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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Leader Interview

계급장 떼고 끝장토론, 그리고 피드백 KT ‘1등 워크숍’, 20년 혁신과제 풀다

고승연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난 20년간 CEO가 바뀔 때마다 ‘혁신’을 외쳐왔던 KT는 번번이 변화와 관련해 큰 도전에 직면했다. ‘혁신 피로감’을 느끼는 직원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새로운 방법의 워크숍’을 통해 변화관리를 추진했다. 현장의 말단 직원부터 사무부서, 본사 스태프부서의 부장, 그룹사 기술 분야 임원부터 마케팅 직원까지 수직과 수평으로 연결된 모든 당사자들이 밤새 토론하고 솔루션을 찾았다. ‘스폰서’라 명명된 책임자, 즉 담당 임원이 듣고 실행 여부를 약속하고, 이행과정까지 워크숍 참여 직원들에게 알려줬다. 이후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은 자연스레 ‘소통하는 법’과 ‘협력하는 법’을 익혔다. 이 워크숍을 이끌어온 구현모 사장은 혁신 성공의 원칙으로 ‘조급해 하지 않고 변화를 기다리기’ ‘반드시 약속을 지키기’ ‘무슨 일이 있어도 톱다운이 아닌 보텀업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제시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말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과 ‘변화’를 끊임없이 부르짖고 실행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KT도 마찬가지였다. 공기업에서 출발해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 안정적으로 커온 기업인 만큼 변화관리가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KT를 ‘첨단 IT 기업’이나 ‘혁신적 조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이런 인식과 시선이 내부에도 퍼져 있었다는 것. 그런데 큰 위기가 닥쳐왔다. 2013년부터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조직문화도 침체됐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empower ment)’를 강조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주문한 것이다. 방향은 옳았지만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CEO가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하자 임원들 사이에서는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원들이 먼저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세 명이 둘러앉았다. 비서실장을 하며 CEO의 철학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던 한 사람과 역시나 KT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던 임원 두 사람이었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구현모 현 경영지원총괄 사장, 이대산 현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 이문환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이 그 세 명이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아이디어를 모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모든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방법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을 모아서 직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고, 책임 있고 권한을 가진 사람이 토론 결과를 승인해 실제로 집행하도록 해보자는 것. KT에서 지금 실시하고 있는 ‘1등 워크숍’1 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1등 워크숍은 총 3만5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2400여 개의 의제를 토론하고, 그렇게 결정된 내용 중 70% 이상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더 중요한 건 조직문화의 변화였다. ‘협업’과 ‘소통’을 통해 ‘일이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4년간의 1등 워크숍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매출 기여 측면에서 그룹사, 부서, 전사 워크숍을 통해 약 3879억 원의 성과를 냈다. 또 워크숍에서의 문제해결책 도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게 1200억 원이 넘는다. 내부 임직원 만족도 평가를 보면 임직원 간 ‘소통’ 측면에서 2014년 70점에서 2017년 76.4점으로 6점 이상 점수가 올랐고, 부서 간 ‘협업’에서는 만족도가 2014년 68점에서 2017년 77.4점으로 10점 이상 뛰었다. 의사결정 참여 ‘임파워먼트’의 경우 2014년 64점에서 2017년 77.4점으로 무려 13점 이상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건강도 평가 점수도 꾸준히 올라 2014년 70점에서 2017년에는 77점에 가까운 점수가 됐다. 그동안 KT는 영업이익 1조 클럽으로 돌아왔고, 케이뱅크 등의 신사업을 통해 ‘첨단 IT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얻기 시작했다.

DBR은 지난 4년간 KT의 변화를 이끌어 낸 1등 워크숍을 기획하고 추진해 온 구현모 사장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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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이라는 방식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왔나?

