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중국 핑안보험 사례로 본 AI 활용

안면인식 기술로 ‘관상’ 면접, 보험 사기 적발까지
전통 산업 보험업계에도 AI 혁신 붐

285호 (2019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핑안보험의 인공지능(AI) 활용 전략
: 99.8%의 정확도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설계사 채용부터 설계사 교육 및 관리, 영업모델, 보험 계약 심사 및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 고객 서비스 등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가령, AI가 면접관이 안면인식 기술을 토대로 지원자의 ‘관상’을 보면서 지원자 프로파일에 최적화된 질문을 던지고, 채용 후에는 고성과 설계사들의 DB에서 성장 패턴을 유형화해 초보 설계사들에게 가장 잘 부합하는 맞춤형 성장 모델을 제시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중국 핑안(平安)그룹에서 보험 설계사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30대 남성 주윤발 씨. 예전 같으면 통상적인 서류 접수 및 필기시험, 간단한 면접 등으로 며칠을 보내야 할 텐데 웬걸, 인공지능(AI)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을 채용 프로세스에 도입한 핑안보험 덕택에 모든 작업을 일사천리로 끝냈다. 신원 검증은 물론 면접까지 채용의 모든 프로세스를 도맡아 한 건 사람이 아닌 AI 면접관이었다. 핑안보험의 고(高)성과 설계사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예상 영업력과 정착률1 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안면인식 정보를 통해 AI가 ‘관상’을 보고, 심지어 음성 녹음(voice recording) 정보를 통해 지원자들의 말투와 어조까지 분석한 후 지원자의 프로필을 종합해 도출해 낸 질문들이다.

족보란 건 있을 수 없는 진짜배기 면접을 통과한 주 씨. 이제 선배(사람) 설계사들이 등장해 신입사원 교육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심지어 트레이닝 담당자도 AI다. 핑안보험은 일명 ‘스마트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AI 기반 설계사 육성 시스템을 운영한다. 자사 고성과 설계사들의 DB에서 설계사별 성장 패턴을 유형화하고 초보 설계사의 성향 및 과거 경력과 특성을 고려해 가장 잘 부합하는 맞춤형 성장 모델을 찾아낸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개인의 강점을 살리고 꼭 보완해야 하는 약점만 핀셋처럼 집어서 보강하는 고효율 트레이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AI는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영업 현장에 투입되는 주 씨와 항상 동행한다. 채용부터 실제 영업에 이르기까지 AI가 핑안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AI 적극 활용하는 中 보험사

보험업은 오랫동안 대면 설계사로 대표되는 전통적 영업 채널에 의존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상품 특성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업 상품과 비교했을 때 상품 약관 내용의 복잡도가 높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업의 특성상 고객들 스스로 상품을 찾도록 만들기보다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푸시’형 영업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계약 체결 과정에서 개인적 인맥을 고려해 감정에 소구하는 지인 영업 등 소위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많이 요구된다. 보험업이 금융업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 수준과 속도가 느린 업종으로 종종 오해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단언컨대 현재 글로벌 금융기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트렌드를 주도하는 업종은 보험업, 특히 중국의 보험사들이다.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을 이끌어 온 서구 국가들보다 중국 보험사들의 AI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크게 고객과 기업, 국가 등 3가지 차원에서 그 사유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중국 국민들은 전반적인 핀테크 기술을 비롯해 AI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2명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며, 전 세계 약 40%의 온라인 거래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등 이미 핀테크 서비스는 중국 국민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기업 역시 핀테크 기술과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선제적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핑안보험 같은 기존 금융회사들은 물론 소위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위시한 하이테크 대기업까지 AI 기술 확보를 전략적 이니셔티브로 설정하고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며 기반 기술 개발 및 특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디지털 금융업의 확산을 위한 기초 토대가 될 수 있는 개인정보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선진국 대비 매우 관대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AI 3단계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 AI 이론과 기술, 응용 측면 모두에서 선두 달성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표 1)



