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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사례

‘고령자’로 묶지 않고 타깃 세분화. 도심 피트니스센터가 오전에 붐빈다

김양팽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문화적 차이, 내수시장 구조의 차이도 있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한국보다 앞서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참고하고 연구할 만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현재 일본은 도요타 등 제조업 대기업들부터 유통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방식으로 고용전략을 바꾸고 있으며 크게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짜서 대응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고민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와 제언은 다음과 같다.

1) 건강 상태에 따라 고령자 시장을 세분화하라.
2) ‘신뢰와 편의성’ 제공으로 위축되는 시장에서도 성장할 방법을 찾아라.
3) 업종에 따라서는 모든 세대를 융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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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일본을 떠올린다. 20여 년 전부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겪었기 때문이고, 지금 한국의 저성장 기조에 훨씬 앞선 시점에서 심각한 경제불황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자는 인구구조 변화와 정책 실수가 맞물리면서 일본의 경제 불황이 심해졌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1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와 강력한 국가주도 성장모델을 갖고 있었고, 관료 시스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유사한 국가경제와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은 한국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대상임은 틀림없다. 먼저 일본 인구구조의 현황부터 살펴보자.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평균 일본의 인구는 약 1억2700만 명이며 2008년 1억28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감소폭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 등의 이유로 인구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령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2008년에 65세부터 74세까지 인구가 15세 미만 인구보다 많아졌으며 급기야 2016년에는 7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 인구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 사회의 노령화는 일본 경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고령자의 사회활동이 연장되고 있으며 노령화 진전과 함께 소비력을 가진 고령자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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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동력인구는 1998년 6793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정부와 언론은 노동력인구 감소로 인한 영향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 속도를 줄이기 위해 출산장려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감소하는 노동력인구를 대체하기 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했다. 또한 원천 봉쇄된 것과 다름없었던 단순 생산직에서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조금씩 가능해지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이며, 여성 노동력의 확대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그동안 다양한 출산장려책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책을 써왔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가 일본에서 단순 생산직의 일자리를 구해 일본에서 생활하기에 용이한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감소 추세에 있던 일본의 노동력인구가 2012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특히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동력인구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생산활동 참여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근로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60세 정년퇴직 이후 연금을 받으며 노후생활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노후생활의 형태였으나 지금은 60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의 국민연금 수령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돼 적어도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65세까지는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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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인구 노령화에 대응하는 일본 기업들의 다양한 고용사례와 전략을 다룬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일본 소비시장의 변화 양상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사례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전략을 정리한다.



노인을 일하게 하는 일본 기업들: 도요타, 로손, 돈키호테, 토마스, 산와전기제작소 사례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정부 정책을 수용해 2006년부터 60세 정년 후 재고용 제도 도입을 결정했고 이를 2007년부터 시행했다. 외부 환경 요인으로 연금 수령 연령의 연기가 결정됨에 따라 내부에서는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었다. 또 기능 전수 및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재고용 제도는 필요했다. 다만 희망자 전원을 고용하는 재고용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으로 ① 건강 ② 직무수행 능력·기능 ③ 팀워크·근무태도 등을 고려해 선별적인 재고용이 이뤄졌다. 당시 정년 퇴직자의 약 50% 정도가 재고용 제도를 통해 근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재고용 제도는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이나 임금은 60세 이전의 약 70%를 수령하고 있었다. 최근 도요타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노사 합의에 의해 60세 이후 재고용자 중 일정 수준 이상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할 경우 2016년부터는 65세까지 급여 변동 없이 근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정년이 65세로 연장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국내 경기 유지 및 호전을 위해서 국내 생산 300만 대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인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퇴직 후 인력 활용을 위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는 일본의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의 제조업 현장 진출이 점점 더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제조업 대기업들은 도요타의 사례를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도쿄의 오오타구에 있는 산와전기제작소 사례도 눈에 띈다. 이 회사의 종업원 평균 연령은 49.5세이며, 60세 이상 종업원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1953년 설립해 60년 이상의 역사가 있으나 규모는 크지 않고 종업원 수는 약 50명 수준이다. 이 회사는 압력·진공자동제어, 스위치 제조 판매 등 주문형 고품질 정밀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정년은 60세로 설정돼 있으나 희망자 전원 65세까지 재고용을 실시하고 있고 65세 이후에도 고용 연장을 희망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2명의 추천서 혹은 부서장의 허가가 있으면 본인이 희망하는 연령까지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에 따라 현재 최고령 종업원은 81세이며 65세 이상의 직원도 20명 가까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산와전기제작소의 특징은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이다. 50년 이상 근무한 고령자도 고품질의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줄이며 정밀제품을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 계속해서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측의 노력으로 근속 30년, 40년에 이르는 종업원이 다수 있으며 다른 근로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종업원의 기업 충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오래된 직원들이 회사 전체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밀레니얼세대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고 염려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다.

