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바로 갚을 텐데 뭘”… 횡령의 자기 합리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좀먹는다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은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효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행동적 CP 의 모범사례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 개인적, 조직적 행동을 강화하는 비결은 합리화를 제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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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매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이하 CP)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다. 헬스케어나 금융처럼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한 번에 CP 전문가들을 수백, 수천 명씩 고용하는 회사도 있다.1 지멘스(Siemens)는 회사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정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감사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그러나 CP에 금전적 비용만 드는 것은 아니다. CP는 윤리적 과실을 수반하는 시간 소모적이고 산만한 규제 및 법적 절차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 리더들은 CP를 철저히 시행하면 직원들의 부정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율준수와 윤리적 경영에 대한 회사 운영이 ‘효과적’(미국 정부의 판결 지침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으로 마련돼 있다는 확신을 규제기관에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3

기업은 가능한 어떤 총알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CP를 만들려고 애쓴다. 애석한 일은 아무리 포괄적인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부정이나 그에 따르는 정부의 개입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CP는 배출가스 테스트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차량에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직원들을 막지 못했다. 웰스파고(Wells Fargo & Co)에도 관련 규정이 있었지만 고객의 승인 없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차단하지 못했다. 엔론(Enron)의 회계 스캔들이 일어난 지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많은 기업은 아직도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하고, 또 어떤 심리적 기제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일으키는지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그런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CP 전략을 가진 회사는 더 드물다.

본 기사의 목적은 개인이 어떤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행동윤리학 이론들을 동원하고 개인 및 기업의 범죄 행위를 분석한 범죄학자들의 연구 내용도 살펴보는 것이다. 필자의 목표는 공정경쟁 자율준수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왜 부족한지, 그런 노력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비즈니스 리더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조직의 CP를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몇 가지 단계를 제시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접근법이 기업의 CP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이중 시스템

기업의 공정거래 자율준수는 직원 개개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 직원, 관리자, 혹은 임원이 늘 윤리적인 태도로 법규를 준수한다면 자율준수 원칙이 위반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직원들의 행동 방식과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런 방식이 윤리적 의사결정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과 달리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연구를 통해 밝혔듯이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직관과 추론이라는 이중 인지 처리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4 직관적 사고 프로세스(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시스템 1’이라고 말하는)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힘들지 않고, 연상에 의하며, 대개 감정이 결부된다’.5 직관적 처리 방식은 연상 기억(associative memory)과 습관에 의해 진행되므로 통제하거나 수정하기 어렵다. 시스템 1을 통하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마음이 빠르게 연상 작용을 일으키면서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으며 이 모든 사고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스템 1이 작동하는 속도와 편안함은 ‘연상적 사고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일이 조용히 일어나고 의식적인 자아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6

추론적 사고 프로세스(‘시스템 2’로 불리는)는 좀 더 순차적이며 의도적이다. 시스템 2는 우리가 좀 더 체계적인 사고를 할 때 작동한다. 이를테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거나, 문장을 작성하거나,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상황에서 다각적인 의사결정을 신중히 내릴 때 사용된다. 시스템 2가 관여하는 사고는 우리에게 ‘작인(agency, 행위자의 의도나 욕구에 의한 행동의 발현-역주), 자율성, 자유의지를 경험하게 한다’.7 당연히 직관적 사고보다 추론적 사고 프로세스에 정신적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추론적 사고가 직관적 사고보다 꼭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할 때마다 추론적 사고를 동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추론이 필요하다. 시스템 2가 결부된 사고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인간의 마음은 주로 시스템 1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시스템 2는 정신적으로 아주 어려운 과제나 자동적 사고에 의해 발생한 오류를 해결해야 할 때를 위해 남겨 둔다. 이런 전략이 꽤 괜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종종 시스템 1이 내린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스템 2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8 인간의 추론 프로세스가 오류를 수정하기보다는 쉽게 실수를 저지르는 직관을 강화하는 데 작동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비록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직접적으로 윤리적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윤리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동윤리학 연구자들은 이중 시스템적 사고(dual system thinking)라는 통찰력을 받아들였고 이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어나는 윤리적 의사결정 상황에 적용해 왔다. 연구자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윤리적으로 행동하고자 하지만 선한 사람들도 종종 부정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9 실제로 연구자들은 인간의 사욕 추구가 직관적 사고와 관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10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윤리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시스템 2가 윤리적 감시도구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 자동적으로 발현하는 사욕 추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11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합리화

