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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의 역발상 전략

꼭 본사가 한국에? 한국 시장서 먼저 검증? ‘視界 제로’ 시대, 고정관념을 깨야 산다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경영의 역발상 전략 ‘From Global To Home’

1) 본사는 한국에, 사업은 해외 시장에서: 액세서리 제조 스타트업 쥬디앤폴(Judy and Paul).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희망과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맞춤화 방식의 상품 개발 체계 구축
2) 본사는 한국에, 사업은 글로벌 전역으로: 소셜미디어 전용 콘텐츠 제작·유통 기업 봉봉(Vonvon). 국가별 소비자 간 니즈 차이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함으로써 단기간 글로벌 시장 확대
3) 본사는 해외에, 사업은 점진적으로 확장: 모바일 건강관리 앱 개발·운영업체 눔(Noom). ‘체중 감량’에 초점을 둔 업체인 만큼 만성 당뇨 질환자 규모가 많은 미국을 1차 타깃 시장으로 공략해 점진적으로 사업 확대
4) 본사는 해외에, 사업은 글로벌 전역으로 동시 확장: 일본 인스턴트 메시징 시장을 평정한 라인(Line). 한국에서 독보적 1위 사업자인 카카오톡과 전면전을 선택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을 먼저 공략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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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새해를 맞이하는 대기업 총수들은 매년 입버릇처럼 신년 경영 기조로 ‘위기 극복’ ‘비상 경영’을 선포해왔다. 대다수 기업의 구성원들이 ‘위기’ 혹은 ‘비상’이라는 표현에 무감각해질 만도 하다. “경영진은 늘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고 하는데 과연 정말로 위기 상황이기는 한 건가”라는 의구심이 팽배해져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위기’라 부를 만한 시기인 듯하다.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이 연일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커다란 위험이라 할지라도 그 규모와 성격만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면 여하한 형태로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가히 최고의 위험이라 부를 만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이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그나마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제1의 원칙은 ‘확실한 발걸음만 조심해서 내딛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인수합병(M&A), 글로벌 시장 진출 등 투자 규모도 크면서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략의 구사를 지양하는 것이 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실패로 인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저성장 구조에 진입해 성장 잠재력이 극도로 제한된 대한민국 시장 안에 안주하는 것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과감히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는 글로벌 경영의 딜레마 속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어떠한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글로벌 경영의 역발상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벌 경영의 전통적 접근 방법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 방식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 중 하나는 20세기 경영전략의 대가인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와 도즈(Yves L. Doz) 교수가 창안한 ‘I-R Grid 모델(the Integration-Responsiveness framework)’이다. (그림 1) 이 모형에 따르면 산업별 경쟁환경에 따른 개별 기업 가치사슬(value chain) 활동의 글로벌 통합 압력 수준(pressure for global Integration) 및 개별 국가 시장별 특성에 따른 현지화 압력 수준(pressure for local Responsiveness)에 따라 1) 수출 중심 전략(International) 2) 국가별 현지화 전략(Multi-domestic) 3) 글로벌 시장 통합 접근 전략(Global) 4) 초국적 전략(Transnational) 등 크게 4가지 형태의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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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많은 기업들은 각자가 속한 산업 특성, 경쟁 구도 및 진출 대상 국가의 현지화 요구 수준에 따라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진출 방식을 선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방식을 글로벌 경영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4가지 글로벌 시장 진출 방식을 포함해 전통적 관점하의 글로벌 경영 이론에는 한 가지 암묵적 전제가 존재하고 있다. 바로 ‘선(先) 국내 시장 성공, 후(後) 해외 시장 진출’이다. 국내 시장에서 창출된 성공사례의 적용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 이 룰(rule)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글로벌 경영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는 속담을 예로 들며 내수 시장에서조차 성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할 경우 백전백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여러 필요 조건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산업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업체 가운데 성공적으로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경영의 역발상: 반드시 한국 시장부터 공략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혁신의 단초는 ‘관습적 지혜에 대한 도전(challenges to the conventional wisdom)’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암묵적 전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즉, ‘선(先) 국내 시장 성공, 후(後)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글로벌 경영전략의 암묵적 전제를 뒤집는 ‘역발상’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역발상’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 혹은 한국 기업이니까 당연히 국내에 본사(Headquarters)를 두고 내수 시장부터 공략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중심의 사업모델 및 전략을 수립, 실행한다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기회들이 창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초기 사업 거점으로 선정한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실현한 후 해당 사업모델을 한국에 도입한다면 반대 경우와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연쇄적 성공’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초연결 사회(hyper-connectivity)’ 환경하에서는 진출 대상 국가에 법인 혹은 지사 등 물리적 사업 거점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현지 소비자 대상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나아가 한 번에 한 국가씩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 판매하는 것도 현재와 같은 디지털 환경하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약해 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역발상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4가지 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 첫 번째 기준은 본사 소재지(본사의 한국 소재 여부), 두 번째 기준은 시장 확장 속도 및 방식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1) 본사를 한국에 두고, 초기 진출 대상 해외 국가를 중심으로 점진적 확장을 도모하는 전략 2) 본사를 한국에 두고, 해외 주요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 3) 본사를 초기 공략 대상 해외 국가에 두고, 동 국가 중심으로 점진적 확장을 추구하는 전략 4) 본사를 해외에 두되 글로벌 주요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 등 4가지 역발상 전략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업종 및 규모를 불문하고 ‘선(先) 국내 시장 성공, 후(後)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의 글로벌 경영 전략을 구사해 온 바 역발상 전략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주로 스타트업 중심으로 대표적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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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사는 한국에, 사업은 해외 시장에서 ― 쥬디앤폴(Judy and Paul)

