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트레인’ 조직이 미래 이끈다

224호 (2017년 5월 Issue 1)

지난 4월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무려 40억 원이 투입된 초호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식 개장과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다. 화려한 불꽃축제는 40만 명을 모을 정도로 충분히 볼 만한 장관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보복 등 롯데그룹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풍선껌 생산으로 시작해 매출액 90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한 롯데그룹을 보면 세계적인 껌 제조업체 리글리(2008년 마스에 인수)가 연상된다. 1891년 리글리를 창업한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는 마케팅의 귀재요, 혁신가로 불린다. 소매점 현금 계산대 옆에 껌을 진열해 팔도록 한 아이디어가 바로 그에게서 나왔다. 구매 금액에 비례해 사은품을 주는 판매 촉진책의 원조 역시 그다. 리글리 껌을 15달러어치 이상 사주는 이들에게 저울을 선물했고, 이후 주문량에 따라 시계, 커피 분쇄기, 낚시도구 등의 경품을 제공했다. 1907년 경제공황에도 리글리는 대담한 광고·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무려 25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만 달러)를 대출받아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하며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

혹자들은 이에 대해 “무작정 돈만 쏟아부어 성장한 것 아니냐”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일견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것 같은 의사결정의 기저엔 ‘역발상’이라는 혁신적 사고가 깔려 있다. ‘상품은 매장 안 판매대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던 것처럼 ‘불황기일수록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리글리는 제품 혁신도 지속했다. 치아보형물에도 달라붙지 않는 껌 ‘프리덴트(1975년)’, 무설탕 껌 ‘엑스트라(1984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리글리를 ‘경이적 기업(Miracle Works)’으로 지목한 이유이자, 글로벌 컨설팅기업 브레이크스루그룹의 설립자인 바트 세일이 이 회사를 대표적인 ‘블루 트레인(Blue Train)’ 조직으로 꼽는 이유다.

블루 트레인 조직이란 통찰과 영감, 목적의식과 실행력 및 언행일치 등 리더의 다섯 가지 파워를 추진력으로 삼아 조직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고속열차’와 같은 조직을 뜻한다. 세일은 “리더의 책무는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아는 ‘마술적 사고’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영웅적 행동’ 문화가 조직 내 확산될 수 있도록 스스로 귀감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사에 냉소적이고 체념적인 ‘레드 트레인(Red Train)’ 조직”이 돼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롯데는 주목할 만한 ‘혁신’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종종 ‘모방’ 혹은 ‘베끼기’ 논란을 유발하곤 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오리온의 ‘초코파이’, 크라운제과의 ‘못 말리는 신짱’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았다는 이유로 해당 업체들과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흥미로운 점은 ‘경이적 기업’이요, ‘블루 트레인’의 대표적 사례라 칭송받는 리글리도 한국과 일본의 껌 시장에선 롯데라는 철옹성에 맥을 못 췄다는 점이다. 그만큼 롯데에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현재 롯데가 직면한 위기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가치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말뿐인 선언은 소용이 없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리더부터 이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불가능할 것만 같은 대담한 목표에 도전하는 조직원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 비단 롯데뿐 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블루 트레인 조직으로 변신해 한계를 넘어서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 학위(기술경영)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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