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더블 딥(double-dip)’의 돌파구는

최악의 시나리오 염두에 두고
최상의 컨틴전시 플랜을 짜라

296호 (2020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올해 세계 경제가 회복될 거란 전망은 모두 틀렸다.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된 상태다. 이에 경기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더블 딥(double-dip)’이 현실화되고 있다. 애플은 1분기 실적 전망 보고에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더 나빠질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짜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도 반드시 필요하다. 거시적으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양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기업들도 다양한 산업에 걸친 직간접적 피해 수준과 시나리오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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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2월에 계획된 포럼이 무산돼 강연 요청을 철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연락은 강연 섭외 취소 이상의 경제적 영향을 내포하고 있다. 수많은 항공, 호텔 행사, 숙박 및 음식 서비스의 취소이자, 관계된 행사의 후원, 광고, 에이전시 등의 취소로 확대해석할 수 있다. 이는 주요 고객들의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행업체의 매출과 기사들이 식사하는 음식점 매출, 이들이 주는 아이들의 용돈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가져온 나비효과다.

예상치 못한 일이 2020년 글로벌 경제에 딥입팩트를 미치고 있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바이러스 변수다. 본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한 준비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향후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를 살펴보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준비가 될 것이다.

더블 딥 현실화

2020년 초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 2.9%를 기록하고 2020년 3.3%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은행, OECD 등과 같은 주요 국제기구도 같은 기조로 2020년 경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1월 ISM 제조업 경기지수를 비롯해 유로존, 영국 등의 지표들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lobal Factory Revival(전 세계 공장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2019년 한 해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가 회복되면서 기업 활동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더블 딥(double-dip)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을 말한다. 2019년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기대도 잠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IMF는 올해 2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 0.4%p, 세계 경제성장률 0.1%p씩 하향 조정했다. 3월 IMF 총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영향이 가중됐다고 진단했고,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의 2.9% 수준 아래로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3월 말 들어서 2020년의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수정해 발표해 오던 모습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긴급 조정’이다.

4월 IMF는 세계 경제 전망 ‘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2020년 -3.0% 수준의 경제 위기가 도래하고, 2021년에는 5.8%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충격적인 숫자이고, 1980년대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0.08%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은 약 9조 달러(원화 기준 약 1경96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고, 이는 세계 경제 3, 4위 대국인 일본과 독일의 한 해 경제 규모를 합산한 것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단, IMF의 전망은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 하반기에 사라지면서 세계 각국이 점진적으로 방역조치를 해제해 나갈 것으로 가정(baseline assumption)한 것이다. 만일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 하반기까지 지속되거나 2021년에 재발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 충격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코노믹 패닉(경제적 공포)이 증폭되고 있다. 3월1∼10일의 일평균 수출액이 2.5% 감소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수요가 줄고, 입국 제한 조치 등으로 수출 계약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증감률 추이도 업황 전망, 매출 전망, 채산성 전망 등 모든 면에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고스란히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 휴직자가 30% 급증했다. 2월 도소매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0만2000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 고용이 침체되고 있다. 더 큰 이코노믹 패닉은 이러한 지표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채 본격화되기도 전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4월 중 발표될 3월 고용, 소비, 수출 등과 관련된 지표들은 팬데믹 선언 이후의 세계 경제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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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시대상

개학 연기, 재택근무, 무급 휴직, 희망퇴직, 사업장 폐쇄, 사실상 실직, 개점휴업. 이루 언급할 수 없는 수많은 단어는 코로나19가 가져온 2020년의 시대상이다.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현재 2만여 곳에 달한다. 휴업수당을 지원받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어와의 미팅이 성사되지 않아 수출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각종 스포츠, 음악, 포럼, 박람회 등의 행사들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초기에는 항공사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전 업종으로 줄줄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업 위기는 카드사로 전이되고 있다. 항공권 취소가 급증하면서 카드사가 항공사로부터 돌려받지 못하는 가지급금이 불어나고 있다. 항공 업황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미수금도 해소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8대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현대•롯데•BC•하나카드)가 항공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미수금이 최소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례적 금융 시장

금융 시장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Volatility Index) 지수는 2020년 3월16일 82.69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0.86의 전 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82.69%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투자자에게 반영돼 급락하다가 대규모 경제 정책이 시행되거나 치료제 등이 개발된다는 호재가 발생하면 다시 급등하는 흐름이다.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리는, 변동폭이 큰 시장의 모습이다.