유통업에서는 아예 60∼70세 시니어 신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 편의점 체인인 로손이다. 우리나라 편의점 시스템이 대부분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로손 역시 우리나라 편의점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 직원이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으로 젊은 학생층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로손은 2012년부터 시니어 채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로손은 일본의 노동인구 변화를 관찰하고 더 이상 젊은 학생층만으로는 인력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령이 높은 직원이 더 오래 근무한다는 결과가 나와 시니어의 채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로손에서는 판매직원 채용 후 신입 연수를 실시하는데 연령 등을 고려해 차별화된 연수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 계산대 사용법이나 상품 진열 방법 등에 관해서는 연령대에 맞게 연수시간을 조절하고 있으며, 기존 매뉴얼은 글자가 작아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큰 글씨체의 매뉴얼을 따로 작성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현재 로손 매장 점원의 약 10%가 시니어이며 지원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매장 점주들의 입장에서도 시니어 직원의 증가가 나쁘지만은 않다. 시니어 직원은 책임감이 강해 근무태도가 좋고, 지각이나 결근 등을 잘하지 않으며, 자기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출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로손 영업추진 담당자는 “고객의 소리 중 ‘편의점 직원 중 시니어가 있으면 오히려 편의점 이용에 부담이 없어진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고객이 단골이 돼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로손은 향후 매장 직원의 30%까지 시니어 직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로손 사례는 대고객 업무에서 ‘시니어’ 점원이나 직원이 갖는 장점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도 시니어 채용을 확대할 때,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매뉴얼 글자 크기, 연수시간 등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또 다른 유통체인인 돈키호테 사례를 살펴보자. 돈키호테는 일상생활용품뿐 아니라 특이한 아이디어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최대급 종합 할인점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제품들을 살펴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장을 둘러보게 된다. 그러다가 필요했었는데 어디서 판매하는지를 몰라 헤매던 물건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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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돈키호테는 2014년 7월부터 60세 이상을 중심으로 ‘라이징 크루(rising crew)’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이른 아침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된 업무는 오픈하기 전 매장에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다. 돈키호테 매장에는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으며 하나의 제품이 판매되는 기간 동안 한 장소에만 진열돼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진열장소를 바꿔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방식이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돈키호테는 수시로 매장의 진열을 바꾸고 있는데 다양한 상품의 종류 때문에 아침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까지 상품진열이 완료되지 않고 구석에 쌓아두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부 차원에서 ‘라이징 크루’ 제도를 도입하고, 60세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게 된 것이다. 1주일에 2일 이상, 1일 2시간 이상이 근무조건이어서 60세 이상의 시니어가 근무하기에 무리한 조건이 아니며, 특히 이른 아침에 근무를 한다는 것이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종업원들에게는 상품 진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으며, 일본의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제고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게다가 부득이하게 오픈 전 작업을 마치지 못한 경우 잔업을 하게 되는데 시니어 직원이 매장 내에 있어 중장년층 고객이 매장을 부담 없이 방문하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해 매출 상승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로손과 돈키호테 사례에서 한국 기업들이 얻어야 할 시사점은 우선 시니어 인력은 기존 노동력 인구가 갖지 못하는 장점, 즉 새벽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태도가 좋다는 강점이 있으며 시니어 채용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좀 더 새로운 사례를 살펴보자. 군마현에서 문화센터, 공공시설의 무대 등을 관리하는 기업 토마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60세 이상 정년퇴직자 대환영’이라는 광고를 내고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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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신규 사원을 모집하면서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적극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은 토마스의 본사인 컨설팅기획회사 ‘햄프톤 저팬’의 가토우 사장(62)이다. 가토우 사장은 본인이 60세가 넘으면서 ‘60세는 아직 근무가 가능한 나이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정년까지 근무한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가 있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본사 업무 중 미경험자도 가능한 업무를 분리해 토마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무대에 사용되는 기구를 관리하는 업무지만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 입사 후 약 3개월 정도의 연수기간을 거치면 충분히 수행 가능한 업무 수준이다. 또한 근로자 본인의 건강상태나 가정환경을 고려해 근무할 수 있도록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올 3월에 설립된 60세 이상만 입사 가능한 토마스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60대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간에 전파하고 있다.



