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카카오뱅크

쉽다, 편하다, 재밌다!' UX 혁신으로 은행 성공 공식을 바꾸다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사용자경험(UX) 설계를 통해 모바일뱅킹의 사용성을 극대화했다. 공인인증의 불편함을 없애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동해 모바일뱅킹이 쉽고 재밌는 일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가 자기 취향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체크카드는 ‘나만의 은행’이라는 차별화된 UX를 완성했다. 성공 요인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UX 핵심 역량을 내재화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상품성보다 사용편의성을 우선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2) PC뱅킹을 안 하는 대신 모바일 앱 사용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공인인증서를 폐지해 사용하기 편리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PC 기반 ‘클릭’과 거래 실패 위험을 줄였다.
3) 사용자 기능 중심의 UI를 구축해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서비스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했으며 디자인에 고객 취향을 입히는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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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시작 12시간 만에 18만7000좌 돌파.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서비스 오픈 당일인 2017년 7월27일 세운 기록이다. 한나절 만에 시중은행이 2016년 1년간 개설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15만5000좌)를 훌쩍 뛰어넘었다. 앞서 4월 초 출범한 제1호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서비스 첫날 모은 계좌(2만 좌)의 9배를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닷새 만에 100만 좌, 한 달 만에 300만 좌를 돌파한 카카오뱅크는 2018년 1월 7일 현재 계좌 개설 고객이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출범 이후 하루 평균 3만425명, 2.84초당 1명이 카카오뱅크에 가입한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금융상품을 탑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출시하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혈안이었다. 특히 2016년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이 법으로 허용되고, 모바일뱅킹이 활성화하면서 앱 가입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은행 경영진은 핵심성과지표(KPI)에 앱 가입자 수를 포함시키면서까지 직원들을 앱 영업에 몰아붙였다. 지점에서 다른 상품을 파는 식으로 앱도 팔라고 지시한 것이다. “앱 좀 깔아 달라”고 요청하는 은행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일컫는 ‘앱팔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런데 전국의 10만 은행원이 1년간 ‘앱팔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카카오뱅크는 출시 첫날 해냈다. 카카오뱅크 앱이 뜨자마자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상에는 “쉽다” “편리하다”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유저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새긴 체크카드는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발급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비대면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인 줄 몰랐다”는 후기가 확산되면서 가입자 수는 출시 초 며칠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 한 곳 없고, 영업사원 한 명 없는 카카오뱅크가 오로지 스마트폰 ‘앱’만으로 기존 은행의 아성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은 단순하다. 기존 은행 앱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줬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의 불편함 대신 사용자들에게 모바일뱅킹이 쉽고 재밌는 일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또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동해 친근함을 더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두고 전문가들은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UX’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계획하고 구현하는 일련의 창조 행위를 말한다. 특정 제품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하거나 UI(User Interface)를 ‘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경험 환경을 총체적으로 창조해 사용자의 만족도(satisfaction)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차별화된 UX가 핵심 전략임을 밝혔다. 시중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흥행은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UI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2017년 구글은 카카오뱅크 앱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카카오뱅크의 UX는 모바일뱅킹의 스탠더드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 출시 이후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카카오뱅크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전용 상품의 금리를 올리거나 수수료를 내리는 데만 급급했지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UX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DBR이 카카오뱅크 모바일서비스 기획과 UX를 총괄한 고정희 채널 파트장과 UI 담당인 길은정 선임 디자이너를 인터뷰한 내용 등을 토대로 카카오뱅크의 UX 혁신 비결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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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에서 혁신의 길을 찾다

1. 기존 은행의 ‘불편함’을 해소

카카오뱅크는 2015년 11월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았다.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23년 만에 은행업 예비 인가였다. 정부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운영되는, 과거에 없던 신개념 은행을 전격 인가했다.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정체돼 있는 금융 산업에 혁신의 메기 역할을 해달라는 간절한 신호이기도 했다.