국내외 증시의 낙폭 수준은 이루 계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3월10일 미국 뉴욕증시는 7% 폭락하면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됐다. 한 주 동안 3번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특히, 3월11일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한국 코스피는 장중 낙폭이 5%를 넘으면서 12일과 13일 이틀 연속으로 사이드카(sidecar)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란 선물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로, 2011년 10월4일 이후 8년 5개월 만에 처음이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 발동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코스닥 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안전자산의 정의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위험자산(risky asset)인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대표적 안전자산(riskless asset)인 금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3월 들어서는 주가 하락과 함께 금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포심이 과중되면서 현금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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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경기부양책

이례적인 일들은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나타나고 있다. 3월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0.25%p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빅컷(big cut)’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더해 3월16일 기준금리 1.0%p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2주도 안 되는 기간 안에 역사 속에 남을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꺼내 들었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Fed는 무제한 양적완화(Unlimited Quantitative Ease)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여건에 따라 무제한으로 매입하고, 매입 대상에 회사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3월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인하했다. 이로써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저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자금)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일정 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도 체결됐다. 2020년 3월19일 한국은행과 Fed는 6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본시장에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달러화 수요가 급증했고(달러화 수급 불균형), 이에 따라 환율이 요동쳤다. 이는 한국의 달러화 수급에 숨통이 트여 외환건전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투기 세력의 공격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통화 정책이지만 이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의 이례적인 일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들은 통화 정책 외에 재정 정책에도 있다. ‘역주기(逆周期) 정책1 ’을 강조해 온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내 놓을 예정이다. 경기를 급반등시키기 위해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같은 역주기 정책이 주가 될 것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2020년 도로와 수로 건설 등 교통망 사업에 1조8000억 위안(약 309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18세 이상 영주권자, 약 700만 명 모두에게 1만 홍콩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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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수천억 달러가 넘는 예산법안을 의회에서 통과한 상황이고, 1조 달러의 긴급 예산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성인 1인당 1000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독일은 5300억 달러의 대출보증에 나서기로 했고, 미온적이던 영국도 4000억 달러의 대출과 350억 달러의 직접 지원책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긴급 예산으로 3200억 달러의 대출 보증과 500억 달러의 지출을 제안했고, 심지어 대기업의 국유화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캐나다, 스위스 등 세계 각국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 시나리오

첫째,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제조업을 놓고만 보아도 그렇다. 중국 수출의 전/후방 참여 규모가 2003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에 세계 여러 제조업의 생산 차질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나라들에는 더 큰 충격이 될 것이고, 부품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코로나 쇼크’다. 애플은 17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 전망 보고를 통해 “코로나19로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세계에 판매되는 아이폰의 90% 이상을 중국 내 조립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공장들이 모두 후베이성 밖에 있고, 모든 시설이 다시 가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정상화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아이폰 생산의 주축인 폭스콘은 직원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3000위안(약 50만 원)의 인센티브를 제시했음에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GVC(Global Value Chain) 내에서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초기에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GVC를 불안하게 만든 바 있지만 3월 말에는 그 위험이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이된 상태다. 예를 들어, 현대차 체코공장 인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인근의 부품이 서로 공유돼 완성차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쪽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있거나 양국 물류가 중단될 경우 공장이 멈춰 서게 될 것이다. 미국에도 앨라배마에 연간 약 37만 대 생산능력이 있는 현대차 공장이 가동 중단에 이르렀고, 조지아에 연간 약 27만 대 생산능력이 있는 기아차 공장도 가동이 멈춰섰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의 현지 공장이 임시 가동 중단된 상황이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도 영향을 주지만 공급 자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코로나19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집객 산업’을 중심으로 한 충격이다. 단순히 중국 여행객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만 감안해 보아도 쉽게 이해가 간다. 세계 여행 지출의 17.8%를 차지하는 중국 여행객들이 줄어들면 세계 항공 및 여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가벼울 수 없다. 이와 관련된 전•후방 산업도 마찬가지다. 면세점업에 주는 충격도 유사하다. 그 밖에도 각종 스포츠, 영화, 포럼, 전시 등과 같은 대형 집객 산업이 취소•연기되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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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에게 주는 충격이다. 한국은 중국산 중간재를 수입하는 2위 교역국이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더욱 확산될 경우, 한국의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다. 자동차, 전자제품, 스마트폰 등의 국내 주력 제조업들의 생산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국은 중국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출하는 1위 교역국이기도 하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만 가지 부품을 중국이나 국내 제조사에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기업들은 이미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지역 내 주변 자영업자들도 기댈 데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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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수정 경제 전망

