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중고나라’의 성장 전략

“소통과 교환의 재미가 여기에” 뚜벅뚜벅 무섭게 큰 ‘중고나라’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국내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대한민국 대표 중고거래 장터인 중고나라는 이제 온라인 카페가 아닌 테헤란밸리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고나라의 성장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시대적 키워드를 읽어내는 안목: 과잉생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건에 대한 이별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제품 이별관리’ ‘정리 컨시어지’라는 시대적 욕구 변화를 잘 포착했다.
(2) 사회적 연결감을 만들어주는 채널: ‘사회적 연결’이라는 플랫폼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중고나라에 가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3) 물건 경험보다는 사람, 스토리 경험에 초점: 사용자의 손때 묻은 스토리가 물건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교환된다. 물건에 담긴 의미, 가치를 누군가와 교환한다는 ‘재미난 경험’을 실현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조지아주립대 석사과정 진학 예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도카에는 휴일이 없습니다. 24시간 문의 전화 주세요. 010-X○△○-X○X○.’

26세의 쇼핑몰 사장은 패기가 넘쳤다. 남들과 차별화하려면 뭔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과감히 사이트에 올렸다.

그러고 나니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새벽 2시, 밤 11시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전화가 걸려왔다.

24시간 응대를 하다 보니 슬슬 체력에 한계가 왔다. 결국 ‘24시간 응대 서비스’는 1년여 만에 종료했지만 그 사이 사장은 온라인을 통해 접하기에 ‘얼굴 없는’ 고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들에게 어떤 소소한 문의 및 불만사항이 있는지, 또 성별, 나잇대별로 어떤 시간대에 주로 활동을 하는지 등 지금은 빅데이터를 통해서야 면밀히 알 수 있는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고객들 역시 처음에는 ‘듣보잡’이었던 신생 쇼핑몰 업체에 큰 신뢰를 갖게 됐다. 그래서 1년 만에 ‘도카에도 휴일은 있습니다’라고 공지를 갈아 끼우는 촌극을 빚었는데도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등 응원의 댓글이 잇따랐다.

패기 있게 ‘24시간 응대 서비스’를 시도한 젊은 사장은 축구 쇼핑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 12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설립한 이승우 대표(40)다. 그는 2014년 엔젤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80억 원대의 투자를 받아 국내 최고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중고거래 장터, ‘중고나라’의 운영법인인 ‘큐딜리온’을 설립했다. 현재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네이버 카페와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합쳐 2100만 명 수준이다. 두 채널에 대한 중복 인원이 있긴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남한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이 중고나라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에 ‘입주’한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쿠팡, 인터파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테헤란 밸리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큐딜리온이 설립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이 대표와 핵심 임원들로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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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소통을 배우다

중고나라라는 카페를 만들기 전, 이 대표에게 온라인 유통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사업이 ‘도카닷컴’이다. 광운대 법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학과 분위기에 휩쓸려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좀 더 개인적 적성에 맞는 사업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2003년, 중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운명처럼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나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전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에서도 ‘엄브로’라는 영국 브랜드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당시, 상하이 백화점에서 판매되던 엄브로 제품의 가격이 국내 판매 가격 대비 크게는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한국에서 8만 원에 판매되는 엄브로 티셔츠의 가격이 중국에서는 1만 원에 불과했다. 이 사장은 급히 종잣돈 300만 원을 구해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이 무렵 월드컵 열기를 계기로 마침 막 온라인 축구 쇼핑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사온 제품이라 정품이 확실했고, 나름 유력 백화점의 MD(상품기획자)를 거쳐 선별된 제품이라 디자인도 좋았다. 이 대표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던 중 새로운 노하우도 터득하게 됐다. 그저 물건을 판매하는 ‘커머스’ 기능만 넣어서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사이트에 머물게 하려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코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즉 커머스를 기반으로 만든 일종의 플랫폼이지만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로 성장해야 사람들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해 전국의 대학생 축구 동아리 사진을 찍어 올리고 경기를 매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조기 축구 붐이 일면서 사회인 축구도 활발해질 무렵이라 연예인 축구단 같은 인기 동호회도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적’인 사이트의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사이트 내 커뮤니티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진 못했지만 이러한 노력 덕에 창업 1년 만에 회원 수 및 일평균 방문자 수 기준, 축구 관련 쇼핑몰 1위에 등극하게 됐다. 이후 약 3년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며 관련 분야에서 메이저 쇼핑몰로 떠오른 가장 큰 비결은 고객만족 서비스였다. 게시판에 오르는 질문에는 평균 20분 안에 답변을 했다. 당시 운영자는 이 대표와 친구 한 명뿐이었던데다 대학 수업도 병행하던 때라 잠을 아껴야 했지만 수만 명씩 회원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회원들에 대해 밀착 응대를 한 덕분에 친한 형, 동생들과 대화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당시에는 네이버에 유료 키워드 광고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라 트래픽이 높은 사이트가 무조건 최상단에 노출됐는데 유명 스포츠 브랜드로 검색하면 도카닷컴이 가장 먼저 뜰 정도였다.