시스템 2가 윤리적 감시도구로 존재하는데도 왜 자주 고장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가령 폴크스바겐 직원들은 왜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하는 코드를 입력했을까? 행동윤리학 연구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뇌가 무엇 때문에 비윤리적 행동을 향해 발걸음을 성큼 옮기게 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범죄와 범죄자들을 연구하는 학문인 범죄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활용된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연구하는 범죄학자들은 기업 범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12 첫째,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아도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유할 수 없는 문제’란 도박 빚부터 실직 가능성까지 어떤 사람에게 엄청난 근심이 될 만한 일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둘째, 신뢰를 위반하면 그 문제를 비밀리에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기업 리더들이 알고 있듯 신뢰는 어떤 조직에서나 필수 요소다. 거의 모든 주인-대리인 관계(principal-agent relationship)는 신뢰를 통해 구축된다. 셋째, 신뢰 위반 행위를 용인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비윤리적이고 심지어는 불법적인 해결방법에 대한 내적 대화가 있어야 한다.13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로, 자신은 회사 자금을 잠깐 ‘빌리는 것’뿐이며 나중에 꼭 갚겠다고 스스로 되뇌며 공금을 횡령하는 은행가를 들 수 있다.

범죄학자들은 마지막 단계를 ‘언어화’라 부르는데(일반인들이 보통 합리화나 변명이라 일컫는) 이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핵심이 된다. 범죄학자들은 언어화를, 범죄자들이 잡혔을 때 자신의 과실을 덜기 위해 사용하는 단순한 사후변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어화를 ‘동기의 어휘’, 즉 범죄자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적절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나 구절로 여긴다.14 이는 범죄자들의 합리화가 행동이 이행되기 전에 진행되며 사실상 부정행위가 일어나도록 스스로 허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합리화 이론을 발전시킨 범죄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합리화는 (범죄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15 합리화는 많은 연구에서 확인돼 왔으며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게 합리화가 없었더라면 용인되지 않았을 방식의 행동을 허용한다.

이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일치한다. 행동윤리학 연구는 누구나 윤리적으로 행동하길 바라지만 인지적 장애 때문에 거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보다 사람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연스럽게 비윤리적인 행위에 가담하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의식적이든 아니든-방법을 찾는다고 말한다.16 이렇게 보면 시스템 2가 시스템 1의 결론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인간이 가진 독특한 진화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 협력하는 능력은 인류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최선의 행동은 보통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7 그래서 인간은 ‘친사회적’이지만 경쟁적인 이 세상의 모순적 측면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18 이 메커니즘 중 하나가 바로 개인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스스로 강구하는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이 ‘선한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에 부합될 수 있도록 본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협력 사회의 좋은 일원이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필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비즈니스 윤리에 대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합리화 이론을 통해 개인의 윤리적 감시 도구가 제압당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19 합리화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비윤리성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하는 시스템 2의 반추적 사고 과정에 속임수를 쓴다. 일단 이렇게 되면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인간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직의 규범이나 사업 규제, 혹은 형법이 작동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합리화는 어떤 형태일까? 좀 더 중요하게는 합리화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필자의 연구 결과는 회사에서 비윤리적이거나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8가지 합리화 유형을 제시한다.20 (‘연구내용’ 참고.) 효과적인 CP의 일환으로 기업 리더들은 이런 합리화 유형들을 이해하고 각 유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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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내용

본 기사는 필자가 화이트칼라 범죄와 기업이 저지르는 부정행위의 원인에 대해 오랫동안 수행한 연구의 일부다. 약 10년간 주법원과 연방법원에서 화이트칼라 피고인들을 대변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CP 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연방법원 판사들이 사기범들의 형량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기업인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원인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필자가 범죄학 이론과 더불어 사회학자인 도널드 크레시(Donald Cressey)가 횡령범들에 대해 분석한 획기적인 연구 자료를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도널드 크레시의 연구는 조직의 신뢰 위반 행위에 합리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냈다. 크레시의 연구를 기점으로 필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조직범죄의 행동적 측면을 중심으로 경제사범, 사기를 저지르거나 관련 범죄에 연루된 프로 운동선수, 문화유산을 절도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그 밖의 수많은 개인 및 기업 사례들 사이에 존재하는 양형 차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연구는 전체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합리화 유형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기업의 효과적인 CP와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대한 양형, 형사법에 있어서 행동적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

책임 부정하기 위반자들은 개인의 책임감을 줄여서 사회적 반감과 자신의 패배감을 낮추기 위해 책임 부정이라는 합리화 방법을 활용한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호소하거나 타인의 지시에 따라, 혹은 경제적 상황이라는 더 큰 이유 때문에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한다. 이는 부정행위를 이끄는 ‘포괄적(catch-all)’ 합리화 방식으로 간주될 수 있다.

