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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식당, 착한 경영

다른 가게들이 원가 낮추기 바쁠 때 좋은 재료 고집한 파스타집… 결론은?

김진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부분의 파스타 집이 통상 한 봉지에 1200원에서 2000원 사이인 건면, 한 캔에 4000원 정도인 토마토소스를 사용해 파스타 요리를 만든다. 파스타 1인분에 100원어치의 면, 300원어치의 토마토소스가 쓰이는 셈.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재료 원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파스타집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심지어 문을 닫는다. 반면 연희동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파스타 집 ‘에노테카 오토’에서는 셰프가 손수 생면을 만든다. 최고 등급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만 사용하고 생바질로 직접 바질소스를 선보인다. 다른 가게들이 원가를 낮추기 바쁠 때 아낌없이 재료에 투자한 이 식당에는 눈치 빠른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편집자주

많은 식당들이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더 자극적인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려고, 더 쉽고 빠르게 음식을 만들려고 재료를 은근슬쩍 바꿔치기하거나 적절치 않은 첨가물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외롭게 손님과의 약속을 지켜온 ‘착한 식당’들도 있습니다. ‘먹거리 X파일’의 진행자로 착한 식당과 그 경영자들을 만나온 김진 기자가 착한 식당에서 만난 ‘착한 경영’의 비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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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가 이리 낮은데 왜 망하는 파스타 집 수두룩할까

파스타 집 창업이 ‘붐’인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한 지역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 업체는 그 당시 엄청난 인기와 매출을 자랑했다. 대학생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라고나 할까. 여기에 TV 드라마 ‘파스타’까지 인기를 끌면서 창업인들 사이에서는 ‘파스타 불패’라는 신화까지 생길 정도였다. 지금도 조금 과장하자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다. 중국집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주변에도 파스타 집 창업에 뒤늦게 도전했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 한마디로 ‘공급 과잉’ 상태다.

이렇게 파스타 집이 우후죽순 들어선 데는 한국인이 유독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파스타 원가에서도 결정적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고급스런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배경으로 차려진 파스타 한 그릇의 가격은 대략 1만5000원에서
2만 원 사이다. 해산물 파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해산물이 그다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대다수 레스토랑에서 1만 원 중후반대의 가격을 매겨놓고 있다. ‘뭐, 이탈리아 음식이니깐.’ 사람들은 순대국밥 가격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000원 오른 것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이탈리아 음식 가격에는 왠지 무덤덤하다.

해산물파스타와 해물짬뽕을 나란히 놓고 살펴볼까. 해산물파스타와 해물짬뽕에 들어 있는 해물 종류와 수를 직접 세서 비교해봤다. 식당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해물짬뽕에 오징어, 주꾸미, 해삼 등등 더 많은 해산물이 들어가 있었다. 해물짬뽕은 비싸 봐야 8000원이다. ‘어디 해산물파스타를 해물짬뽕이랑 비교해’라고 역정 내는 이도 있겠지만 국적은 다르나 두 음식 모두 해산물을 이용한 면 요리 아닌가. 원가는 짬뽕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음식 가격은 두 배, 세 배 이상인 파스타. 이러니 파스타 집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 향이 감미로운 1만6000원짜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의 원가는 얼마일까. 재료비만 산정했을 때 470원에서 810원 사이로 측정됐다.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부드러운 크림에 고소한 베이컨과 풍미 가득 치즈가 담긴 1만8000원짜리 ‘카르보나라’ 파스타의 원가는 1460원에서 2470원으로 조사됐다. 생토마토가 풍성히 들어간 1만7000원짜리 토마토 파스타는 약 1250원에서 1880원의 원가가 측정됐다. 물론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적어도 원가 대비 마진율은 해물짬뽕보다 파스타가 월등히 높다.

파스타에 대한 ‘준거 가격’을 한번 매겨볼까. 준거가격이란 소비자가 본인의 경험과 상식 등을 토대로 구매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다. 파스타 원가 분석 결과를 받아본 필자의 준거가격은 아무리 높게 매겨도 4000원이 채 안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퀄러티의 식재료들을 쓰기에 이렇게 원가가 저렴한 걸까. 먼저 파스타의 생명인 면의 경우 식당에서는 99% 건면을 쓴다. 식당에서 도매상을 통해 구입하는 가격을 살펴보면 통상 한 봉지에 1200원에서 2000원 사이인데 면 1㎏에 12인분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1인분에 쓰이는 면은 단돈 100원어치인 셈이다.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토마토소스. 통조림캔 형태로 된 제품이 많이 쓰이는데 이 토마토소스는 한 캔에 4000원 정도다. 15인분이 나오니 한 그릇에 쓰인 토마토소스는 약 300원어치 정도다. 크림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데는 대체로 비싼 생크림 대신 싼 휘핑크림이 쓰인다. 올리브유의 경우, 식당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급의 ‘포머스’ 등급 오일이 쓰이는 곳이 적지 않다.