월 매출 1억5000만 원에 마진율이 25%대였으니 대학생 두 명이 하는 사업치고는 무척 쏠쏠했다. 유명 포털 사이트로부터 스포츠 코너를 도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약 6년간 사업을 운영했으나 결국 폐업의 운명을 맞게 된 가장 큰 요인은 포털 사이트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가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키워드 광고라는 모델을 도입하고, 광고비를 지급하는 업체를 우선적으로 검색 창 상단에 노출시켜 주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축구 관련 1위 사이트였던 도카닷컴으로선 굳이 광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가랑비에 옷 젖듯’ 차츰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결국 2008년 폐업을 맞게 됐다. 또 하나의 실패 요인은 자체 브랜드를 만든답시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었다. 그저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졌고, 이를 위해 직원 수도 늘렸지만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네이버에 둥지를 튼 중고나라

도카닷컴은 이렇게 쓸쓸한 운명을 맞게 됐지만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와중에 안전결제 시스템의 테스트 베드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2003년 12월 설립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점점 회원 수가 늘고 있었다. 중고나라는 이 대표를 포함해 세 명이 함께 설립, 운영했다. 처음에는 사업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모두가 생업은 따로 있었던 터라 중고나라는 그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험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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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생 온라인 카페들처럼 중고나라도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가다(막노동을 하듯 반복적으로 많은 글을 퍼 나르는 작업)’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다른 카페의 글을 중고나라 게시판으로 옮겨오거나 거꾸로 다른 카페들에 중고나라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게시자들에게 일일이 재사용 허가를 받느라 적잖게 손품을 팔기도 했다. 이렇게 약 2년간은 밤잠을 줄여 데이터를 쌓는 일에만 주력했다.

콘텐츠가 쌓이고, 마침 네이버 카페 관련 알고리즘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회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카페의 설립 목적이었던 안전결제 시스템 사업 계획은 고이 접어야 했다. 글로벌 업체인 ‘페이팔’이 빠르게 업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고나라는 지금처럼 중고품 거래라는 본연의 성격에 맞춰 운영됐다.

‘중고거래’라는 콘셉트는 그저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해 생각한 테마였다. 하지만 결국은 당초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안전결제보다 중고품을 사고파는 개인 간 거래 모델이 ‘대박’의 씨앗이 된 셈이다.

중고나라가 한번도 정체하지 않고 꾸준히 회원 수가 늘어난 비결은 ‘소통’에 있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소통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다”며 “도카닷컴 고객 게시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 간 소통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운영자와 소통하는 게시판도 활발히 운영했다. 사용자들이 남기는 불평불만 사항을 카페 운영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힘썼다.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대표 사례가 카테고리를 품목별로 세분화, 정교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예컨대 자동차 품목에선 자동차의 ‘체급’ 또는 브랜드별로 따로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검색 기능을 구체화했다. 직관적으로 찾기 쉽게 카테고리를 정렬하고, 브랜드 로열티가 높거나 수요가 많은 물품은 세분화하는 식으로 정리한 현재 버전에는 알고 보면 고객들의 ‘집단지성’이 반영돼 있다.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것은 그저 이 대표의 개인 취향 때문이었다. 중고나라가 문을 연 2000년대 초만 해도 다음의 인터넷 카페가 더 유명했고 사용자 수도 많았다. 그런데 네이버 카페의 ‘느낌’이 좋아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성장과 더불어 득이 된 것이다.

중고나라를 연 목적이 비즈니스 모델 실험 용도였던 터라 처음부터 엄청난 수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개인 간 거래가 체결되면 일부 수수료를 받는 등의 유료화 모델을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프라인 마트나 시장에 입장할 때 별도의 ‘입장료’를 내지 않듯 중고거래를 위해 온라인 장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이 대표는 생각했다.

