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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응하는 리테일 비즈니스 전략

‘Untact’ 트렌드 살려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로

황지영 | 294호 (2020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례 없는 바이러스의 습격 속에 온•오프라인 채널의 변곡점을 맞이한 리테일 비즈니스는 ‘뉴노멀’에 대비해야 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언택트(Untact)로 움직이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매장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옴니채널 구현에 힘써 소비자 경험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또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는 유연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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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와 리테일 비즈니스의 현재

전 세계 증시가 크나큰 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2008년 대공황 이후로 최단 시간 폭락을 기록했다. S&P 500의 경우 지난 2월 최고점 대비 30%나 폭락했다. 이렇게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두고 블랙 스완(Black Swans)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수위의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으로 경제와 사회가 큰 파장을 맞게 된 것이다. 1월부터 정부 주도 아래 추적과 검진, 확진자와 소통을 통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한국과 달리 필자가 거주 중인 미국은 3월까지도 뭔가 불안하지만 괜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첫 케이스 발생 이후 2개월 만에 확진자 수가 수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도 코로나19 공포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이 팽배해졌고 관련 정책들이 나오면서 리테일 산업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우선 미국 전역의 대형 마트에서는 빵, 계란, 휴지 등 기본적인 생필품들이 매진되고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일명 사재기, 영어로는 팬데믹 팬트리(Pandemic Pantry, 감염병 전파에 대비 목적으로 쌓아둔 생필품을 의미)를 마련하고자 대형 마트로 몰려들었다.

팬데믹 팬트리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다. 장기전으로 가는데 각자도생(各自圖生)하지 않으면 안 되는, 즉 정부가 개개인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가지고 있는 화장실 휴지로 얼마나 지낼 수 있는지를 계산해주는 화장실 휴지 계산기(howmuchtoiletpaper.com) 사이트가 론칭되는,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다.

변곡점에 위치한 리테일 비즈니스,
‘뉴노멀’에 대비해야

잠깐, 큰 그림에서 글로벌 경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1900년대 초 이후로 경기는 항상 굴곡의 ‘흐름’ 속에서 성장이 조정되기도 하고 저성장이 탄력을 받아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대로 된 터라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없는 조정 기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그 조정이 코로나로 인해 예상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데다 조정폭이 너무 크고 빨랐고 그 깊이도 너무 깊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 실물경제가 회복될 때까지의 시간이 길 것이고, 회복된 모습도 이전과 같은 모양새가 아닐 수 있다는 견해들이 나오는 이유다.

리테일 비즈니스에서는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의 매출이 줄어들고 온라인과 모바일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큰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번을 계기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증감세의 기울기가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과 한국의 소매 산업(리테일)은 변곡점(變曲點•Inflection Point)에 위치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뉴노멀(New Normal)’에 대비해야 할 때다.

첫째, 온라인과 모바일 등 언택트(Untact, 접촉이 없는)로 움직이고 있던 소비 트렌드의 이동이 훨씬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단순히 쇼핑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난 온라인 기반 생활습관은 이 사태가 진정이 되고 나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 자택 격리(Shelter at Home) 명령이 시행되면서 행동반경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생활 반경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스태티스타(Statista)1 의 3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23%가 이전 달(2월)에 비해 온라인 주문 횟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인스타카트(Instacart), 월마트 그로서리(Walmart Grocery), 십트(Shipt) 등 배달 앱의 다운로드 횟수도 폭증했다.2 2월 대비 3월 중순 기준 인스타카트 앱 다운로드 수는 218%, 월마트 그로서리는 160%, 십트는 124%나 증가했다. 온라인 업체들 중 38%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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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건강 검진을 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의 이용도 대폭 늘어났다. 미국에서 원격 진료 서비스 1위 업체인 텔레닥(Teledoc)은 음성 또는 온라인 비디오로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는 메디컬 서비스의 DTC(Direct-to-Consumer) 모델이다. 텔레닥은 병원을 방문하고 대기한 후 의사를 만나서 처방을 받기까지 보통 1∼2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5분 만에 마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올해 들어 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식가치가 1월 중순 95달러에서 167달러로 76%나 올랐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 대면을 꺼리는 의사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시간까지 절약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일반 의료 서비스 대신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2010년대 초부터 급성장하다가 성장세가 주춤해졌던 밀키트 서비스도 부활 조짐이 보였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으로 모든 재료와 레서피까지 배송되는 블루 에이프런 (Blue Apron)등 밀키트 서비스 업체의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

