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기업 다각화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관리’

272호 (2019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의 다각화 전략은 언제 효과가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여러 사업을 수행하는 복합 기업들은 응집력 있는 사업과 운영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2. 다각화 기업들은 자회사의 니즈에 맞춰 본사의 육성 전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3. 각 자회사에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필요한 자본을 할당하면 전략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겨울 호에 실린 ‘A New Playbook for Diversified Compan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이뤄진 기업 분할의 물결은 산업 전반에 파문을 일으켰다. 예컨대 소비재 산업에서는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가 북미 식품 사업 부문을 분사(spin-off)했다. 소재 산업에서는 알코아(Alcoa)가 알루미늄과 엔지니어 사업 부문으로 쪼개졌고,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HP가 프린터 및 PC사업과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분리됐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덴마크의 복합 기업인 A.P. 몰러-머스크(A.P. Moller-Maersk)가 석유화학 계열사를 매각했으며,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지멘스(Siemens)가 의료기술 사업을 분사했다. 이런 트렌드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1990년대 후반 유럽으로 확대된 뒤 최근 몇 년간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강성 투자자들이 한 분야에 특화된 기업 구조를 요구하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바라던 문어발식 대기업의 종말이 마침내 다가온 것일까. 2 지난 수년간 재무와 전략 분야 학자들은 가벼운 사업 다각화는 괜찮지만 다각화 정도가 지나치면 기업의 실적과 가치 창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업들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없으면 불리하다고 봤다. 3 사업 다각화와 실적 간의 상관관계가 역U자형 곡선을 따른다는 이런 논리는 경영 관련 문헌을 통해서도 타당성을 인정받았고 4 기업 전략을 다루는 주요 교과서에도 계속 실려 왔다. 5


그렇다면 그동안 기업들은 왜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다각화를 추진했던 걸까? 규모가 작고 전문화된 기업보다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관리자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기업 인수 위험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게 통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할 때 최근 기업들이 다각화에서 탈피해 가장 잘 아는 한두 개 분야에만 주력하는 이유는 경제가 더욱 발달하고 자유로워지면서 다각화 기업이 자본과 상품 시장에서 기존보다 큰 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6



직관적으로는 그럴듯하고 깔끔한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다각화 수준이 매우 높은데도 계속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많은 사모펀드 그룹과 알파벳(Alphabet), 마힌드라그룹(Mahindra Group) 같은 대기업은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채 번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의 다각화 관리 역량에 생각보다 큰 편차가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 7 둘째, 다각화 후퇴 이유가 외부 시장의 압력 때문이라면 다각화로 인해 가장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기업일수록 이미 다른 곳으로 집중할 분야를 찾았거나 사업에서 철수함으로써 다각화의 전체 평균 수익을 올려놓았어야 한다. 8


분명한 사실은 다각화라는 주제 안에 생각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필자들이 두 가지 조사에 착수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먼저, 사업 다각화와 실적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50년간 이뤄진 경험적 연구들에 대한 메타분석(meta-analysis,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객관적, 계량적으로 종합해 고찰하는 것-역주)을 실시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다각화를 이끄는 요인들을 찾기 위해 사업 집중도가 높은 경쟁사보다 지속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인 다각화 대기업 30여 개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업종은 다양하다. 필자들은 공개된 자료에 없는 부족한 부분은 각 회사의 관리자들과 애널리스트, 업계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채워 넣었다.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 연구내용

필자들은 기업의 다각화와 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본 연구의 메타 분석을 위해 박사 논문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재무, 경제, 경영 분야의 대표적인 50개 학술지 내용을 검색했다. 본 연구의 데이터 세트는 1962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발표된 총 267건의 연구 자료와 더불어 28개국에서 실시된 기업 수준의 관측 데이터 15만 건을 포함한다. 이는 과거 이 주제를 다룬 어떤 메타 분석 자료보다 훨씬 더 방대하다.

필자들은 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업 부문의 수와 각 부문의 매출 비중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다각화 측정 방법을 고려했다. 이 지표를 통해 관련 다각화와 비관련 다각화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필자들은 기업의 성과 분석에 있어 총자산순이익률(ROA, 기업의 총자산을 통해 창출한 수익) 같은 회계 지표들과 토빈 Q(Tobin’s Q, 설비투자의 동향을 설명하는 지표) 같은 자본시장 기반 성과 지표들을 모두 활용했다.

