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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총수익 스와프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

최종학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5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5년 만기 콜옵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1년 뒤 발행한 사채를 되사들인 뒤 사채에 부가된 콜옵션만 분리해 현대글로벌에 팔았다. 즉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전환사채를 현대글로벌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채권 투자자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가된 사채를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라고 한다.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사적인 거래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사들인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런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대다수 소액주주만 피해를 보게된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였던 고(故) 정주영 회장은 1990년대 말 계열사의 주식을 가족들에게 나눠 상속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CC 등으로 나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범(凡)현대가(家)라고 부른다. 이들 중 현대그룹의 적통을 계승했다고 여겨지는 계열사는 고(故)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었다. 현대그룹은 과거 현대그룹 창립의 시초가 됐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전자, 현대정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는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져 법정 관리에 들어간 후 새 주인에게 팔렸다.

그 직후인 2000년대 초, 현대그룹은 복잡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띠었다. 정몽헌 회장이 2003년 갑자기 사망하자 경영을 맡게 된 정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의 지배주주였다. 현 회장이 현대글로벌을 지배하고, 현대글로벌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지배하고,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형태였다. 마지막으로 현대상선이 현대글로벌의 지분 25%를 보유한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였다. 지금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 집단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 집단이 다수 있었다. 당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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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대그룹은 범현대가의 다른 기업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가족들끼리 왜 싸우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현대그룹이라는 이름이 주는, 고(故)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본다. 정 씨가 아닌 현 씨가 지배주주가 된 것에 대한 정 씨들의 반발이 싸움의 시초라는 견해다. 싸움의 시작은 2004년이었다. 정주영 회장의 동생 고(故) 정상영 회장이 이끄는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31%를 인수하고 경영권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1차 경영권 분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2005년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표 대결에서 패한 KCC는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제작사인 스위스 기업 쉰들러(Schindler)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철수한다. 당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협력해 세계 최고의 엘리베이터 회사로 발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즉, 현대그룹과 쉰들러는 동반자적 관계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직후인 2006년 정몽준 회장이 이끄는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27%를 매수해 우호 지분 포함 총 32%를 보유하게 됐다. 현 회장 측의 지분 31%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현대상선 1대 주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2차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 넥스젠캐피탈의
총수익스와프 거래

이때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캐피탈 등 몇몇 금융사와 총수익 스와프(total return swap, TRS)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넥스젠캐피탈은 현대상선 주식의 10%를 주식시장에서 구입했고, 이 지분의 의결권을 현 회장을 위해 사용한다. 지금은 TRS 계약이 훨씬 널리 사용되지만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이 사건이 국내에서 TRS가 사용된 첫 사례다. 이 추가적인 10%의 지분 때문에 현 회장 측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 그 후 현대중공업그룹은 경영권 공격을 포기하고 주식을 매각해 철수한다.

TRS 계약이란 두 거래 상대방이 고정 수익과 변동 수익을 서로 교환하는 형태의 계약이다.1 현대엘리베이터 사례에서 이 회사는 넥스젠캐피탈에 주식 매입 대금의 최소 5.4%에 해당하는 이자를 매년 지급한다. 그리고 현대상선의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만큼 현대엘리베이터가 넥스젠캐피탈에 지급하며,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넥스젠캐피탈이 상승분의 20%를 갖고 80%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기는 계약이다. 즉, 넥스젠캐피탈은 손해볼 이유가 없는 투자인 셈이고, 그 대가로 구입한 10% 지분의 의결권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기는 것이다. 이 거래를 종합해 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최소 5.4%에 해당하는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이 주식을 산 것과 거의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누린다.2 이 거래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 [그림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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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TRS 거래를 두고 자본시장에서는 여러 논란이 있었다. 지금도 TRS 거래가 발생하면 여러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3 당시 국내에서 발생한 최초의 거래 사례이다 보니 더 논란이 벌어졌었다고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소액의 이자 비용만 지급하면서 의결권을 빌려 경영권을 지킨다는 것이 법적 또는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냐는 비판과 논란이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현대중공업 측이 직접 TRS 거래가 불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간접적으로 이런 논란을 적극적으로 널리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문제는 경영권 분쟁 종료 이후에 발생한다. 2007년 동안은 세계 경제가 큰 호황이었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주가가 10만 원대에서 27만 원대까지 수직 상승한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캐피탈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주가 상승분 때문에 15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봤다.

