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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CJ CGV 대표 인터뷰

투자 제한… 쿠데타… 위기투성이 지구촌 ‘소탐대실’ 유혹에서 벗어나야

이방실 |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5위 극장 업체 CJ CGV의 시행착오 : 사업 초기 과도한 해외 현지 공사 비용, 혹한(酷寒)과 폭우(暴雨) 등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기후 환경으로 인해 고전. 외국 기업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외에 정치적 리스크, 테러 위험은 물론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돌발 변수가 상시로 벌어지는 극한 환경 속에서 위기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정비.

CJ CGV의 국제화 사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교훈 : 글로벌 전략 추진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 적정 진입 시기를 놓쳐버리면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유·무형 비용 증가. 실기(失期)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작게 빨리’ 시작하는 전략 필요. 특히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소탐대실’의 유혹에서 벗어나 현지 국가의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 수립.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지원(고려대 영어영문학과·경영학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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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는 지난해 6월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MARS Entertainment Group)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총 6억500만 유로로 그해 터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벌어진 M&A 거래 중 최대 규모였다.1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터키 1위 멀티플렉스 ‘시네맥시넘(Cinemaximum)’ 운영은 물론 영화 투자 및 배급 사업까지 겸하고 있다. 터키 전역에 85개 극장(2016년 6월 기준)을 보유한 시네맥시넘 확보를 계기로 CJ CGV는 중국 완다(Wanda), 미국 리갈시네마(Regal Cinemas), 시네마크(Cinemark), 멕시코 시네폴리스(Cinepolis)에 이어 지난해 전 세계 5위 극장 사업자로 등극했다.2 CJ CGV는 이미 지난 2015년 해외에 있는 CGV 상영관 수가 국내 상영관 수를 넘어섰을 정도로 글로벌화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지난 2006년 중국 진출을 필두로 미국(2010년), 베트남(2011년), 인도네시아(2013년), 미얀(2014년), 터키(2016년) 등 거의 해마다 해외 국가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영화관 사업자로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CJ CGV 서정 대표를 DBR이 인터뷰했다.



국내 극장 사업자 중에서뿐 아니라 유통·서비스업체로도 드물게 국제화에 적극적이다.

10년 넘게 국제화를 추진해온 덕택에 현재 전 세계 5위 극장 사업자의 지위에까지 올랐지만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아무리 국내에서 1등 사업자라고 해도 해외 인지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제화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성장을 위해선 국제화 외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극장은 기본적으로 내수 산업이다. 특히나 한국은 이미 2013년에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4회를 넘어섰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곧 국내 극장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더 이상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 이바지한다는 ‘사업보국(事業保國)’의 CJ그룹 경영 철학을 생각해보더라도 ‘성장’만이 살길인데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다. 국제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지난해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M&A로 몸집을 키웠다.

CJ CGV가 해외에 진출할 때 고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 직접 설립 투자)로 부지 확보, 극장 설립 등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현지 극장을 M&A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전략적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그린필드 방식으로 들어갔고 베트남과 터키 시장 진출은 M&A를 택했다. 물론 나라마다 극장업에 대한 규제 정도가 달라 그린필드나 M&A 방식 모두 여의치 않은 곳도 있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처음엔 현지 극장업체 위탁 경영 방식으로 진출한 이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했고, 미얀마는 현지 사업자와 합작법인을 이뤄 극장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진출 방식엔 차이가 있지만 어떤 경우든 ‘CJ CGV가 현지 극장 운영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J CGV의 경우 완다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MC, 카마이크(Carmike) 등 초대형 극장 체인을 계속해서 삼켜버리는 형태의 M&A 추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보다는 향후 성장성이 큰 기업을 인수해 CJ CGV만의 역량을 덧입혀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이른바 ‘바이&빌드(Buy & Build)’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리더십 확보는 필수다.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현지 시장을 바꿀 수 있고, 그래야 거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CJ CGV만의 경쟁우위는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하드웨어 측면에선 멀티플렉스를 넘어 ‘컬처플렉스(Cultureplex)’3 를 구현해내는 ‘공간 디자인’ 능력이다. CGV 극장은 ‘레트로 빈티지(Retro Vintage)’라는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 감성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해 극장 내·외부를 설계한다. 전 세계 어느 CGV 극장에 가더라도 동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디자인 매뉴얼에 따라 공사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신흥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쟁우위라고 자부한다.

스크린X나 4DX 등 CJ CGV가 직간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별관 사업 역시 CJ CGV만의 차별화 요소다. CJ CGV가 KAIST와 산학 협동을 통해 독자 개발한 스크린X는 관람석 정면에 있는 한 개 화면뿐 아니라 양쪽 벽면까지 총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상영 기술이다. 자회사인 CJ 4DPLEX를 통해 전개하고 있는 4DX의 경우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과 촉각까지 자극하며 영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관 시스템이다. 여태까지 전 세계 극장 사업자 중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이다. 물론 기술적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 하고, 극장 내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며, 특별관 전용 콘텐츠 보급도 확대해야 하는 등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성장 속도나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스크린X와 4DX가 향후 한국이 영화산업의 변방에서 주류로 올라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CJ CGV의 강점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극장 운영 능력이라고 본다. 특히 CJ CGV는 지난 2013년 영화관 현장 운영 인력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극장 운영 전문가 양성 기관인 CGV 유니버시티(CGV University)를 세웠다. 극장 매표소나 매점에서 일하는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미소지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론 수업과 현장 실습을 병행해 가며 트레이닝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전 세계 어느 CGV 극장에서나 수준 높은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국내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3개 현지법인에도 CGV 유니버시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처음엔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현지 스태프들을 교육하거나 현장 스태프들을 일산으로 불러들여 교육했지만, 보다 현지화된 트레이닝을 위해 해외 법인 중 핵심 거점지 위주로 CGV 유니버시티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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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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