여러 메타 분석 기법을 적용한 결과, 관련성이 적은 다각화가 사업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련성이 적은 다각화가 사업 성과에 미치는 평균 효과는 부정적이었고, 특히 197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강한 마이너스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부정적인 효과는 상당히 줄어들어 통계적으로 0에 가까워졌다. 관련성이 높은 다각화가 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연구 결과, 다각화 수준이 높다고 해서 꼭 성과가 나쁜 게 아니며 다각화 기업이 결코 사라져 가는 추세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평균적인 다각화 수준이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지긴 했지만 관련 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는 오히려 199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관련 다각화란 기업의 계열사끼리 유사 제품 및 서비스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본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관련 다각화 전략은 기업의 사업 성과와 자산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

또 필자들은 비관련 다각화가 평균적으로 사업 성과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작아 사실상 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기존 연구와 상당히 다른 결과다. 원래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기업의 비관련 다각화가 실적에 매우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가치(market value)나 리스크 조정 후 시장수익률(risk-adjusted market returns) 같은 자본시장 지표, 수익성이나 매출 성장률 같은 회계 지표 등 여러 성과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9


이런 변화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각화 비용이 확실히 떨어졌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최근 몇 년간 가치 파괴 행위들로 인한 리스크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 시장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며, 가치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인센티브가 확산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업 투명성이 향상된 것과 관련이 깊다. 반면 다각화의 이점은 계속 유지돼 왔다. 금융위기 당시 다각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본을 더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10 또 풍부한 내부 시장을 제대로 활용해 지식과 경영 능력을 높일 경우 재무적, 조직적 혜택도 더 많이 얻어갔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최근 사례들이 보여주듯 기업 다각화는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술을 새로운 사업에 이전하는 강력한 조직 모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다각화는 해당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보다는 그 기업의 지식과 기술, 기타 무형 자산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와 더 관련돼 있다. 다각화 전략이 전반적인 성과를 해치는 게 아니라면 과연 이런 다각화는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본 연구결과를 보면 기업은 보통 다음 3단계를 거쳐 보상을 얻는다.

1.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사업 모델의 수를 제한하고, 각 모델을 강력하고 응집력 있는 운영 모델로 지원하라. 다각화의 어려움은 기업이 가진 사업 부문이나 제품, 산업 수가 얼마나 많은지보다 사업 모델이 얼마나 다양한지에 의해 결정된다. 사업 모델을 보면 조직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어떻게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어떻게 회사를 위해 가치를 포착하는지 알 수 있다. 11 성공적인 다각화를 이룬 기업들은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지배적인 원칙을 갖고 있다. 이들은 조직의 전문성과 지식을 최대한 폭넓은 사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끔 포트폴리오를 짠다. 같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거나 같은 원재료를 사용하는 등 얼핏 보면 제품이나 시장 측면에서 관련성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른 사업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다.

가령,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easyJet)의 지주 회사이자 비상장 기업인 영국의 이지그룹(easyGroup)을 살펴보자. 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이지버스(easyBus), 이지카(easyCar), 이지호텔(easyHotel) 같은 여행 관련 벤처부터 이지커피(easyCoffee), 이지짐(easyGym), 이지머니(easyMoney) 같은 생활 밀착형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지’라는 브랜드를 가진 대규모 사업 컬렉션이다. 제품 측면에서 보면 이지그룹은 고도로 다각화된 대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이 자회사들은 아주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모두 ‘거품을 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룹 모태인 이지젯의 사업 활동을 산업이 아닌 사업 모델 측면에서 해석했다. 그 결과 비슷한 논리를 가진 다방면의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이들이 전개하는 사업들은 ‘이지’라는 강력한 그룹 브랜드를 바탕으로 상품의 범주를 초월해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한다. 제품 및 서비스 표준화, 비용 절감에 철저히 집중하는 이들의 전략은 그룹 차원의 저비용 포지셔닝의 기반이 된다. 또한 이들의 온라인 배송 시스템은 계열사 전반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학습 공유의 기회를 마련한다.