이러한 배경하에 중국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insurtech)에 대한 투자를 핵심적 전략 및 디지털 보험산업의 발전 원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한 해에만 인슈어테크 유관 기업이 200개 이상 생겨났을 정도다. 이처럼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온라인 보험 상품 개발 및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온 결과, 중국의 디지털 보험 수입 보험료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약 35%씩 성장해 올해는 약 4100억 위안에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선봉에 서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핑안그룹이다. 핑안그룹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 계열사별로 AI 전담팀을 만들어 놓고 AI 기술을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룹 전체 IT 인력만 3만 명에 달하며 기술 특허 보유 수도 6000여 개로 중국 금융기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림 2) 핑안보험의 대표적인 AI 기반 기술은 단연 안면인식 기술이다. 핑안보험은 2013년 안면인식 기술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14년 AI 연구소 설립 △2016년 안면인식 기술 발표 △2017년 안면 인식,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혁신 서비스 출시 등 안면인식을 중심으로 한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 오고 있다. 그 결과 핑안보험의 안면인식 기술 정확도는 99.8%로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발표다. 25분의 1초의 짧은 순간에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 깜빡임을 잡아내 유의미한 결과를 해석해 낸다고 한다.



핑안보험 AI 활용 사례 분석

현재 핑안보험은 고도화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세일즈 모델(설계사 채용·교육·관리 및 영업)과 △오퍼레이션(보험 인수, 보험 청구, 고객 서비스) 모델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림 3) 본 글에서는 핑안보험이 가치사슬의 전 영역에 걸쳐 어떤 AI 혁신을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세일즈 모델 혁신

핑안보험은 설계사 채용, 교육, 관리 및 영업 모델 전반에 걸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 하고 있다.(그림 4)

사진

1. 설계사 채용

우선 AI 면접관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외근직 지원을 받아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앞서 언급했듯 안면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해 지원자의 신원을 검증(범죄 사실 유무 판별 등)하고 심지어 간단한 신체검사(예: 얼굴 스캔을 통해 고객의 체지방 비율 계산)까지 수행한다. 핑안보험은 작년 말까지 이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총 100만 명에 대한 채용 심사(누적 면접 시간 20만 시간)를 진행했다. AI 면접관은 효율성과 효과성 모든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채용 프로세스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AI 면접관을 통해 선발된 설계사들의 정착률도 9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핑안보험은 2016년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작년 말까지 설계사 채용 및 유지 비용 측면에서 약 1조 원을 절약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2. 설계사 교육

설계사 교육의 경우 고성과 설계사들의 영업 노하우가 신입 설계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수될 수 있도록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림 5) 구체적으로, 기존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교육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 DB, 설계사 개인별 특성과 프로필(예: 사교 능력이 좋은 유형, 근면한 유형, 네트워크가 좋은 유형 등)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유형별 인재 교육 계획을 수립해 설계사별로 맞춤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심지어 AI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수집한 ‘관상’ 데이터까지 활용해 설계사들의 성향과 기질을 예측, 설계사별로 최적화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트레이닝 결과, 핑안보험은 핵심 설계사(설계사당 영업 생산성이 업계 상위 20% 수준에 속하는 고성과 설계사)로의 양성 교육 기간을 기존 36개월에서 15개월로 줄일 수 있었고, 핵심 설계사 수도 지난해 38만3000여 명에서 2019년 현재 45만9000여 명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3. 설계사 관리

핑안보험은 설계사들의 원활한 영업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가령, ‘업무 비서’ 기능의 경우 설계사가 업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조언을 제공해주는 등 전반적인 업무 흐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식 비서’ 기능을 이용하면 보험 지식 및 상품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본사 영업 지원 매니저와 모바일 질의응답(Q&A)도 바로바로 할 수 있어 실제 영업 현장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 가상으로 세일즈 역할 연습을 하면서 상황별 최적의 솔루션을 익힐 수 있는 ‘영업 비서’ 기능도 마련해 설계사들의 실전 영업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4. 영업 모델

핑안보험은 소셜미디어 플랫폼(Social Media Platform),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통신지원(Tele-support) 3개 축을 뼈대로 하는 ‘SAT(Social, App, Tele-support) 모델’을 구축, 본사와 설계사 및 고객 간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밀한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들의 상품 반복 구매를 높이면서 설계사들의 생산성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핑안보험은 위챗을 위시해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설계사의 퍼스널 마케팅 및 영업 지원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설계사가 고객에게 신뢰받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지돼 모바일 메신저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험 상품을 마케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런 지원하에 설계사는 다양한 플랫폼(고객이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 관계를 형성,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판매로까지 전환할 수 있다.