IT의 발달에 힘입어 소비자 니즈는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소비자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구할 채널이 은행 지점밖에 없었다. 그래서 은행원들의 조언에 의존해 상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확산으로 고객들도 금융 시장과 상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상품이 좋다” “가입해달라”는 은행원들의 말에 점점 귀 기울이지 않게 된 것이다. 굳이 시간을 투자해 은행 지점을 방문할 필요성이 줄면서 온라인뱅킹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평균 30분 이상의 대기 시간과 제한된 영업시간은 지점 방문을 더욱더 꺼리게 만들었다.

시중은행 이용의 ‘불편함’이 카카오뱅크에는 존재의 이유가 됐다. 카카오뱅크 실무진이 구체적인 UX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본질’이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뭘까? 왜 필요할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 뭘까?” 이들이 브레인스토밍 끝에 얻은 결론은 은행 이용이 아주 불편하다는 현실이었다. 길은정 선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은행을 안 갈 수는 없고, 워낙 의무적으로 뭐가 불편한지도 모른 채 서비스를 이용해왔다”며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서 어마어마한 혁신이 가능하겠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금융은 돈에 관한 일로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업무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이 쉽고, 친근하고, 재밌는 일이 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낯선 개념을 스스로에게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풀어 써보기도 했다. 고정희 파트장은 “모바일뱅크는 ‘디지털 머니 컨테이너’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머니 컨테이너로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았으니 돈의 활용성을 높여야겠다는 목표가 구체화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Simplicity),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Useful) 사용 시간을 단축시키면 바쁜 현대인들에게 돈만큼이나 귀한 시간을 벌어주는,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혜택(Benefit)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implicity(간결함), Useful(유용성), Benefit(혜택)가 카카오뱅크 채널 파트의 핵심 고객 가치로 꼽힌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Simplicity는 UX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사용자에게 정보를 가장 쉽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방식은 핵심만 간결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금융 서비스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모바일 한 화면에 모든 사용자 동선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또 사람의 정보 처리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주입하기도 어렵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함’이 곧 편리함이다.

2. 상품성보다 중요한 사용 편의성으로 ‘마인드셋’

카카오뱅크는 은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은행을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사람’은 일반 은행의 고객 개념과 다르다. 보통 은행들에 고객이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대상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에 고객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이기 이전에 그것을 경험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의 모바일뱅킹 경험이 먼저 편리해져야 비로소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X 관점에서 카카오뱅크의 고객은 소비자(customer)보다 유저머(usumer, user+consumer)에 가깝다. 유저머는 사용자와 소비자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유저머를 타기팅한 기업은 판매보다 UX 관리를 더 중요시한다.