중고나라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와 별개로 수익사업으로 시도해본 것이 2009년, 처음 실시한 공동구매였다. 회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설 시점, 시험적으로 공동구매 테스트를 해본 결과 회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중고나라와 연계되긴 했지만 별도의 사이트인 ‘위코마켓(weco market)’을 통해 이뤄진 공동구매 프로젝트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이 사이트는 약 1년간 랭키닷컴 집계 기준, 공동구매 사이트 가운데 1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위코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전국 각지의 아동복지센터에 기부했다. 개인적인 선의도 작용했지만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이 앞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는 한 거래처 관계자로부터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 신사업팀장을 소개받게 됐다. 굿네이버스가 ‘착한 쇼핑’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인데 내부에 유통 전문가가 없다 보니 어려움이 크다며 자문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내부 조직을 들여다 보니 일단 쇼핑사업 운영 경험자가 전무했다. 구성원들이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고 영업 및 사이트 운영 노하우를 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결국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나름 자리를 잡은 ‘위코마켓’ 사이트를 굿네이버스에 기부한 것이다. 당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이 대표는 굿네이버스에 입사해 약 2년간 직원 신분으로 이 쇼핑몰을 계속 운영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도 중고나라는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이 무렵 네이버의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 측이 이 대표를 찾았다. 쇼핑을 활용한 기부 아이템을 도입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직접 사업계획서를 써서 해피빈 측에 기부형 쇼핑몰 ‘콩스토어’를 제안했다. 이 사업은 네이버의 창업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투자해 이 대표가 창업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011년 오픈한 콩스토어는 쇼핑과 기부를 연계하는 실험적인 기부 테스트 플랫폼 역할을 했다. 쇼핑몰에서 판매할 물품은 기업들에 기부를 받고, 대신 각 기업에는 콩스토어 사이트를 통해 기부 활동에 대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해줬다.

콩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유명 카페 및 블로거와도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다. 이들로 하여금 물품을 제공한 기업을 홍보하고 후원 구좌를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콩스토어 수익의 상당 부분은 해피빈에 기부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약 2년간 근무한 뒤 대표 자리를 위임하고 떠났다.



기업으로 거듭난 중고나라

중고나라는 매년 비약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었지만 사기 거래 역시 늘어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물건을 샀는데 박스에 벽돌을 넣어 보냈다’든지 ‘입금을 먼저 하고 만나자고 하기에 돈을 넣었더니 곧바로 ‘먹튀’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중고나라 운영진이 사기 판매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아이디를 가진 사용자를 강제 탈퇴시키는 등 나름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개인 간 거래에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았다.

그러자 ‘내가 자주 이용하고 좋아하는 카페가 사기꾼들로 더럽혀지는 게 싫다’며 보수를 받지 않고 돕겠다고 나서는 자원봉사자 회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고나라에서 ‘스태프’로 불리는 이들은 사기 행위를 일삼는 악성 이용자를 자발적으로 적발해 다른 회원들에게 공지하는 등 자정 노력에 힘을 보탰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한 나라를 이끄는 것과 다르지 않은 듯했다. 일단 분쟁이 많아지면서 한 나라의 법률에 해당하는 ‘규칙’이 세분화돼야 했다.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몇 줄에 불과했던 ‘이용자 수칙 및 이용 제재 규정’이 4페이지 이상으로 빽빽하게 늘어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기 관련 신고가 연간 1만 건(중고나라 운영진 신고 건수 기준)에 달하는 등 근절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중고나라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비영리 사이트였던 만큼 원칙적으로 운영자들이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공동 피해자가 많은 사건에 대해서는 회원들을 대신해 운영진이 경찰서에 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실제 피해자가 아닌 대리인이 나서서 형사 사건을 접수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는 등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운영진의 이 같은 노력에도 ‘사기를 방관한다’는 회원들의 질타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이 대표는 중고나라를 법인화하기로 했다.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가 기업형태의 법인으로 전환되는 데 대한 논란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커뮤니티 자체를 사유물로 볼 수 있냐는 논란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법적 자문을 받고 공동 운영진과 협의한 끝에 중고나라 운영업체인 ‘큐딜리온’을 2014년 12월 설립했다. 큐딜리온은 ‘Question(질문)’과 ‘Dillion(무한대의 숫자)’이란 뜻을 합친 단어다. ‘무한대의 질문을 통해 나름의 혜안을 찾자’는 기업 목표를 사명에 녹였다.

큐딜리온이 가장 먼저 추진한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앱 구축이었다. 기존에는 개인 인증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만 물건을 주고받았다면 중고나라 앱에는 경찰청의 ‘사이버캅’을 탑재해 개인 인증절차를 거친 후에야 입장할 수 있게 했다. 카페의 게시물은 개인정보보호 규칙에 따라 함부로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웹상에서 기술적으로 사기 거래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앱은 거래 안전성 측면에서 이처럼 기존 인터넷 카페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기에 아웃소싱을 통해 급하게 만든 앱은 웹과 자동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등 부족한 점이 많았다. 콩스토어 활동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큐딜리온의 대표로 취임한 이 대표는 회사 내부적으로 개발자를 뽑아 앱을 전면 재제작하기로 하고 인재 수급에 나섰다.

