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

쏟아지는 새 제품들… 전략 없는 다각화… 주먹구구식 대응이 고객을 놓쳤다

221호 (2017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형적인 여성 벤처 사업가의 성공 스토리’를 써냈던 옛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2017년 초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신화’가 무너졌다.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기록했다는 한경희 스팀청소기와 웬만한 패스트패션 스토어나 편집숍에는 한 대씩 있다는 스팀다리미까지 성공시켰던 미래사이언스가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업 성장 단계에 부합하는 탐색과 활용 간 최적 균형관리에 실패했다.

2) 고객 관점의 가치창출을 위한 탐색 활동에 미흡했다.

3)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재무관리에 실패했다.

4) 비전략적 인수합병과 비전략적 다각화로 인해 위기를 불러들였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백성진(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삼성과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사실상 독식했던 청소기 사업 부문에서 스팀청소기로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 스팀청소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08년 11월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전략)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밀실사를 통해 회사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봐야 방향을 정할 수 있지만 회사의 경영 정상화 의지가 강하고 경영악화의 원인이 영업보다 투자실패에 있다는 점,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정상화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될 수 있으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략)…”

-2017년 1월 초,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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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묘사한 첫 번째 기사와 워크아웃 계획을 발표하는 주채권은행의 입장을 담은 두 기사는 사실 같은 기업을 다루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이라는 옛 이름으로 더 유명한 미래사이언스다. ‘아이디어-창업-연구개발과 실패-대성공-해외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한 여성 벤처기업인의 놀라운 성공신화는 20년을 넘기지 못했고 꿈에 부푼 해외 진출 이후 오히려 회사는 기울어 9년 만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몰리게 됐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미래사이언스의 주채권은행인 IBK기업은행은 2016년 12월28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2017년 3월 초 현재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기업 실사가 진행 중이다. 3∼4개월간의 정밀실사가 이어진 뒤 ‘계속 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등을 고려해 정상화 방안이 도출될 예정이다.1

한때 연매출 약 1000억 원을 기록하며 여성 벤처기업의 가장 위대한 성공스토리를 쓰던 이 회사는 2014년 대규모 적자 이후 경영상황이 계속 악화돼 2015년 이후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사이언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부분 자본잠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15년에는 영업손실 약
19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1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액수였다. 2015년 순손실도 342억 원가량으로 추정됐다.2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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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1000만 대 판매를 기록했다는 한경희 스팀청소기와 웬만한 패스트패션 스토어나 편집숍에는 한 대씩 있다는 스팀다리미까지 히트시켰던 미래사이언스는 어쩌다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 ‘한국의 조이 망가노’3 등으로 불리며 성공한 여성 벤처사업가, 또 한국 경영계는 물론 사회에 희망을 준 자수성가 기업인과 기업은 어떤 국면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

DBR은 창업 기업으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성공한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려움을 겪게 됐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미래사이언스의 회생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창업기업, 그리고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에도 큰 교훈을 준다고 판단하고 미래사이언스 사례를 집중 분석하기로 했다. 사례의 특성상 기업 관계자들과의 직접적인 취재가 어려워 언론 보도와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사례를 분석했다.



전형적인 성공스토리, 그래서 더 놀라웠던 신화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여성이 남편에게 사업결심을 선언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한다. 2∼3년간 사업자금 2억 원 이상을 날려가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결국 제품개발에 성공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돼 또다시 좌절을 겪는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나 완벽한 제품이 나오자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하필 그 당시 주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상품 구입 채널로 부상하기 시작한 ‘TV홈쇼핑’에서 ‘대박’을 친다. 또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제품을 만들고 이 역시 성공을 거둔다. 자신감을 얻은 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해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화려하게 비상한다.



