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실천, 실무자에게만 맡기지 마라

37호 (2009년 7월 Issue 2)

경영 서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많은 이들은 MS와 사우스웨스트가 다른 기업에 없는 엄청난 전략을 세워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창기 두 회사에는 전략이라 칭할 정책이 별로 없었다. 두 회사의 진짜 성공 비결은 전략보다 ‘실천’에 있다.
 
MS의 사례를 보자. MS와 IBM의 관계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번다’는 말에 딱 맞는다. IBM은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했다. 하지만 컴퓨터 운용에 필수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MS에 위탁했다. IBM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컴퓨터를 팔아도 MS는 IBM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렸고, IBM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결국 IBM은 2004년 PC 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며 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소수의 항로만 운행하고, 다른 항공사보다 더 빨리 이륙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기내식이나 음료수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절감한 운송 원가에 맞춰 비행기 표의 가격을 내리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좌석 점유율이 경쟁 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다.
 
MS와 사우스웨스트의 성공 비결이 과연 최고경영자(CEO)가 최선의 전략을 세웠기 때문일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MS는 자사의 전략으로 MS-DOS라는 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았다. 당시 IBM은 프로세서 공급업체로 인텔을, 운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MS를 선택했다. IBM이 MS를 파트너로 뽑았기 때문에 MS가 현재의 위치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MS가 IBM의 공급업체로 뽑힐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성공의 결정적 원인은 MS 외부에 있었다.

IBM의 MS 의존은 전략 실수인가?
IBM은 왜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인텔과 MS에 프로세서나 소프트웨어 납품을 요구했을까.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IBM의 보유 인력과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였다. 당시만 해도 군소회사에 불과했던 인텔이나 MS를 IBM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IBM의 자체 역량으로도 인텔 프로세서나 MS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IBM은 왜 자체 개발을 포기한 걸까. 당시 IBM은 여러 측면에서 IBM 컴퓨터보다 우수한 애플의 매킨토시와 경쟁해야 했다. IBM보다 낮은 가격으로 IBM 호환 기종을 생산하는 후발업체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 IBM이 선택한 전략은 ‘최고 품질의 컴퓨터 개발’이었다. 이를 위해 우수 인력을 집중시켜 더 빠르고 작은 컴퓨터를 개발하는 일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대신 당시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부품 및 소프트웨어는 인텔과 MS에 아웃소싱 했다.
 
IBM이 컴퓨터 개발에만 매진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독자 수행했다면, IBM 컴퓨터의 발전은 훨씬 늦어졌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대부분은 IBM이 아닌 매킨토시 계통일 가능성이 높다. 성능 면에서는 당시 매킨토시 컴퓨터가 IBM 컴퓨터보다 훨씬 우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IBM을 거세게 추격했던 후발주자 중 한 업체가 IBM을 제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IBM은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에 집중했기 때문에, 30년 동안 컴퓨터 산업에서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당시 IBM의 수많은 경쟁자 중 현존하고 있는 업체는 애플뿐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IBM의 전략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전략이 지난 30년간 IBM을 먹여 살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때문에 필자는 IBM의 당시 전략이 충분히 옳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MS나 인텔이 당시 최선의 전략을 썼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거대 업체로 성장한 건 아니다.
 
사우스웨스트에는 자체 전략이 있었나?
기존 업체의 방해와 비용 문제로 사우스웨스트의 창업 작업은 계속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비행기를 띄울 준비를 마쳤을 때는 창업 전 계획했던 4대의 비행기가 아닌 3대의 비행기를 구입할 돈밖에 없었다. 기존 업체의 방해가 워낙 거세 각 도시 중심 공항에 취항할 수도 없었다.
 
당시 사우스웨스트 경영진이 회계 자료를 분석하자, 3대의 비행기로 기존 항공사의 취항 루트를 운항하려면 회사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3대의 비행기만으로 4대의 비행기가 오가는 루트를 모두 취항하려면, 비행기가 착륙한 후 공항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다른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거의 띄우지 않는 새벽부터 한밤중에도 운행해야 했다. 승무원도 많이 고용할 수 없었다. 승무원 수가 부족하니 음료수나 식사도 무료로 제공할 수 없었다. 접근성이 나쁜 공항에 취항하기에 요금도 경쟁 회사보다 낮춰야 했다.

불과 3대의 비행기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시 외곽의 작은 공항에 취항해야 한다’는 한계가 오늘날의 사우스웨스트 신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지금은 누구나 사우스웨스트 경영진의 위대한 비전과 선견지명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는 살아남기 위한 작은 실천에 불과했다. 물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이후에도 계속 자사의 단점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했다. 짧은 거리를 비행할 때는 음료수나 음식을 주지 않아도 승객들의 불만이 적었지만, 장거리 비행 때는 불만이 상당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승객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비행 중 승무원이 마술을 보여주는 식으로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효과는 컸다. ‘지루하다, 왜 음식과 음료수를 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현격히 줄었다.
 
어떻게 전략을 실천할 것인가?
MS와 사우스웨스트의 사례는 경영에서 차지하는 ‘실천’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물론 전략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보다 더 중요한 건 전략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포천 조사에 의하면, 자사의 핵심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CEO들은 전략 구상에만 많은 시간을 쓴다. 반면 수립한 전략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녹색 성장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과 ‘블루오션 개척’이라는 거창한 전략을 보자. 이 이야기를 들은 조직원 중 ‘내가 무엇을 해야 그 전략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CEO가 전략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면서 그 전략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거나, 실천 방안을 실무자에게 맡기는 태도는 큰 문제다.
 
필자도 ‘고객에게 최고 가치를 주는 제품 공급’ ‘도전과 혁신’ 등 거창한 구호가 오가는 탁상공론 회의에 여러 번 참석해봤다. 하지만 회의에서 아무리 중요한 얘기가 오가도 회의 안에서 끝날 뿐, 그 논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아무도 그 실천 방안을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략을 세울 때 100시간을 사용했다면, 그 실천 방안을 마련할 때는 최소한 1000시간 이상을 써야 한다. ‘균형성과표(BSC)’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수립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BSC나 KPI는 기업의 전략 목표를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연결해준다.
 
한국의 CEO 중 자사의 전략 목표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자사의 BSC나 KPI가 무엇인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이라도 BSC나 KPI를 꺼내 들고 3가지 사항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조직의 전략 목표와 BSC나 KPI가 나타내는 지표가 서로 일치하는가? 둘째, 성과 평가 지표와 보상은 적절히 연결돼 있는가? 조직원들이 그 관계를 명쾌하게 이해할 만큼 단순한가? 셋째, 지표를 적용하면 과연 조직원의 행동이 바뀔 것인가?
 
이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래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실천 방안이 아니라 전략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이 잘못됐을 때보다 전략을 실천하지 못해 실패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는 점을 명심하자.
 
많은 자기계발서는 ‘성공하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작은 목표라도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워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뿐이다. 출퇴근 길에 30분 동안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일은 하루 단위로 보면 그야말로 작은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차이가 5년, 10년씩 누적되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성공하는 조직과 실패하는 조직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작은 일을 실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5년, 10년 후 그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대 최종학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