코로나19라는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가정에 기초해서만 경제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1은 현재 기준에서는 가장 낙관적인 전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월 중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안정될 것으로 전제로 한다.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0%를 기록하며, 근래 들어 최저점을 기록했다. 2020년 한국 경제는 0.4%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더블 딥 시나리오 : 긴급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2020년 경제를 더블 딥(double dip)으로 표현했다. 어려웠던 2019년을 지나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더 어려워지는 해가 된 것이다.

시나리오2는 코로나19 사태가 6월 중 정점을 기록하고, 하반기 내에 안정될 것으로 전제한다. IMF도 팬데믹에 대한 기본 전제(baseline assumptions)를 이렇게 하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소비와 투자의 침체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조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하반기에 집중되고 이른바 ‘보복적 투자’ ‘보복적 소비’ 등이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가 하반기에 쏟아지거나 소비자들이 미뤘던 내구재 소비를 단행하는 것이다. 하반기의 반등으로 상반기의 하락폭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지만 그 효과가 충분하지는 못하다.

시나리오3은 하반기 내에도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상에서 여러 부문에 걸쳐 병목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중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걸쳐 경제 활동이 수축될 것이고,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할 수 없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한다. 신산업 진출 및 R&D 투자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국가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차단되다시피 진행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 거래와 내수경기가 동반 침체될 전망이다. 이 경우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5.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수준의 경제위기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 상황을 극복해 내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이 요구된다. 거시적으로는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양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사스 사태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재정정책도 보건의료 분야, 피해 산업 안전망, 피해 지역 복구 등을 위해 확장적으로 편성돼야 한다. 2차 추경 편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1차 추경의 집행 정도를 지적할 상황이 아니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논의할 때도 아니다. 국민 안전과 경제적 충격 복구가 최우선돼야 한다.

적재적소의 미시 정책들이 요구된다. 나비효과의 경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많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임차료 등의 운영자금 마련이 채 안 돼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이들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특단의 대책들이 필요하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는 다른 신흥국들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수출 대상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가 심각한 산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정이 지원되고, 유출되는 인력들을 재배치하는 고용정책도 필요하다. 한편, 실제 바이러스의 영향을 부풀려 과도한 공포와 피해를 만드는 가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차단하는 노력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비효과를 비관해도 안 되고, 낙관해도 안 된다. 본질과 현 상황을 똑바로 봐야 한다.

500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나머지 4999명도 경제적으로 감염돼 있다시피 하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고충을 감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감염되지 않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도 정부는 살펴야 한다. 우리 경제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놓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놓여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정치적 이권 개입 없이, 기업들의 장삿속 없이, 국민 각자의 이기심 없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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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경기부양책들을 활용하는 사업 전략들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초저금리를 유지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을 육성하고, 자영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들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턴(U-tern) 기업 지원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고,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흥하기 위해 산업보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기부양책들을 활용하는 사업 전략들을 강구해야 한다. 추경 편성과 2020년 정부의 예산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일도 필요하다. 예산안 편성을 기초로 정책 지원이 집중될 분야를 확인하고, 공적자금을 활용한 투자 계획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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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에 걸친 직간접적 피해 수준과 시나리오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세계 스마트폰 산업의 수요가 10% 수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스마트폰 주요 구성품(디스플레이 등) 및 소프트웨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반도체 산업도 기업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감소할 것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두드러지게 감소할 것이지만 온라인 이용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등 서버용 수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다. 셋째, 자동차 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동시 쇼크가 나타날 전망이다. GVC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장산업과 배터리 부문 등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넷째, 석유화학산업은 유가 하락에 따라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석탄과 메탄올을 원료로 하는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충분한 수요가 동반되지 않아 수익성이 개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재의 경우 여행과 관광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면서 국내외 수요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화장품을 비롯한 주요 소비재들인 온라인 수요로 그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 것인지가 기업 전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8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2020년 11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