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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vity Code

반인반수처럼, 결합은 우리의 본능. 잠자고 있는 상상본능을 깨우자

박영택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상상력은 창의성의 원천이다. 신화에는 선인(先人)들의 상상력이 응축돼 있다. 스핑크스, 페가수스, 가루다, 라마수, 인어 등과 같이 신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한결같이 인간과 동물 또는 동물과 다른 동물들이 결합돼 있다. 이처럼 결합은 상상의 원동력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동반형, 상반형, 융합형, 재생형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결합(Combination)’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신화에 나타난 인간의 상상력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아들이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를 좋아하는 본능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명명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그리스의 비극 작가인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1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는 아름다운 여인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이했으나 왕비가 아기를 낳지 못하자 델포이에 올라가 아폴론 신의 신탁(神託)을 알아봤다. 신탁의 내용은 해괴했다.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이 장차 아비를 죽이고, 아비의 아내와 동침하게 될 것이므로 아내를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그 후 라이오스는 아들이 생기는 것이 마음에 걸려 아내와 육체적으로 멀리했으나 한 번은 술김에 실수로 잠자리를 같이했다. 그 후 아내 이오카스테는 아들 오이디푸스를 낳는다. 신탁의 실현을 두려워 한 라이오스는 갓난아기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뒤꿈치를 금실로 단단히 묶은 후 양치기에게 산에다 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갓난아기를 불쌍하게 여긴 양치기는 라이오스의 명을 따르지 않고 코린토스 지역의 다른 양치기에게 넘겼다. 마침 혈육이 없어 고민하던 코린토스 왕은 그 아이를 양자로 삼는다. 이때 발이 묶여 있던 아이에게 ‘부은 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이 붙는다.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란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괴이한 소문을 듣고 델포이 신전으로 가서 사실 여부를 묻는다. 신으로부터 “너는 앞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로 돌아오지 않고 발길을 돌린다. 부모에게서 멀리 떠나 있으면 신탁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방랑 생활을 하던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좁은 길목에서 마차를 탄 노인과 그의 부하 일행을 만나 서로 길을 비키라는 시비가 붙는다. 노인에게 채찍을 맞은 오이디푸스가 분을 참지 못하고 이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그 노인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친아버지인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였다. 라이오스는 자신의 왕국에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못살게 했기 때문에 델포이에 신탁을 구하러 가는 도중이었다.

떠돌이 생활을 계속하던 오이디푸스는 몇 달 후 테바이에 이르게 된다. 테바이는 여전히 스핑크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수수께끼를 내 맞히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졸라 죽였다. 참고로 기술하면 스핑크스라는 이름은 ‘목 졸라 죽이는 자’라는 뜻이다.

테바이 왕가에서는 이 괴물을 죽여 없애버리는 영웅에게 라이오스의 죽음으로 비어 있는 왕의 자리와 혼자 된 왕비를 준다는 약속을 공표했다. 오이디푸스는 모험을 감행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아침에는 네 다리, 점심에는 두 다리, 저녁에는 세 다리로 걷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답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갓난아기 때는 양팔과 양다리로 기다가 성인이 되면 두 다리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에 의지해 세 다리로 걷는다는 뜻이다. 오이디푸스가 답을 맞히자 스핑크스는 수치심을 못 이겨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한다.

오이디푸스는 왕가의 공약대로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의 생모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2남2녀의 자식을 둔다. 마침내 신탁이 이뤄진 것이다. 그 후 한동안 태평성대를 누리던 테바이에 전염병이 창궐했다. 오이디푸스는 전염병의 이유를 알기 위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사람을 보냈다. 신탁의 내용은 “선왕(先王)인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서 복수하면 전염병이 물러간다”는 것이었다. 사명감에 불탄 오이디푸스는 집요한 조사 끝에 범인을 밝혀낸다. 자신이 그토록 피하려 했던 신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뤄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친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자살을 한다. 또한 오이디푸스는 이 엄청난 사실을 보고도 알지 못한 자신의 두 눈을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로 찔러 장님이 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왕위를 버리고 죽을 때까지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림 1>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앵그르의 작품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다. 이 그림에서 스핑크스는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상반신에 사자의 몸통, 독수리의 날개, 뱀의 꼬리가 결합된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신화 속의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스핑크스처럼 반인반수(半人半獸)거나 페가수스처럼 이종 동물들을 결합한 것이다. 이를 보면 결합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상 본능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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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형 결합

결합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는 잉크가 내장된 만년 스탬프나 여행용 가방과 운반 수레를 결합한 바퀴 달린 가방처럼 함께 사용하는 것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반형 결합은 사용편의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쿼키에서 출시한 다용도 와인 따개는 여러 개의 와인용품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따개의 하단 안쪽에 칼날이 들어 있어서 와인병 주둥이를 감싸고 있는 포장재를 제거하는 포일 커터(foil cutter)의 역할을 한다. 또한 상단 왼쪽의 금속 링은 와인을 따를 때 병 바깥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와인 푸어러(pourer), 상단 오른쪽의 금속 부분은 먹다 남은 와인을 임시 보관하는 마개(stopper) 역할을 한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젖은 손을 닦거나 말리려면 물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종이 타월이나 손 건조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바람 다루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다이슨사의 에어블레이드 탭은 동반형 결합을 이용해서 손을 씻은 곳에서 바로 말릴 수 있도록 했다. 물 나오는 수도꼭지 양옆에 날개처럼 달려 있는 송풍기로 손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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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형 결합

앞서 살펴본 동반형 결합과는 달리 서로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요소들이 함께 있는 것은 상반형 결합이다. 지우개 달린 연필이나 못을 빼는 노루발이 있는 장도리가 여기에 속한다. 쓰는 기능과 지우는 기능, 못을 박는 기능과 빼는 기능은 반대되는 속성이지만 함께 붙어 있을 때 쌍방의 가치가 모두 높아진다.