일본 소비시장의 변화

지금까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일본의 여러 기업 사례를 살펴봤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고용시장만 바꾸는 게 아니다.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소비시장의 변화다. 지금까지 일본의 기업들은 구매력이 왕성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웠으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젊은 층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경제력을 가진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소비력이 있는 고령자에 대한 마케팅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 시장은 2007년 62조9000억 엔 규모에서 2025년에는 101조3000억 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현재 일본 전체 소비시장의 규모가 약 300조 엔임을 감안할 때 고령자 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령자 시장이란 크게 의료·의약산업, 요양산업, 의식주산업 등으로 고령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먼저 의료와 의약산업부터 알아보자. 일본에서는 감기에 걸려 동네 개인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병원을 가득 메운 노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의료비의 30%를 자기부담으로 하고 있어 병원의 문턱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70∼74세 고령자는 자기부담률이 20%이며, 75세 이상은 10%로 줄어들기 때문에 고령자들은 큰 부담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건강에 조금만 이상이 오더라도 주저 없이 병원을 찾게 돼 병원은 항상 노인들로 가득하다. 병원이 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젊은 층은 병원을 찾기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사회의 노령화는 일본 병원의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은 신체를 치료하는 곳이라는 이미지에서 일상생활 유지를 지원하는 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입원 의료 중심에서 재택의료로, 병원 치료 후 사회 복귀 목적에서 잔병(합병증)은 보유한 채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노령화와 함께 더욱 많은 숫자의 병원이 필요하게 돼 의료산업과 의약산업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은 노인요양산업이다. 일본의 노인요양산업 시장은 2007년 6조4000억 엔 규모에서 2015년 9조8000억 엔, 2025년에는 20조 엔 규모로 성장해 일본 GDP의 약 3.2%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개호(노인요양)복지법이 실시된 이후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소뿐만 아니라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소가 급증했다. 과거 노인요양은 가족이 담당하고 있었으나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부양이 한계에 달했고 고령자 복지 시설 부족으로 인해 고령자 가정에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개호복지법 실시로 인해 방문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는 개호(노인요양)보험을 적용받게 돼 1시간에 4020엔의 서비스 비용 중 10%만 부담하게 돼 있으므로 정기적인 방문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더라도 커다란 부담은 아니다. 노인요양 서비스 가격은 정부가 결정해 3년마다 개정하고 있으나 노인요양 사업소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참여하고 있다. 노인요양 사업소의 확대로 인해 이에 종사하는 인력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도 현재 요양산업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171만 명이지만 2025년에는 253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의 생산연령인구 감소 추세로 보아 노인요양산업에서는 종사자 부족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의료와 의약산업의 활성화, 노인요양 사업의 확산은 우리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고 한국의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화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사례를 통해 더 많은 시사점을 얻어야 하는 분야는 바로 ‘의식주 전반’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현재 일본 사회의 노령화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형태의 소비시장, 즉 의식주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의류산업부터 살펴보자. 기후현(岐阜県) 산업경제진흥센터에서는 최근 ‘실버마켓에서 패션산업의 방향’이라는 흥미 있는 조사를 실시했다. 기후현은 도쿄, 오사카에 이어 일본의 3대 패션산업 지역으로 기후현 남부를 중심으로 섬유공장이 집중돼 있으며, 의류산업 관련 기업들이 집결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일본 국내 의류 수요 부진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되는 값싼 섬유제품으로 인해 지역 패션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새로운 타깃으로 실버세대를 선택해 이러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고령자는 여전히 활력이 있으며, 연금을 포함해 매월 안정적인 수입 혹은 저축이 있고, 조금이라도 더 젊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또 현재 일본의 고령자들은 다양한 개성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현재의 실버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대에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획일적인 제품을 소비하며 생산 활동에만 정진하며 살았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고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드디어 본인의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 즉, 경제력을 가진 고령자가 자기만족을 위해 의류를 구매하는 충분한 소비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맞춤 정장점 이나모토야(いなもとや)는 고객의 고령화에 따라 요양원 등에서 착용하는 탈착이 쉬운 상품을 개발했다.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 탈착이 어려운 노인이 주요 타깃이었으나 기능성만을 내세운 단순한 디자인의 상품이 아닌 고급화를 추구한 것이 다른 업체화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비록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혼자서 착용하는 옷이지만 장식품을 충분히 활용해 귀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을 제공한다. 이렇게 고령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니 자연스레 매출이 상승했다. 