이지그룹 사례에서 보듯이 포트폴리오에 속한 사업들 사이의 공통점은 사업 모델의 서로 다른 측면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 창출, 가치 전달, 가치 포착이 이뤄질 것이다. 가치 창출의 측면은 맞춤형 상품이 가능한지, 서비스와 상품 매출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등과 관련이 있다. 가치 전달은 기업이 얼마나 자본 집약적인지, 유통 모델은 어떤지에 의해 결정되고, 가치 포착은 기업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과 경쟁사 대비 차별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공통점은 각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얻는 데 꼭 필요하다. 이지그룹은 이 같은 유사성을 바탕으로 각 사업 부문의 성공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다.

회사의 운영 모델은 사업 모델의 핵심이고, 많은 경험적 증거가 보여주듯 성과를 가져오는 주된 동력이다. 12 이는 효율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고, 포착하게 만드는 역량들의 총체다. 또한 운영 모델은 일종의 철학이다. 일관된 관리 프로세스이자 관행이 돼 기업의 의사결정과 목표 수립 방법을 규정한다.

기업은 응집력 있는 운영 모델을 통해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전체적으로 높일 수 있다. 과학기술 기업인 다나허(Danaher)가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의료진단, 생명과학, 치과치료, 환경 및 응용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25개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도 180억 달러가 넘는다. 다나허의 사업은 각각 다른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통해 전개되며, 이들은 여러 중요한 공통점을 가진다. 가치가 높은 시스템에 들어가는 고성능 부품을 중저가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이들 부품은 타 제품으로 대체하기도 힘들다. 다나허 부품들은 보통 조립식이며, 고객 맞춤화 정도가 낮고, 중간 규모로 생산된다. 다나허의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런 시장은 성장성이 높으면서 변동성은 낮고, 고객층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지멘스나 GE같이 고상한 대기업들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13


다나허 비즈니스 시스템(DBS)이라는 이 회사 고유의 운영 모델은 전 사업 부문에 똑같이 적용된다. 이 운영 모델은 4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들 요소는 ‘생명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다’라는 광의의 사업 목표를 뒷받침한다.

● 사람(People): 다나허의 인재 관리 시스템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직원 2000명의 발달 ‘여정’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이 같은 인재 육성은 월별 평가와 DBS 원칙 및 툴킷(tool kits,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들-역주)에 포함된 폭넓은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 계획(Plan): 연간 전략 계획은 각 사업 부문의 경영 방향이 옳은지 점검하고 각 부문에 필요한 5∼7개 정도 전략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 프로세스(Process): 카이젠(Kaizen, 도요타 생산방식으로 유명한 경영 원칙으로 ‘개선’의 일본식 발음-역주) 개념에서 영감을 얻은 다나허의 개선 프로세스는 50여 개의 툴킷과 DBS 오피스(DBS Office), 각 사업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DBS 오피스는 다양한 사업 부문을 거치며 직무를 순환하는 약 20명의 멤버로 구성된다.

● 성과(Performance): 다나허는 전략 계획을 바탕으로 세부 목표, 활동, 책임자를 정한다. 그리고 각 사업 부문에 할당된 15개 KPI에 대한 월간 평가를 이행한다. DBS는 사업 성과를 품질, 납품, 비용, 혁신이라는 4가지 영역별로 측정한다. 전략 계획과 연계된 성과 측정은 시기별 목표를 포함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자주 실시된다.

다나허의 운영 모델은 엄격한 규율과 지속적인 개선을 강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평균 매출총이익이 높은 다나허 사업에 특히 중요하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높은 이익률이 느긋한 경영 관행으로 이어져 자기 파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허는 새로 인수한 사업에도 DBS를 적용해 가치를 이끌어낸다. 이 회사는 인수 시점에 이미 이익률이 높았던 사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인수 이후 7%p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듭 보였다. 일례로 2007년에 인수한 텍트로닉스(Tektronix)의 경우 이듬해인 2008년에 매출이 14.9%, 영업이익이 15.8% 상승했다.