하지만 훌륭한 개발자를 뽑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공대 나온 선후배는 전부 다 만나봤다’고 느꼈을 정도로 약 두 달간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이 대표의 한 선배로부터 소개받은 개발자가 큐딜리온의 개발자를 뽑는 기술면접을 대행해주는 등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끝에 앱 개발의 핵심이 될 엔지니어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큐딜리온이 벤처캐피털 업계로부터 관심을 받아 드디어 화려하게 ‘데뷔’를 한 시점은 2015년 12월이다. 이 시기 큐딜리온은 유안타증권(20억 원), 벤처캐피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20억 원), 개인 엔젤투자자(40억 원) 등 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3월 기준으론 누적 회원 1350만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장터로 인정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내민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앱이 아직 개발 중인 단계였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기업으로 법인화되는 국내 첫 사례였기에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로서도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함정이 있었다. “지금은 중고거래를 위한 플랫폼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거대한 커머스 플랫폼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설명했지만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생소해 하는 기관투자자가들로부터 수차례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나는 예물도 중고나라에서 구입했다”며 중고나라라는 웹 커뮤니티의 파워를 인정해주는 투자 담당자를 만났고 이것이 물꼬가 돼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중고나라의 힘은 결국 회원들의 힘, 그리고 중고거래 경험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테헤란밸리에 입성하다

투자를 계기로 큐딜리온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 신규 빌딩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작은 방에서 온라인에 작은 ‘집’을 짓는 것으로 새로운 업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쿠팡, 인터파크 등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업체들이 즐비하게 입주한 테헤란밸리에 입주하던 2016년 3월의 어느 날, 이 대표는 저녁 늦게 홀로 사무실에 남아 포스코 사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회의실 창문 밖을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빛 꼬리를 남긴 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서 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끼기엔 시기상조였고, 지금까지 구축해온 중고나라 자체가 큰 자산이라 자부했기에 불안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제 드디어 꿈꾸던 여러 가지 서비스를 시도해볼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바쁠 뿐이었다.

입주 당시 40명이었던 직원 수는 1년여 만에 60명으로 늘었다. 사업 모델이 추가되면서 1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사무실 공간도 확장했다.

2016년 4월, 법인 설립 후 개선사항들을 대폭 반영해 공식 출시된 중고나라 모바일앱(그림 1)은 두 달 만에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출시 초기 안드로이드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선 인기 쇼핑앱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중고나라앱 시즌2’는 특히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회원들은 초기 앱과 달리 중고나라 카페와 모바일 앱 중 한 곳에만 게시글을 올려도 내용이 호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중고나라와 친구맺기를 하면 카카오톡 사용자가 라인 사용자와 함께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호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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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앱 시즌2’에는 사기 거래를 막기 위한 ‘큐싸인’이라는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되기도 했다. 사기꾼들이 즐겨 사용하는 사기 패턴을 읽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테스트 중인 이 시스템은 게시글에 포함된 내용 중 사기가 의심되는 문구가 들어 있을 경우 사용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게 했다.

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앱을 개인 간 거래를 위한 안전한 플랫폼으로서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의 SNS처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즉 기존 중고나라 카페가 그랬듯 물품이나 상품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페라는 ‘주인집’에 입주한 ‘세입자’로서는 하지 못했던 권리들을 ‘새 집’인 앱에서는 자유롭게 실험해볼 수 있게 되면서 회원들의 건의사항들을 앱 시스템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회원들 간 소통도 더욱 활발해졌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게시글을 자발적으로 올리고 이를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면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나가는 방식처럼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채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친구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가 아닌 수십억 원대의 투자를 받은 유망 스타트업, 큐딜리온의 과제는 당연히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사업을 추가하기 전, 중고나라는 월 6억 원 매출(공동구매 거래액 5억 원, 배너광고 수익 1억 원)을 거두는 게 전부였다.

이를 위해 큐딜리온이 가장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사업이 폐쇄형 쇼핑몰인 ‘비밀의 공구’(그림 2, 3)다. 비밀의 공구는 초대장을 수락한 사람만 네이버 밴드에 입장해 특정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1 현재 가입자 수는 9만5000여 명. 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공동구매 사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각 공구 상품을 홍보하는 사람은 멀티자키(MJ)로 불리는 프리랜서들이다. 큐딜리온 측이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이들은 머천다이저와 쇼호스트, 콘텐츠 기획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유통 전문 방송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현재는 독일이며 점차 확대 예정)에서도 활동하는 이들은 각 상품들을 설명하기 위해 현지 공장 또는 생산지를 방문하고 착용 또는 시식하는 모습을 담는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제품을 홍보한다. 유승훈 신규사업실장은 “1인 미디어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하기에 홈쇼핑 쇼호스트들보다 좀 더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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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공구 제품으로 선정된 아이템들은 거의 완판됐다. 거래액도 2016년 8월 3억3000만 원이던 것이 12월에는 8억 원을 넘어섰다. 가장 오래 활동한 MJ는 월 매출 5억 원을 달성한 적도 있다. 매출액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가지는 시스템에 따라 이 MJ는 한 해 2억 원가량의 연봉을 챙기기도 했다.