패션산업이 더 이상 젊은이들이 주요 고객이 아니라 고령자가 새로운 타깃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식품 산업에서는 식재료의 소량 포장, 밑반찬류 및 도시락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포장 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주부들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체력이 약한 고령자가 구입해서 집에까지 운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슈퍼에서는 식자재 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으나 정작 고령자들은 식자재 배달 서비스는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음식 소비량이 예전 같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전부 처리하지 못하고 식품 보존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퍼에서는 노인들이 쉽게 운반할 정도의 무게와 용량으로 포장하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혹은 2인의 고령자 가정에서는 요리를 하고 설거지 등 뒤처리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객을 위해서 슈퍼에서는 식사시간에 맞춰 밑반찬과 도시락을 대량으로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해 슈퍼에 도시락을 사러 오기 어려운 노인을 위해서 슈퍼에서 도시락 배달도 하고 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간단한 생활용품과 도시락 등을 배달하고 있어 소매점들이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건강보조 식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통신판매뿐 아니라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건강보조 식품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노령화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구들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욕조에 앉아서 샤워를 하고 일어나기 편하도록 손잡이가 달린 욕조용 의자부터 휠체어를 타고서 독서가 가능한 간이 독서대 등 젊은이들에게는 필요할 것 같지 않은 가구들의 판매가 확대되고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사용하던 집안 내부 구조도 기력이 약한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개조를 해 고령자를 위한 주택 인테리어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설립하는 곳도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온천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각 가정에, 혹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온천을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고령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구조로 주택을 건설해 판매하거나 임대를 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주택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어 경제력이 있는 노년층이 일본의 주택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로 ‘노령인구’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를 살펴봤지만 인구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의 공존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일본에는 코나미(Konami), 레나이산스(Renaissance), 팁니스(Tipness) 등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피트니스 클럽들이 다수 있다. 이들 피트니스 클럽은 주요 역을 거점으로 경쟁적으로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이 풀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1일 12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시설 점검 등을 위해 쉬는 날은 한 달에 한 번이다. 피트니스 클럽이 전국 체인망을 가지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아침 10시, 피트니스 클럽이 개장하면 아침 식사를 마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장을 시작한다. 일본에는 노인들이 모여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로당과 같은 시설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피트니스 클럽은 경로당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클럽 내에는 요가, 필라테스 등 노인들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강좌가 많이 준비돼 있다. 따라서 아침 식사 후 산책 겸 피트니스 클럽을 방문하면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따로 사는 자녀가 부모님 건강을 생각해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시켜 드리고 출입 기록을 확인하는 것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된 클럽일수록 인기가 있기 때문에 피트니스 클럽들은 경쟁적으로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노년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피트니스 클럽의 풀장 또한 고령자 고객을 유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 근력이 약해서 걷기운동도 어려운 고객에게는 풀장에서의 워킹을 추천한다. 피트니스 클럽의 풀장에는 워킹 강좌가 준비돼 있어 고령의 고객이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따라 하다 보면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중탕과 같은 커다랗고 깨끗한 욕조에서 몸을 씻고 점심 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퇴장을 한다. 시간 차이는 있으나 이른 오후 시간도 오전과 비슷한 풍경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방송 댄스, 수영 등의 강좌에 등록한 어린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집에서나 거리에서 아이들과 마주칠 기회가 적은 노인 고객들에게는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인도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 시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포츠클럽과 같은 모습이다. 퇴근 후 건강관리를 위해 힘들게 시간을 만들어서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열심히 운동을 한다. 하루 12시간이라는 기나긴 영업시간 내에 다양한 세대가 찾아와서 운동을 하고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고령자 고객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클럽 직원들은 항상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성공하는 비즈니스 전략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자연스럽게 고령자 시장의 확대, 영유아 시장의 축소라는 현상을 가져온다. 확대되는 시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 시장 참여자 또한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축소되는 시장에서도 소비가 존재하는 한 비즈니스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건강 상태에 따른 고령자 시장의 세분화