TRS 거래를 통해 발생한 큰 손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해운사들은 생존의 위기에 빠지게 됐다. 현대상선의 주가는 계속 하락해 2013년 말에는 8만 원대까지 급감했다. TRS 계약으로 주가 하락분 전액을 넥스젠캐피탈에 보상해줘야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는 큰 손실을 보게 될 상황에 처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TRS 계약에 의해 2011∼2013년, 즉 3년 동안 회사가 넥스젠캐피탈에 보상해준 돈만 4500억 원에 이른다. 3년 동안 TRS 계약에 의한 손실을 포함, 현대엘리베이터의 당기순손실은 총 3656억 원이다. TRS 관련 손실만 없었다면 회사가 흑자를 기록했을 텐데 TRS 관련 손실 때문에 회사가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상황은 [그림 3]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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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분포를 살펴보면 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40%, 쉰들러의 지분이 31%였다. 이때 쉰들러는 위기에 빠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력 사업 부문인 승강기 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지만 현 회장은 이 제안을 거부한다. 본격적인 경영권 다툼의 시작이었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회에 걸쳐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 마련 등의 목적을 이유로 총 6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증자 후 자본 규모가 6400억 원 정도라는 것을 보면 이 증자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증자 전 자본 규모가 작았던 이유는 그동안 손실 규모가 커서 자본을 거의 다 까먹은 상태였기 때문이다.4

쉰들러는 이 유상증자가 회사의 경영과는 무관하게 지배주주의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막아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 소송 때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가 위기에 빠진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일부러 유상증자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위기에 빠진 상태로 있어야 쉰들러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쉰들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자 이후 쉰들러의 지분율은 17%로 크게 하락한다.

쉰들러의 계속적인 소송 제기와
엇갈린 법원의 판결

이 소송과는 별도로 쉰들러는 지배주주의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당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손해를 보고 있다며 2014년 1월 현 회장 등 임원진을 상대로 70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2016년 8월 끝난 1심 소송에서 재판부는 TRS 계약이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맺은 것이라고 주장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을 들어줬다. 계열사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므로 법이 간섭할 영역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예기치 못한 위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했을 뿐 TRS 계약 초기에는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경영진이 손해볼 것을 알면서도 맺은 계약이라는, 즉 배임이라는 쉰들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산업은행이 주축이 된 채권단에 넘겼고, 계열사 현대증권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부채를 갚아 그룹의 위기를 모면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이름을 HMM으로 바꿨다. 즉, 지금의 HMM은 현대그룹이 지배주주가 아니라 산업은행이 주축이 된 채권단이 지배주주인 기업이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이다.

재판은 2심으로 이어진다. 2019년 내려진 2심 판결에서는 쉰들러가 승리했다. 재판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진이 주가 하락을 예측하지 못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봤다. 또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상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면 순환출자 구조에 따라 현대글로벌과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이 보장을 받게 되므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는 행위는 동시에 지배주주의 그룹 지배권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진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회사의 이사들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해 총 17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사들이 회사에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 중 현 회장이 15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즉, TRS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현대그룹 측이 2심 결과에 불복해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런데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3년째 심의 중이다. 대법원은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불러다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재판의 결과만 보고 법률 적용이 잘됐는지 또는 잘못됐는지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대부분 1년 정도의 기간 내에 결정이 내려지는데 본 사건은 예외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간에 관계없이 이런 중요한 사건이 최초 소송 제기 시점인 2014년부터 따지면 무려 8년째 소송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TRS 거래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시작하면 16년, TRS 거래를 통해 큰 손해가 발생한 2011년부터는 11년이 지난 셈이다. 어떤 결론이든지 관계없이 사법부에서 빠른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래야 경영상의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모 콜옵션 전환사채 발행5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던 2015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5년 만기 콜옵션 전환사채 2050억 원어치를 발행한다. 전환사채란 사채의 보유자가 원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만약 주가가 상승해서 채권 이자를 받는 것보다 주식을 매각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면 전환사채의 보유자는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따라서 전환사채는 일반 사채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환사채의 이자율은 일반 사채보다 낮다. 즉, 발행사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콜옵션 전환사채란 콜(call) 옵션이 부가된 전환사채를 말한다. 즉, 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사채를 되사 올 수 있다. 이 사채의 발행 조건에 따르면 콜옵션은 사채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콜옵션이 부가된 전환사채의 콜옵션은 사채의 발행사가 가지고 있는데 이때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사채의 특징은 옵션의 보유자가 사채의 발행사뿐만 아니라 사채의 발행사가 지정하는 다른 제3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이 특이한 조건의 사채가 문제가 되는지는 다음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채 발행 후 1년이 지난 2016년 말, 콜옵션의 행사 기한인 1년이 지나자 현대엘리베이터는 콜옵션을 행사해 발행 물량의 40%에 해당하는 사채 820억 원어치를 사들인다. 법으로 발행 물량의 40%까지만 콜옵션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법으로 허용되는 최대 수치인 40%를 사들인 것이다. 이런 취득 과정에서 약 47억 원의 사채 상환 손실이 발생했다. 손해를 보면서 사채를 사들였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경영 의사결정이 아닌 것으로 의심이 갈 것이다. 1년 만에 사채를 갚을 만큼 경영 환경에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들인 사채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으니 이 사채는 자기 보유 사채가 된다. 매우 드문 경우다.6 그런데 같은 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사채는 계속 보유하면서 사채에 부가된 콜옵션만을 분리했다. 그리고 이 옵션을 현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개인 회사인 현대글로벌에 78억 원을 받고 넘긴다. 즉,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를 현대글로벌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78억 원이라는 거래 가격은 옵션의 가치평가 과정을 거쳐 결정된 금액일 것이다. 그 금액이 공정한 금액이라고 할지라도 이 거래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거래를 통해 현 회장은 콜옵션을 보유하게 됐다. 만약 주가가 상승해 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된다면 콜옵션을 행사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 보유 사채를 건네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만약 주가가 충분히 상승하지 않아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손해를 보는 수준이라면 굳이 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현 회장 측은 옵션의 취득 대금 78억 원을 날리게 된다. 즉, 현 회장 측은 78억 원의 비용을 일단 부담한 대가로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을 볼 가능성을 얻은 셈이다.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주주가 아니라면 결코 일어날 일이 없는 이상한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더군다나 회사는 이를 위해 사채를 되사는 과정에 47억 원의 손실을 입기까지 했다.

