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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unting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과 기업 공시의 함수

김진욱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Based on “Political euphoria and corporate disclosures: An investigation of CEO partisan alignment with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2023) by Mazhar Arikan, Mehmet Kara, Adi Masli & Yaoyi Xi in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75(2-3), 10155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할 뿐 아니라 정부 수반으로 정부조직권과 행정 각부 장의 임명권을 가지며 경제 및 기업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정책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지명하는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겸직하며 국가의 통화 정책을 좌우한다. 증권시장, 금융기관 및 기업 재무 보고 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원장과 국가의 경제·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며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통령이 임면한다.

기업의 경영자가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는 각자가 가진 신념, 경험 및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미국 캔자스대 등의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가 가진 개인적 특성 중에서 정치 성향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집권 중인 대통령과 경영자의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지 여부가 경영자의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와 미래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다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파적 동기화된 추론(partisan-motivated reasoning)은 개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일치하는 특정 결론에 도달하도록 동기부여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신뢰하지만 이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당파적 동기화된 추론은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른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 및 외집단 폄하(out-group derogation)와도 깊이 관련돼 있다. 내집단 편애는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내집단의 유리한 특성을 과장하고 높이는 경향을 의미하며, 외집단 폄하는 관련 외집단의 부정적인 특성을 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개인은 내집단의 사람들을 외집단의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무엇을 발견했나?

대통령과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이 일치할 때 경영자는 대통령 국정 운영의 긍정적인 측면을 과대 해석하고 거시경제 상황 및 사업 전망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런 경영자의 미래 전망에 대한 기대는 기업 공시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대통령-경영자 정치 성향의 일치 여부가 기업의 (1) 자발적 공시, (2) 재무보고의 어조(tone), (3) 보수주의 회계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첫째, 일부 기업이 제공하는 이익 예측 공시는 자발적 공시다. 이익 예측 공시를 제공하기 위해 경영자는 미래 경영 환경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변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펼치는 경제 정책 효과에 대한 낙관적 평가는 기업의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치와 이익 예측 공시 제공에 대한 경영자의 동기를 상승시킨다. 반면 미래 사업 전망에 대한 비관주의는 이익 예측 공시를 제공할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가 이익 예측 공시를 제공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보다 낙관적인 이익 예측을 제공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둘째, 기업 공시에 드러나는 어조는 기업에 대한 경영자의 마음가짐과 미래 전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행 연구들은 기업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경영자가 공시에 더 긍정적인 어조를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의 경우 대통령 리더십하에서의 경제 환경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해 보다 낙관적인 어조의 공시를 제공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셋째, 보수주의 회계 처리는 나쁜 소식보다 좋은 소식을 인식하는 데 더 높은 수준의 검증 기준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보수주의 회계를 적용할 때 경영자의 판단과 추정이 필수적이다.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는 낙관적인 견지를 유지하며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부채를 과소평가하는 한편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과대평가하고 잠재적 손실의 정도를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팀은 대통령-경영자 정치 성향 일치가 보수주의 회계 처리와 음(-)의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경영자의 정치 성향을 밝히기 위해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보고된 정치 후원금 자료를 이용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는 이익 예측 공시를 제공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이익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가 분기마다 이익 예측을 제공하는 확률은 정치 성향 비일치 경영자의 1.3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가 최소 한 번 이상 실현이익보다 높은 이익 예측을 제공할 확률은 다른 경영자의 1.33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는 사업보고서에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평균적인 경영자에 비해 사업보고서에 긍정적인 단어를 1.12% 더 많이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경영자의 정치 성향 일치는 보수주의 회계 처리와 음(-)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경영자는 표본 평균과 비교했을 때 8% 더 낮은 비조건부 보수주의 회계와 2.4% 더 낮은 조건부 보수주의 회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 공시의 품질과 특성은 경영자의 행동 선호도, 경험, 신념 등과 같은 개인적 인센티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 결과는 경영자가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대통령의 집권기에 정부의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래 경영 성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해 기업 공시에 대한 의사결정에 이를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 공시의 특성은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 방향성과 효율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정치 성향과 관련된 정서적 양극화와 당파적 동기화된 추론 경향이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본 연구 결과가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사회, 감사위원회, 외부 감사인, 내부 감사인 및 재무 보고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기타 이해관계자들은 본 연구 결과를 이해하고 기업 공시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부의 상황적 요인을 식별해 이를 모니터링 프로세스에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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