앱은 크게 설계사들이 사용하는 ‘설계사 앱’과 고객들이 사용하는 ‘고객 앱’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설계사 앱은 설계사들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작됐다. 위챗이나 (고객이 선택한) 기타 소셜미디어네트워크, 고객 앱에서의 고객 활동 내역을 분석해 알려줌으로써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적시에 제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객 앱은 보험 생태계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허브 역할을 한다. 이른바 ‘황금 주부 앱(Golden Housekeeper App)’으로, 고객들의 기존 보험 계약 관리는 물론 ‘쇼핑몰’ 메뉴를 통해 기타 이용 가능한 생명보험이나 투자, 현금 상품에 대해 손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림 6)



이 밖에 핑안보험은 통신 판매 설계사들이 금융상품, 생명보험상품, 손해보험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교차 영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양질의 영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SAT 시스템을 사용한 핑안보험의 설계사는 약 2억2000만 명(누적 이용 기록)으로, 총 13억 건의 업무를 이 시스템을 활용해 처리했다.


오퍼레이션 모델 혁신

핑안보험은 보험사의 핵심 업무 영역인 보험 인수(underwriting)와 보험금 청구(claim) 및 사후 관리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1.보험 인수

우선 보험 인수 시 핵심 절차인 신원 확인과 과거 보험 사기 이력 등을 조사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현재 핑안보험의 안면인식 기술 수준은 분당 3만 개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 99.8%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일시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표정까지 분석해내는 것은 물론 안면인식 결과를 활용해 체지방 지수를 예측해 내는 등 건강 항목 평가와도 연동해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2. 보험금 청구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에도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즉, 보험금 청구자의 진술 시 표정, 안면 근육 경련 등을 분석, 보험 사기로 의심되는 청구 건에 대한 판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보험 사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으로 프로세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 병원과 제휴해 실시간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보험금 청구 및 환급 프로세스 자동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림 7)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핑안보험은 보험금 지급 처리 소요 기간을 과거 사람이 심사를 진행했을 때에 비해 평균 3.6일에서 1.4일로 2.2일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심사에 필요한 서류도 약 16개에서 2개로 대폭 감소해 고객들의 충성도도 약 12%p 상승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3. 고객 서비스

핑안보험은 챗봇을 활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본인의 계약 상품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24시간 온라인 가상 응대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보험계약 외 다양한 재무관리 상담(현금관리, 단기 투자 정보, 펀드 구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핑안 굿 닥터 서비스’와 연계해 의료 서비스 관련 문의에도 대응하고 있다.



나가며

핑안보험의 이러한 AI/디지털 기반 설계사 영업 모델 혁신은 비단 회사의 생산성 개선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설계사의 업무 효율성 개선을 통해 직업 만족도 및 소득 향상을 이끌어 냄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저비용으로 적시에 매력적인 보험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즉, 고객-설계사-회사 모두가 ‘윈윈’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대면 영업 채널 의존도가 높은 모든 업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상에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AI/디지털 혁신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상생을 가능케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자소개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 jang.kwonyoung@bcg.com
필자는 보험 및 금융업계 구조조정, 인수합병, 디지털 사업 모델 혁신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보험·금융 부문 전문가다. 최근에는 국내 선도 금융지주 및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보험사와 금융기관의 턴어라운드 및 디지털 사업 모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수학했다.