피해 부정하기 이 합리화 유형은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로 발생한 상해나 손해에 초점을 맞춘다. 행위의 부당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명백한 피해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거나 내부자 거래나 독점금지 위반처럼 대중이나 시장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가해자는 피해 부정이라는 합리화 유형을 채택한다.

피해자 부정하기 피해자를 부정하는 합리화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피해자의 행동이 부적절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손해를 입을 만하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았거나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경우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허위 청구나 탈세처럼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를 때 주로 이런 합리화 방법을 사용한다.

비난 대상 돌리기 이 합리화 방법은 사람들의 시선을 가해자의 행위에서 규제기관이나 검찰, 정부기관, 혹은 다른 사람들의 동기로 돌린다.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위선자라고 욕하거나 타인의 악의에 이용당했다든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 한 일이라고 주장하거나 선택적 제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다.

고도의 충성심 호소하기 이는 소속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규범을 저버렸다는 식의 합리화를 말한다. 보통 위반자는 상사나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쇠락하는 회사를 지탱하기 위해, 혹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어떤 직원이 개인적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충성심에 호소하는 합리화 방식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회계장부식 접근법 이용하기 이 합리화 유형은 자신의 부정행위를 긍정적인 업적과 비교함으로써 도덕적 죄의식을 최소화하는 ‘행동 대차대조표(behavioral balance sheet)’를 기초로 한다. 고위임원들, 특히 자선활동에 적극적인 임원들이 이 합리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자격 주장하기 절도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이 합리화 유형에 주로 의지한다. 비록 불법 행위일지라도 자신은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합리화 방법은 공직부패 사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상대적 용인이나 정상참작 주장하기 이 합리화 방법을 채택하는 위반자는 윤리적 죄책감을 완화하기 위해 자신의 부정행위를 타인의 부정행위와 비교한다. 탈세자나 부동산, 회계, 무역 사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주로 타인의 부정행위를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한다. 이런 태도는 부정적인 조직문화가 강하고 조직원들이 서로 단절된 경우에 더 쉽게 나타난다.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좀먹는 합리화의 위협

공정경쟁 자율준수와 관련된 문제들을 초래하는 행동을 직원들이 어떻게 합리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특히 인텔과 웰스파고의 경험은 유익한 교훈을 전달한다.

2000년대 초반, 인텔은 영업 담당자들이 독점 금지법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CP 전략을 채택했다.21 인텔은 회사의 CP 전문가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무작위 감사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내부 감사로 서류와 e메일, 그 밖에 관리자들이 남긴 전자 기록들을 모두 조사해서 정부 감사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냈다. 부정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외부에서 반독점 분야의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서 부정을 저지른 직원들과 함께 모의재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텔의 법률고문은 이런 역할극 훈련으로 방만한 직원들에게 정부의 관찰 대상이 되는 경험을 제공해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P에 대한 인텔의 공격적인 접근방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22

하지만 인텔도 정부의 개입을 피할 수 없었다. 인텔은 수년째 개인 독점 금지법 소송을 벌여오던 중이었다. 2009년에 뉴욕 검찰총장은 인텔의 CP가 무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반경쟁적인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회사를 고소했다. 그는 인텔의 CP가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가 언급되는 것을 제한하는 쪽으로 직원들에게 전달돼 왔다고 주장했다.23 필자가 소송을 통해 드러난 직원 e메일을 분석한 결과, 인텔의 접근방식이 앞서 설명한 합리화 유형 중 피해 부정하기와 피해자 부정하기라는 2가지 방식을 포함해 다수의 합리화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보였다. 게다가 직원들은 반경쟁적인 업무방식을 인텔에서 사업을 벌이는 관행의 일부로 간주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더 쉽게 자신의 책임을 부정함으로써 포괄적인 합리화의 덫에 걸렸다.

