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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근로 소득이 주식처럼 팡팡 튈 순 없어

박세영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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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Portfolio Choice over the Life-Cycle when the Stock and Labor Markets Are Cointegrated” (2007) by Luca Benzoni, Pierre Collin-Dufresne, and Robert S. Goldstein in Journal of Finance, 63: pp. 2123-2167.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통해 혁신의 본질은 창조와 파괴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창조적 파괴 이론은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에 널리 적용돼왔다.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알파고를 개발해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구글은 창조적 파괴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에 해당한다. 구글의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2014년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전격 인수해 선제적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방식이다.

현재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소수의 혁신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기존의 시장 구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기술 혁신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며 기존 기술을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동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크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다. 과거 산업 혁명으로 기계가 우위를 점하고 수공업자들이 몰락하는 시기에 영국의 공장 지대에서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기계 파괴라는 러다이트운동이 전개된 바 있다. 또한 타임(TIME)지는 이미 60년 전인 1961년 2월24일 자 기사 ‘Business: THE AUTOMATION JOBLESS’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대량 실업에 대해 경고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오즈번(Osborne)과 프레이(Frey) 박사는 2017년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이 컴퓨터 혁명으로 인해 얼마나 사라지게 될까?’라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미국 전체 직업의 절반가량이 로봇에 의한 자동화(Automation)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혁신과 노동시장 파괴라는 기술 혁신의 양면성을 고려하면서 생애주기(Life-Cycle) 동안 우리의 자산 관리와 위험 관리 해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UC 버클리대, 미네소타대 공동 연구진은 현재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장기적으로 노동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자산관리모형을 개발했다. 이는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장 혁신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노동 소득을 증가시키거나 또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근로자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는 미래의 상황에도 새롭게 적용될 수 있어 최적의 생애주기 전략을 구사하고자 할 때 다양한 경제적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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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2020년 3월19일 코로나19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집어삼키며 코스피는 약 11년 전 수준인 1400선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불과 1년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2021년 6월24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종가 기준 3280대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2020년 2월28일, 이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130여 년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7월13일 기준으로 뉴욕증시 3대 지수(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모두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통 금융시장은 이와 같이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호재와 악재에 따라 연일 상승과 하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의 주식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반면 노동시장은 어떨까? 2019년 KDI정책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둔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8년 이래로 1%대에 겨우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동 소득은 팡팡 튀는 주식 가격에 비해 끈적한(Sticky)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에 따라 바로 반응한다기보다는 시차를 가지고 금융시장과 장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한다.

통계학에서 상관관계(Correlation)라는 개념이 있다. 두 변수 중 한쪽이 증가 또는 감소함에 따라 다른 한쪽 또한 증가 또는 감소할 때 두 변수는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말한다. 통상 상관관계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두 변수의 상호성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한 변수의 증가 또는 감소가 시차를 갖고 다른 변수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의 주가와 이자율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성을 생각해보자. 만약 주가와 이자율을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하려고 한다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오늘 주가가 폭락했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일 바로 조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가의 움직임을 관찰한 후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준 금리를 올릴지 낮출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주가와 이자율은 서로 단기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기보단 장기적으로 상호의존성을 갖고 움직인다고 설명해야 한다.

본 연구는 주가와 노동 소득이 장기적으로 상호의존성을 갖고 변한다는 특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자산관리모형에 반영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량경제학(Econometrics)에서 공적분(Cointegration)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주가와 노동 소득이 공적분 관계를 갖게 되면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현재의 상황이 노동 소득의 장기 평균(Long-Run Mean)과 상호작용하면서 장기적으로 노동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SCF(Survey of Consumer Finances)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개인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론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재무 분야의 이례적인 현상(Anomaly) 중 하나로 꼽으며 제한된 주식시장 참여 퍼즐(Limited Stock Market Participation Puzzle)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처럼 주가와 노동 소득 사이의 공적분 관계를 고려하게 되면 제한된 주식시장 참여 퍼즐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이론적 연구 결과와는 정반대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크기가 작고 장기적으로 노동 소득 위험에 많이 노출이 돼 있는 개인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최적의 선택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생산성과 노동 소득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수많은 인력이 대체되고 근로자의 임금이 계속해서 하락하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지금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시장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할지라도 노동 소득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노동 소득이라는 두 변수를 단순히 하나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가 바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단기적인 상관관계로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두 변수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장기적인 상호성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수 있는 노동 소득의 증가 또는 감소에 대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의 공적분 모델링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에서처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크기와 장기적 노동 소득 위험의 노출 정도에 따라 위험 투자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학교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2019년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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