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이글루컴퍼니(이하 이글루)’가 3세대 스마트록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판매하며 기존 기업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글루의 도어록은 사물인터넷(IoT)에 암호화 기술을 더한 스마트록으로 보안에 대한 염려 없이 원격 출입 관리와 모니터링을 가능케 한다. 도어록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집 문을 열 수 있고 빌딩이나 창고에 대한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차별점은 멀리 떨어진 숙소와 매물을 동시 다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나 미국 부동산 중개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이글루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했다. 아마존, 구글 등이 눈독 들이는 스마트홈 시장의 확대도 이글루에는 성장의 기회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금융, 물류, 공항, 항만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프라를 자랑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집들 가운데 대부분은 문에 아직도 스마트록이 아닌 기계식 자물쇠가 달려 있다. 이 때문에 필자도 열쇠를 실수로 가져오지 않거나 해외 출장 중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못해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에선 디지털 도어가 표준인 것에 비해 대조적인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비밀번호만 기억하면 열쇠 없이 다닐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린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디지털 도어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디지털 도어록 사용률만 봐도 해외는 5% 미만인 데 비해 한국은 60%를 넘는다.
한국에서는 특히 2000년대 초부터 국산 디지털 도어록이 아파트를 위주로 빠르게 보급됐다.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기본적으로 탑재가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집 문과 자물쇠를 달 수 있는 구멍이 표준 규격으로 통일돼 있는 것이 디지털 록이 널리 확산되게 했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는 각 문과 자물쇠 구멍의 위치가 제각각이라 제조사들이 일률적으로 도어록을 생산하고, 설치 및 사후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디지털 록의 보급이 늦어진 이유다.
하지만 디지털 도어록 시장이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는 연 40조 원에 달하며, 2020∼2024년 성장률도 연평균 7∼9%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높은 성장률은 상당 부분 신흥국의 소비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북미, 유럽의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디지털 도어록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등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트렌드를 가속화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2세대 디지털 도어록에서 암호화 기술을 더한 3세대 스마트록으로의 변화를 이끌게 된 것이다.
암호화 기술을 더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록디지털 도어록은 사실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선 경쟁하기가 어려운 업계다. 집, 인프라 자산 및 안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홍채 및 지문 인식, 사물인터넷(IoT)과 연계된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글루컴퍼니(이하 이글루)라는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 뒤 기존 기업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글루는 전 세계 120개 유통 파트너를 통해 3세대 스마트록을 판매,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매출의 40%는 동남아 시장에서 나오지만 미국과 중국에 지사를 두고 100여 개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3세대 스마트록을 대표하는 이글루의 도어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외에도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암호화를 특징으로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에 설치된 도어록을 열 수도 있고 웹 대시보드에서 빌딩이나 창고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한 번 혹은 주기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트럭 컨테이너나 통신 기지국 같은 곳도 누가, 언제 여닫았는지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도어록 업체들과는 차별화되는 서비스다. 또한 와이파이나 모바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동남아나 유럽, 미국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은행 OTP(일회용 패스워드, One Time Password) 토큰 같은 기술을 제품에 탑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