‘비밀의 공구’에서 다루는 상품은 다양하다. 미국 메이저리거 이대호가 착용한 게르마늄 목걸이에서 착안한 게르마늄 액세서리 세트, 각종 식품, 게임기 등 IT기기, 독일에서 들여오는 명품 브랜드 패션 아이템 등으로 지금까지 약 3000여
종이 소개됐다. 지금까지 기획된 상품들 가운데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한 아이템은 MJ ‘전대위’가 소개한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기’(그림 2)다. 2016년 10월, 오픈 2시간 만에 준비된 50대(1대당 50만 원)가 모두 팔려 총매출 2500만 원을 기록했다. 회원들의 추가 요구가 이어져 2차 물량 200대를 확보해 다시 판매했고 역시 완판 행진을 빚었다. 고가임에도 매진 사례를 기록한 것은 MJ와 회원들 간 소통 덕분이었다. MJ는 제품의 제작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정기적으로 회원들과 공유했고, 동영상을 본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제품에 실시간으로 반영했다. 고객들은 결제 시점으로부터 무려 한 달 후 완성품을 받는 구매 일정이었지만 지속적인 소통의 힘으로 단 한 명도 결제를 취소하지 않고 제품 배송을 기다렸다.





O2O 기업의 힘

또 다른 신규 사업은 ‘주마’ 서비스다. 고객의 편의를 돕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하며 ‘찾아가주마’ ‘치워주마’라는 핵심 서비스를 담은 상품의 통칭이다. 중고나라에서는 팔 수 없는 헌옷, 헌책, 고물, 냄비, 폐가전 등을 전화 또는 앱으로 신청하면 기사가 직접 방문해 매입해주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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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딜리온은 화물 운송 기사 5명을 서울, 경기지역에 배치해 최근 1년간 시범적으로 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시범 테스트 완료 기준은 ‘기사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때’였고 최근 그 기준점을 넘어선 것이 확인됐다. 주마 서비스는 중고나라가 고안한 O2O(Online to Offline)2 비즈니스 모델이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화물 기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고안한 것이다. 거래의 당사자가 개인 대 개인(C2C)이 아닌 개인 대 화물기사, 그리고 기사와 연계된 재활용품 전문 업체(B2C)일 뿐 거래 행태 자체는 중고나라에서의 거래와 다르지 않다.

물건 하나하나를 개인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와서 확 다 쓸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서비스는 테스트 단계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급이 수요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렇게 수거된 폐품 또는 중고품들은 소매 시장에서 재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국제 시세에 맞춰 재활용품 처리 전문 업체에 넘겨진다. 이들 업체가 이를 제3세계 국가 등에 넘기는 구조로 유통되는 것이다. 현재는 스마트폰 및 깨진 액정을 매입하는 서비스 ‘폰 사주마’와 헌옷과 책, 비철, 대형 가전을 방문 수거하는 ‘찾아가 치워주마’ 서비스 두 가지만 제공하고 있지만 점차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원의 선순환’을 테마로 하는 주마 서비스에는 중고나라의 DNA가 오롯이 담겨 있다. 중고나라가 비약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경제·사회적 기반이 된 과잉 생산 및 저성장, 불황 등의 경제적 시대상과 더 나아가 ‘공유경제’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포장지도 뜯지 않는 완전 새 제품이 때 이르게 중고 제품으로 자주 등장하다 보니 오히려 새 제품을 정가에 판매하는 기존 유통업체 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정도다.

이 대표는 중고나라 모델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중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각국에서 시장 조사를 하던 중 큰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중고거래를 핵심 서비스로 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우리나라의 네이버처럼 ‘국민 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 제법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네이버’라 불리는 ‘크메르24’ 역시 중고물품 거래를 기반으로 발달한 포털 사이트다. 캄보디아는 중고거래 사이트는 물론 오프라인숍도 잘 발달돼 있는데다 PC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세대로 넘어가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은 만큼 새로운 사업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1위 업체인 라쿠텐을 제친 ‘메르카리’ 역시 모바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이 업체는 설립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데 이어 미국 시장에도 최근 진출했다. 큐딜리온은 이처럼 중고거래를 통한 소비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동남아시아 등 주변 아시아 국가와 ‘비밀의 공구’ 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독일에서 먼저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착한 기업’으로 인재 잡기 전략

대학 시절부터 이런저런 사업들을 끊임없이 해왔지만 이 대표 역시 60여 명에 달하는 많은 직원을 거느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딱히 리더십이나 인사조직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개발자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를 보필하는 주요 임원진 역시 이러한 조직문화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고 큐딜리온에 합류한 이들이다. 신사업 및 홍보를 담당하는 유승훈 신규사업실장(36)은 한 대형 홍보대행사에서 중고나라 홍보를 맡다 유연한 조직문화와 성장 가능성에 반해 올 초 큐딜리온에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또 한성구 홍보마케팅팀장(35) 역시 식음료업체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신선한 기업문화와 사업 확장 가능성에 끌려 약 1년 전 합류했다.

