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중시 경영

현금흐름 경영으로 위기 돌파하라

25호 (2009년 1월 Issue 2)

경제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많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힘겨운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큰 고통을 주는 위기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기의 징후를 가장 잘 보여 준 것은 바로 ‘숫자’였다. 무심코 스쳐지나간 숫자를 제대로 보고 현상을 파악했다면 위기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숫자가 위기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숫자만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준다. 기업 내 모든 조직원이 올바른 숫자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위기에 상관없이, 심지어 극심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강한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대부분 기업 구성원들은 숫자를 싫어한다. 숫자를 의사결정 이전에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신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숫자를 참고하더라도 진짜 ‘참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기업에 위기를 사전 경고하며 위기 극복 방향을 제시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현금은 왕(Cash is king)’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현금흐름 관련 숫자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기업 CEO들은 외환위기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익 중심, 양적 확대 중심의 의사결정을 해왔다. 이로 인해 위기는 더욱 가중됐다. 이익은 그저 그 기업이 잘 되고 있다는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일 뿐이다. 기업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현금의 절대량이다. 현금이 없으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특히 환율 급등이나 부동산 및 주식 가격 급락 같은 파괴적 환경 변화가 나타났을 때 순이익보다는 영업 현금흐름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금흐름이 좋다는 것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행복한 신호다. 그렇지 않다면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업 체질 변화, 현금흐름 중심 경영
세계 경제가 하나로 연결된 환경에서 최근 ‘현금흐름 중심 경영’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주목받고 있다. 현금흐름(cash flow)은 일정 기간에 유입된 돈이다. 즉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투자를 하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차감하고 난 뒤 남은 돈을 말한다. 다른 말로 잉여현금흐름(FCF)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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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에서 보듯이 현금흐름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나 손익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 판매 성장에 따른 재고 등 운전자금 수요까지도 밝혀준다. 때문에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성과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현금흐름은 기업가치의 원천이자 기업 성장과 생존의 토대다. 현금흐름표는 이런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표를 지칭한다. 이 표를 통해 미래의 현금흐름, 영업·투자·재무활동이 끼친 영향, 이익의 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즉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하면 ‘양(量)’ 경영에서 ‘질(質)’ 경영으로 기업 체질이 변한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투자 결정을 할 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보다 영업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불황기, 재무제표보다 현금흐름 지표 중시해야
지금과 같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는 기존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보다 현금흐름표가 위기 진단과 의사결정 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통 영업현금흐름에는 현금 유출이 없는 감가상각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영업 이익보다 값이 커진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수요 부진과 원활하지 못한 자금 사정으로 재고와 매출 채권이 증가한다. 영업이익은 이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기업에 유입된 현금보다 더 큰 값을 가진다.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기업의 부실 이전 및 이후 현금흐름을 보여 주는 <그림1>을 살펴보자. 손익계산서상 지표만으로는 도산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도산 이전에는 손익계산서상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현금흐름표상 지표인 영업현금흐름 비율보다 높았다. 그러나 도산 이후에는 영업이익률이 영업현금흐름보다 낮았다. 따라서 손익계산서상 지표만 보고 흑자가 난다고 안심했다가는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이제 기업은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경영해야 한다. 또 손익 정보보다는 현금흐름을 통해 기업의 영업활동, 재무활동, 투자활동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현금흐름은 기업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혈액
기업을 인체에 비유하면 기업의 자산은 체격, 손익은 체력, 현금흐름은 혈액에 각각 해당한다. 사람은 체격이 왜소하거나 체력이 부족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혈액순환이 안 되면 곧바로 사망한다. 기업 역시 현금흐름 부족은 곧 도산으로 연결된다.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본업인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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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8년 상반기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중은 1997년(3.7%) 이후 가장 저조한 1.1%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절반은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도 <그림3>에서 보듯이 비금융 상장사 601개 가운데 1997년 161개(30.7%)였지만 2008년 상반기에는 280개(46.1%)로 오히려 늘어났다. 우리나라 기업의 생존 지수에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미래 성장을 위한 계기판, 현금흐름 지표
2008년에 경험했듯이 급격한 환율 변동이 발생하면 손익계산서의 ‘꽃’으로 불리는 순이익이 환율 변수 하나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있다. 또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현금, 유가증권, 기계 등을 자산으로 분류한 대차대조표 역시 실물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실제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올바른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계기판이 고장 난 상태로 비행기를 운항한다고 생각해 보자. 끔찍한 일이다.

 

 

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구성된다. <표2>에서 보듯이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에는 현금 매출, 매출채권 회수, 영업외 수익 등이 있으며 현금 유출에는 매입대금지급, 대출이자 비용, 세금 납부 등이 있다. 투자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에는 대여금 회수, 유가증권, 토지매각 등이 있으며 현금 유출에는 대여금 대여, 토지 매입, 고정자산 취득 등이 있다. 재무 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에는 단기차입금 증가, 유상 증자 등이 있으며 현금 유출에는 차입금 상환, 배당금 지급 등이 있다.
 
현금흐름,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
기업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절에는 엄밀한 검토 없이 과거의 경험과 직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성숙기에는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이 생기는가에 대해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현금 창출 능력이 취약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성숙기에 진입한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속출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현금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회사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렵다.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금흐름의 절대량이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기업 평가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현금흐름과 수익력을 꼽고 있다. 국내 금융 회사도 과거의 채무 이행 실적보다 미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현금창출력에 주목한 기업이 성공한다
현금흐름 중심 경영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는 기업 경영의 근본 원칙이기에 호황이건 불황이건, 앞으로 어떤 방식의 경영 전략이 등장하건 시기와 상황에 맞게 발전, 적용해야 한다.
 
