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에서 使命을 읽다: 닷사이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가 있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인 칸자키 유타카 씨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자신의 와인 컬렉션(약 200억 원 상당)을 걸고 실제 아들(칸자키 시즈쿠)과 양자(토미네 잇세) 간에 와인 이름 맞추기 경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와인 이름 맞추기 경쟁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가 아니다. 칸자키 유타카 씨는 특정 와인을 마실 때의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 그러면 두 경쟁자는 그 느낌에 어울리는 와인이 몇 년산, 어느 와인인지를 답으로 제출한다. 같은 포도밭이더라도 해마다 포도 작황이 다르다. 몇 년산이냐에 따라 같은 브랜드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와인의 맛을 나타내는 작가의 표현력이 걸출하다. “프레시한 아로마, 그리고 서양의 허브, 상쾌하고 우아한, 그래요. 금발의 귀부인이 산들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모습. 클로드 모네의 ‘산보, 파라솔을 든 여인’입니다.” 아쉽게도 필자는 이런 혀를 갖고 태어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리 만화처럼 느껴 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카시아맛, 코르크맛, 초콜릿맛, 심지어 담배맛이 난다고까지 하는데… 필자의 혀가 허름한 건지, 아님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이 와인의 세계다.
그러다 사케를 만났다. 도쿄에 들락날락하다 보니 공항 면세점도 자주 간다. 어느 날 시간이 나서 술 코너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별도로 진열된 유명 사케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그간 알고 있던 쿠보다(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이 반가웠다. 놀라운 것은 이들보다 상단에 진열돼 있는 닷사이(獺祭)였다. 1인당 한 병만 구매할 수 있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최고 인기 술은 쿠보다인데 그게 아닌 듯했다. 나름 고가의 제품을 구매해서 마셔봤다. 비싼 만큼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최고가 제품의 맛이 궁금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몇 번을 그냥 지나가다가 결국 한 병 샀다. 일본 주재 생활을 5년 이상 했던 지인들 모임에서 병을 땄는데 향이 달랐다. ‘아, 술에서 꽃 냄새가 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내가 와인에서 꽃 냄새를 못 느낀 건 내 혀가 허름해서가 아니었구나!’ 사케의 새로운 세상을 만난 셈이다.
이 술을 만든 사람은 아사히 주조(旭酒造)의 3대 오너인 사쿠라이 히로시(桜井 博志)다. 1950년생인 그는 24세에 대기업형 양조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26살에 입사하지만 자주 의견 충돌을 겪는다. 관서지방의 변방인 야마구치(山口)현, 거기에서도 산골짜기에 있는 조그마한 양조장과 그가 일했던 대규모 양조장과는 일하는 방법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다시는 술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석재(石材)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1984년 그의 부친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 대표로 취임한다. 그리고는 회사를 철저히 뜯어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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