면 그 변동액을 그대로 재무제표에 즉시 반영해야 한다. 반면 역사적 원가주의 방법 하에서는 해당 자산을 처분했을 때 변동액이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즉, 시가를 사용하면 시가변동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속도가 역사적 원가를 사용할 때보다 빠르다. 그러나 가격변동이 심한 때는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경영 성과의 변동성이 커진다. 공정한 시가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많아서 해당 기업이 표시한 시가를 신뢰하기 곤란하다는 단점도 있다. 즉 시가평가제도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춘 방법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때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부동산 매입 대출을 늘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그 결과,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 가격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시가평가 제도 하에서 실현되지 않은 장부 상의 평가이익을 재무제표에 기록한 금융기업들은, 그 이익에 따라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거품이 폭락하자 해당 부동산에 기초했던 파생상품 자산의 가격이 폭락했고, 이들 자산의 평가손실이 2008년 중반 이후 한꺼번에 회계장부에 반영됐다.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빌려서 공격적으로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은 시가평가제도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회계장부에 기록해야 했다. 이 손실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순식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줬던 채권자들은 돈을 떼일 것을 염려해 부채를 차환해주지 않고 회수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현금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던 금융회사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미국 정부는 파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자해서 금융회사에 현금을 공급했다. 이 현금을 회사를 살리는 데 쓰지 않고, 보너스 지급에 사용하는 바람에 보너스 파동이 발생한 셈이다.
 
평가 손실은 어디 갔을까?
만약 시가평가제도가 없었다면 금융기관들은 이들 파생상품을 회계장부에 기존 장부금액으로 표시하면서 손실을 당분간 숨겨둘 수 있었을지 모른다. MBS나 CDO와 같은 파생상품들은 만기가 최소 20년이나 30년 정도다. 시가주의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만기가 될 때까지는 평가 손실이 있더라도 이를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시가평가 제도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시가평가제도가 없었다면, 자산가치가 폭락했더라도 폭락한 가치를 회계장부에 손실로 반영할 필요가 없다.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회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고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채권자들은 부채를 회수할 가능성도 적고, 주주들도 이런 내막을 모르므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적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각국 정부에 강력한 로비를 했다. 각국 정부는 2008년 4분기부터 회계 기준을 변경, 시가평가나 장부금액 표시 제도 중 기업이 자율적으로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해 사용하는 일을 허용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시가평가제도를 폐지하지 않았던 미국도 2009년 1분기에 시가평가제도의 일부 완화를 허용했다.
 
제도 변경이 허용되자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시가 사용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했다. 금융위기 동안 금융기업들이 입은 손실은 대략 최대 4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대략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정도가 이런 방식으로 회계 장부에 숨겨져 있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즉 겉으로 보이는 금융위기는 끝난 듯 하지만, 숨겨진 부실이 표면으로 다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안타깝지만 필자는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나려면 앞으로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시 시가평가제도를 강화하겠다는 회계제도 개편안이 재무회계기준위원회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Board)에 의해 2010년 5월 제안된 상태다. 현재의 회계제도는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합법적으로 분식 회계를 허용해 주는 안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이를 바꾸자는 주장이다. 물론 이 개편안에 대해 금융권은 이구동성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국제회계기준 위원회를 중심으로 오히려 현재의 제도를 더 강화하는 안에 대한 토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권의 주장을 더 수용,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회계처리 방법을 선택하는 자율성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평가 이익이 생길 때는 시가평가제도를 사용하고, 평가 손실이 생길 때는 시가평가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문제점이 틀림없이 생겨날 것이다. 회계 정보를 사용하는 채권자나 주주 등의 정보 이용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지도 궁금하다. 재무 회계의 목적은 이 회계정보 사용자들을 위해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자본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자나 주주들이 재무제표를 믿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즉, 회계 기준을 완화하는 게 당장은 기업에 이익을 줄 것처럼 보여도,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장기적으로 기업도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투자자, 기업, 경영자 모두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로 다른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회계 숫자의 의미 차이를 간파할 실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단점이 전혀 없이 완벽하게 장점만 갖춘 회계처리 방식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관점 차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회계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려던 움직임도 주춤하다. 미국은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보다 훨씬 엄격한 독자 회계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회계 기준을 통일시키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최근 시가평가제도에 대한 의견 불일치 때문에 이런 대화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회계제도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다. 금융권이 회계제도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려 한다는 느낌이다. 시가평가제도가 도입 되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가 이렇게 급격하게 경제위기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터지는 시기만 좀 더 늦춰졌을 뿐, 언젠가 거품은 터지게 마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건 개혁이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험난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우리 자신의 ‘탐욕’이다. 인간의 탐욕은 문명의 발전을 이뤄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그 탐욕이 또한 거품을 불러일으킨다. 거품이 일어나야 그 과정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탐욕 때문에 어떤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그 제도를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쫓고 쫓기는 싸움이 끝없이 계속되는 셈이다.
 
사실 이 개혁 법안이 정말로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불확실하다. 오히려 반론의 목소리가 더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학자들의 의견도 나누어져 있다. 오직 신만이 답을 알지 않을까?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