카카오뱅크의 상품과 서비스 기획은 백지상태에서 사용자들의 니즈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불편이 무엇인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용 편의성(easy to use)을 최우선으로 따졌다. 일반적으로 다른 은행들이 “이런 상품이나 서비스 한번 만들어볼까?” “어떻게 팔지?”를 고민할 때 카카오뱅크은 “이 상품을 사람들이 원할까?” “왜 원할까?”를 물었다. 카카오뱅크 상품이 시중은행 상품과 개념이 같으면서도 고객에게 다른 상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일례로 ‘통장 속의 금고’로 잘 알려진 ‘세이프박스(Safe Box)’는 상품 개념만 보면 다른 은행의 고금리 수시입출금 상품과 같다. 최대 500만 원까지 하루만 맡겨도 연 1.2%의 고금리를 준다. 보통 은행들은 저비용의 요구불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금리 수시입출금 상품을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고객은 은행이 제시한 조건에 맞춰 별도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는 아이디어의 시작부터 달랐다. 사용자들이 “왜 통장 쪼개기를 하지?” “통장 쪼개기의 니즈는 뭘까?”란 질문에서 출발한 것.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저축하고 싶은 재테크족의 니즈를 발견했다. 그 다음으로 이 상품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에 어떤 내용, 어느 위치, 어떤 방식으로 보이면 사람들이 더 편할까를 고민했다. 카카오뱅크는 한 개의 통장이지만 마치 2개의 통장인 것처럼 화면상 이미지 구획을 나눠 세이프박스를 표시했다. 또 여윳돈이 생기거나 비상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편하게 돈을 넣고 뺄 수 있도록 세로 형태 슬라이더를 움직여 액수를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름신으로부터 통장 잔고를 지키고 싶은 니즈를 반영해 이름도 ‘세이프박스’라고 정했다. 고정희 파트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 통장의 사용성을 높여 굳이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서 관리해야 하는 수고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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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T 핵심 역량의 내재화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UX 전담 채널 조직을 구성하고 그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시중은행 본점에는 모바일 UX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IT 전문가들은 개발 파트에서 본사의 영업이나 전략 파트를 보조하는 후선 업무를 담당하기 일쑤다. 본사에서 모바일뱅킹 서비스 기획을 하더라도 앱 제작은 계열사 등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반 은행에서 IT는 주로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본점의 핵심 인력은 여수신, 특히 기업금융에 밝은 영업 인력 중심이다. 이들은 IT나 UX 관련 이해가 부족하다. 금융그룹의 SI 전문 계열사들도 내부 사업부가 아니라 별도 조직이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물량 수주 이후 서비스 관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IT 회사 출신 플랫폼 기획 경력자들이 예비 인가 직후 합류해 UX 기획부터 제작, 관리까지 주도하고 있다. 2015년 11월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본격적인 앱 서비스 준비를 위해 2대 주주인 카카오를 비롯한 ICT 기업에서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했다. 특히 UX를 맡은 채널 파트에는 카카오나 네이버같이 IT 회사에서 커뮤니티, 블로그, 광고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이 주로 모였다. 고정희 파트장은 다음 포털의 플랫폼 기획을 했으며 다음카페뿐 아니라 블로그, 티스토리 같은 핵심 커뮤니티 서비스를 담당했다.

이들은 카카오뱅크 앱 UX가 카카오뱅크의 핵심 역량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새로운 은행의 가치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들을 통해 IT 회사의 조직문화와 역량이 자연스럽게 카카오뱅크에 이식됐다. 카카오 같은 IT 비즈니스 조직은 UX 분석을 기초로 UI를 디자인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개발해 하드웨어와 인프라 플랫폼을 구축하는 ‘콰드로버전스(quadrovergence, UX, UI,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인프라 플랫폼 등 4개의 융합)’가 핵심 역량이다. 콰드로버전스에 특화된 인력을 개자이너(개발을 잘하는 디자이너) 혹은 디발자(디자인을 잘하는 개발자)로 부르며 선호한다.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과 달리 콰드로버전스를 철저히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카카오뱅크의 UX디자인은 출범 전까지 철저히 외부에 비밀로 부쳐졌는데 컨설팅을 진행한 외부 법인에도 UX디자인 부문은 비공개였다.

UX의 핵심은 사용자 연구와 사용자 중심의 기획에 있다. 차별화된 UX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사용 목적, 사용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사용자 조사는 UX를 설계할 때 가장 기본적인 툴이다. 카카오뱅크도 집단 심층면접(Focus Group Interview)이나 사용자 관찰 기법 등 다양한 방식의 사용자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외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례도 모조리 참고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은 카카오뱅크 직원 자신들이었다. 고정희 파트장은 “과연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인지, 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서비스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UX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직급과 부서를 초월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UX 관련 프로젝트는 동시다발적으로 수시로 구성됐다. 프로젝트 회의에는 CEO나 임원도 수시로 들어와 직원과 같은 위치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에 참여했다.1  길은정 선임은 “한 사람이 리드하고, 다른 한두 명이 코멘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최소 2명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끼어들어 말할 정도로 회의 분위기가 활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에는 개인 사무실 대신 안이 들여다보이는 회의실이 유독 많은 편인데, 회의실 자리가 부족해 직원들이 바닥에 앉거나 서서 회의에 참여하는 풍경도 일상적이다.

