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를 복용 중인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환자의 혈압 변화는 실시간 데이터로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되고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환자와 의료진에게 알람이 울린다. 의료진은 환자의 정확한 이력을 확인하고 정밀한 진단을 통해 치료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후기 임상에도 활용돼 치료제 효능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사람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플랫폼,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디지털 기반의 첨단 기술들이 헬스케어 산업에도 적용되면서 이러한 실시간 맞춤형 질환 관리 환경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신약 개발 과정에도 전례 없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신약 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 시험 절차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연구자가 환자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종이에 일일이 기록해 결과를 추적하는 수기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디지털 솔루션으로 감수, 분석해 쉽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환자 증례를 데이터화하는 것만으로도 임상 수행, 관리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임상 설계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임상 IT 솔루션 기업인 메디데이터도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지난해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기록하는 ‘모바일헬스(mHealth)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환자 1인당 하루에 1800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거친 제약사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헬스케어 분야가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산업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제약사가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숫자가 3년 전에 비해 약 7∼8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순히 임상 시험 수가 늘어났다고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개발(R&D) 인프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서야 한 기업이 파트너 없이 임상3상까지 홀로 부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예산과 규모의 제약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임상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많은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표준에 맞는 임상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이를 전사적인 플랫폼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임상 시험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도입하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임상 시험 절차와 결과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운용 방식의 전환이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 임상 시험의 성과는 우수한 임상 기관과 인적자원에 기인했으나 앞으로는 이와 같은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신약 개발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에드윈 응 메디데이터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edng@mdsol.com
필자는 2014년 임상 연구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기업인 메디데이터(Medidata)에 입사해 현재 영업, 마케팅 부문 아태지역 총괄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난양기술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컴퓨터응용과학을 전공했으며 메디데이터 입사 전 델(Dell)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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