드라마나 소설을 이렇게 써놓으면 ‘진부한 스토리’라고 욕먹기 십상이다. 현실성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라는 비판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스토리는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과 그 창업자 한경희 씨가 실제 이뤄낸 역사다. 1999년 IMF 경제위기의 한파가 완전히 걷히기 전이었던 그때, 5급 공무원 생활을 하는 워킹맘으로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던 삶을 살던 한 씨는 이미 자신의 사업을 꾸려가던 남편에게 “사업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카펫이 아니라 장판위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은 진공청소기를 돌린 후에도 다들 물걸레질을 한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 MBA 유학 시절 봤던 카펫용 ‘스팀청소기’를 장판식 바닥 청소용으로 바꾸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2001년 6월 국내 최초의 스팀청소기 ‘스티미’를 출시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스팀으로 만들어낸 증기가 표면에 열을 가해 때를 바닥에서 분리해 패드로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한 판매가 이뤄지진 않았다. 각종 인증을 받고 초도물량 3000대를 생산했지만 제품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큰 문제가 아니니 일단 출시해서 어려워진 ‘현금 사정’부터 해결하고 나중에 개선하자”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한 대표는 과감하게 전량 폐기처분한다. 그리고 2003년 초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출시한다. 출시와 함께 태국 수출도 이뤄졌고, 2005년 4월에는 국내 톱 홈쇼핑 채널에서 상반기 판매 상품 중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판매가 이뤄지던 날에는 주문량 폭주로 해당 홈쇼핑 개국 이래 최초로 ARS 시스템을 다운시키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 번째 히트작 ‘한경희 스팀다리미’를 출시해 월 평균 2만∼3만 대씩 판매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갔고, 같은 해 8월 스팀청소와 진공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한경희 스팀진공청소기’를 내놨다. 2007년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시장에 진출했는데 ‘스팀’ 분야가 아닌 용품으로의 최초 진출이었다. 같은 해 미국 ‘백인 중산층’ 등 현지인을 타깃으로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미국 동부에 법인을 세우며 진출했다. 그리고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여성 CEO 50인’에 선정되고 2009년 초 월마트 납품, 2시간 만에 50억 원 매출을 일으킨 홈쇼핑 채널 론칭 방송 등을 통해 화려한 미국 시장 데뷔를 마친다. 하지만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이 순간부터 어둠의 그림자 역시 커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제품들, 그러나…

1) 회심의 ‘마그네슘 팬’이 실패하다

2009년 10월, 두 번째 히트상품인 스팀다리미 판매가 100만 대를 돌파하고, 이듬해인 2010년 경기도 부천에 국내 첫 로드숍을 오픈해 사업을 완전히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했던 그때 한경희 대표는 남편이 2006년 창업한 가정생활용품 연구개발 및 부동산 임대업체 엔에스코기술을 인수한다. 문제는 엔에스코기술이 2009년 기준 약 27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는 것. 당시는 한경희생활과학이 워낙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라 곧바로 문제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첫 번째 ‘걸림돌’이 됐다. 그래도 명분은 있었다. 가정생활용품을 연구개발하던 업체였으니 한경희생활과학의 R&D에 활용하면 될 일이었다. 부채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팀다리미 이후 새로운 히트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은 커졌다. 그동안 스팀청소기, 스팀진공청소기, 스팀다리미 등 ‘스팀’으로 상징되는 몇몇 제품이 나왔고 성공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한경희생활과학이 ‘스팀’에 집중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경희생활과학은 다른 길을 택했다. 2011년 4월 포스코와 함께 신소재 마그네슘을 활용해 공동 개발한 프라이팬 ‘키친 사이언스 천연 마그네슘팬’을 출시하며 마그네슘 주방용품 시장에 진출했다. 포스코가 육성하던 마그네슘 소재에 집중했고 포스코와 협력해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자회사 에이치케어의 사명을 한경희뷰티로 바꾸고 화장품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에도 힘을 썼다. 같은 해 12월
열이 아닌 빛으로 음식을 굽는 개념의 ‘광파오븐’, 기름 없이 음식을 튀기는 ‘에어프라이어’, ‘세라믹코팅 마그네슘 프라이팬’ 등을 출시했다. 주방용품 전반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2)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히트상품’