카카오뱅크가 최우선 타깃으로 삼은 고객층은 20∼30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였다. 오프라인 지점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데 반해 뱅킹 앱은 다운로드 받고 회원 가입해야 하는 등의 능동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그래서 모바일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20∼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출시 후 신규 계좌 개설 고객 중에서 40∼50대 비중도 30%가 넘을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편리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세대를 불문하고 일치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2

카카오뱅크 UX디자인은 사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실시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인터넷 고객 반응에 굉장히 민감하다. 뉴스 댓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위키, 인스타그램 같은 SNS, 개발자 커뮤니티까지 카카오뱅크와 관련된 내용은 꼼꼼히 챙겨본다. 고칠 점이 생기면 즉시 대응한다. 고정희 파트장은 “어느 정도 규모의 사용자 수가 모이면 이용 행태가 달라지고,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사용성이 흘러갈 수 있다”며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 사용자에게 유익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이폰 10이 출시됐을 때 은행 앱 중에서 가장 먼저 대응해 최적화한 앱도 바로 카카오뱅크였다.

 
온라인 뱅킹 버리고 모바일 사용성에 집중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 하나로 (안드로이드, iOS)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은행과 달리 PC뱅킹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모바일을 최우선으로, 모바일에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 격렬한 토론 끝에 내린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다.

일반 은행들은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으로 텔레뱅킹, 인터넷, 모바일로 고객 채널을 확대해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지점이 영업의 핵심 거점으로 다른 채널은 부수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특히 모바일뱅킹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덧붙인 수단일 뿐 핵심 수익 기반은 아니다.

카카오뱅크가 PC 기반의 온라인뱅킹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웹과 모바일의 사용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C와 모바일 사용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다른 은행이 다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먹히지 않았다. 고정희 파트장은 모바일 서비스에서 네이트온이 카카오톡에 밀린 이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네이트온은 친구를 추가할 때 아이디 입력 방식을 썼다. 이런 방식은 모바일로 전환된 후 폰 주소록을 자동으로 긁어오는 방식을 쓰는 카카오톡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차별화된 모바일뱅크의 핵심 UX는 스마트폰으로 지점에서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했다.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려면 우선 플랫폼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했다. 문을 잘 열지 않는 식당에 고객이 밥 먹으러 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1. 공인인증서 폐지로 편리한 보안 구축

가장 큰 변화는 공인인증서를 없애는 데서 시작됐다.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가 모바일뱅킹 이용자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없애는 것으로 기존 은행의 보안 시스템에 도전했다. 규제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고정희 파트장은 “금융위가 만든 가이드라인3 을 준수하면서 가장 편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특히 공인인증서와 일회용 패스워드(OTP)의 사용 의무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공인인증서 없이 보안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증방식을 찾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기존 시스템을 전부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를 폐지하고 싶어도 실행하기 어렵다. 공인인증서를 능가하는 자체 보안 수단이나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다 공인인증서를 포기했을 때 은행의 사고 책임이 더 커진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면 고객에게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보안도 UX 관점에서 ‘사용이 편한 보안(Usable Security)’을 추구했다. 보안만 강조하면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안 절차가 복잡해져서 사용자들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은행들이 보안을 목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어렵게, 혹은 자주 바꾸라고 요구해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보안 절차가 복잡해진다고 반드시 보안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보안 절차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보안을 아예 포기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예컨대 비밀번호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공개적인 장소에 써놓는 바람에 오히려 유출 위험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안을 강화해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아마존,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사용하기 편하면서 보안이 잘되는 시스템’ 구축을 핵심 역량으로 개발하고 있다.

백지상태에서 출발한 카카오뱅크는 레거시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인증 방식을 기초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했다. 개발 초기부터 최소한의 필요한 보안 기능들을 선별하는 위협모델링(Threat Modeling)을 진행했다. 인증서(PKI) 기술같이 꼭 필요하지만 사용하기 불편한 기술들은 반드시 UX 담당자들이 개발팀과 상의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PC 온라인뱅킹을 포기한 결정은 모바일 앱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객 모바일 기기에 대한 하드웨어 기반 인증 체계를 적용함으로써 전자금융 보안사고의 위험을 줄인 것이다. 최근 모바일 기기들은 지문 같은 생체정보를 기기 내 안전한 장소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해킹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드웨어상의 안전한 저장영역을 트러스트존(Trust Zone) 혹은 시큐어엔클레이브(SE)라고 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이곳을 활용해 개인 키 등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사용자 1인당 하나의 모바일 기기만을 지원케 함으로써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또 트러스트존이나 SE 같은 안전한 저장소를 지원하지 않는 구형 기기들에 대해서는 ‘화이트박스 암호화(White-Box Cryptography)’ 기술 등을 이용해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안성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 보안회사와 화이트햇4 을 활용해 다각적인 서비스 취약점을 수시로 점검하고, 해킹 같은 전자금융 사고로부터의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 클릭을 없애다

