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플라이휠의 위력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기업 연구가로 유명한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기업 운영을 자동차 부품 플라이휠(flywheel)에 빗댔다. 크고 무거운 금속 원판을 계속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엔진이 힘을 덜 쓰게 된다. 축적된 성과가 기업에 내재화하면서 성장 동력이 되는 모습을 플라이휠에 비유한 것이다. 이런 플라이휠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라면 그 기업은 얼마나 강력할까.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아마존의 저력이 여기에 있다.

아마존이 어떤 사업을 하느냐고 누가 물으면 대부분이 크게 전자상거래(아마존닷컴) 또는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 웹서비스)라고 답할 것이다. 두 부문이 핵심 캐시카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구분이다. 각각의 플라이휠을 움직이는 핵심 동인과 이 두 개의 플라이휠이 연결돼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할 때 아마존의 목표는 고객 만족 극대화였다. 경쟁사보다 많은 품목을, 경쟁사보다 싼 가격에 팔아 이탈하지 않는 충성고객을 두텁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적은 마진에 연연하지 않았다. 싼 가격과 더 많은 품목으로 고객 만족도를 올리면 고객 유입이 증가하고, 그러면 판매자도 더 많이 들어와 다양한 품목을 갖추게 된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낮은 비용구조 확보를 위한 두 번째 플라이휠에 대한 이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처음엔 아마존 내부의 데이터센터 관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점차 내부 고객으로부터의 정보와 니즈만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질과 원가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베이조스는 이 기술 자체를 아예 신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회사 내부 밸류체인의 일부를 기업 외부까지 수평적으로(horizontal) 확장해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는 물론 데이터와 노하우를 손에 넣었다. 그 결과 아마존 웹서비스란 거대한 정보기술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이 비즈니스는 다시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고객에게 타 플랫폼 대비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이중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아마존은 이런 2개 플라이휠에서 모두 세계 1위의 위상을 거머쥐며 어떤 기업도 경쟁하기 어려운 규모와 원가경쟁력을 지니게 됐다.

이제 아마존은 2개 플라이휠의 경쟁력을 무기 삼아 제품이 아닌 고객의 일상을 장악하려 한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 익일 배송 서비스 ‘프라임 데일리’를 상용화한 데 이어 주문 후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프라임 나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나가면 저절로 계산이 되는 ‘아마존고’를 시도하고 있다. 또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드론 등 다양한 기술 사업을 병행해 (아마존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특허 6000건을 출원했다) 이를 기존 상거래업과 연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과거 3차 산업혁명 시대엔 밸류체인별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수직 통합 능력과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조성 여부가 기업의 명운을 갈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 기업이 모든 밸류체인을 장악할 이유가 사라졌다. 오히려 수직 통합을 시도하다 변화의 속도에 뒤처져 도태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당신의 비즈니스는 고객 만족을 위한 선순환 고리를 몇 개나 갖췄는가. 기업 내 플라이휠이 다변화한다면 아마존을 뛰어넘는 기업의 미래도 꿈꿔볼 수 있다.


고동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오피스 파트너

필자는 BCG 서울사무소의 기술 통신 미디어(TMT) 분과 핵심 전문가다.
국내외 유수 기업과의 다수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2009년 BCG에 컨설턴트로 입사, 팀장과 이사를 거쳐 파트너로 승진했다. BCG 입사 이전에는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졸업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