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신뢰 도약

273호 (2019년 5월 Issue 2)

경영 사상가인 레이첼 보츠먼 영국 옥스퍼드대 초빙교수는 저서 『신뢰 이동(흐름출판, 2019)』에서 비즈니스 혁신의 과정을 ‘신뢰 도약(trust leap)’이란 개념으로 풀이합니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인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신뢰 체제를 구축하면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결제 방식을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시장에서는 물물교환으로 거래를 해왔습니다. 실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화폐가 등장했습니다. 돈은 가상의 재화여서 실물 거래에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이상하고 위험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참가자 모두 화폐를 신뢰했습니다. 신용카드, 사이버머니 등도 기존 거래 관행에서는 극도로 위험해 보이는 상품이었지만 결국 신뢰를 얻으면서 세를 확장한 사례입니다.

비단 혁신뿐만 아니라 모든 상거래에서 신뢰는 핵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신뢰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보다 비공식 채널의 역할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등과 관련해서 공식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정보보다는 지인의 비트코인 투자 행위나 지인이 전해준 정보 등에 대해 훨씬 높은 관심과 신뢰를 보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부 지도자보다 지인이나 SNS 친구에 대한 신뢰도가 두 배나 높다는 에델만의 조사 결과도 이런 맥락입니다. 또 닐슨미디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 이상은 친구와 가족의 추천을 전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답하는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가 공식 미디어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신뢰 도약을 통해 성공한 결제 수단도 공식적 정보 외에 주변 지인의 추천이나 사용 경험 등이 큰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구전, 혹은 온라인 익명 채널, 커뮤니티나 댓글 등을 통해 유통되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공식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특징과 기업 전략을 분석한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한 이시혁 theQ 대표 등에 따르면 비공식 정보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식 채널로 유통되는 정보와 달리 비공식 채널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색되거나 과장된 이야기들이 더 환영받습니다. 둘째, 공식적인 직함이나 위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사장을 비난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셋째, 가치 기준이 다릅니다. 공식 미디어에서 전혀 중시하지 않는 소식이 비공식 채널에서는 핫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양과 질이 폭증함에 따라 기업에 끼치는 영향도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불합리한 관행이나 리더십이 행사되는 조직에서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이 됩니다. 반면, 언더그라운드 정보를 잘 활용하면 조직 운영이나 사업 전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혁신을 촉발하는 강력한 정보 원천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DBR은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특징과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전략 대안 및 사례, 전문가 인터뷰 등을 담았습니다. 많은 지혜와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