카카오뱅크 UI의 특징은 기본적인 계좌개설을 포함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클릭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카카오뱅크는 로그인을 하는 동시에 첫 화면이 열리면서 한가운데에 “+계좌 개설하기” 버튼이 나온다. 앱을 뒤질 필요 없이 바로 계좌 개설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른 은행 앱은 첫 화면에 메뉴가 많은데 정작 신규 계좌 개설 메뉴는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은행들이 자사 캠페인 광고를 가장 눈에 띄게 보여주고, 계좌조회나 이체 같은 기존 고객을 위한 메뉴를 나열해놓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어떤 메뉴를 클릭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예컨대 ‘전체 메뉴 →예금 → 신규 → 입출금통장 신규’ 등 4번 이상은 클릭해야 한다.

모바일 UX 관점에서 클릭은 ‘범죄’로 통한다. 없애야 하는데 그만큼 없애기 어렵다는 의미다. 클릭은 마우스를 도구로 하는 PC 시대의 개념으로 손으로 터치하는 모바일 사용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클릭의 기본 전제는 정확한 위치를 정밀하게 타기팅하는 포인팅이다. 반면 모바일 사용성은 대충 스와이핑하는 데서 높아진다. 클릭하기에는 모바일 화면의 공간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클릭할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불만이 생기게 돼 있다. 페이스북이 일으킨 혁명 중 하나도 바로 타임라인을 브라우징하게 만든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클릭 수를 줄일수록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져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실명 확인을 위해 도입한 역이체 방식의 타행 계좌 인증도 기존 은행 앱보다 클릭 수를 줄여 사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른 은행 앱은 본인이 해당 계좌에 입금하는 형태로 이체 인증을 한다. 고객이 타행 계좌를 열고, 인증을 거쳐 송금하는 데 수차례의 클릭이 요구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직접 고객의 기존 보유 계좌에 1원을 보내고, 사용자는 그 내역을 확인해 계좌 보낸 사람란의 네 글자만 카카오뱅크 앱에 입력하도록 정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뱅크는 계좌 개설이나 상품에 가입할 때 입력해야 할 고객 정보를 최소화했다. 화면상 상품 설명도 필수적인 내용으로 최소화하고 이미지를 곁들여 고객이 스크롤로도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중은행 앱은 가장 간단한 입출금 계좌에 가입하는 데도 입력해야 할 사항이 카카오뱅크의 2배가량 많다. 또 약관과 상품설명서 등 확인했다는 표시 클릭을 해야 할 사항도 많다. 한 은행 앱에서 상품설명서 양식을 클릭했더니 은행 지점에서 쓰이는 종이 양식이 이미지 그대로 떴다. 심지어 PDF파일을 올려둔 곳도 있었다. 오프라인 지점의 추천 직원 이름과 사원 번호를 입력하라는 란까지 있었다.