쥬디앤폴은 최근 합리적 가격대에 트렌디한 상품들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각광받고 있는 주얼리 액세서리 제조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쥬디앤폴이 2012년 창업 후 본격적 성장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한국이 아닌 유럽, 미국 등 해외 선진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사업을 전개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쥬디앤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지원 대표는 한국인 특유의 미적 감각과 손재주를 살려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롭고 참신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분명히 시장 공략 기회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하에 오로지 해외 시장 공략만을 목표로 초기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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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달리 초기 출시한 상품들은 그다지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체 분석 결과, ‘자기만의 개성’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인 액세서리 상품의 특성상 국가별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의 한계로 인해 원하는 만큼 현지 조사 활동을 활발하게 수행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김 대표는 인터넷 채널의 특성과 장점을 십분 활용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파악해 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직접 본인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확인된 소비자들의 희망 및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제이(customization) 방식’의 상품 개발 체계를 갖춘 것이다. 김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문의해 오는 질문 하나하나가 그들이 가진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과 달리 해외 소비자들의 문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이들을 모아서 분석해보면, 어떤 색상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추가해야 하는지, 크기나 두께 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공통점들을 쉽게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 고객들의 문의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었다. 쥬디앤폴은 같은 상품을 놓고도 전 세계 여러 나라 소비자들이 각양각색의 의견과 문의를 남기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국가, 나이, 성별 등에 따라 분석해 새로운 상품의 출시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낼 수 있었다. 이후 내가 원하는 나만의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쥬디앤폴을 찾는 고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액세서리 상품의 특성상 발 빠른 구전효과를 통해 고객층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들의 상품을 취급하고자 하는 해외 여러 나라 유통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쥬디앤폴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초기 핵심 공략 대상이었던 주요 선진국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했고, 이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의 진입이 일단락된 2014년이 돼서야 비로소 쥬디앤폴은 한국에서도 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명멸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액세서리 시장에도 순조롭게 안착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쥬디앤폴의 상품을 접한 한국 소비자들은 마치 외국 유명 브랜드와 같은 트렌디한 감성과 디자인을 갖춘 상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쥬디앤폴의 ‘From Global To Korea’ 성장 경로를 감안할 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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