사무실 한구석, 투명한 유리창 뒤로 위치한 헬스장 역시 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은 큐딜리온 직원들에게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며 반드시 ‘업무시간 중’에 돌아가며 운동을 해야 한다. 이들의 운동을 돕기 위해 퍼스널 트레이너를 팀장급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이 대표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온 권오현 전략기획본부장(35)은 실제로 이 사내 헬스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 만에 10㎏을 감량하기도 했다.

또 조직문화가 좋기로 소문난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들처럼 사내에 오락기를 설치해 언제든지 긴장을 풀 수 있게 하고 월요일은 한 시간 늦게, 금요일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해피 아워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개발자이고 이들의 성향이 대체로 내성적이다 보니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사교 행사도 필요했다. 이 대표는 이에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크로스팀 점심약속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이 다른 팀에 속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며 활발히 교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이 대표가 굿네이버스 재직 시절, 경험하고 언젠가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생각한 문화 중 하나였다.

팀을 짜는 것조차 부담이 될까봐 회사 측에서 아예 팀을 짠 뒤 통보해주고 있다. ‘크로스팀 점심’의 목적은 사내 소통이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대리급 직원이 팀장이 돼 차장급 팀원을 이끄는 등 프로젝트를 팀 리더별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업무 영역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헤쳐 모이는 작업을 자주 경험하다 보니 인간적인 친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또 큐딜리온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할 때 기존 국내 기업들이 통상 시행하는 업무 순서를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 본부장은 “기존처럼 기획-디자인-개발 등의 순서로 각기 직원들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사용자경험(UX)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투입되는 등 일의 순서 및 참여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직원들 각자가 고유의 업무를 뛰어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장 내년부터도 스타트업 간에는 서비스 경쟁이 아닌 인재 확보를 위한 복지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로 밀레니얼세대3 로 ‘일과 삶의 균형’ ‘자기주도적 업무’ 등을 중시하는 인재들을 잡기 위해 ‘취향저격형’ 조직문화를 구성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큰 포부다.

큐딜리온은 중고나라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의 본질이 ‘소통의 재미’라고 믿고 있다. 전문 상인이 아닌 개인이 자신의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과 소통하고, 팔지 않았으면 버리고 말았을 물건을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 인간 본성적으로 내재된 ‘소통의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밀레니얼세대가 열광하는 ‘B급 정서’를 각종 미디어 채널을 통해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올 2월, 네이버 TV캐스트에 ‘중고나라TV’를 개국하고 B급 정서 물씬 풍기는 코믹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통상 이런 광고는 외부 대행사에 맡기는 관례를 깨고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직원들을 직접 출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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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과 내년 초, 큐딜리온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준비했던 서비스들이 베타 서비스를 마치고 하나둘 본격적으로 선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임원진은 “이제 정말 출발점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 시작은 미미했던 중고나라가 과연 창대한 도약을 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 업계는 물론 약 2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학적 시사점

큐딜리온이 걸어온 길을 보면 ‘젊고-가볍게-빠르게-다양하게’라는 단어들이 떠오른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몸을 가볍게 하면서 빠르게 대처하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에서 미래지향적인 기업이라는 느낌이 든다. 최근 들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이 네 가지 키워드가 함께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더욱더 중요해지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중고나라 회원의 70% 가까이가 2030세대이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유지하려 애쓰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상품 신규 등록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비밀의 공구, 주마서비스, 중고나라TV 등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진화시키고 있는 점도 고무적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에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시사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들 수 있다.