3. 실패 위험 최소화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카카오뱅크의 중요한 과제였다. 다른 은행 앱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도 중간에 시스템상 오류 등으로 거래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에 이 같은 오류는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비대면 본인 인증 과정에서 신분증 촬영은 사용자 입장에서 번거롭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라 밟을 수밖에 없는 절차다. 일부 은행 앱들은 비대면 본인 인증을 위해 별도의 앱을 추가로 다운로드받을 것을 요구한다. 스마트폰에 추가 앱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다운로드받고, 해당 앱의 접근성, 정보 제공 등의 동의를 다시 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앱 구동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중간에 오류가 나거나 중지되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해 불편하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기술적으로 신분증 인식의 정확성을 높이는 한편 촬영 방법상 최대한 친절하게 안내해 소비자 불편을 줄이는 데도 굉장히 신경 썼다. 예컨대 다른 은행 앱이 인식에 실패했을 경우 안내문을 띄우는 데 반해 카카오뱅크는 촬영 전 화면에서 ‘밝은 배경 싫어요!’ ‘빛 반사 안 돼요!’라는 문구를 촬영 화면과 동시에 표시해 촬영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안내하고 있다. 고정희 파트장은 “서비스 오픈 전날까지 촬영 안내 문구를 계속 수정했다”며 “사용자가 최대한 친절하게 느끼도록 계속 읽어봤다”고 말했다.

최종 계좌 개설에 실패하더라도 중간에 입력한 정보를 불러올 수 있는 ‘이어서 하기’는 다른 은행에는 없는 카카오뱅크만의 기능이다. 현행 규제상 대포통장 방지 목적으로 최근 30일 내 타행 통장을 개설하면 다른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게 돼 있다. 많은 사람이 본인이 최근 언제 계좌를 개설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계좌 개설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곤 한다. 고정희 파트장은 “e메일이나 게시판에 글 쓸 때는 임시저장 기능이 있어 중간 입력 사항을 저장할 수 있는데 그 기능을 계좌 개설 방식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계좌 개설에 실패할 경우 신청 정보가 전부 삭제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모바일뱅킹을 포기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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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기’의 미덕

1. 첫 화면을 사용자에게 내주다

앱의 첫 화면은 다른 탭이나 메뉴와 달리 사용자가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접근하고, 사용자의 다음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이트역할을 한다. UX디자이너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다. 기존 은행 앱 첫 화면은 은행이 보여주고 싶은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나열해놔 나중에 무엇이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다. 은행 앱의 첫 화면은 전형적인 ‘더하기’ 방식의 산물이다. 각종 상품과 이벤트 내용을 웬만하면 최대한 넣으려고 애쓰다보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글씨도 작고, 어디에 어떤 메뉴가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이런 공간은 ‘공급자’인 은행 입장에서 유용할지 모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죽은 공간’에 다름없다.

카카오뱅크에서 사용자가 로그인 후 보게 될 첫 화면을 설계하는 작업은 수많은 ‘빼기’를 시도하는 일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 정보가 ‘왜’ 필요한가를 질문하면서 사용자가 보고 싶고, 사용자가 꼭 해야 할 내용만을 남기고 모두 제외했다. 사용자들은 많은 정보에 노출될수록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인지’를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아주 직관적이고 심플한 구성은 소비자의 능동적인 행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첫 화면에서 자신이 보유한 계좌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표시하고, 내가 찾고자 하는 서비스를 예상 가능한 위치에 배열했다. 또 프로필 사진과 인사말을 제공하고, 직접 통장의 이름과 컬러를 교체할 수 있는 개인화(personalization) 기능도 추가했다. 모든 고객이 같은 앱을 쓰더라도 취향에 따라 화면을 구성할 수 있어 나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느낌이 든다. 고정희 파트장은 “카카오뱅크는 내가 들고 다니는 나만의 은행이고, 앱이 그 지점 역할을 한다”며 “지점의 첫 화면은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정보, ‘나의 정보와 내가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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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천’으로 사용자 고민을 없애다

카카오뱅크 첫 화면 상단의 ‘추천’ 페이지는 사용자가 자기에게 맞는 상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다른 은행 앱에는 보통 ‘금융몰’ 혹은 ‘상품몰’로 이름 붙여진 공간이다. 카카오뱅크 내부적으로 이 페이지의 이름을 ‘추천’으로 결정한 데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은행처럼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사용자가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의도를 담았다.