2012년에도 신제품 출시는 계속됐다. 그해
1월, 온수를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도록 디자인해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광고하며 정수기 시장에 진출했고, 9월에는 물의 끓는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한 ‘한경희 유리무선주전자’를 출시했다. 10월에 식품건조기 ‘영양바삭’은 물론 심지어 가전주방용품이 아닌 카 매트 ‘프레쉬’도 내놨다. 큰 인기를 얻어 제대로 팔린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3년에도 ‘제품의 무한증식’은 계속됐다. 그해 1월 ‘한경희 스팀찜기’가 나왔고 같은 달에 간편하게 건강식, 영유아 이유식, 죽, 두유 등을 만들 수 있는 ‘한경희 건강식마스터’를 출시했다. 같은 해 5월, 진공청소와 밀대청소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진공밀대 하나로’를 출시했고, 7월에는 자세교정 책걸상 ‘백솔루션’을 출시했다. 9월에는 조리 냄비와 보온용기를 동시에 갖춘 ‘보온 히팅쿠커’를, 10월에는 온수매트인 ‘한경희 스팀팩토리’를, 12월에는 제빵기 ‘한경희 홈베이커’를 내놨다. 2014년
3월에는 미세먼지 제거기 ‘침구킬러 진드기싹’을, 5월에는 제습기를 내놨다. 기업의 위기가 본격화하던 2015년까지 드라이 없이 옷을 펴주는 기계, 탄산수 제조기, 무선 물걸레 청소기, 칼과 도마 기능을 합친 제품 등을 만들어냈고, 한경희 홈케어 서비스라는 전문 청소 서비스까지 론칭했다. 2010년 이후 한경희생활과학이 진출한 분야와 출시한 제품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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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에서 알 수 있듯 초기 ‘기술력 있고 주부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기업’이라는 상징을 만들어줬던 ‘스팀’이 들어간 제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이미 성공한 청소기와 다리미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프라이팬, 건조기, 정수기, 칼과 도마, 오븐에 제습기까지. 사실상 집에서 필요한 모든 걸 다 만드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이미 경쟁자가 있는 제품들이었고, 심지어 그 경쟁상대가 대기업인 경우도 허다했다. 나름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친환경’을 표방하거나 ‘몇 개의 기능을 합치는’ 방식이었다. 기술개발에 실제 엄청난 투자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 재무분석 내용을 보면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이 2011년 약 4%, 2012년 약 4.1%, 2013년 약 4.9%에 이르며 2014년에는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2) 이는 2015년 기준 한국 기업 평균인 4.23%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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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비용만 놓고 보면 애초에 ‘스팀기술’로 시작한 기술벤처 기업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내실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제품 개발 시도 자체는 꼭 나쁜 게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기술력 확보보다 일시적 아이디어나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사업 확장에만 의존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경희생활과학의 경우 초창기 차별화된 상품으로 히트를 했지만 최근 들어 이렇다 할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차별화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에게 결국 외면을 당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4