나를 포함해 마음이 맞는 임원 몇 명이 4년 전에 모여 얘기를 하다가 왜 그동안 우리가 혁신에 실패했는지를 따져봤다. 문제는 그동안의 모든 혁신이 ‘톱다운’ 방식이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위에서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는 우리에게 산적한 문제, 책임 전가, 복지부동, 소통 부재, 고객과의 단절 등 그 어떤 것도 해결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찾게 됐다. 사실 임원들 사이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확실히 공감대를 얻고 소통도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협업이 일어났다. 문제는 아래로부터, 즉 현장의 직원들은 물론 무기력해진 본사 스태프부서 직원들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였다.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시작되고 실제로 이뤄져야 기업 전체가 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얘기 아닌가. CEO와 임원진만 변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혁신’을 위한 ‘정신개조’를 한다고 연수원에 몰아넣고 교육하거나, 등산하거나, 해병대 캠프에 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토론하고, 소통하고, 협업해서, 그리고 적절히 위임된 권한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직접 해봐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보고, 그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변화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선 문제해결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늘 하던 얘기 다시 하는 것밖에 더 되나?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본사의 스태프부서 사람들도 그 자리에 와야 한다. 그렇게 모여서 토론하고 문제를 꺼내 해결책을 찾으려면 1박2일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절대로 예전과 같은 워크숍 형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그저 모여서 누가 발표하고 주르륵 앉아서 듣다가 불만 좀 토로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건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기존 관행대로 워크숍을 했더라도 또다시 ‘본사에 있는 차장’이 ‘본사 지침’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편한 일처리를 위해 ‘현장의 부장’을 찍어 누르려 할 게 뻔했다.

지난 20년간 ‘혁신해보자’고 시작했던 모든 캠페인은 이런 식으로 끝나버렸다.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이 워크숍에서는 그래서 ‘계급장’을 어떻게든 떼는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현장 콜센터 직원과 본사의 부장, 차장이 말 그대로 끝장 토론을 해서 솔루션을 찾아내는 거다. 그러고 나면 ‘스폰서’라고 우리가 명명한 권한 있는 임원이 둘째 날에 그 워크숍 현장에 방문해서 그 해결책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이행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짜봤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그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과 ‘변화’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 KT에 당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다 공감하고 있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동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말한 콘셉트를 갖고 워크숍을 기획해서 2014년 9월 말에 첫 워크숍을 열었다. 그렇게 그해에 수차례의 워크숍을 열었고 12월 말까지 7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룹사, 현장 대리점 가릴 것 없이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4년 만에 한 번이라도 참가해본 사람이 약 3만5000명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워크숍이 어떻게 진행됐나.

일단 ‘사무국’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가 ‘현장에서 지금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1등 워크숍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사무국에 발의를 하면, 사무국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서, 어떤 그룹사의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워크숍에 와야 하는지 파악하고 그들에게 참석을 요청한다. TF 형태로 몇 주 혹은 몇 달씩 파견하는 것이 아니기에 현업 부서에서도 부담 없이 1박2일짜리 워크숍에 보낼 수 있다. 또 ‘가서 우리 상황도 좀 얘기하고, 우리 애로사항도 좀 얘기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이렇게 참가해서 토론해야 할 사람들이 정해지면 사무국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정한다. 워크숍에서 실질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외부 전문가들과 계약해서 했지만 ‘이건 우리가 직접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내부 육성을 했다. 지금은 EFT(Empowering Facilitator)라고 부르는데 신청을 받아서 부서별로 EFT를 임명했다. 그들은 해당 부서의 전속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워크숍의 주제에 따라 사무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참가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토대로 EFT가 선발됐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가해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퍼실리테이터 육성 교육도 이수했다. 자기 업무의 전문가이자 회의 진행과 생산적 토론 유도의 전문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이렇게 EFT도 정해지고, 날짜가 정해지면, 원주나 대전 연수원에 ‘토론자’들이 모인다. 거의 밤샘 토론을 통해 현장의 말단 직원부터 본사의 차장, 현장의 관리자부터 본사의 담당 직원까지 뒤섞여 발의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 소통을 하고 협업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인데,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각 부서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 부서의 대표로 참여한 것이기에 다른 계급, 즉 직위는 없는 상태다. 그러면 다음 날 확실한 권한을 가진 ‘스폰서’가 온다. 토론의 결과물을 듣고 그 자리에서 답변을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검토해 보겠다’라는 말은 안 된다. 그 솔루션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답변해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현장과 스태프부서의 전문가, 담당자들이 토론해서 내린 결론이기에 상당 부분은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워크숍이 끝나고 나면 실제로 자신들이 만든 솔루션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사무국에서 참석자들에게 e메일로 알려준다. 이행과정 피드백이 없으면 밤새 토론한 의미가 사라진다. 거기까지 이뤄져야 그 워크숍은 끝난 거다. (그림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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