2.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게 본사의 육성 전략을 조정하라. 다각화된 기업의 가치가 각 사업 부문이 가진 가치의 합보다 크다면 해당 모기업에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14 모기업의 역할과 활동은 포트폴리오에 속한 사업들이 가진 니즈나 기회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물론 본사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기업 안팎의 자금을 더 쉽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무적 이점을 제공하거나 재무 관리, 세금 최적화 등의 도움도 줄 수 있다. 사업 부문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전략 분석이나 인수합병(M&A) 등 실행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툴킷을 제공할 수도 있다. 또 각 사업 부문이 그룹 차원의 기능과 자원의 도움을 받아 차별화된 역량이나 비용 우위를 확보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업에 따라서는 자회사의 사업 운영에 본사가 더 깊이 관여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자회사 사이의 협력을 촉진할 수도 있고 사업 성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거나 성과 개선을 주도할 수도 있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들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기업의 육성 전략이 정말 내실 있으려면 이런 가치 창출 활동을 무작위로 선택해 제공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본사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준으로 개입해야 한다. 가벼운 개입이 최선일 때도 있지만 직접 사업 지침을 내리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 15 (표 1)





본사는 포트폴리오 전략, 사업 부문의 니즈, 본사의 역량이라는 3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자회사에 대한 개입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또 이 3가지 요인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 포트폴리오 전략. 기업 포트폴리오의 규모, 동질성, 잠재적 시너지, 안정성이 모두 자회사 육성 전략에 영향을 주므로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 부문의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사업이 다양할수록 모기업이 전략적으로 덜 개입해야 한다. 다양한 사업 부문을 세세히 모니터링하기에는 본사의 관리 역량에 한계가 있고,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 프로세스가 복잡해져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부문이 서로 긴밀히 연관돼 있고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면 모기업이 자회사 사업에 더 많이 관여해 부문 간 협력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게 합당하다. 하지만 모기업이 강력히 개입하고 본사 중심의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전제돼야 한다. 만약 포트폴리오 구성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본사가 자산을 다양하게 운용해야 한다면 자회사 육성 전략에 융통성이 필요하므로 부문 간 관계가 고착돼 있으면 안 된다.

● 사업 부문의 니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각 사업 부문이 속한 산업, 사업 모델, 전략적 우선순위를 알면 어떤 육성 방법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른 판단이 필요한 역동적인 산업에 속해 있다면 본사의 가벼운 개입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규제가 강한 산업에 속한 사업은 본사의 정치적 영향력과 지원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자회사가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중앙 집권 모델이 더 적합하겠지만 혁신과 탐색에 주력하는 사업에는 분권화가 필요하다. 사업 부문별 니즈가 각양각색일 수도 있다. 관리해야 할 사업 부문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역량이 다양한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특정 부문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다른 부문의 가치를 파괴할 수도 있으므로 모기업이 계열사의 니즈를 모두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임감 있는 본사라면 무분별하게 모든 사업 부문에 일반적인 처방을 내리는 대신 왜 각 사업 부문의 니즈가 다른지 파악해야 한다.

● 본사의 역량. 자회사 육성 전략을 택할 때는 본사가 활용할 수 있는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역량은 관련 지식이나 경력을 보유한 ‘사람’, 전략수립, 인수합병, 자산 실사, 투자평가 등의 ‘프로세스’, 위기관리나 인재개발 등 ‘시스템’을 의미한다. 육성 전략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도 다르다. 최소한의 개입만 하는 모기업은 강력한 사업 판단력과 재무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모기업이 자회사의 전략적, 운영적 가이드 역할까지 하는 경우에는 관련 시장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뛰어난 사업 개발 능력이 요구된다. 각 부문의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면 당연히 재무, 전략, 인사와 같은 주요 기능에 있어 탁월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