웰스파고가 최근 겪은 난관도 합리화된 기업 부정의 또 다른 예다. 이 회사의 이중장부 스캔들은 직원들의 윤리 판단에 임원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은행의 윤리규정 및 CP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됐는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사전 보고서를 보면 웰스파고가 직원들의 합리화로 넘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이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과 1억8500만 달러 합의금에 대한 타결을 보자마자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 다수가 내부 비리를 제보했다. 본사에서는 이중장부 금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이와 관련된 윤리 교육도 실시했지만 은행의 공격적인 영업 문화가 명백한 자율준수 원칙들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게 골자였다. 본질적으로 이 은행의 CP는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비현실적인 판매목표를 강요하는 조직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24 “현실은 모두 자신의 (판매)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급은 받아야 하니까.”25 직원 한 명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는 직원들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압박하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정상참작을 주장함으로써 부정행위를 합리화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합리화와 싸우기

범죄학적 통찰력과 더불어 행동과학을 살펴보면 직장에는 최선의 CP조차 훼손될 수 있는, 복잡하고, 서로 얽혀 있으며, 뿌리 깊은 심리적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CP를 더 잘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사익 추구라는 자동성이 초래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다. 물론 방법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정거래 자율준수에 대한 최선의 접근법은 CP의 초점을 정부 당국의 반응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진짜 ‘고객’인 직원들의 반응에 두는 것이다. 직원들은 회사의 CP가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그중에서도 회사 정책이 어떻게 자신들의 합리화를 촉진하거나 저지할지 늘 생각한다. 어떤 프로그램도 인간의 인지적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꾸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전부 방지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가 취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3단계 방법이 있다.

행동 전문가를 고용하라. 이중 시스템적 사고, 합리화, 행동윤리학과 관련된 이론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그 내용이 비즈니스와 CP에 적용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따라서 행동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내부 전문가를 육성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지식을 파악하고 윤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것은 훌륭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행동 전문가들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 중 하나는 행동윤리학, 행동경제학, 도덕심리학, 범죄학 분야에서 최근 수행된 연구들의 주요 내용을 조직원, 특히 컴플라이언스팀과 인사팀에게 교육하는 것이다.26 학자들이 집필한 의사결정 및 부정행위에 대한 책들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유용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27 회사의 행동 전문가들은 직원들이 소속된 부서에 따라 맞춤화된 행동적 자율준수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조직의 모든 일원들에게 윤리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통찰력을 전달해야 한다. 이런 교육은 행동적 측면에서 인식 가능한 CP의 근간이 될 수 있다.

합리화를 방지하도록 행동적 모범사례를 활용하라. 기업이 행동적 통찰력의 희생양이 되기보다 그 이점을 취하는 CP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범죄학과 행동윤리학의 중심에 있는 행동 과학에 기반한 자율준수 업무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천 500대 기업 중 절대다수가 따르는 법규 중심의 전통적인 자율준수 원칙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합리화가 조직원 부정의 핵심이라면 기업의 CP는 이를 몰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직원들이 자율준수 위반 행동에 가담하기 전에 그들의 서약을 받는 것이다.

한 연구원 그룹은 보험회사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고객들에게 한 해 동안 운전한 주행거리를 계기판에 적힌 대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28 주행거리가 짧으면 보험료가 낮아진다. 이때 연구원들은 단순히 거리만 묻는 대신 양식 상단에 자신의 정직성을 약속하는 문구를 포함했다. 똑같은 양식이었지만 주행거리를 기입하기 전 양식 상단에 서약을 한 고객들은 양식 맨 마지막에 서약을 한 고객들보다 주행거리를 2500마일 정도 높게 보고했다. 고객들의 운전 습관에는 차이가 없었다.29 서약 문구는 윤리적인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즉 합리화를 할 수 있는 바로 직전에 개인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부정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인간의 윤리적 감시기구인 시스템 2를 적시에 촉발해서 합리화 가능성을 상당히 감소시켰다. 연구원들은 미국 국세청(U.S Internal Revenue Service)이 관할하는 연말정산 형태의 세금공제 양식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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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비용정산이나 이익 충돌(conflict of interest, 직원의 사익과 책무가 서로 부딪치는 상황-역주), 자금 승인 양식 등 직원이 자율준수 원칙을 위반하는 행동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상황에서든 사전 서약과 비슷한 접근법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는 회사 재량이다.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 Co)는 e메일과 전화 통화 등에서 증권거래인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그들이 ‘사적 거래 금지(personal trading rules)’나 리스크 한도(risk limits) 같은 원칙들을 반드시 준수하게 만들며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Group) 또한 거래인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31 JP모건의 경우에는 거래인이 비윤리적이거나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르려 할 경우에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경고를 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양식 상단에 넣는 정직성 서약 문구처럼 ‘예측적 모니터링’ 방식은 문제적 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회사가 신속하게 개입해서 시스템 2라는 직원들의 추론 시스템을 작동시켜 자율준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회사는 또한 직원들이 합리화에 대해, 그리고 합리화가 윤리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는 직원들과 회사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직원들이 소그룹 단위로 정기적으로 만나 자율준수 위반 행위와 화이트칼라 범죄가 잠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나아가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 CP 전문가(고위관리자가 더 좋을 수도 있다)의 지침에 따라 회사와 관련된 규제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자율준수 위반 행위, 그리고 일부 사업 관행이 주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 효과를 어떻게 초래하는지 직원들이 서로 토론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서 합리화 반응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나지만 이런 발언이 나왔을 때 식별하고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변명식의 합리화 유형들이 솔직하게 논의되고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후에야 직원들은 그 지식을 내면화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만한 기회가 생겼을 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32