특히 ‘추천’ 페이지의 상단에 보이는 ‘시뮬레이터’는 사용자들의 고민을 없애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사용자가 자기 상황에 맞게 얼마를 어떻게 모을지 한 화면에서 쉽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만든 것. 길은정 선임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라며 “사용자 입장에서 상품이 소개되는 방식 자체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 은행에서는 예적금 하나 가입하는 데도 수십 개 상품 중에서 고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대출같이 복잡한 상품은 더더욱 그렇다. 창구 직원이 추천해주는 상품에 마음이 기울 가능성이 높지만 그 상품이 과연 정말 나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인지는 반신반의하게 된다. 실제로 실적 압박에 몰린 은행 직원들이 ‘밀어내기’식으로 특정 상품을 팔거나 ‘꺾기’로 여러 상품을 묶어 파는 행태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카카오뱅크 사용자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일, 주, 월 단위로 얼마를 모으면 만기 때 세전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매주’ ‘치맥 대신 5만 원’을 ‘3년’간 자유적금(최고 금리 연 2.4%)으로 모으면? ‘세전 813만3890원이 모인다’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은행처럼 금리 등 안내사항을 일방적으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이렇게 투자하면 얼마를 모을 수 있다고 쉬운 예를 들어 정확하게 안내해준 것이다. 영업점 직원보다 객관적인 정보로 사용자를 설득한다.

카카오뱅크의 상품은 UI뿐 아니라 상품 내용 자체도 굉장히 심플하다. 예컨대 다른 은행처럼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소개에 급여계좌 이체, 체크카드 사용 같은 별도 우대 조건이 달려 있지 않다. 모바일상에서는 우대 조건을 따져서 고르는 시간조차 사용자에게 불편하다. 초기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용 편의성을 중시한 결과 상품도 자연스럽게 간결해졌다.

‘나만의’ 체크카드로 UX 완성

고차원적인 UX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차별화된 경험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체크카드가 ‘나만의 은행’이라는 UX를 완성시킨 최종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은행은 오랫동안 다수의 지점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K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신생 은행은 브랜드 이미지를 ‘무’에서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이용한 것이 큰 강점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유일하게 실체가 있는 상품인 체크카드 디자인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 체크카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란 가상의 사용자 경험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물리적인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IC칩 카드 결제 방식이 대중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체크카드를 세로형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해외에서는 마그네틱으로 긁는 대신 IC칩 방향으로 꽂는 식으로 카드 결제가 이뤄지면서 세로형 카드도 많이 출시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로형 카드는 2017년 2월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출시해 소비자들이 아직 익숙지 않다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앞으로 사용성이 높아질 게 분명했다.

UX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낯선 세로형 카드에 빨리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카드는 일상적인 금융 거래 수단인데 IC칩을 꽂는 방향이 헷갈리기 시작하면 불필요한 혼선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디자인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앉아 있는 이미지다. 카드 하단에 반투명 재질을 넣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반투명 구분선에 걸터앉아 있게 그려 넣은 것. 캐릭터가 앉아 있는 모습을 바로 세우면 그 방향으로 카드를 꽂아야 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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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더 나아가 카카오뱅크는 ‘나만의 은행’이란 슬로건에 맞게 사용자가 원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선택해서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사용 편의성을 넘어서 고객이 ‘나만의 은행’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체크카드를 받아본 고객들은 본인이 선택한 캐릭터를 보고 카드를 직접 만지면서 친근함과 재미를 경험했다. 또 내가 선택한, ‘나만의 카드’를 인증한 사진을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려 카드를 소유한 기쁨을 자랑했다. 카드와 함께 제공된 세로형 캐릭터 스티커를 노트북이나 차량에 붙인 ‘카카오뱅크 스티커 활용법’ 인증샷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의 취향을 입히는 디자인으로 낯선 세로형 카드에 대한 사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체크카드를 통해 고객들이 자기화하는(퍼스널라이징·personalizing)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나만의 은행’이라는 차별화된 UX를 완성시킨 것이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2018년 1월 7일 기준으로 373만 장이 발급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디자인은 UX의 가치를 아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반투명 카드 플레이트는 제작 단계에서 일반 카드 플레이트보다 비용이 2배가량 더 들었다. 신용카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체크카드를 제작하는 데 그만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불합리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수익성보다는 사용성이 더 중요하다는 UX 전문가들의 판단을 전폭 지지했다. 길은정 선임은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카카오뱅크 UX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현승준(가톨릭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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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와 주요 은행 앱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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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카카오뱅크 vs.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의 회원가입은 카카오톡과 연계돼 쉬운데다 가입 후 로그인도 패턴 입력과 비밀번호 입력 등을 통해 간편하게 이뤄진다.