모기업은 기여 가치의 총합 대신 순(net)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꼭 숙지해야 하는 사실이다. 모기업이 지나치게 혹은 서툴게 개입하면 의도치 않게 사업 부문들의 가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회사의 세부 니즈나 성공 요인을 잘 모르는 본사 관리자들이 가끔가다 부적절한 정책을 제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비효율적인 본사의 프로세스는 피로에 지친 자회사 관리자들의 목표나 기대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비용과 업무 지연을 가져올 수도 있다. 자회사들이 기업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다른 부문과의 협력에 쓰여야 할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성공적인 복합기업들은 이런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사 개입에 수반되는 비용과 복잡성, 관료화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일례로 다나허 본사에 소속된 직원은 100명이 채 안 되지만 대규모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자회사 육성을 통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다. 필자들은 경험을 빌려 본사가 활동 반경을 넓히기보다 축소할 때 자회사들의 요구에 더 잘 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명확한 포트폴리오 역할에 따라 자원을 할당하라. 일단 포트폴리오 전략과 모기업의 자회사 육성 전략이 수립됐다면 이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체계적인 자본 할당이다. BCG가 글로벌 대기업 7000개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유사 기업군에서 시가 총액 기준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자본투자 수준이 50% 정도 더 높았고, 그 결과 55% 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65% 더 높은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16 이는 매력도가 가장 높은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공적으로 다각화된 기업들은 최상의 프로젝트가 아닌 최상의 사업에 투자한다. 물론 개별 투자 프로젝트의 잠재력도 평가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사업의 전략적 매력과 더불어 투자했을 때 그 사업이 경쟁우위를 얼마나 높이고 지속적인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자본 할당 과정에서 쉽게 저지르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사업 성장이 정체돼도 자본 투자를 줄이지 않는 ‘성숙 사업의 덫’이나 각 사업의 잠재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업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평등의 덫’, 장기적인 가치 창출보다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우선시하는 ‘근시안의 덫’이 자주 범하는 실수들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업들에 명확한 역할을 배정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잠재력 있는 사업과 투자를 연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필자 중 한 명이 일했던 한 다각화된 에너지 기업에서는 사업 부문을 발달, 성장, 기초, 수확 사업으로 각각 분류했다. 포트폴리오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전략적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발달 사업은 시장에서 방어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성장 사업은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장 지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기초 사업은 시장 입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꼭 사업 범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 수확 사업은 성장을 좇는 대신 남아 있는 가치를 최대한 뽑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자금할당 기준은 각 사업이 담당하는 역할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석탄화력 발전은 성숙한 수확 사업에 속하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경우에만 자본을 투자하고 기본 자산은 효과적으로 줄여 나간다. 회사는 이런 접근법을 통해 재생 가능한 부문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성장 사업들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자체 자금의 3배까지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본사는 포트폴리오에 속한 사업들의 리스크 대비 수익 현황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투자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 기업은 이런 분석을 통해 회사 포트폴리오에 리스크도 낮고, 잠재 수익도 낮은 사업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리스크가 높고, 잠재적 수익도 높은 사업은 별로 없었다. 본사 경영진은 포트폴리오의 전반적 균형을 개선하고자 투자 전략을 바꿨고, 각 사업 부문이 리스크는 높지만 잠재적 보상도 높은 소규모 투자 활동을 더 많이 추진하도록 독려했다. 한 테크 기업도 비슷한 분석 과정을 거쳐 회사가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점진적이고 리스크가 낮은 영역에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고객 여정을 탈바꿈하는 영역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번성하는 복합 기업들은 전략적 예산 책정을 뛰어넘어 주요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데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 나아가,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추적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 메커니즘을 적용한다. 자본 분배에서 나타나는 이런 전략적, 재무적인 근면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뛰어난 성장률과 자본수익률로 이어진다. 이 같은 성과는 기업 수준의 강력한 판단력과 학습 능력, 적응력에서 나온다. 많은 기업은 대규모 사업을 벌일 때 흔히 사후 감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은 사업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학습한 내용을 반영한다. 사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과거의 활동뿐 아니라 어떤 계획을 추진할지 선정했던 과거의 판단들도 검토해야 한다. 산업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 대기업의 본사 전략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입은 가장 큰 손실들을 돌이켜 보면 ‘실행하지 않은 활동’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회비용 측면에서의 실수들도 면밀히 따져봅니다.”

기업 다각화에 대한 논의가 ‘복합기업 모델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고 과거가 됐다’는 식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 여전히 다각화 모델이 유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복합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사업 모델의 수를 제한하고, 자회사 육성 전략을 제대로 선택하며,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역할에 맞게 자금을 할당한다면 기업의 다각화 전략은 기업 가치를 저해하지 않고 새로운 프리미엄을 창출할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울리히 피던(Ulrich Pidun)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의 디렉터이자 기업전략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다. 안스가 리히터(Ansgar Richter)는 영국 서리대 서리경영대학원(Surrey Business School)의 학장이자 전략 담당 교수다. 모니카 쇼메(Monika Schommer)는 영국 맨체스터 부킹닷컴(Booking.com)의 육상교통 부문인 부킹고(BookingGo)에서 상품 담당 선임을 맡고 있다. 아밋 카르나(Amit Karna)는 인도 아마다바드경영대학원(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Ahmedabad)의 전략 담당 부교수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208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