한 기업 컨설턴트는 “좋은 가격에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 비싼 가격이지만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창출하는 고급 제품 중에서 하나의 길을 가야하는데 한경희생활과학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것이 문제였다”며 “사실 일반 가전제품에서 ‘고급화 전략’을 쓰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스팀’이라는 상징을 더욱 세련화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히트상품으로 성공해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기업이나 저렴한 상품을 파는 후발 업체들 사이에서 치이게 된다”며 “내적 동력을 키워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데 조바심을 내며 사업만 확장하면 한계에 봉착한다”고 지적했다.5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경희생활과학은 제품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회사의 핵심 역량이 약화됐다. 즉 스팀청소기/다리미 이후 출시한 제품들이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후죽순으로 제품군을 늘리며 실패를 반복하다 위기에 봉착했다. 또한 캐시카우였던 스팀청소기의 위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독일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까지 스팀청소기를 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도는 낮아졌다. 다이슨처럼 차라리 한 분야에 전문화된 기업, 즉 국내외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스팀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거나 가정주부들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해서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했더라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성공이 ‘독’이 되다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은 미국 시장 진출 시점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주목할 만한 여성 CEO 50인’에 이름을 올린 이듬해인 2009년 미국 전역에 방송된 QVC홈쇼핑에서 ‘슬림앤라이트’ 스팀청소기로 2시간 동안 한화 기준 약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해 9월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2009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에 초청을 받게 된다. 2007년 국내 스팀청소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성공은 한경희 대표에게 ‘지나친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이는 결국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성공을 구가하는 시기에 가장 큰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기업경영의 기본 원칙을 잊은 듯했다. 오히려 스팀다리미 이후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자 CEO가 조급해졌고 이는 위험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졌다. 몇몇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2014년 4월 미국의 스파클링드링크시스템(SDS)은 한경희생활과학에 ‘상호협력’을 제안하는 e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희생활과학과 SDS를 합병하면 2년 내에 기업공개가 가능하며 월마트 등에 탄산수 제조기와 탄산음료 파우더(분말)를 납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는 것. 인수 전에 SDS에서 제작한 탄산수 제조기 독점 판매계약을 먼저 맺으며 약 200만 달러를 지급했고 이어 SDS의 자산을 인수하는 대가로 120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6 현 미래사이언스 측에 따르면 SDS의 제안 자체는 매력적이었으나 제품의 질과 성능이 한경희생활과학 측에서 생각한 수준에 못 미쳤다는 전언이다. 사실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시장성 자체에도 이슈가 제기됐다. 탄산카트리지, 플레이버(flavor) 구매 비용 등을 합치면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직접 만든다’는 부분을 강조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고 사업이 추진됐으며 돈이 지급됐다. 결국 한경희생활과학은 미국 연방법원에 SDS를 상대로 10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과 관련해 미래사이언스(당시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계약서대로 SDS에 투자를 했는데 이 업체가 정상적으로 제품을 납품하지 않아 고의적인 계약 위반을 당했다”며 “계약 위반으로 인한 치명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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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재무관리와 기타 문제들

한경희생활과학은 2016년 말, 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 등이 없는 ‘백지’ 감사보고서를 뒤늦게 제출했다. 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은 “감사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2015년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그리고 2017년 1월 한경희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스스로 “재무관리에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사업 초기에는 유통채널 확보 등에만 주력했고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으나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재무관리가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뒤늦게 이 부분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무관리라는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를 놓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주먹구구식’ 재무관리는 이미 깊게 곪아 있던 상처를 터뜨려 시장 참여자들의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처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심각성을 깨닫게 됐고 주채권은행은 ‘워크아웃’이라는 매스를 들이 댄 셈이다.

