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현실 그 너머 ‘평행 세계’로

317호 (2021년 03월 Issue 2)

최근 뉴욕 주식시장에선 또 하나의 스타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미국 초딩의 놀이터’로 불리는 미국의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의 주가가 뉴욕 증시 상장 첫날 54% 급등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입니다. 2004년 설립된 로블록스에는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의 55%가 가입했습니다. 이들은 레고처럼 생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세계 내에서 게임을 만들고, 여기서만 쓰이는 가상화폐로 경제활동도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로블록스에서 유튜브에서보다 2.5배, 넷플릭스에 비해서는 무려 16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으로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점쳐볼 척도가 될지도 모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끝판왕이라는 메타버스의 기술과 세계관을 해독해내는 능력이 미래를 주도할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한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알파벳 이니셜을 딴 용어)의 기술과 서비스를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한다면 메타버스는 ‘빅뱅’ 수준의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입니다. 메타버스 전문가인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지금도 메타버스를 그저 젊은 세대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을 ‘어른들’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중반 또는 200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과거의 당신을 만난다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바람’을 타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메타버스라는 ‘폭풍’에 탑승할 채비를 서두르라는 조언입니다.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5년, 3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놀라운 성장세는 요즘 뜨는 상당수의 서비스에 이미 메타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의 동시 접속자 수는 4600만 명으로 가장 최근 개최된 올림픽인 리우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26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국내에선 특히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가 메타버스의 인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바타와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이 서비스는 출시된 지 불과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K팝 스타들이 자주 활용해 화제가 되는데, 지난해 9월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팬 사인회에는 무려 5000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문화 콘텐츠뿐 아니라 제조업, 정치, 교육 등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이미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증강현실 메타버스를 잘 활용하면 공장에 가지 않고도 모든 생산 공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가상세계 메타버스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선거 캠프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메타버스 속 인류는 소비자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사용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경제 흐름(economy)이 존재해야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페토 세계에서 소비되는 의류나 아이템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제작해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고 여기서 버는 돈은 현금으로 환전해 인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메타버스는 구매가 끝나면 꺼버리는 쇼핑 앱과 달리 지속적으로 이 세계 내에서 집을 꾸미고, 치장을 하고, 심지어 결혼도 하는 등 ‘주민’으로서 살아가기에 현실의 평행 세계처럼 확장성이 무한합니다.

여전히 메타버스가 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비(非)Z세대라면 친숙한 싸이월드를 떠올려도 좋을 듯합니다. 현실의 나는 러닝셔츠에 팬티 하나만 추레하게 걸치고 있을지언정, 싸이월드 속 아바타에겐 도토리로 예쁜 옷을 사 입혔던 기억을 소환해본다면 가상세계가 주는 ‘몰입’의 힘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래 인류가 가상세계가 아닌 진짜 현실에서 살 확률은 10억 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짜 현실 너머 ‘그곳’이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메타버스에 탑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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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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