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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대의 온·오프라인 매장 전략

오프라인 매장, ‘체험 공간’ 주특기 살려야

정연욱 | 269호 (2019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오프라인 매장은 이커머스 시대에 차별화된 유통 전략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다.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고유의 장점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회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2018년은 아마존의 해였다. 아마존이 휩쓸고 간 온라인 이커머스(e-commerce)의 위력에 기존에 떵떵거리던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2017년 한 해 동안만 미국 전역에 64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미국의 유통 공룡 시어스부터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까지, 오프라인에 뿌리를 둔 많은 유통기업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프라인 시장의 위기를 일찍 예견한 사람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은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가 유통을 잡아먹는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부동산 및 임대료, 인건비 등 상대적으로 고정비용이 높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훨씬 더 경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덧붙인다. 즉,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보다 월등하게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결국 오프라인 매장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리고 몇 년 후, 그의 말처럼 미국의 오프라인 매장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한국의 이커머스 매출액은 78조2273억 원에 달한다.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체 유통산업 규모가 300조 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IT 강국답게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구매와 배송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오늘 오전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받고, 잠자기 전에 식재료를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달된다.

이처럼 고객의 편의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이커머스 시대, 오프라인 매장은 정말 위기일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 접점만이 가지고 있는 대체되지 않는 장점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연계를 시도한다면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즉각적인 만족과 충족이 가능해
제아무리 빠른 배송이라도 오프라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오프라인 매장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이처럼 지체 없는 오프라인의 매력은 여전히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온라인으로 주문 후 일정한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배송한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 반품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매장을 둘러보던 중 기대하지 않았던 제품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는 기쁨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의 전유물이다. 이러한 경험이 모이는 접점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가 되레 온라인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된다.

이와 관련, 더그 스티븐슨의 저서 『유통 혁명, 오프라인의 반격』에 소개된 와비파커 이야기를 참고해볼 만하다. 와비파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막 시작했을 당시, 직접 찾아와 제품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다. 사무실이라도 좋으니 제품을 직접 보고 싶은 고객들의 요구가 빗발쳤다는 것. 강렬한 체험 욕구의 중요성을 간파한 와비파커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미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점 매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지고 있는 장점, 즉 고객과 정보와 제품이 만나는 곳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와비파커를 비롯해 글로시에, 캐스퍼 등 온라인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 임블리나 무신사 등도 온라인에서 먼저 인기를 끌고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여는 방식을 취했다.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한 ‘진짜 무대’가 오프라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얻은 데이터와 정보는 온라인에서 취합한 데이터와 함께 소비자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오프라인 공간의 구매 패턴과 피드백을 활용하면 신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검증된 제품은 온라인에서, 신제품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은 소비자가 모니터 안의 정보에만 의지해야 한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가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물건과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사람들은 매장에 들러 제품을 만질 수 있고, 비교할 수도 있고,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평가한다. 특히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전미소매협회(NRF)의 2018년 11월 자료에 따르면 고가의 스마트폰 제품의 경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즉, 정보는 온라인에서 얻지만 직접 체험을 통해 ‘마음을 굳힌 후’ 구매하는 접점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세상에 막 나온 신제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인터넷상의 기존 후기나 이미지에 의존할 수 있는 제품과 달리 생소한 제품들은 직접 경험을 통해서 해당 제품에 대해 판단한다.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야 하는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전하다. 제품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매장에 있는 점원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질문과 내용들은 신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소비자들이 왜 제품을 구매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제품이 아닌 왜 자사 제품을 선호하는지 등 중요한 고객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기존 백화점의 2%에 해당하는 면적에 샘플로만 구성된 쇼룸형 매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매장에서 제품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경우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샘플만으로 구성된 쇼룸형 매장은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얻는 접점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옷을 입어 볼 수 있어 좋고, 매장 입장에선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쇼룸에 상주하는 스타일리스트와 재단사는 고객에 대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동일한 시간이 주어질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택하는 것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존에 사용해보지 않은 새로운 제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반면 온라인 매장 조건에서는 기존에 구매했던 제품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새로운 제품의 구매를 피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는 쇼핑 경험을 온라인에선 일종의 정신적인 노동, 즉 ‘수고’로 인식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체험’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채널이 가지기 힘든 고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프라인만의 매력을 간파한 일부 유통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흔히 널리 알려진 옴니채널이 바로 이러한 통합의 시도다. 옴니채널은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각각의 채널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시도다. 옴니채널은 사람들에게 일관되고 안정적인 만족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어느 접점에서 구매해도 동일한 가격과 일관된 소비자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IT 및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많은 기업이 옴니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때 핵심은 기본적인 쇼핑에 대한 정보와 조건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동일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접하고, 그와 똑같은 제품이 온라인상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 검색을 통해 알게 되면 정작 구매 활동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같은 기본적인 조건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하게 맞춘 후 오프라인 매장만의 특징과 경쟁력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혁신적인 결합을 시도하는 기업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2018년 11월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House of Innovation)’을 열었다. 총 6층으로 구성된 이 매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한 모습을 띤 ‘미래형 매장’이라고 평가받는다. 옴니채널은 물론이고 사용자 경험까지 꿰뚫어 본 혁신적 발상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이키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은 누구나 직원의 도움 없이도 앱을 통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이 설계돼 있다. 매장 내 제품의 재고와 각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 등이 앱을 통해 지원되고 DIY(Do It Yourself) 스타일로 나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작업도 가능하다. 이 밖에 매장 내 제품을 실제 입어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가 풍부하게 제공된다. 뉴욕 및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을 위한 제품을 1층에 배치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하고 나갈 수 있도록 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해 제품을 진열한 것도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처럼 오프라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위에 온라인의 장점을 더한 나이키 매장은 미래의 체험형 매장의 대표주자다.