다이슨사의 AM05 송풍기는 날개 없는 선풍기와 온풍기를 결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상반된 계절용품을 하나로 결합하면 고객뿐 아니라 기업에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하나의 제품으로 여름과 겨울을 모두 지낼 수 있으니 고객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기업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기업의 운영효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수요의 변동이다. 놀이공원이나 항공기 좌석 등에서 보듯이 시기에 따라 수요에 큰 변동이 있으면 성수기에는 시설을 완전 가동해도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비수기에는 있는 시설도 많이 놀려야 한다. 생산 시스템도 서비스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계절성이 상반된 제품을 결합하면 수요의 계절변동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관리가 가능하다.

신화나 상상 속의 동물들에 결합코드가 보편적으로 들어 있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빠른 것을 더 빠르게, 강한 것을 더 강하게 하는 식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한 가지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합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페가수스(Pegasus)는 빨리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천마(天馬)다. 또한 서양 귀족들의 문장(紋章)에 많이 쓰이는 그리핀(Griffin)은 몸통과 뒷다리 및 꼬리는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및 발톱을 갖고 있다. 땅 짐승의 왕인 사자와 하늘을 나는 새의 왕인 독수리를 결합해 강력한 힘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있는 현무는 상상 속의 동물 중 상반형 결합이 적용된 희귀한 예다. 현무는 암수가 한 몸을 이루고 있는데 거북이 몸통에 암컷인 거북의 머리와 수컷인 뱀의 머리가 원을 그리며 교차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서 두꺼운 등껍질을 가진 거북이는 수비를 상징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뱀은 공격을 상징한다. 매우 현명한 상상이 아닌가?



융합형 결합

동반형 결합이나 상반형 결합에서는 결합된 두 개 이상의 요소가 각각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융합형 결합에서는 예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시스템으로 변한다.

미국의 무술 배우이자 태권도 사범인 빌리 블랭크스(Billy Blanks)는 태권도와 권투 동작을 결합한 태보(Tae Bo)라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동작이 어눌했으나 무술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무술 배우가 됐다. TV에서 당대 세계 최고의 무술 배우였던 이소룡(Bruce Lee)의 연기를 보고 무술 세계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림 5>는 빌리 블랭크스가 태보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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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보(Tae Bo)라는 이름은 태권도(Taekwondo)와 권투(Boxing)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태권도의 날쌘 발동작과 권투의 민첩한 손동작을 전통적인 에어로빅에 결합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전신운동이다. 태보의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전통적인 에어로빅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이라도 격투기를 보면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신체가 부딪히는 대련(對鍊)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술 배우기를 기피한다. 태보는 호신술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대련에 대한 부담 없이 격투기와 에어로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3년 미국 <타임>지는 뉴욕 소호 거리의 작은 빵집 주인 도미니크 안셀(Dominique Ansel)이 선보인 크로넛(Cronut)이라는 빵을 ‘올해의 25대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작은 가게에서 만든 빵이 25대 발명품 중 하나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이 빵은 출시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서 1인당 2개까지만 판매했다고 한다.

크로넛(Cronut)은 크루아상(Croissant)과 도넛(Doughnut)을 결합한 조어(造語)다. 크루아상 반죽 위에 도넛의 식재료를 결합해 크루아상의 바삭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면서 도넛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생형 결합

버려지는 자원이나 에너지를 활용하는 재생형 결합은 친환경 기술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용변 후에 손 씻은 물을 이용해 소변기를 세정하는 친환경 소변기는 재생형 결합의 좋은 예다.

재생형 결합의 재미있는 예 중 하나는 2008년 네덜란드의 SDF(Sustainable Dance Floor)가 개발한 에너지 플로어다. 이 제품은 걷거나 춤출 때 바닥에 가해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조명에 이용한다. 무도장 바닥에 에너지 플로어를 설치하면 춤추는 사람들이 자신의 댄스 스텝과 조명이 연동되는 것을 보고 더욱 신나게 춤춘다. 신나게 놀면 놀수록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되는 매우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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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선보인 코펜하겐 휠은 재생형 결합을 이용해 전기자전거를 혁신했다. 미국 MIT의 센서블 시티랩(Senseable City Lab)이 개발한 이 제품은 2015년 시판을 시작했는데 어떤 자전거라도 이 휠을 부착하면 하이브리드 전기자전거로 변한다.

코펜하겐 휠의 핵심적 특징은 브레이크를 잡거나 내리막길을 굴러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축전했다가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속도를 내기 위해 페달을 세게 밟으면 전기모터가 작동해 바퀴의 회전력이 3배 이상 증가한다. 이 때문에 언덕이 많은 곳이나 장거리 이동의 경우에도 수월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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