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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치우친 정치 성향, 투자 수익에도 영향

곽승욱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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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Political Cognitive Biases Effects on Fund Managers’ Performance”(2021) by M. Moszoro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pp. 235-25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이데올로기는 금융 산업에 만연한 주요 편향 중 하나다. 특히 정치 성향에 따라 투자 성향, 투자 성과, 위험에 대한 선호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선호 정당이 집권하면 지지 세력의 낙관주의 성향과 위험자산 선호도가 덩달아 솟구치는 경향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경제 전문가와 많은 투자자에 의해 치밀하게 분석되는 대상이지만 정치적, 당파적 영향력이 배제돼 온 분야다. 이러한 전통의 예외적 시기가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 이양팀을 구성하고 주요 내각 후보를 지명한 시점을 포함하는 집권 초기 10개월간이다. 이 기간 양적 완화 등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양당의 해석은 극과 극을 달렸다.1 보수 평론가들은 당시 통화정책을 달러 가치 하락, 과잉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도를 부르는 악수(惡手)라고 혹평했지만 진보 평론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헤지펀드의 수익률 극대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는 합리적 펀드매니저라면 양적 완화가 국가 부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우적 예측에 무게를 두지 않을 것이다. 또한 효율적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다면 정치 성향에 따른 헤지펀드 성과의 차이는 없어야 정상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조지메이슨대 마리안 모조로 교수는 같은 기간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의 정치적 성향(민주당 성향 vs. 공화당 성향)과 투자 성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모조로 교수는 헤지펀드 중에서도 주식 투자에 집중하는 헤지펀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주식 헤지펀드 매니저가 역량과 재능 면에서 가장 뛰어나고 시장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의 개인 기부 탐색 엔진(Individual Contributor Search)을 이용해 1999∼2014년 헤지펀드 투자자가 정치 헌금을 어느 당에 더 많이 했는가로 측정했다. 총 7만3485명의 헤지펀드 매니저 중 3만6078명이 민주당 성향, 3만7407명이 공화당 성향으로 분류됐다.

연구 결과, 1999∼2014년 사이 16년간 민주당 성향 헤지펀드 매니저가 공화당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지속적으로 우월한 성과(월평균 0.11%p)를 거뒀다.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 대비 민주당 성향 펀드의 초과 성과는 오바마 정부 초기 10개월(2008년 12월∼2009년 9월) 동안 월평균 0.75%p,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8.76%p를 기록하며 극에 달했다. 또한 이 기간 민주당 성향 펀드의 수익률은 공화당 성향 펀드에 한 번도 뒤처지지 않았다. 민주당 성향 헤지 펀드의 매월 0.75%p 초과 성과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13억9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로 민주당 헤지펀드 투자자가 공화당 헤지펀드 투자자에 비해 이 액수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챙겼다는 뜻이다. 반대로 공화당 투자자는 상대적 손실과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민주당 성향의 헤지펀드 성과가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성과를 압도한 현상은 정치적 성향이 정보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표적 정당들의 정치적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격동, 격변의 시기에는 정치적 성향이 투자 성과 및 경제 정책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과 상관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민주당 성향 헤지펀드의 성과가 우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 헤지펀드 매니저가 민주당 행정부의 증권과 금융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 정책 입안자에 대한 접근도 쉬웠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에 따른 헤지펀드 성과의 격차를 설명할 때 행동경제학적 이유를 빠뜨릴 수 없다. 확신 편향은 정치적 성향이 강할 때(정치적 양극화가 심할 때) 덩달아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보수 매체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극단적인 경제 위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확신 편향2 이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매니저의 자기 과신을 자극하고 효익보다는 비용(위험)에 불필요하게 높은 가중치를 두어 자신들의 투자 전략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를 무시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프레이밍 효과3 도 컸다. ‘파산’ ‘고물가’ 등과 같은 부정적 단어는 미국 경제를 기술할 때 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2008년 12월∼2009년 9월 사이 우파 보수 매체들은 이러한 단어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매니저도 이러한 단어들이 주는 부정 편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저성과였다.

경험 또는 믿음이 주는 생각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가 생기면, 즉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않거나 사실로 믿었던 내용과 상반되는 증거를 관찰하게 되면 불편한 인지적 상태에 빠진다. 이를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해 무의식적인 내적 변화가 일어난다. 보통 믿음과 상반되는 객관적인 관찰 증거, 예컨대 팩트를 무시하거나 믿음을 관찰 증거와 비슷하게 바꾼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 초기, 많은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매니저를 비롯한 공화당 지지자는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수 매체 보도 내용에 스스로 매몰됨으로써 2009년도 초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겪기 시작한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려는 메커니즘4 을 작동시켰다. 이는 결국 스스로 저성과의 늪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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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정치적 신념에 기인한 인지적 편향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 산업에서조차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정치 변화의 격동기(정권 이양기)에 정보 처리 과정에 더욱 깊숙이 개입해 합리적 투자 판단과 선택을 저해한다. 더불어 금융 위기, 정치적 양극화, 새로운 행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는 정치 성향이 펀드매니저의 금융시장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비대칭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민주당 성향과 공화당 성향 헤지펀드의 일시적이지만 확연한 성과 격차다.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펀드매니저의 신념(정치적 성향 포함)이 다를 때 그 차이에 기인한 성과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예언했다. J. F. 케네디 대통령은 “진실의 적은 종종 거짓이 아니라 잘못된 신념이다. 신념과 일치하는 의견이나 해석의 편안함이 사유(思惟)가 주는 갈등과 고뇌의 불편함(인지 부조화)을 압도한다”라고 통찰했다. 이데올로기 편향은 타인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재무 안정성을 해치는 주범임을 잊지 말자.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 및 경제학, 기업 가치 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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