회사는 CP에 대한 진짜 성공담을 공유해야 한다. 자율준수에 대한 메시지는 긍정적인 행동들이 회사 안에서 폭넓게 승인되는 동시에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33 그 이유는 자신의 비윤리적 행동을 타인의 비윤리적 행동보다 더 호의적으로 여기는 정상참작 합리화와 관련돼 있다. 자율준수와 관련된 긍정적인 메시지는 대다수의 회사가 이따금씩 실수를 저지를지라도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정상참작 합리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윤리 프로그램에 스토리텔링 방법과 직원 토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온 회사 중에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Pasadena)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건축 엔지니어링 회사인 파슨스(Parsons)가 있다. 이 회사는 인트라넷에 가상의 윤리 문제들을 게시한 후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직원들이 투표로 선택하게 한다. 그런 다음에는 익명으로 올라온 이야기들을 공개하고 회사의 윤리위원회가 문제를 분석한 세부 내용도 게시한다. 이런 접근법은 실생활에 적용된 회사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직원들도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이야기를 통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윤리적 과실과 합리화를 확인할 수 있다.34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윤리와 관련된 퀴즈를 게시하는 것도 수상 경력에 빛나는 윤리 및 CP를 가진 파슨스가 활용하는 다양한 기술 중 하나다.35

인센티브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영향을 주라.

행동윤리학 연구에 따르면 하찮아 보이는 요인들도 윤리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합리화가 회사의 내부 문화, 특히 인센티브 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기사 초반에 언급했던 웰스파고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이 회사에서는 교차판매 제품에 대한 사회적, 금전적 인센티브가 회사의 자율준수 프로토콜을 압도했다. 웰스파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에서 신뢰 위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직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결함 있고, 상충되며, 부적절한’ 조직적 요인과 더 큰 관련이 있다.36 결과적으로 임원들은 앞서 설명했던 일반적인 합리화 유형들을 인식하고 자신의 조직에서 상충적인 인센티브 방식이 합리화와 부정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CP를 보조할 수 있는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칭찬과 감사의 표현이 돈보다 더 큰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적 집단 사이의 상호작용도 개인의 행동을 이끄는 데 그 무엇보다 큰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37 즉, 가장 효과적인 CP는 봉급과 보너스 이외의 것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내용을 보면 직원들이 CP를 제약사항이 아닌 ‘조직의 지배적인 정신’으로 인식할 때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38 그렇다면 회사는 조직의 공통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합리화를 거부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문화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떤 CP도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원의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고, 비윤리성을 조장하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겨냥한 행동 중심의 CP를 활용한다면 조직 내에서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줄이겠다는 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49139.png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7년 가을 호에 실린 ‘The Trouble With Corporate Compliance Programs’를 번역한 것입니다.

토드 하우(Todd Haugh)는 인디애나대 켈리(Kelley)경영대학원의 상법과 윤리학 부문 조교수이자 같은 대학에 있는 윤리학 연구 및 미국 공공기관들을 위한 포인터 센터(Poynter Center for the Study of Ethics and American Institutions)의 제시 파인 후원 연구원(Jesse Fine Fellow)이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110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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