듀퐁은 1991년부터 철저한 현금흐름 중심의 사업 수익성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10억 달러의 고정비 삭감과 32억 달러의 비효율적 자산 매각을 실시했다. 결국 수익률 12%를 상회하는 사업의 비중이 전체 20%에서 95%로 높아졌다.
 
내가 5년만 빨리 현금흐름을 알았더라면 GE의 성장을 10년은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잭 웰치 전 GE 회장의 말이다.
 
GE는 1981년부터 10여 년 동안 260억 달러의 신규 사업을 매수하고 110억 달러의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현재 시가총액 최고 기업인 GE의 250여 개의 사업 가운데 13개는 미국 500대 기업에 속해 있다. 임원 보수 체계 역시 현금흐름 관점에서 만들어졌으며, 전사적 차원에서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소니는 1980년대 이후 음악·영상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할인현금흐름’ 지표를 도입했다. 할인현금 흐름법은 향후 현금흐름을 할인해 현재 주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전략적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현금흐름 중시 경영이란
현금흐름 경영은 <그림4>에서 알 수 있듯이 양적 측면에서는 현금 보유량 확대, 속도 측면에서는 현금 회전 극대화를 각각 추구한다. 단기적으로는 현금 보유를 극대화하고 현재의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투자와 사업구조를 재구축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사적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정량의 현금을 확보한 이후에는 현금흐름 속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현금흐름 경영은 재무 부서만 담당하는 현금관리와는 다른 활동이다. 전사적으로 모든 부서가 각자 활동을 할 때 현금흐름 관점에서 현금 유입을 많이, 현금 유출은 적게 각각 가져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악성채권, 재고자산 등 현금흐름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하고, 현금흐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며, 현금흐름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현금흐름을 활용한 성과목표 설정 및 전략 도출
<표3>에서 보는 것처럼 기업들이 현금흐름을 제고하려면 현금흐름 트리(tree)를 만드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각 세부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현금흐름 인자(driver)를 찾아내면 일이 그만큼 쉬워진다. 표에서 보여 주는 영업현금흐름 창출 인자를 성과 목표로 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실행하면 현금흐름을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다.
 
현금흐름 창출 인자로 해외시장 확대 구매거래처 다변화 매출 대비 고정 비율 개선 매출채권 회전율 재고자산 회전율 매입채무 회전율 개선 불요불급 장기 재고 매각 유지 보수를 위한 투자 규모 결정 저수익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화 실시 자금 조달을 위한 해외전환사채 발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방안들을 찾아내 실행한다면 기업의 현금흐름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현금흐름 경영 전략
현금흐름 경영 전략은 현금 확보라는 당면 과제의 해결 여부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따라 실천 방안이 달라진다. 당장 생존이 시급한 과제인 한계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처 확보, 채권회수 극대화, 자산·설비·재고 매각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구조조정 기업이라면 현금흐름 경영의 체질화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둔 내부자금 범위 내 투자 제로베이스 예산제 직접금융 비중 확대 인건비 변동비화 현금흐름형 성과목표 및 평가제도 은행 연계 현금관리시스템 등의 방법이 있다.(용어 설명 참조)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적정 현금보유액은 지금보다 최소 두 배는 많아야 한다. 이는 매출채권의 회수 불능, 금리나 환율의 급변에 대비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현금보유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보유 현금은 안정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 환율이나 금리 리스크를 회피하는 보수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외부 금융 전문가를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 상태가 심각한 부도위기 기업은 자금조달처 확보를 위해 비상용 자금조달 원천을 개발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복수의 금융기관과 대출을 유지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채권 회수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사전에 회수 가능한 채권을 파악하고 신속히 대금을 회수해야 한다. 이때 별도로 전문적인 매출채권 회수 조직을 설립하는 것도 좋다. 자산·설비·재고 등 매각 가능한 자산은 신속하게 팔아 현금화해야 한다. 설비와 재고 역시 최소한의 분량 이외에는 모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구조조정 기업은 투자 규모를 유보액, 감가상각충당금과 같은 내부 유보자금 범위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 또 과거의 예산 집행 실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해당 사업의 전략적 중요도와 목표 달성 가능성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미래 현금흐름과 관련해 주식 투자자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직접 금융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경영 실적에 따라 인건비 지출을 조절하는 변동비화 실현을 통해 현금 유출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현금흐름형 성과목표 및 평가 제도를 통해 경영 실적의 왜곡 현상을 최소화하고 은행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현금흐름의 유동성을 제고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은 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현금흐름 및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현금흐름 및 창출력 기준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사업이 잘 되더라도 미래의 현금흐름 창출력이 기준 이하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자본조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부 유보이익을 늘려 자기자본을 충실하게 가져가야 한다. 위기 때 살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숫자는 현금흐름과 현금흐름 창출력 관련 지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금은 왕이다.
 
<용어설명>
인건비의 변동비화: 고정급 제도를 도입한 경우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성과급제와 연봉제를 도입하면 경기 변화에 따라 인건비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변동비 성격을 띤다.
현금흐름형 성과목표 및 평가제도: 매출이나 이익만을 기준으로 관리자의 성과를 평가할 경우 기업의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성과 목표를 세우고 평가할 때 현금흐름 관련 지표를 포함시키는 게 좋다.
은행연계 현금관리 시스템: 어음 등을 사용하지 말고 가능한 한 은행의 자동 이체 및 지불 시스템을 활용해 현금이 최대한 빨리 유입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기업경영학회와 한국생산성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재무 교육 업체인 한국CFO스쿨 학장을 맡고 있다. <재무관리의 이해>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