100원짜리 면에, 300원어치의 토마토 통조림 소스를 얹어, 값싼 올리브유에 볶아낸 파스타. 그런데 ‘반전’은 원가가 이렇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파스타집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스타 집 공급이 수요 대비 지나치게 많아서인가? 단순히 공급 과잉이 원인이라면 공급 대비 수요가 충분한 곳을 잘 선택하고, 스왓(SWOT) 분석을 통해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면 성공해야 할 터. 하지만 목 좋은 대학가에 위치하고도 실패하는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필자는 100일 걸려 어렵게 찾은 착한 파스타 집의 성공 케이스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재료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맛의 ‘차원’을 높여

‘에노테카 오토.’ 서울 연희동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이탈리아 음식점. 셰프의 이력이 우선 독특하다. 광고업계에서 십수 년 광고만 만들던 강성영 사장. 이탈리아 출장길에서 맛본 파스타 맛에 꽂힌 그는 생업을 미루고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수년간 파스타 만드는 법에 몰두한 후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강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면이다. “이탈리아에서 건면은 주로 집에서만 먹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굳이 집이 아니라 밖에 나가 파스타를 사 먹는 건 생면을 맛보고 싶어서입니다.” 셰프가 직접 만든 생면이 맛과 향이 훨씬 더 좋기 때문. 이를 잘 아는 강 셰프는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직접 생면을 만들어 파스타를 요리한다. 계란 노른자와 여러 종류의 밀가루를 적절히 혼합한 후 질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만을 사용해 직접 면의 반죽을 만든다. 거친 반죽을 수시간 동안 치대고, 또 치대면 마치 보송보송한 아기피부처럼 표면이 부드러워 진다. 넓적한 페투치니, 리본 모양의 링귀네, 가운데가 뚫려 있는 팬네, 만두같이 생긴 라비올리 등 강 셰프의 손끝에서 다양한 종류의 생면들이 탄생한다. 그리고 모든 면은 주문 즉시 삶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들어 놓은 생면은 3일을 넘기지 않는다.

이 착한 식당의 고집은 올리브오일에서도 드러난다. 이탈리아 음식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싼 식재료는 사실 올리브오일이다. 올리브오일은 산도와 맛, 향에 따라 크게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이 집에서 고집한다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가장 좋고 비싼 등급의 올리브유다. 상당수 식당에서 쓰는 포머스 등급과는 맛, 향과 식감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정성 들여 탄생한 여러 파스타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바질 파스타. 한겨울에 가장 비싸다는 생바질을 이용해 주문 즉시 바질 소스를 직접 만든다. 생면에 풋풋한 바질 향이 어우러진 파스타지만 가격은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생면에서 소스를 품에 안은 촉촉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적당한 쫄깃함이 느껴진다. 밀가루 반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잘 만들어진 빵을 소스에 적셔 먹는 것 같은 풍성한 맛이 입안을 맴돈다. 강 셰프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집이 어떤 재료를 쓰는지는 몰라도 저는 재료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면을 만들고, 좋은 식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결국 손님들에게 더 좋은 파스타를 돌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로 인풋, 로 아웃풋(Low input, Low output)’인 법이다. 투자가 적으면 성과가 초라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는 음식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눈치가 빠르다. 좋은 식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만든 음식은 반드시 다시 찾게 돼 있다. 다른 가게 오너들이 식재료를 두고 100원, 200백 원을 세고 있을 때 면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던 착한 식당. 소비자들은 좋은 음식과 남다른 경영 철칙에 합당한 가치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었다. 파스타의 원가 분석에 몰두하던 식당들이 저렴한 재료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진 채널A 기자·앵커 Holyjjin@donga.com

필자는 2010년 동아일보에 입사, 채널A 개국 이후 방송기자 및 앵커로 활약하고 있다.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왔으며 2014년부터 ‘먹거리X파일’의 진행을 맡아 착한 식당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 김진 김진 | -2010년 동아일보 입사
    -채널A 개국 이후 방송기자 및 앵커
    -2014년부터 ‘먹거리 X파일’의 진행을 맡아 착한 식당들 발굴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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