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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Interview: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지속가능성 전략은 선언 후 방법 찾는 것
조건 모두 갖춘 후에 하려면 주도권 놓쳐”

이방실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 실천 전략

지속가능경영은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없이는 실현되기 힘듦. 아직 상업적으로 구현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구현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지속가능성이란 토픽을 의도적으로 우선순위에 올려놓아야 함. 모든 조건이 충족된 후에 시작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목표를 정해 놓고 방법을 찾으려는 ‘선제적’ 태도가 중요.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실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로 만드는 게 핵심. 주요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복잡다단한 ESG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를 펼치는 방안도 고려.



지난 7월 LG화학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Carbon Neutral Growth)을 달성하겠다며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 RE100 이니셔티브1 의 공식 멤버로 가입한 건 아니지만 해외뿐 아니라 국내 사업장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데 대해 업계의 관심이 크다. 전력구매계약(PPA) 등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까지 RE100 실현을 위한 제도적 여건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 때문에 RE100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내 업체들도 해외 사업장 대상으로만 우선 추진하고 있을 뿐 국내 사업장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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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과감한 선언 뒤에는 1947년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신학철 부회장이 있다.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 3M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수석 부회장(해외사업 총괄)을 지낸 그는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 체제하에 출범한 LG그룹의 첫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의 국제적인 사업 운영 역량과 네트워크에 힘입어 LG화학은 최근 2년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관련된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선 2019년 1월 미국 IBM과 포드, 중국 화유코발트, 영국 RCS글로벌 등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코발트 조달 이력을 추적하는 컨소시엄인 RSBN(Responsible Sourcing BlockChain Network)을 구성하고 시범 프로젝트2 까지 끝마쳤다. 이어 같은 해 10월엔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한 협의체인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3 에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가입했다. 올해 선언한 RE100 역시 범지구적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는 신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돼 이뤄진 것이다. LG화학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 부회장을 DBR가 인터뷰했다.

205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억제하겠다는 탄소중립 성장 계획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탄소중립 성장은 LG화학이 말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의 뼈대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번에 발표한 지속가능성 전략은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 △자원 선순환 활동 △생태계 보호 △책임 있는 공급망 개발 및 관리 등 크게 다섯 가지 핵심 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흔히들 지속가능개발과 관련해 UN이 제시한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를 참고하는데 모든 걸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으니 현재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LG화학에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 5개를 선정해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걸 수치적 목표로 말한 것이 ‘2050 탄소중립 성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보통 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측면에서 다소 수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경제적 가치라는 암초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 선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이 말 그대로 기업의 전략으로서 지속가능할 수 있으려면 지속가능성이란 주제를 상당히 큰 ‘기회’ 요인으로 바라보고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실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로 만들어야 한다. 가령, 기저귀의 핵심 소재로 제 무게의 수백 배에 가까운 물을 빨아들이는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ent Polymer, SAP)를 생각해 보자. SAP에 지속가능성을 접목해 실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려면 이걸 현재 석유화학 합성 방식에서 바이오 기반 물질로 생산해 팔 순 없을지 고민해 볼 수 있다. 현재는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실제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 혁신을 통해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과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 등이 필요하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하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신사업의 동력으로 봐야 한다.

현재 LG화학 내에서 지속가능성 전략을 실현하는 데 가장 많은 도전과제에 부딪힐 부서는 회사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본부다. 전지•첨단소재•생명과학 사업본부는 모두 미래의 메가트랜드를 겨냥한 비즈니스이기에 지속가능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지만 석유화학 사업본부는 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을 굉장히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2050년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지금보다 네 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LG화학 탄소 배출량이 약 1000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년 뒤엔 4000만 톤 정도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결국 탄소중립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성장은 계속하되 약 3000만 톤의 탄소량 4 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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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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