고령자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60세 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시장은 사실상 하나가 아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서 혼자 거동하고 야외 활동에 무리가 없는 건강한 고령자 시장, 혼자서 거동은 가능하나 야외 활동은 힘들고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고령자 시장,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고령자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령자 시장을 연령대별로 구분하지 않고 건강 상태로 구분하는 것은 60세 이상의 고령자의 경우 나이와 건강 상태가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 상태로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은 영역별 소비자의 소비성향이 달라 비즈니스 기회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혼자서 거동이 가능하고 야외 활동에 문제가 없는 고령자는 본인 스스로 건강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고 피트니스 클럽도 즐겨 찾는 등 건강유지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패키지 해외여행이나 국내 단체 관광 등도 즐기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젊은이들과 같이 개인적인 활동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약간의 보조’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상품의 소비 및 서비스 수용이 가능한 고객이다. 상품 구매에 있어서는 젊은이들보다 더욱 왕성한 소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다음으로 혼자서 거동이 가능하나 야외 활동이 어렵고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고령자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구매가 어려우므로 상품 구매를 대행해 주거나 집안을 청소하기 위한 방문 서비스, 도시락 배달 등의 수요가 발생한다. 또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집안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해야 하므로 생활습관에 맞춰 주택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으며, 고령자용 주택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자 시장에서는 가장 많은 종류의 소비가 발생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고령자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료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 유료 실버하우스 등과 같은 시설의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개성에 따라 각종 소비를 시도하지만 한정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상과 같이 건강 상태에 따른 소비 성향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2. ‘신뢰와 편의성’ 제공으로 위축되는 시장에서 성장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 영유아용품 시장은 축소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소비시장이 크게 변화했으며, 고령자 시장, 시니어 마켓, 실버 마켓 등의 용어가 등장하며 고령자들이 주도하는 소비시장이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수가 줄어들어 영유아용품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니시마쯔야(西松屋)와 아까짱혼포(赤ちゃん本舗)라는 두 기업이다. 니시마쯔야는 1956년 창업 이래 6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일본 전국에서 89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체인점이다. 아까짱혼포는 1932년 창업 이래 8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국에 10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취급하는 품목은 출산준비물에서부터 기저귀, 유모차 등 영유아용품과 임산부를 위한 의류, 제품 등이다. 즉 출산에 관련된 모든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부모와 별거하고 있고 육아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 예비 부모의 경우 육아용품 준비를 일일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라면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준비가 한곳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까짱혼포에서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다른 성분이 섞이지 않고 순수 물 100%의 물티슈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높여줬고 니시마쯔야는 점포세가 낮으면서도 접근성이 용이한 장소를 물색해 매장을 개설함으로써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제공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15세 미만의 인구 감소로 인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영유아용품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확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영유아 상품시장은 축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는 절대로 사라지는 시장은 아니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의 상황이 변했을 뿐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시장이 축소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은 자녀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지게 했고, 안전한 제품, 믿을 수 있는 제품의 구매로 이어졌다.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편안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축되는 소비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3. 모든 세대를 융합하는 서비스 제공

앞서 서술한 피트니스 클럽의 사례를 보면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시장을 굳이 세대별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건강이라는 주제로 어린 학생에서부터 직장인,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한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이 확대되고 기업이 성장했다. 물론 고령화로 인한 효과가 더 컸다고 볼 수도 있으나 어린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니즈도 충족시키고 있으므로 모든 세대 간의 융합을 이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모든 세대를 융합하는 서비스 제공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최근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상징하는 말임은 틀림없으나 다소 부정적인 단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인구구조 변화’라는 말을 선호한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 ‘다른 인구구조를 가진 세상’이 되는 것일 뿐 그것이 곧 ‘문제’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인구구조 변화를 겪었던 일본의 다양한 사례는 우리가 반드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많은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인구구조가 바뀐다면 그 바뀐 인구구조에 맞춰 기업들이 새로운 형태의 고용을 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며, 시장을 창출하면 된다. ‘망할 것 같았던’ 영유아용품 시장에서도 매출을 증대시키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 ‘젊음’을 상징하는 ‘피트니스 클럽’을 전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사례들, ‘고령자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않고 세분화해 공략한 기업들. 일본이 이웃 나라인 것이 인구구조 변화를 준비하는 한국의 기업들에는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어떻게든 막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이 적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이자 미래일 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 ypkim@kiet.re.kr

필자는 니혼(日本)대 상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주일본 한국대사관 경제과 연구원을 거쳐 현재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경영전략을 전공했으며 일본의 신산업, 반도체 산업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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