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 해 동안 발생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호황기 때 성과가 부진했던 영역까지 공개하면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수준과 향후 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의사 결정이 소기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을 때다. 이때 투자자들은 부정적 결과에 대한 은폐가 아니라 경영진이 이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비즈니스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상대적으로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가치투자자들은 이를 더 중요시 여긴다. 따라서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정보가 공유될 때 이들은 기꺼이 회사를 지원하고자 할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보험사는 2006년 3분기 성장률 제고를 위해 보험료율을 전격 인하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글렌 렌위크는 “장기적 고객 기반 성장을 겨냥한 조치로서 분명히 수익 면에서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대안들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고객 성장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희망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략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렌위크는 2007년 연례보고서에서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의 첫 두 문장에서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수익성과 보험료 모두 하락했다. 이는 그 동안 시행된 가격책정 전략의 결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 전략을 통해 당초 목표한 총 매출 성장은 달성하지 못했다.” 경영진을 믿고 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장기 투자자들은 이처럼 경영진의 정직하고 솔직한 자기분석과 평가를 듣길 원한다.
장기적 가이드 개선
미국에서는 분기별 주당순이익(EPS) 가이드가 기업의 가치평가에 유용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하나씩 이러한 관행을 폐지해 가고 있다. GE는 2008년 12월 더 이상 연간 또는 분기별 EPS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치투자자들은 단기적 투기자본에 비해 기업의 실적 달성 여부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 가지 이유다.
가치투자자는 다음 분기나 EPS 이상의 것을 본다. 이는 성장 및 운영 수익과 같은 주요 가치동인은 물론 조세나 자사주 매입과 무관한 항목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치 창출 관련 주요 지표 가운데 자본집약도나 감가상각 등의 일부 지표가 EPS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간접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이 또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진정한 지표로 간주하기가 미흡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감안할 때 다음해 실적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은 오히려 달성 방안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결국 실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까. 먼저 통상적 비즈니스 절차의 일환으로 실질적 가치 동인들에 대한 단기, 중기 및 장기적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예상치를 제시할 때 특정 수치를 지목하기보다 범위로 제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실제 GE부터 애로 일렉트로닉스에 이르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은 목표 자본수익률(ROA)을 범위 단위로 발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양한 가정을 근거로 예상 매출 성장률의 범위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반도체 산업과 같이 중요도가 클 경우 개별 사업부서의 성장률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수익 성장 요인들을 지속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지표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료서비스 회사인 휴매나는 가입자 수 하락이 예상되는 상품을 포함해 의료보험 가입자 수 예상치를 공개하고 있다. 가트너는 사업부문별 성장 목표, 수익성 개선 목표, 자본지출 목표 등 장기적 목표의 범위를 공개한다.
프로젝트 기반의 사업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는 투자, 투자시기, 목표 수익률에 관한 상세한 정보일 것이다. 막대한 자본 지출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실적과 시기, 프로젝트의 잠재적 예상 수익률을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자세하게 공개한다. 공시 내용에는 매출 리스크와 예상 자기자본 수익률, 부채비율 등이 포함돼 있어 투자자들이 상세하게 성장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다.
△복잡한 수익원 △거시 경제 및 조세, 규제 환경의 변화 △막대한 환 리스크 등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 또한 현금 흐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영업 외 항목에 대한 추정치를 공시해야만 한다. 유럽의 한 기업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에게 조세 예측 툴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앞으로 회사가 직면할 세율을 추측해 지역별 성장률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 범위를 제시함으로써 경영진은 다양한 거시경제 요인의 추정치를 근거로 앞으로 비즈니스 실적에 대한 시각을 투자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물론 회사가 제시한 추정치와 경영진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예측치를 발표할 때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율, 그리고 다른 기본 동인들에 대한 가정을 함께 밝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 IR 전문가는 공시 내용으로 해당 동인들이 비즈니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면서 “본 수치는 우리가 도출한 최선의 추정치에 불과하다. 경제 전망에 다른 시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인다.
△재무 및 운영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 제고 △성과에 대한 공정한 분석 평가 △경영진이 기업경영에 사용하는 실제적 지표에 대한 가이드 제공 등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 가능성과 경영진 수준, 다양한 요소의 리스크 정도를 가늠하고 정보에 근거한 의견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영진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동종 업체 대비 실적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투자자들의 귀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1. 로버트 N. 팰터, 워너 레헴, 요나단 시흐 ‘최적 투자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www.mckinseyquarterly.com, 2008년 4월
2. 티모시 콜러, 워너 레흠 ‘투자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개선: 가트너 CFO와의 인터뷰’ 참고, www.mckinseyquaeterly.com, 2008년 11월
3. 에릭 홀름, “버펫 회장이 파생상품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임”, www.Bloomberg.com, 2008년 11월 24일
편집자주 이 글은 The McKinsey Quarterly 인터넷판(2009년 1월)에 실린 원문 ‘Opening up to investors’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