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2018년 초 도이치증권은 셀트리온이 세계 동종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비를 과다하게 비용 대신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률을 높였다면서 셀트리온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 이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회계 투명성에 관한 의문을 불러오면서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는 외국계 메이저 제약사들과 달리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기업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빨리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신약 개발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표준적인 회계 처리 지침을 발표했고, 단기적으로 시장 혼란을 수습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IFRS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런 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공시를 통해 연구개발 진행 상황과 회계 처리의 배경을 더 명확히 설명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2018년 초 셀트리온은 2017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각각 44%와 105%가 증가한 8300억 원과 52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루 새 10%나 폭락했다. 전날 도이치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도이치증권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그룹의 R&D 비용 자본화가 세계 동종 기업보다 높다. 직접 지출한 R&D 비용 비율은 27%에 불과하다”면서 이 회계 처리를 수정하면 이익률은 크게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16년 5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렵고 약 35%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업종 특성을 무시한 왜곡된 시각”이라며 강력히 반박했다. 셀트리온은 “회계 처리 기준상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신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품 성공 가능성이 확보된 시점부터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제품 허가 이전에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폭락한 것을 보면 당시 투자자들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발표 내용과 논란 자체가 회계나 제약ㆍ바이오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논란이 벌어진 적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관련 이슈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주가 변동, 공매도에 대한 과민 반응도 다시 화제가 됐다.
2018년 3월, 이번에는 차바이오텍 쇼크가 자본시장을 덮쳤다. 차바이오텍이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아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무엇보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비 23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을 두고 회사와 회계법인의 의견이 달랐다. 회사는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계법인에서는 계획대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자본시장에는 제약ㆍ바이오 업계 회사들 주식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견해가 퍼졌고, 제약ㆍ바이오 회사들 전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차바이오텍 사건이 일어난 3월24일 하루 동안에만 코스닥지수가 5% 떨어졌으며, 제약ㆍ바이오 회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10% 이상 추락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자 같은 해 4월 금융감독원은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에 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연구개발비의 일반적인 회계 처리이런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대다수 투자자는 혼란에 빠졌다. R&D 비용 자본화 또는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가 문제라는데, 대부분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를 읽어봐도 부정확한 내용이 많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전체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거 폭락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 글에서는 당시 이슈가 된 연구개발 활동 관련 지출을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업종과 구별되는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회계상 자산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발생한다. 주로 기업이 현재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을 말한다. 자산 중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개별적으로 식별이 가능한 자산이다. 특히 해당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결과,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해당 자산의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을 때만 발생한 원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은 크게 외부로부터 취득한 자산과 내부에서 창출된 자산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 활동은 기업 내부에서 창출한 무형자산과 관련이 있다. 내부 창출 무형자산의 경우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존재하는지 여부, 그 자산을 언제 인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미래 경제적 효익이 발생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과연 연구개발 활동이 벌어지는 긴 시간 동안, 어느 시점에 이르러야 기술이 미래 회사에 효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 기준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크게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로 구분하고, 그 단계에 따라 연구개발 활동 관련 지출을 다르게 회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단계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얻거나 연구 결과, 기타 지식 등을 탐색해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의 개발 가능성을 탐색하는 초기 단계를 말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연구 활동의 결과를 상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단계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전액 발생 시점에 비용(연구비)으로 인식해야 한다.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전액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로 간주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해당 기술이 실제 개발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로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개발비’라는 항목의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연구비는 발생 시점의 비용으로, 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