이런 거래의 내용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간단히 [그림 4]에 요약해 표시했다. ①에서 ③까지의 사건만 현재까지 설명했으며 ④에서 ⑥까지의 사건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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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규제

2010년대 초반 일부 기업이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BW)를 발행했다. BW란 사채의 보유자(채권 투자자)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부가된 사채다. 예를 들어, 현재 철수 기업의 주가가 6000원인데 7000원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가된 BW를 구매한 투자자라면, 그리고 철수 기업의 주가가 7000원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서 주식을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만약 주가가 8000원인 시점에 7000원에 구입한다면 주당 1000원만큼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BW는 일반 사채보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정된 이자만 받는 일반 사채와는 달리 최소한 채권 이자만큼의 수익은 보장되면서 주가가 올라가면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서 발행사 입장에서는 일반 사채를 발행할 때보다 약간 낮은 이자를 지급해도 BW를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나타난다. 즉,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나 발행사 입장에서 모두 좋은 점이 있으니 이 상품이 자본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분리형 BW란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채권과 분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채권 보유자가 신주인수권을 따로 떼어내어 다른 제3자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2010년대 초반 일부 기업이 사모를 통해 분리형 BW를 발행하자 이를 특정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한다. 인수 직후 이 재무적 투자자는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이를 지배주주나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다시 매각한다. 즉, 재무적 투자자는 이 거래를 통해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이자 수익을 올리는 것 이외에 신주인수권 매각에 따른 매각 대금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이때 신주인수권을 인수한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얼마를 벌 수 있을지는 사전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주가가 올라간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만약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 금액만큼 올라가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배주주나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사적인 거래를 통해 이런 옵션(신주인수권)을 사들인다는 것은 이들이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상황에 대해 외부 이해관계자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만 사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해보자. 분리형 BW의 발행과 신주인수권 거래에 있어 거래와 관련된 특정 소수의 개인이나 집단들이 짠다면 지배주주나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들이 부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즉,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내부 정보가 있는 시점에 분리형 BW를 발행하고 신주인수권을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따로 챙긴다는 의심이다. 그 후 이들은 주가가 올라가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고 지분 비율을 대폭 확대해 큰돈을 벌 수 있다. 물론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돈을 버는 대가로 최초에 분리형 BW를 인수했던 재무적 투자자도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거래에 동의를 해준 대가로 정상적인 이자율보다 좀 더 높은 이자를 받을 것이다. 그 결과 이런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대다수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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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여론과 쉰들러의 소송 제기


분리형 BW의 발행 빈도가 늘어나자 이런 우려가 다수 제기됐으며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일부 발생했다. 그래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위원회는 상장기업이 분리형 BW를 사모로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즉, 사모만 금지하고 공모는 허용한 것이다. 공모에서는 공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거래에 참가하기 때문에 부정한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7 이 개정된 법의 효력이 발효되기 직전에 갑자기 분리형 BW의 발행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걸 보면 얼마나 분리형 BW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제도 보완의 결과, 이런 사례는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후 다시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사채의 콜옵션을 현 회장 측에 넘긴 결과, 현 회장은 분리형 BW의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됐다. 주식 가격이 올라갈 경우에만 콜옵션을 행사해서 사채를 넘겨받은 후 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모 분리형 BW의 발행을 금지하자 좀 복잡하긴 하지만 여러 거래를 통해 사모 분리형 BW를 발행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물론 이 콜옵션 전환사채도 당연히 사모로 발행된 것이다. 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몇몇 금융사와 사전에 해당 물량만큼 되사기로 약속을 하고 발행했을 것이다.