언택트가 더욱더 일상화된다면 리테일러는 어떤 면에서 신경을 써야 할까? 당장 온라인, 모바일 중심의 리테일러들은 단기간 물량 폭주와 배송 문제에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 아마존 프레시, 홀푸즈마켓을 물류 기점으로 삼아 고객들에게 주문 상품을 배송하고 있지만 주문이 폭증하면서 하루 이틀 안에 배송됐던 배송 스케줄이 5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식료품과 스낵, 음료 등 ‘아마존 팬트리’에 속하는 기본 생활용품들을 35달러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해주는 서비스인 아마존 팬트리 서비스도 잠시 중단했다. 3월 19일에는 영국 온라인 리테일러인 오카도(Ocado) 사이트에 방문객이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돼 웹사이트를 임시 폐쇄했다. 향후 4일 동안 배송할 17만 가구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이미 모든 능력과 자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쿠팡이나 마켓컬리, SSG의 쓱배송 등이 주문 폭주로 인해 품절과 배송 지연 상황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 품절, 배송 지연은 고객의 쇼핑 경험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는 고객 충성도를 낮춘다.

따라서 리테일러들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할 것이며, 어떻게 향후에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코스트코는 이노벨 솔루션(Innovel Solutions)이라는 물류 회사를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급증한 소비자 방문에도 상품 공급과 배달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3월 셋째 주 한 주 만에 150%나 주문량이 늘어난 인스타카트는 향후 3개월간 약 30만 명의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주문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해서 배달해 주는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몰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10만 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배송이 지연됐을 때 약간의 리워드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을 자사 플랫폼에 록인(Lock-in)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연구들에 따르면 불만족을 경험한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보상을 해주는 경우 소비자의 고객 충성도는 과거 수준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보상 지연을 통보하기보다 아주 작은 보상으로라도 “우리가 당신의 소비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미안함을 표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는 배송 상태를 실시간(Real-time)으로 업데이트하는 것, 즉 소비자들이 배송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때 실시간 업데이트는 문자 같은 푸시(push)형 업데이트나 Fedex, UPS 같은 배송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앱에서 배송 상태를 체크하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델타(Delta)항공은 체크인 된 가방이 지금 이동 벨트에 있는지, 비행기 안에 실렸는지, 비행기에서 내려졌는지 등을 자사 앱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가방이 분실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미국에서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을 제거하는 기능이 여행객들의 재구입 의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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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오프라인 매장들은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감소세가 더 커지며 위기감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매장의 종류에 따라 그 여파가 달랐다. 생활에 필수적인 상품과 온라인 전환에 필요한 기기들을 판매하는 매장들은 한시적이긴 하지만 판매가 증가했다. 대형 마트의 경우 팬데믹 팬트리 덕분에 단기 매출이 상승했다. 베스트바이(Best Buy)도 온라인 회의 등을 위한 웹캠, 랩톱, 키보드 등의 기기들과 식료품 보관을 위한 냉장고와 냉동고 판매가 늘었다. 코스트코는 이번 사태로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2월 매출이 약 3% 증가했다고 밝혔고,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월마트는 15만 명의 임시 인력들을 더 고용할 예정이다. 달러제너럴, 코스트코, 세이브마트 등의 물류창고 직원을 구하는 포스팅의 양이 지난 1월 대비 약 2736%나 늘어났다.