DBR mini box: 사고 예방하고, 시각장애인 돕고… AI 활용 사례

1. 화재 등 안전으로부터 고객과 직원을 보호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셸(Shell)은 유전, 가스전, 정유시설, 송유관 등 초대형 장치와 설비를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4만4000개가 넘는 주유소까지 관리해야 한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철저하게 관리되는 작업장이나 시설과 달리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이 들어가 있는 주유소 및 매점들 각각의 환경에서 일일 평균 3000만 명이 넘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큰 과제다. 특히,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주유소에서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셸은 일일이 사람의 눈으로 수만 개의 주유소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이에 셸은 인공지능(AI) 머신비전(machine vision) 시스템을 도입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나 기타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예측,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셀프주유소에 진입한 차에서 내린 어떤 운전자가 주유캡을 돌려 열어 노즐을 꽂아 주유를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드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현장에서 이를 찍고 있는 카메라 영상은 실시간으로 클라우드가 아닌 사물인터넷(IoT) 에지(edge) 솔루션에서 처리돼 안전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사물인터넷 허브(hub) 솔루션을 통해 클라우드로 전달돼 딥러닝과 AI 모델이 고객의 손에 들린 담배 개비를 포착해 관리팀에 경고를 보낸다. 이를 확인한 직원은 즉시 해당 주유 펌프의 작동을 멈춘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셀프주유소나 여타 업태 소매점, 또는 영업시간이 아닌 24시간 중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초동 대응을 자동화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직원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뉴질랜드 제강업체 벌칸스틸(Vulcan Steel)은 뉴질랜드와 호주 전역에 퍼져 있는 고객사에 하루 약 3000번 이상 제품을 배달한다. 무거운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직원들에게 통상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뿐이었다. 실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사고가 실제 일어나거나 사고가 생길 뻔한 경우에만 사후에 추가 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벌칸스틸은 무사고를 목적으로 AI를 도입했다. 즉,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화물트럭에서 촬영한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안전도를 평가했다. 사람이 화면 앞에 앉아 장시간에 걸쳐 수천 개의 영상을 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닌 AI로 영상을 재빨리 분석해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안전도를 평가하는 직원은 AI가 추려낸 소수의 영상만 검토함으로써 가장 문제가 되는 행동 패턴에만 집중하고 대처하면 된다. 이는 직원들 개개인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안전제일 문화를 뿌리내리는 효과까지 가져오기도 했다.



2.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는 지팡이

어떤 형태의 지팡이에도 장착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기기를 상상해보자. 사용자가 지팡이 막대로 길 위에 있는 낮은 장애물을 살피는 동시에 기기는 초음파 센서로 사용자 가슴이나 머리 높이에 있을지 모를 가로수 나뭇가지 등의 장애물을 탐지해서 스마트 기기를 진동해 알려준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과 연동돼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않고도 사거리에서 어느 쪽으로 돌아야 할지, 아니면 목적지에 다다랐는지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버스 앱과 연결하면 어느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지팡이를 쥔 손의 손가락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터치패드와 버튼도 있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조작할 수 있다. 원하면 지팡이를 돌리거나 막대 끝을 땅에 툭툭 치는 것만으로도 앱을 조작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제 존재하는 스마트 지팡이(WeWalk Smart Cane)를 묘사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2억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고, 이들 중 5000만 명이 걸어 다닐 때 지팡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1946년 지팡이가 개발된 이래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가슴이나 머리를 가로수 나뭇가지 등의 장애물에 부딪히며 걸어 다니는 현실을 보다 못한 터키의 시각장애인 엔지니어 쿠르사트 실란(Young Guru Academy의 최고경영자, 공동 창립자)은 위워크(WeWalk)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스마트 지팡이를 개발한다. 실란의 고국 터키에서는 버스 일정표까지 음성으로 지원될 뿐 아니라 원하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에게 정차할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못 찾는 경우에는 소리를 내라고 지팡이를 통해 명령할 수도 있다. 기기 안에 속도계, 자이로스코프, 나침반까지 장착돼 있어 앞으로 개발자들이 다양한 앱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놓았다. 앱 개발이 활기를 띠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데이터도 축적이 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혁신의 연료가 될 것이다. 현재 위워크는 마이크로소프트 AI를 활용해 음성 명령 기능 추가를 고려하고 있다. 스마트 지팡이에 달린 터치패드나 버튼을 사용하는 것 외에 간단하게 음성으로 명령함으로써 연동된 앱의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더 나아가, AI 서비스 중 통역 기능을 활용해 60개 언어를 지원할 수도 있다. 스마트 지팡이가 알아서 길거리 신호등과 소통하고, 택시 등의 교통수단을 호출하고, 사고 발생 시 구조 요청을 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필자소개 윤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지역본부 선임 변호사 chanyoon@microsoft.com
필자는 미시건주립대에서 법학 학사, 보스턴대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다. 제조업, 자동차, 에너지, 리테일 등의 산업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 주요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법무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 보다 안전하고 신중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법, 규제 계약 측면에서 건설적인 논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