1. 시대적 키워드를 읽어내는 안목… 중고, 제품 이별 관리, 정리 컨시어지

우리는 큐딜리온 사례에서 중고, 즉 쓰던 물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성비를 좇는 불황, 저성장시대에 주목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템이다. ‘새것의 경쟁적 소유보다 쓰던 것의 적절한 공유’라는 시대적 변화에 중고는 신상(신상품)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가격이 비싸 신상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비교적 사용 기간이 긴 내구재의 경우 적정 가격의 중고가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상 구매로 소비를 업데이트시키는 이노베이터(innovator)나 얼리어답터(early adaptor)도 있지만 소비의 업데이트를 중고 상품으로 이어가는 소비자도 만만치 않게 많다. 특히 고령사회화, 저성장기조와 함께 절약, 가치소비, 적합소비로 변해가는 트렌드에 비춰보면 앞으로 중고 물품의 공유 트렌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나중에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특히 최근 들어 물건과의 이별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물건 소유에 대한 심리적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방 새 제품이 나타나기에 처분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생긴다. 귀찮아 처분하지 않고 그냥 쌓여만 가는 제품들이 집 안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품의 값어치가 점점 떨어지면서 소유로부터 얻는 혜택이 예전 같지 않다. 더 나은 것을 취득하기 위해 쓰던 것을 처분하고 갈아타는 주기가 더 빨리,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물건에 대한 ‘이별 관리’가 필요한 시대다. 사람과의 이별 못지않게, 물건과의 이별도 잘 관리돼야 한다. 자기 품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잘 갈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중개자, 매개자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큐딜리온은 중고나라뿐 아니라 근래에 시작된 주마 서비스에서 ‘제품 이별 관리’ ‘정리 컨시어지’라는 시대적 욕구변화를 잘 포착했다. 과잉생산 시대라는 흐름에 맞춰 잘 처분하고 정리하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화와 저성장을 먼저 겪은 이웃 나라 일본을 보면 정리를 대신해주는 다운사이징 컨시어지가 주목받고 있다. 점점 치울 것은 많은데 시간에는 쫓기는 미래에 대신 치워주는, 즉 아름다운 이별을 가능케 하는 ‘정리 컨시어지’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가질수록 좋은 시절은 가고 가진 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기업의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물품을 구입해 간 고객의 상품에 대해 교환, 정리 및 이별 관리를 맡는 업의 영역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상품 또는 브랜드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생애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나의 기업은 새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동시에 고객에게 소유하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구입해 간 기존 제품을 잘 파악해서 공유와 교환을 통해 혹시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공구 생산 못지않게 고객사의 공구관리에 초점을 두는 힐티(HILTI)라는 세계적 전동공구회사4 ::C::1941년 리히텐슈타인 샨에 설립된 공구 제작 및 서비스 제공 업체로 공구 판매뿐 아니라 관리 서비스로 유명.::C/::를 떠올릴 수 있다. 제한된 제품의 소유보다는 교환과 공유 관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객을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미래지향성을 찾을 수 있다.

2. 사회적 연결감을 만들어주는 채널

큐딜리온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면 ‘사회적 연결’이라는 화두를 꺼낼 수 있다. 중고나라에 가보면 중고제품 외에 사람과의 연결을 만날 수 있다. ‘사회적 연결’이라는 플랫폼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거기만 가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트래픽을 만들고 교환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낸다. 중고라는 아이템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와 경험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남과 연결되는 사회성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적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외로움과 소통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간다. 누군가와 접촉 속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벗어나 혼자이고 싶지만 막상 혼자이면 곧 외로움이 엄습한다. 인간이다 보니 이렇게 외로움을 향유하려는 의지가 오래가지 못한다. 한없이 혼자이고 싶어 자발적 외로움을 택했더라도 다시 사회성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남과의 소통 속에서 남들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을 찾는다. 남들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고나라는 단순히 재화를 취득하는 경제적 의미로서의 채널이 아니라 그 재화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의 의미에서 주목을 받는 채널이다. 때로는 나와 같음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다름을 느끼기도 하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플랫폼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3. 물건 경험보다는 사람, 스토리 경험에 초점

중고나라를 통해 물건이 거래되지만 큐딜리온은 물건보다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만들어낸 스토리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이 인상적이다. 중고나라에 자원봉사 역할의 스태프가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도 물건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비밀의 공구 서비스에서도 MJ의 발굴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역시 물건 그 자체보다는 거기에 맞물려 있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창조하는 이야기와 재미에 더 큰 가치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를 비롯한 큐딜리온의 힘은 사용자 내부에서 나온다. 사용자 간 교환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증폭, 진화시켜가는 것이다. 사용자의 손때 묻은 스토리가 오롯이 물건, 상품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교환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그것에 희노애락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그것을 재미있게 공유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가미시키면 물건에 머물지 않고 독특한 그 사람만의 스토리가 창출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퍼져나간다. 단순히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보다 훨씬 더 의미가 크다. 물건에 담긴 의미, 가치를 누군가와 교환한다는 것은 재미난 경험이다.

기업들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제품 중심에서 사람, 그리고 스토리 경험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 자율, 지능화로 대변되는 미래 4차 산업혁명은 사물, 기계 중심의 논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종착지는 사람이다. 사람의 행복이 핵심이며 그 행복은 근원적으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사람, 그리고 연결을 통한 편의와 재미의 이야깃거리가 행복의 핵심이 된다. 제품 중심의 사업모델보다는 사람, 사람 간의 만남, 그리고 그 교류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경험이 사업모델의 중심이 돼야 한다. 물건과 상품은 사람 중심의 플랫폼에 그저 얹혀 있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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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큐딜리온 대표 인터뷰

‘월간 평균 거래액 960억 원, 회원 수 2100만 명, 월 순방문자 1000만 명….’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눈부신 현재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법인 ‘큐딜리온’을 설립하고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인 이승우 대표(40)를 DBR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큐딜리온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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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설립 이후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졌나.