반면 스태티스타3 에 따르면 지난 1∼2월, 미국 리테일 중 패션 리테일과 가전 리테일 업계 매출은 각각 1.2%, 1.4% 감소했다. 자동차 딜러와 건축 자재 리테일 영역도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 지금 당장 구입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품이 아닌 리테일 영역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또 쇼핑몰이나 아웃렛 등 패션업계 중심의 리테일러들이 오프라인 매장 영업 자체를 중단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쇼핑몰인 몰오브아메리카(Mall of America)를 포함한 쇼핑몰들은 물론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메이시스(Macy’s) 등의 백화점들도 문을 닫았다. 뉴욕 맨해튼의 세포라, 애플, 나이키, 그리고 이케아도 미국 전역의 매장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찌, 샤넬 등 명품 업계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장을 폐쇄하고 있고 재고가 32%나 늘어나는 등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매출이 약 300억∼400억 유로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패션 업계의 위기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소싱이 기반인 특성상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의 생산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공급사슬체인의 기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현재는 대면(對面)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린다는 점을 고려해서 온라인과 배달 중심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가전 리테일러 베스트바이는 3월22일을 기점으로 전 매장을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만 제공하는 배달 중심 허브로 전환했다. 매장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가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게임 판매 리테일러인 게임스톱(GameStop)은 온라인 판매로 전환했다.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파네라(Panera)도 3월31일까지 픽업 서비스와 딜리버리, 드라이브 스루 옵션을 무료로 제공한다. 심지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알리나(Alinea)도 배달로 전환했다. 1인당 기본 식사 비용만 385달러(약 48만 원)에 이르는 고급 레스토랑도 코로나 사태로 변화를 시도했다. 알리나의 오너인 닉 코코나스(Nick Kokonas)는 3월18일 마가리타 키트 배송으로 하루 저녁에만 5600달러(약 61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개인 트위터4 에 올렸다. 시카고 레스토랑 더 비컨 탭(The Beacon Tap)은 배달/픽업 주문 건당 화장지 한 개씩을 덤으로 주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람들이 화장실 휴지를 사재기하는 데서 포착한 아이디어로 배달 주문의 가치를 더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 포항의 한 횟집이 ‘생선회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서비스를 론칭, 3000마리의 횟감을 3시간 만에 다 팔았다는 뉴스를 봤다. 횟감을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하는 창의적인 접근, 고급 레스토랑임에도 배달 중심으로 바꾸는 발 빠른 전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즉, 이렇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생각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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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을 기회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옴니채널(Omnichannel)의 구현에 더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리테일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였지만 리테일러들이 우선 과제로 삼지 못했던 과제이기도 하다.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마련하자.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이 시점을 기회 삼아 쉬어가는 시점으로 생각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를 시도해보자.

셋째,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극복해보자. 역사적으로 경기가 침체했을 때 시작된 스타트업들의 성공 확률이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들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기 속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를 론칭하는 것, 오히려 지금이 적절한 시점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미국 레스토랑들이 테이크아웃과 배달 중심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톡(Tok)이라는 시카고 기반 레스토랑 예약 솔루션 업체는 이 점에 주목해 새로운 서비스, ‘딜리버리 플랫폼(Tock Delivery Platform)’을 선보였다. ‘톡 투 고(Tock To Go)’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레스토랑들이 밀키트, 테이크아웃 등의 오더를 텍스트 메시지만으로 판매하고 배송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서비스를 만든 CEO는 앞서 언급한 알리나의 오너, 닉 코코나스다. 닉은 롭리포트(Robb Report)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사태가 번지며 나라 전체를 봉쇄하는 것을 보면서 레스토랑 산업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원 20명이 매달린 끝에 6일 만에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앱 하나 론칭하는 데 3∼4개월 걸리는데 단 1주일 만에 해낸 것. 즉, 문제에 집중하고 발 빠른 움직임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오피스 배달 중심 업체들은 가정용 배달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커스를 약간 바꿔보자. 예를 들면, 2015년에 론칭된 옥스베르트(OX Verte)라는 업체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재빠르게 오피스에서 가정용 배달로 바꾸어 새롭게 웹사이트를 론칭했다. B코퍼레이션5 인증 업체인 옥스베르트는 사회적 책임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데 코로나로 사무실들이 셧다운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자 사업의 포커스를 바꾸는 발 빠른 움직임을 취했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의 니즈와 소비자의 니즈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고안해보자.