한 기업의 흥망성쇠 혹은 잠재적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 수백 가지의 판단이 만들어내는 중첩과 상쇄, 그리고 경로 형성으로 성공과 실패의 길이 만들어진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위기 역시 똑같았다. 심지어 재벌기업이 아님에도 ‘오너 리스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앞서도 언급했던 남편의 회사를 부채를 떠안으면서 무리하게 합병형식으로 흡수한 것, 2013년 7월경 제1호 프로슈머 제품으로 내놓은 ‘자세교정 책걸상’이 사실 아들 형제의 아이디어를 수상작으로 선정해 내놓았다는 논란, 2014년 영업손실 71억 원을 기록하던 회사로부터 오너인 한 대표가 약 36억 원을 빌려갔다는 논란 등이 일었다. 이 중 일부는 한경희생활과학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이런 이슈들이 제기됐다는 점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개선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가전제품 기업에는 가장 중요한 품질과 AS에 대한 불만 역시 한경희생활과학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이유도 있다. 최근 미래사이언스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작성된 기사나 포스트의 댓글에는 기존 한경희생활과학의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사용이나 AS 과정에서 느꼈던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이 있다. 주로 ‘내구성이 약하다’라든지 ‘AS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제품을 열어보니 부식된 부분이 있더라’ ‘AS를 맡겼더니 비용이 거의 판매가격만큼 나왔다’라는 얘기가 써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었지만 한경희생활과학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요인 분석 및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의 성공 신화는 CEO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2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크나큰 위기에 직면했는데, 사실 그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창업한 기술벤처 기업들이 간과하기 쉬운 의사결정의 오류와 전략경영상의 실패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창업에 성공한 기술벤처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소비자 관점의 경영, 재무적 관점의 경영, 전략적 관점의 ‘경영의 3大 원칙’을 수립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림 3) 먼저 소비자 관점의 경영은 탁월한 기술력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창업한 기업이 기술 중심적인 사고에만 빠져 있지 않고 장수기업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이에 기초한 경영활동을 계획하며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무적 관점의 경영은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관리하기 위한 통제 시스템의 구축 및 활용을 강조하는 경영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관점의 경영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달성을 위해 벤처창업 기업은 어떤 경쟁우위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분명한 전략들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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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영원칙의 정확한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창업경영자의 인식이 부족할 경우에는 기업의 성장은 정체되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3大 경영원칙 준수에 대한 평가내용을 포함해 미래사이언스가 현재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원인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기업 성장단계에 부합하는 탐색과 활용 간의 최적의 균형관리 실패

미래사이언스에서는 벤처창업 기업을 지배하기 쉬운 직관적 사고의 조직문화를 창업 후 성장과정에서도 강하게 유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직관적 사고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혁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탐색의 문화’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대조적으로 체계화된 경영체계에 기초한 분석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기업에서는 이미 시도되고 검증된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 역량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활용의 기업운영체계 구축이 용이하다. 즉 탐색과 활용의 두 작업은 모두 기업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높은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활동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경영학자인 제임스 마치(James March)는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탐색(exploration)’ 작업에 몰두하거나 기존 지식을 최대한 ‘활용(exploitation)’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탐색과 활용에는 각각 독특한 특성과 장단점들이 있으며 이들의 중요도는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중대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혁신에 전념하는 탐색활동은 기업에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의 선제적인 개발을 통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데 이러한 ‘비즈니스의 시작’이 창업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활용과 비교할 때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높은 활동이기 때문에 창업 후에도 탐색활동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기업은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창업에 필요한 탐색 단계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구축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탐색작업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활용을 통해서만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의 생명력이 결국 소진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다. 따라서 기업은 탐색과 활용의 활동을 모두 실행해야 하고, 특별히 기업의 성장단계와 특성에 따라 탐색과 활용 간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유지해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보유자원의 상대적 열위로 인해 효율적인 사용에 대한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하는 창업기업들에는 더욱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사이언스가 취했던 균형적 성장 방향을 보면 그들은 기존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탐색의 조직문화 속에 빠져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팀청소기와 다리미 제품의 개발을 통해 구축한 핵심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보다 개선된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후발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활동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기존 역량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비관련 분야에서의 새로운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탐색활동에 과도하게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이와 같이 기존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탐색활동에만 집착하는 조직은 비교적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는데 이는 다양한 비관련 산업 부문에서의 새로운 탐색에 요구되는 자금을 충당할 이익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탐색과 활용 간의 균형에 대한 주장은 사실 성장단계에 따른 혁신전략의 변화에 대한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신생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혁신활동이 필요한데 각 혁신활동의 상대적 중요성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먼저 기업성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차별화된 혁신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과 제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강력한 경쟁사들이 새롭게 형성된 시장에 후발추격자로 뛰어들 때 선도자로서의 우위를 방어해내기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따라서 비록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에 기초해 창업에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기존 제품의 지속적인 가치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성장의 초기 단계를 지나 시장의 성숙단계에 이르게 되면 생산공정 부문의 혁신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산업표준이 확립되고 지배적인 디자인이 출현해 더 이상의 제품차별화가 어려워진 성숙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Cash Cow)를 만들기 위한 중요 요소다. 마지막으로 성숙된 시장에서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기업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개발하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경영혁신을 실행해야 한다. 이와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경영혁신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 성장단계에 따른 혁신전략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미래사이언스의 지난 행보는 기존 제품의 가치향상 도모와 효율성 향상의 미흡과 연관성이 부족한 비관련 산업 부문으로의 성급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진출 등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분석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2) 고객 관점의 가치창출을 위한 탐색 활동의 미흡