오프라인 매장의 3대 체크포인트
지금 당장 모든 업체가 나이키의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같은 매장을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해볼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1) 제품(product) 2) 정보(information) 3) 고객(consumer)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른바 ‘PIC’ 모델로 차세대 오프라인 매장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자 미래형 매장을 구성할 핵심 DNA라 할 수 있다.


1. 제품
팔리지 않는 제품을 안고 있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소중한 공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온라인 매장은 물류 창고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그렇지 않다. 매장을 잡아먹는 공간이 된다. 그러므로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 선별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어울릴까?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기대주들의 데뷔 무대가 오프라인 매장이다. 시장의 반응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신제품, 빠른 교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여타 다른 제품들과 연계해 구매할 수 있고 동시에 이슈를 끌 수 있는 화제성 제품들의 비중도 더욱 높여야 한다. 흔히 오프라인에 자사의 모든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데 이는 착각이다. ‘모든’ 제품을 구색해야 하는 공간은 오히려 온라인이다. 오프라인은 판매, 사회적인 확산과 이슈몰이, 온라인과의 연계를 고려해 상품을 진열해야 한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모 서점은 근 2년간 80%가 넘는 책들이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손님을 맞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80%의 공간이 낭비된다고 볼 수 있다. 80% 넘는 책들은 그 공간과 관련성도 없고, 그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필요하겠거니 하고 만들어놓은 공간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수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손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책들이 공간만을 점유한 채 병풍 마냥 자리 잡고 있다면 그만큼 공간의 가용성은 떨어진다.