넷째, 시선을 국내에만 두지 말고 글로벌 상황도 예민하게 바라봐야 한다. 리테일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역할이 크다.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은 38%나 차지하는데, 이는 2003년 사스 때 8%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패션 산업 매출의 4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물류에서도 너무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이다 보니 생산 차질 등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가전, 가구 소매상들이 파는 상품의 60∼7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패키징 재료나 종이 재질의 상품에도 중국의 역할이 크다. 완구의 경우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이 80%에 이른다. 리테일 다이브(Retail Dive)에 따르면 월마트는 중국에서 15%, 타깃은 30%의 상품을 중국에서 소싱한다. 한국의 리테일 상황에서 중국 소싱은 더 중요하다. 다행히 공장들이 이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1∼2월에 있었던 중국의 생산 중단은 3∼4월, 그리고 그 이후까지 글로벌 제조업과 리테일 산업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 가능한 소싱업체 등을 알아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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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생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오프라인 중심의 소상공인이다. 지역 마트, 지역 음식점들이 감소하는 방문객으로 인해 이 사태가 좀 더 지속되면 폐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조금은 덜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마존도 3월 중순, 500만 달러의 ‘이웃 소상공 구제 자금(Neighborhood Small Business Relief Fund)’을 론칭했다. 시애틀에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현금 자금을 제공해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배달 앱 그럽헙(Grubhub)과 도어대시(DoorDash)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출이 극감한 레스토랑들과 배달 직원들을 돕기 위해 배달 서비스 커미션을 안 받기로 결정했다. 특히 그럽헙은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보스턴과 포틀랜드 지역 전체에서 배달 서비스 커미션을 부과하지 않고, 1억 달러까지는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변화 기부(Donate the Change)’라고 하는 기부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는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 잔돈 금액을 반올림해서 기부하는 만큼 그럽헙이 매칭을 하는 1+1 기부 프로그램이다. 그럽헙에 따르면 3월 초에 론칭된 기부 프로그램으로 이미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금됐다. 한편 월마트는 물류창고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시급을 2달러 올렸고 이를 5월26일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월마트재단은 2500만 달러를 코로나바이러스, 식품 안전과 공공 건강 관련 조직들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대백화점도 거래처 매니저들에게 100만 원씩 약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아름다운 뉴스를 접하기도 했다. 결국 장기전으로 돌입한 이 사태에서 직원들이나 소상공인 거래처가 무너진다는 것은 비즈니스 구조에서 밑을 지탱하고 있는 큰 지지대의 무너짐을 의미한다. 당장 닥친 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조금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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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말 중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있는데, 정확한 말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이다. 경기의 부침(浮沈)은 하나의 패턴이다. 이런 대공황적인 상황은 코로나로 인해 예상 밖의 시점에서 갑자기 촉발됐다는 점에서 피해가 컸고 그 충격이 엄청나다. 리테일의 패러다임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현실이 돼버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과 앞으로 더 많이 변할 소비 행동, 즉 ‘뉴노멀’을 미리 더 적극적으로 예측해보고 대응해야 한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올해는 온•오프라인 리테일의 성장세에 변곡점을 찍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소비의 편의성을 다시 한번 분석해보고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태의 모니터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이 순간에 상생을 위한 한 발짝의 움직임이 중요한 것도 잊지 말자. 당장이 시급한 것은 알지만 이 하강 흐름도 다시 상승 흐름으로 변화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기업 자신들의 역량을 냉철히 분석해보고 앞으로 혹시라도 다가올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누구에게는 위기로 다가오는 반면 누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멀리서나마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개인들, 기업들에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필자소개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G) 마케팅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대형 유통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 『리테일의 미래(2019)』를 출간했다.
  •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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