혁신적인 제품개발에 기초해 창업한 기업은 창업 후 이른바 ‘경영이 지배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고 그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후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후발경쟁자들은 벤처 창업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객가치의 창출방식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기존 방식보다 개선된 가치제공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선도 기업이 차지한 시장의 지위를 위협하는 적극적인 공격을 가해온다. 그리고 이 같은 공격은 벤처 창업 기업에 매우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데 특별히 공격의 주체가 높은 수준의 자본력과 명성을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일 경우에는 그 위협의 심각성이 더욱더 중대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미래사이언스는 이 같은 활동들에 기초한 진입장벽 구축에 실패했고, 결국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라는 신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외 거대 경쟁기업들에 너무나도 쉽게 시장에 대한 진입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중반 이후의 주요 활동내용들을 살펴보면 사실 미래사이언스에서는 기존 우위제품들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새로운 혁신 제품들을 연속적으로 창출하는 데 자원과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같은 성장방식은 얼핏 리처드 다베니(Richard D’Aveni)가 그의 저서 에서 주장했던 초경쟁시대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창출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림 4) 즉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달성을 위해 기존의 경쟁우위 수성보다는 새로운 경쟁우위가 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사이언스가 집중했던 노력과 결과물은 사실 다베니가 주장했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창출방식’과도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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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다베니가 주장한 초경쟁사회(Hypercompetition)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창출방식은 고객들의 잠재된 니즈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객관점의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출시할 때 달성될 수 있는 것인데, 사실 미래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출시했던 상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고객관점의 혁신과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매우 많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계속적으로 신상품들을 출시하긴 했지만 그들이 제공했던 신상품과 서비스들은 고객들이 과거 한경희생활과학으로부터 받았던 감동의 수준과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단발적인 아이디어 상품처럼 보이는 몇 가지 기능들이 합쳐진 신제품들을 출시하며 회사 관계자들만이 장밋빛 미래를 꿈꾼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미래사이언스의 위기는 기존 경쟁우위를 확고하게 지켜내지 못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경쟁우위 창출에도 성공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서 기술한 성공한 벤처 창업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첫 번째 경영원칙인 ‘소비자 중심의 경영’에 대한 실패였다고 판단된다.