이 사모 콜옵션 전환사채 발행 시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표한 발행 목적은 운영 자금 사용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이 사채를 다시 사들이면서 복잡한 거래를 벌인 목적은 지배주주의 지분 비율 추가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였다. 다수의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편법 경영권 강화 목적’이라며 현 회장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8년 5월, 이 거래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모 분리형 BW를 우회 발행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에 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분리형 BW와 이 사례가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렇다고 해도 형식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을 불법이라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다. 필자도 이 판단에 동의한다.8

이러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쉰들러는 전환사채 발행 이전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나 2015년 전환사채의 발행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 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뤄졌는데도 금융당국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의 발행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아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하며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를 제기했다.9 쉰들러가 주장한 피해액은 약 3500억 원이다. 이 절차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트럼프-김정은 회담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 변화

2018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고 현대엘리베이터가 남북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강산 관광과 남북경제협력을 주 사업으로 하는 현대아산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역사적 배경과 고 정몽헌 회장의 막대한 대북 송금 자금 제공 등의 이유로 현대그룹은 당시 정권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주가가 상승하자 전환사채 중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은 나머지 60%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던 재무적 투자자들은 전환권을 행사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전환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들은 대략 800억 원 정도의 추가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재무적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하는데도 불구하고 현 회장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아마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해서 보류했을 것이다. 그러다 2019년 들어 제3의 투자자에게 콜옵션의 일부를 12억 원에 매각했다.10 이 콜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는 즉시 옵션을 행사해서 사채를 받아 주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대북 관계 개선은 현 회장이 기대한 것처럼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2019년 초 미국과 북한은 서울에서 또 한 차례 회의를 했으나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고 무력 시위를 반복했다.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됐고, 그 결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2019년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때 13만 원 정도까지 올랐던 주가는 2019년 말,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20년 들어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더욱 하락했다.

2015년 11월에 5년 만기로 발행한 사채이기 때문에 만기가 다가온 2020년에 들어서자 현 회장 측은 옵션을 행사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듯하다. 그렇지만 2020년 초 당시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채권의 주식 전환 가격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었다. 즉,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러자 현대엘리베이터는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878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으며 7월3일은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런 조치의 결과,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주가가 채권의 전환 가격인 3만2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현 회장의 옵션 실행과 생각해볼 점들

주가가 상승하자 채권의 만기인 2020년 11월 직전인 8월부터 10월까지 현 회장 측은 세 차례에 걸쳐 47억 원을 받고 일부 옵션을 미국의 자산운용사에 매각했다.11 이 제3자는 즉시 옵션을 행사해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옵션은 현 회장 측이 직접 행사해서([그림 4]의 ④) 채권을 넘겨받고([그림 4]의 ⑤)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그림 4]의 ⑥). 이때의 주가는 대략 4만 원 정도였다. 대략 주당 8000원(=4만 원-3만2000원) 정도의 이익을 본 셈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옵션을 78억 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니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정확한 순이익 금액은 옵션의 구입 비용과 일부 옵션을 매각해서 얻은 이익 59억 원(=12억 원+47억 원)을 모두 고려해야 계산될 수 있다. 주가가 덜 올라서 현 회장이 이 정도만 돈을 번 것이지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면 훨씬 더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5년 발행됐던 전환사채는 전액이 주식으로 전환됐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된 결과 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은 27%, 쉰들러의 지분 비율은 16%로 변했다. 채권의 발행 이전, 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26%이고 쉰들러의 지분이 17%여서 9%p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11%p로 커진 것이다. 전환의 결과 유통 주식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희석화 효과가 나타나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사채의 발행 시점인 2015년부터 사채의 만기 시점인 2020년 말까지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변동 추세는 [그림 5]를 보면 알 수 있다. 주가 변동 추세를 보면 무상증자와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콜옵션 행사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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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런 복잡한 거래의 결과 현대그룹 측은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씁쓸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온갖 비난을 받아가면서 이런 일을 꼭 벌여야 했을까? 경영권 방어의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주주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다른 주주들은 피해를 봤다. 주식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니 주가의 희석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또한 TRS 거래 때문에 회사 측도 큰 손실을 봤다.

필자는 국내에 지나친 규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지배주주의 무분별한 행동을 억제해서 소액주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동안 ‘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회사가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조차 본 기억이 없다. 즉, 소액주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가 일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일이 필자가 알지 못하는 다른 측면에서 소액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일지라도 대부분의 사사람에게는 지배주주만을 위한 일처럼 보일 것이다. 적어도 주주들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대기업이나 대기업의 지배주주들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반감이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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