공간은 임대료를 전제한 경제적 영역이다. 고객 중심에서 사고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은 빠르게 사멸할 것이다.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수요자의 관점에서 공간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매장 내 높은 회전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품 진열도 그때그때 역동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서점을 예로 들자면 톨스토이의 고전 『전쟁과 평화』를 계속 서가에 꽂아두기보다는 막 개봉을 앞둔 영화 주연배우의 에세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의 특성을 알려주는 책을 전면에 진열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 이 제품들이 손님들을 만날 때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왜 이 장소에서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스토리(STORY)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 편집매장 STORY는 4주에서 6주 간격으로 제품의 구성을 일괄 교체한다. 마치 잡지처럼 매달 새로운 컨셉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현재 STORY는 일정한 기간에 특정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교체해 사람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제품과 관점, 브랜드가 손님을 끌어당기는 시대다. 단순히 제품의 판매만이 아닌 공간 임대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브랜드를 소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밖에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물류 접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게끔 하는 방식, 이른바 ‘BOPIS(Buy online, Pick up Store)’는 이미 많이 보편화된 서비스다. 최근엔 ‘BOSS(Buy-Online Ship-to-Store)’ 방식도 등장했다. 주로 공간적 제약이 큰 협소한 매장에서 활용하기 적합한 방식인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그 매장에 없는 경우 물류 창고에서 바로 매장으로 제품을 전달하는 형태다. BOPIS가 소비자 관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제품을 선택하는 편익에 집중하는 프런트엔드 방식이라면 BOSS는 기업 입장에서 물류비용의 원가 절감 및 효율화를 고려한 백엔드 방식이다. 어느 매장에서, 어떤 제품들이 지금 가장 잘 판매되고 있는지, 매장의 지리별 특성과 판매 제품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기업 입장에선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매장의 유동 인구를 늘리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 자라의 경우 전체 온라인에서 발생한 매출액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BOPIS 방식으로 발생했다. 구매한 제품을 수령한 고객이 매장에서 추가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긍정적이다. 실제로 방문한 고객들이 다른 제품에 대한 지식과 내용을 경험하게 하고, 직원을 통해 제품 정보를 얻어감으로써 향후 재방문 및 제품 판매에 긍정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2. 정보
오프라인 매장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쓰고, 어떤 제품이 인기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자원이 된다. 사회적인 소비와 체험이 일어나는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상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제품을 배치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사주겠지’ 같은 안일한 발상은 이제 접어야 한다. 매장은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필요한 ‘마중물’에 해당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진 기지가 돼야 한다. 덜컥 제품을 구매하게끔 만드는 것보다 제품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적다.

이와 같은 고객의 욕구를 잘 헤아린 사례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LIVE’ 매장을 언급할 수 있다. 강남역에 위치한 이 매장은 제품을 유용하게 쓰는 법, 나의 피부 타입에 대한 정보, 나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방송국처럼 새로운 정보를 계속 내보내고, 사람들은 이 정보를 얻기 위해 습관적으로 찾으며, 자연스레 구매하게 만든다. 이처럼 고객 중심의 발상과 그들의 쇼핑 스타일에 기반한 ‘사회적 정보’가 뿌려질 때 소비자들은 좀 더 쉽게 구매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3. 소비자
고객을 우리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기보다 우리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정의할 때 우군이 된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동네 사랑방’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의 의미는 더욱 공고해진다. 최근 위례 신도시에 오픈한 ‘책발전소’는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를 표방한 안테나 숍이다. 처음에는 다소 도심에서 먼 신도시에 과연 오프라인 서점 공간이 필요할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책발전소는 현재 지역 커뮤니티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와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 덕택이다. 실제로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유모차를 끌고 와도 불편하지 않게 동선을 배치하는 등 지역과 거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노력이 돋보인다.

애플의 유통 전략을 맡고 있는 안젤라 아렌트 부사장은 매장을 가리켜 “애플의 가장 큰 제품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애플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수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녀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외관이 하드웨어라면 매장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은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주목하는 소프트웨어는 바로 커뮤니티 문화다.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를 표방한 야심작이 바로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다. 2017년 5월에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애플의 최신 제품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500여 개의 국가에서 열린 이 프로그램은 학교의 강의실처럼 진행된다. 애플은 향후 이 프로그램을 위해 전체 공간의 3분의 1을 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매장에서 커뮤니티 문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커뮤니티 문화를 소프트웨어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결론
온라인이 대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오프라인만의 주특기를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특기가 온라인과 만날 때, 커다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이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영역이라면 오프라인은 체험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의 영역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를 ‘대체’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정의할 때 더 큰 가능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소비자에게 더 나은 구매 환경과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기업은 이커머스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필자소개 정연욱 연세대 경영학 박사 과정 yonwook.alex.jung@gmail.com
필자는 제일기획 공채 34기로 입사, 광고 기획을 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사업부에서 신제품 기획 및 온라인 전략을 담당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 및 동 대학 경영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광고회사 취업 패스워드』를 출간했고, 최근 『유통혁명 오프라인의 반격』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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