3) 주먹구구식 운영과 재무관리 실패

기업은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현금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예측 및 효율적인 관리를 실행해야 한다. 특별히 자금의 예측, 조달, 관리의 중요성은 발전 속도가 빠른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생 벤처기업은 흔히 현금 부족,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 부족, 재무통제시스템 미비 등으로 ‘재무적 관점에서의 경영’에 실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래사이언스는 2007년 국내 스팀청소기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제품다각화와 함께 지역적 확장을 통한 성장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HANN’이라는 자체 브랜드 스팀청소기를 출시했으며, 동시에 ‘오앤(O&)’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행보는 많은 대손충당금을 발생시켜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2014년에는 탄산수 제조기업인 ‘스파클링드링크시스템이노베이션(SDS)’을 인수하기 위해 100억 원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 또한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며 기업 전체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미래사이언스의 연속적인 대규모 해외 투자 실패는 신생 벤처 창업 기업들에서 흔히 발생될 수 있는 재무관리 시스템의 미비가 불러온 참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흡한 자금관리로 인한 미래사이언스의 부적절한 투자 결정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2010년 실행했던 ‘엔에스코기술’의 인수합병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엔에스코기술은 2006년 한경희 대표의 남편이 설립한 회사로서 가전생활용품 연구개발 및 부동산 임대업을 주력으로 하던 업체였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져 2009년 기준 273억 원의 총 부채를 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를 미래사이언스가 떠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인수합병투자는 이후 시작된 미래사이언스의 쇠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래사이언스는 엔에스코기술의 인수 이후 기존 주력 제품들과 관련성이 없는 주방용품들을 연속적으로 개발해 출시했는데 이들의 개발과 생산관리를 위한 비용은 모기업인 미래사이언스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Cynthia A. Montgomery) 교수에 의하면 기업 생존의 기본 원리는 기업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하고(가치>가격), 제품의 가격이 가치의 창출을 위해 투입된 투입원가의 총량보다 커지도록 해(가격>비용) 부가가치(values added)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미래사이언스가 엔세스코기술의 인수 후 개발하고 관리해야 했던 다양한 상품군들에 대한 관리비용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을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신제품 개발 및 관리에 대한 비용 부담은 기존의 주력상품들인 가전제품 부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전제품의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인 품질과 AS 부문에서 최근 불거져 나온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 같은 자금운영 관리상에서의 실패를 암시하는 결과라고 보여진다. 설상가상으로 미래사이언스는 공격적인 국내외 투자들로 인한 자금관리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최저 가격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기업의 재무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는데 이는 결국 영업이익률은 급속하게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미래사이언스는 2016년 말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이 없는 ‘백지’ 감사보고서를 뒤늦게 제출했고 감사인(삼일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당시 사내에 인력 교체가 많아 재무팀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관계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는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한경희 대표는 2017년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무관리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 초기에는 유통에 집중할 필요가 충분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재무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하는 경영원칙을 미처 깨닫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4) 비전략적인 인수합병(M&A)과 다각화 전략의 실행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 장수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의사결정과 운영을 위한 전략적 경영체계를 구축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략적 경영체계가 오너 경영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아줄 수 있고, 기업이 어떤 경쟁우위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사이언스는 전략적 관점의 경영 부족으로 인해 부적절한 기술전략과 경쟁전략을 선택했고, 또한 오너 경영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사실 미래사이언스가 계속적으로 많은 제품들을 출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히트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중대한 이유는 잘못된 기술전략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도 서술한 바와 같이 미래사이언스가 출시했던 대부분의 제품들은 혁신적인 기술에 기초한 신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의 기능을 소폭 개선하거나 몇 가지 기능들을 합쳐서 만든 아이디어 신상품들에 가깝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 같은 아이디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더불어 혁신적인 기술력에 기초해 개발된 제품들이 아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경쟁사들이 모방제품들을 쉽게 출시할 수 있었다.