일단 앱을 사용하기 편리해졌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매달려 매일 앱을 업데이트한다. 초기 앱이 실패했던 것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개발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업종에선 확실히 내부에서 앱 개발 및 관리를 담당하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1년 만에 바로 잘못을 수정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계속 부족한 채로 굴러가야 했을 것 같다. 또 과거엔 소수의 운영자와 스태프라는 자원봉사자들이 게시물을 관리하다 보니 허술한 점이 적지 않았다. 이제 회사 직원들이 담당 업무를 세분화해 재빨리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하다 보니 당연히 서비스 만족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고나라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특이한 사업모델을 갖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회원들, 즉 사용자들이 갖고 있는 각별한 애정이다. 사기꾼을 감시하는 스태프들도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고 마치 회사 직원처럼 애정을 갖고 운영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년여 전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한 형사가 자신이 중고나라에서 직접 거래를 해보고 느낀 노하우라며 ‘중고나라에서 사기 안 당하는 법’ 리스트를 보내왔다. 내용이 좋아 바로 카페 내에 전체 공지로 올리고 네이버 측에도 전달해 다른 카페들에서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중고나라 전용 앱을 통해 이제 사기 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검증 절차가 강화됐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내 팀도 갖춰졌지만 이런 자발적인 유저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중고나라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유치를 위해 수없이 투자자들을 만났고 사실 많은 이들이 중고거래라는 특이한 비즈니스 모델에 고개를 갸웃댄 것이 사실이다. 사실 부모님조차 한동안 중고나라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아들이 쇼핑몰 사업을 하는 줄 아셨다. 하지만 중고나라만이 갖고 있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용자들을 떠올리면 앞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자신감 있게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고품 거래 영역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중고차와 부동산 관련 제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중고차는 중고거래에서 허위 매물이 가장 많은 영역이다. 허위 매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딜러를 선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쁜 딜러를 솎아내는 ‘네거티브 방식’보다 좋은 딜러를 추천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즉 우수 딜러를 부각시켜 유저가 믿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개인 간 거래에 한계가 많았던 영역이었던 만큼 이렇게 딜러를 끼고 하는 방식이 신뢰감을 주기에 더 적합할 것 같다.



중고나라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사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은 이름인데 처음에는 이름 때문에 힘들었다. 테헤란로에 입주할 때 건물주가 ‘중고’라는 글자가 담긴 간판이 걸리면 빌딩의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며 간판은 걸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오히려 업의 본질이 명확히 드러나고 후발주자가 쉽게 쓸 수 없는 이름이 돼 좋은 것 같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칙을 늘려나가고 이용자들을 관리하면서 이 온라인 카페가 실제 하나의 신생 국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는데 그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도 적확한 이름 같다.



앞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최대 목표가 될 것 같다.

일단 올해 연말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중고나라라는 플랫폼은 확장성이 무한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MJ 시스템을 중고거래에 탑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 입장에서 좀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경험할 수 있다.



중고거래와 관련해 이제 후발업체들도 적지 않은데 위협요소로 보는지.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가치는 ‘빨리 거래할 수 있는지’다. 그래서 같은 물건을 여기저기 사이트에 다양하게 올리는데 결국은 가장 빨리 팔리는 곳으로 돌아온다. 사용자 수와 역사 측면에서 시장 선도자라는 점이 특히 중고거래에서는 큰 강점이 되는 것 같다. 중고나라에선 현재 하루 27만 건(1초당 3건)이 거래된다. 거래 빈도 측면에서도 후발주자들과는 아직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중고나라의 경쟁자로 페이스북을 꼽았다. 어떤 비전 때문인가.

페이스북이나, 중고나라나 소통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한 사업 모델이라고 믿는다. 중고나라는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사용자들끼리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혹은 자기 손을 조금이라도 거쳐 간 물건에는 자신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 ‘스토리’를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고, 또 평가받고 싶어 한다. 물건 하나를 파는데 개인적 스토리가 공유된다면 이는 ‘문화의 장’이다. 이렇게 각자 애착을 갖고 있는 스토리가 교환되는 장소라면 페이스북처럼 자신의 일상 또는 생각을 공유하는 플랫폼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생각해볼 문제

1 ‘중고나라’를 기반으로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큐딜리온의 신사업들은 ‘자원의 선순환’과 ‘소통’을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2 개인 간 거래를 바탕으로 회원 가입비나 중개료 등을 받지 않은 기존의 중고나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고거래 자체를 유료화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3 중고나라의 가장 큰 자산은 사용자 집단 그 자체다. 당신이 2100만 명(인터넷 카페 및 앱에 동시 가입한 중복 회원 포함)을 거느린 온라인 커뮤니티의 운영자라면 향후 어떤 사업을 도모할 수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