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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막걸리 인식 바꾼 ‘지평주조’의 성장 전략

동네에서 전국구로
막걸리의 지평을 넓히다

장재웅 | 290호 (2020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도 수십 년 동안 동네 양조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지평주조가 최근 10년 사이 메이저 막걸리 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외부에서는 지평주조의 약진을 ‘마케팅의 성공’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정작 내부의 평가는 다르다. 김기환 대표이사는 지평주조의 성공을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지평주조는 ‘맛의 표준화’를 목표로 소규모 양조장으로는 드물게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좋은 맛을 내는 미생물을 연구해 지평막걸리의 맛을 업그레이드한다. 또 영업에서도 대리점과의 상생 등 기본 원칙들을 지켜나간다. 이 과정에서 지평막걸리만의 깔끔한 맛에 반한 젊은 소비자들이 지평막걸리를 나서서 SNS에 홍보하고 대리점들과의 관계도 좋아지면서 업계 최초로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평주조 측은 이는 결과일 뿐 비결은 ‘원칙을 지키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미라(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허름한 뒷골목 선술집에서 싼 맛에 먹는 중장년층을 위한 술.’

우리가 막걸리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런 막걸리가 와인이나 맥주를 누르고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다. 2010년을 전후해 막걸리가 일본에서 ‘맛코리(マッコリ)’란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사케(약 14∼16%)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약 5∼6%)로 술이 약한 사람도 즐길 수 있고 피부와 건강에 좋은 발효 식품이라는 인식이 일본에 널리 퍼진 덕분이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맥주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일본 맥주 공급에 차질이 생겼는데 그 반사이익을 막걸리가 얻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일본 내 불었던 한류 열풍도 일본 내 막걸리 인기에 한몫했다. 덕분에 막걸리 수출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막걸리 수출 물량은 2009년 7405t에서 2011년 4만3082t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일본발(發) 막걸리 훈풍은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막걸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주점이 홍대·강남 등 번화가에 줄줄이 생겨났다. 막걸리 인기에 출고량도 크게 늘었다. 막걸리 출고량은 2009년 17만6000㎘에서 2010년 26만1000㎘로 1년 새 47.8%나 증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막걸리의 봄은 짧았다.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고 막걸리 시장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2011년 5079억 원(출고액 기준)이던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17년 4469억 원으로 감소했다. 막걸리 수출액도 2011년 5273만 달러(약 620억 원)로 고점을 찍은 뒤 2018년 1241만 달러(약 146억 원)로 빠르게 감소했다. 한일 관계 냉각화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영세한 국내 막걸리 양조장들의 전략 부재와 마케팅 역량 부족이 큰 원인 이었다. 특히 막걸리의 품질과 맛에 집중해 고급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막걸리 열풍에 편승하고자 가격 경쟁에만 매몰되면서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한 싼 막걸리들이 시장에 많이 나왔고 이는 소비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막걸리 시장은 반짝 인기 후 장기 침체기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막걸리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모든 막걸리 제조업체가 다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회사가 있다. 지평주조가 그 주인공이다. 지평주조는 막걸리 붐이 한창이던 2010년 당시 매출 2억 원을 올리는 동네 양조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김기환 현 대표이사가 회사를 맡은 후 불과 9년 만에 매출액 230억 원(2019년 추정 매출액)을 올리는 막걸리 업계 강자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 회사의 성장세에서 놀라운 점은 기존 막걸리의 주요 고객인 50대 이상 장년층이 아닌 2030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기존 막걸리 업계 강자인 서울탁주나 부산생탁도 못한 전국 유통망을 경기도 작은 마을의 양조장이 구축했다는 점도 이 회사가 최근 주류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지평주조가 짧은 기간에 막걸리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떠 오른 비결을 DBR이 분석했다.



연 매출 2억 원에 직원 3명인 동네 양조장을 물려받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에 위치한 지평주조 양조장은 1925년에 생겼으며, 현재 막걸리를 생산 및 유통하는 양조장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특히 이 양조장 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사령부로 쓰이기도 했고 치열했던 지평리전투에서도 유일하게 포탄의 피해를 입지 않고 보존된 건물이다. 그래서 2014년에는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역사적 가치만큼이나 스토리도 있는 양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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