과거 혁신적인 벤처 창업 기업으로 인식됐던 미래사이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사실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기존 제품들과는 충분히 다르고, 충분히 놀라운 획기적인 신제품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사이언스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이는 기술전략의 실패에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사이언스는 기존 제품과 신제품 간의 객관적인 ‘격차분석(gap analysis)’을 실행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도 구입할 수 있는 신제품의 개념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명확하게 정의한 후에 제품개발에 착수해야 했다. 더불어 기존 사업 부문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비관련 제품군으로 급격한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기존의 핵심 역량 가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구체적으로 미래사이언스는 경쟁우위가 있었던 스팀기술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화장품, 음식물 처리기, 식품 건조기, 죽 제조기, 전기 프라이팬, 정수기 등 우후죽순으로 제품군을 늘렸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했다. ‘키친 사이언스’라는 주방용품 브랜드를 만들어 포스코와 손잡고 선보였던 마그네슘 프라이팬은 높은 비용과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고 ‘한경희 뷰티’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화장품 사업 역시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이 같은 실패들은 해당 산업 부문에 대한 경영진의 낮은 이해도와 관련 사업 부문으로부터의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주요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너무 많은 비관련 제품군으로의 다각화에 실패함으로써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라는 브랜드는 더 이상 혁신적인 신기술과 신제품의 아이콘이 되지 못했다. 즉 한경희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통해 경쟁력이 약했던 제품들의 가치를 올리고자 했던 전략적 의도와는 달리 경쟁력이 부족한 비관련 제품들로 인해 오히려 기존에 구축해온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사이언스의 전략적 관점의 경영실패는 앞서 기술한 ‘엔세스코기술’의 인수합병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인수합병 전략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위험과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은 성장전략이다. 이는 대우건설 인수 후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례와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 자금난 개선을 위해 일부 우량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뼈아픈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유진그룹 등의 국내 사례에서도 어렵지 않게 추론해볼 수 있다. 학자들은 인수합병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대표적인 요소로서 <그림 5>에서 볼 수 있는 7가지 요소 (1) 보완적 자산이나 자원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대상으로 할 것 (2) 우호적인 인수합병을 할 것 (3)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되지 않도록 정확한 실사를 할 것 (4) 여유자본을 활용하는 인수를 실행할 것 (5) 부채비율이 높지 않은 기업을 인수대상으로 할 것 (6) 인수 후에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실행할 것 (7) 인수 후 통합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유연한 조직문화를 유지할 것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래사이언스의 인수합병은 이상의 7가지 요소들 중 그 어떤 조건도 충실하게 충족시키지 못했던 인수합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엔에스코기술은 미래사이언스에 보완적 자산이나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인수대상 기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인수기업인 미래사이언스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를 약화시킬 수 있었던 전략적 의사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업을 인수대상으로 선정하게 된 것일까? 불행하게도 오너의 개인적인 관계로 인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이유 외에는 별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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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생활과학은 2016년 말, 워크아웃을 앞두고 과거 10년간 유지했던 법인명을 미래사이언스로 전격 변경했다. 회사 측은 기존 사명이 ‘스팀청소기’만을 너무 부각시키는 문제가 있어 변경한다고 설명했지만 이전까지 ‘한경희홈케어, 한뷰티, 한쿡웨어’ 등 회사명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명에도 혁신적인 창업경영자였던 ‘한경희’의 이름을 포함시켜왔고, 심지어 2003년에는 ‘한경희’라는 상표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을 정도로 이 이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왔던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 한경희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자사의 핵심 역량임을 강조해왔던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법인명을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일까? 이와 관련한 여러 평가와 소문들이 나돌고 있지만 한경희생활과학 측에서는 새로운 법인명이 기업의 변화를 도모해 회생하기 위한 노력의 시발점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레인 캐러더스(Lain Carruthers)는 그의 저서 <다이슨 스토리(Great Brand Stories-Dyson)>에서 끊임없는 실패와 재시도 끝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한 혁신적인 영국 기업 다이슨의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브랜드란 결국 다른 제품과 자사 제품이 별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술책이다. 반면 기업이 오랫동안 고객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소비자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가 돼 제품을 정의한 후 관련 요소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자칫 브랜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다이슨의 이 같은 주장에는 브랜드를 활용한 화려한 포장에 앞서 고객의 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신기술과 제품의 개발이라는 근본적인 이슈에 대한 선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아마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미래사이언스를 위한 의미 있는 조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4차 산업혁명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전문가들조차도 그 변화의 내용과 영향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혁명적인 변화를 앞에 두고 학계에서는 이들이 불러올 수 있는 급진적 변화들에 대한 토론이 연일 이뤄지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기초한 중소벤처 기업들의 출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미래사이언스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살펴본 혁신 벤처기업의 위기와 실패 요인들에 대한 내용들은 이 같은 변화 앞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에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승연 기자 senako@donga.com 유재욱 건국대 경영대 교수 jwyoo@konkuk.ac.kr

유재욱 교수는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을 거쳐 건국대 경영대 교수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후(Who’s Who in the World)’, 영국 케임브리지국제인명센터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000인’, 미국인명연구소 ‘21세기 탁월한 지성’에 모두 등재됐다. 저서로는 <현대사회와 지속가능경영>이 있고 경영학 분야 국내외 저널에 수십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