KB국민은행은 회원가입을 한 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는데, 기존 입출금식 상품 계좌를 보유한 고객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비대면 계좌개설에 대한 안내는 오른쪽 상단 위 전체 메뉴에 들어가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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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인 화면: 카카오뱅크 vs.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메인 화면은 고객에 대한 인사 메시지와 계좌번호, 잔고 정도로 간결하게 구성돼 있다. 특히 통장 잔고가 큰 글씨로 진하게 표시돼 있어 눈에 띈다.

반면 우리은행 앱은 메인 화면 중앙

에 각종 캠페인 및 금융상품 광고가 이미지와 함께 가장 크게 눈에 띈다. 메뉴가 워낙 많아 어디에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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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설명: 카카오뱅크 vs. 신한은행

카카오뱅크는 핵심 문구와 이미지로 간단하고 쉽게 입출금통장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존대와 구어체 문장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쉽다.

반면 신한은행 앱의 상품 설명은 글자가 많은데다 딱딱한 보고서 형태로 돼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제일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바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은행 입장에서 필요할지 몰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항목 설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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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사용 편의성, 수익성으로 연결될까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수익성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2017년 7월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첫 분기 실적인 3분기 말 기준 66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23억 원의 이자수익을 포함해 총 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판매관리비(442억 원)와 수수료 비용(221억 원)을 포함한 영업비용이 841억 원이 나갔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고객 대신 다른 금융기관에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은 앞으로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 불가피하다. 고객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면제 부담이 커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수수료 수익이 악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타행 이체 수수료, ATM 수수료 전액 면제 등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수수료를 올리면 고객이 급격히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 기반이 확보되면 은행 내 이체 비중이 늘어나면서 타행 수수료 부담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최소 3년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 경영실태평가도 3년간 면제받았다. 일본의 주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평균 5.8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카카오뱅크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출범 이후 예상보다 자산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최근 카카오뱅크의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가 BEP를 달성하는 데 대출 자산이 최소 10조 원 이상 요구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신용대출의 저변을 넓혀 이자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2017년 3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은 1.32%로 K뱅크(1.96%)를 비롯해 2% 안팎인 시중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오픈 초기 1∼2등급 고신용자들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이 많이 나간 데 따른 결과다. 2018년 중 전월세 대출이 출시되는 것을 계기로 대출 자산이 늘어나고 중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되면 NIM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데이터 및 카카오뱅크의 주주사(카카오택시·카카오선물하기 등)의 비식별화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자 신용평가 능력을 강화하고 중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이자 수익 기반도 확충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ATM 수수료 면제를 2018년 6월 말까지 연장했다. 수수료 비용 부담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익 기반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진다. 특히 2018년 도입 예정인 앱투앱 결제 서비스가 새로운 비이자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앱투앱 결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이 입금되는 방식으로 판매자 입장에서 전자결제대행(PG)사와 부가통신망(VAN)사 같은 중간 사업자를 최대한 배제해 기존 시스템보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와 협업해 증권계좌 연동 모델을 도입하거나 펀드 판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금융위는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에 펀드 판매를 허용했다.

다만 현행 은산분리법에 따른 유상증자 규제는 성장에 지속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법상 인터넷 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이 10% 이상 소유하기 어렵고, 경영권은 4%로 제한돼 있다. 자산 성장 속도에 발맞춰 지속적인 유상증자가 필요한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58%)이며, 카카오(10%), 국민은행(10%), 텐센트(4%), 넷마블(4%), 이베이(4%) 등이 주요 주주다. K뱅크에 비해 주주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카카오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kwangsu.cho@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