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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의 특성, REV 소비

합리·실용·가치지향… “가성비가 최고의 선택 기준”

백선아,이항영 | 217호 (2017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밀레니얼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불황의 장기화와 함께 밀레니얼세대들은 과거 세대들과는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REV다.
REV 소비란 Reasonable(합리적인), Effective(실질적인), Valuable(가치지향적인)한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가성비를 따지고 손가락만 몇 번 움직여 모바일로 쇼핑을 즐기며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분야엔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소비 특성이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류한별(건국대 기술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장녀 이반카 트럼프가 대통령의 딸로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반카는 젊은 세대와 여성 유권자를 대변하는 이미지로 아버지인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거친 말을 쏟아냈던 트럼프의 거센 이미지를 이반카의 미모와 강점으로 부드럽게 중화한 것이다.

이반카는 최근 트럼프 당선자의 중요한 회담 자리에 동석하면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 일본 총리와의 첫 회담, 실리콘밸리 IT 주요 CEO 인사들과의 회동에도 함께 참석했다. 아직 이반카의 구체적인 직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막후실세로서 기후변화 관련 총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된 바 있으며 의원들과 보육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 사업가, 재벌녀, 워킹맘’ 등 이반카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 이반카는 자신을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선거 유세 당시 그녀는 자신이 밀레니얼세대임을 강조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젊은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된 천편일률적인 정치 시스템을 거부한다. 또한 과거의 관습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개인 삶의 가치를 중시하며 도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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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의 부상

미국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았던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는 과연 누구를 일컫는 것일까? 밀레니얼세대에 대해 다양한 분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현재 20∼30대 젊은 층으로 미국 사회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세대다.

밀레니얼세대의 대표적인 사회적 특성을 세 가지로 꼽아볼 수 있다. 첫째, 개인주의적인 성향만 두드러졌던 기존 세대에 비해 밀레니얼세대는 지인과의 소통과 연결고리도 중시한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끊임없는 정보 교환과 소통을 하는 세대다. 둘째, 밀레니얼세대는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며 합리적이지 않은 기존의 편견들을 부수고자 한다. 셋째,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라도 하듯 그들은 시민 정신을 중시하며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세대의 소비적 특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존 세대는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다수에 속하기 위한 소비 행태를 보였다면 밀레니얼세대는 자신의 가치를 더 중시하며 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보인다.

대표적인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는 밀레니얼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동차와 주택에 대한 소비 행태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비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가 일평생 모은 돈을 자신의 집을 장만하는 데 투자했다면 밀레니얼세대는 주택에 대한 시각 자체가 변했다. 집은 꼭 소유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필요한 기간 동안 거주하는 곳으로 인식한다. 굳이 집을 사려는 욕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부모님과 같이 살기를 희망하거나 집이 필요하면 렌트를 하겠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자료에 의하면 부모와 함께 살겠다는 밀레니얼세대의 비중이 10년째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4년 기준 밀레니얼세대의 10명 중 3명가량은 부모와 같이 살겠다고 답하고 있다. 주택을 구매 소유하겠냐는 질문에 40%는 여전히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기존 베이비부머나 X 세대보다 의지 자체가 크지 않다.

이런 흐름은 미국의 주택 보유율이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비율이 늘어난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주택을 구매하지 않고 렌트가 늘어나니 렌트 비용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부동산 투자 리츠산업이 초호황을 보이는 것이 주택시장의 변화다.



밀레니얼세대의 소비 행태는 주택뿐만 아니라 자동차 구매에서도 나타난다.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 16세가 넘으면 자동차 면허를 딸 수 있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국에서는 통상적인 신분증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면허증을 일찍 따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자동차 면허증을 따는 연령대가 높아지더니 20세를 넘어섰다.

자동차 구매의사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면허증에 대한 수요도 적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가 자동차를 꼭 구매하겠다는 의사는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25%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꼭 필요할 경우 렌트하면 그만이라는 시각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회사에서도 시대상황에 맞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GM, BMW, 다임러 등은 이미 우버, 리프트 등의 플랫폼과 협력하거나 자체적으로 렌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간 단위 렌터카 사업이나 자동차 공유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자동차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공유 자동차 1대가 20대의 신규 구매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향후 2017년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핵심 소비층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핵심 소비층의 소비행태를 이해하는지 여부가 정확한 투자 결정과 경영성과의 핵심변수다. 시간, 공간적 차이가 있을지언정 일본, 중국, 유럽, 심지어 우리나라의 새로운 소비행태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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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절대가치-가성비 위주 소비 시대가 온다

미래를 이끌어갈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을 바탕으로 2017년 이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필자는 2017년 소비 트렌드의 변화상을 3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싶다. 바로 REV 소비다. REV 지향이란 Reasonable(합리적인), Effective(실질적인), Valuable(가치지향적인)한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이 중 첫 번째인 합리적인(reasonable)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공고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하나의 신뢰 징표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브랜드 값으로 돈을 지불하기보단 같은 제품이라면 브랜드가 없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 양극화’에 따라 명품에 대한 선호와 함께 합리적인 소비 추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커지면서 노브랜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명품 소비의 뒤편에서는 브랜드보단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뜨고 있다. 일부 가방이나 자동차, IT 제품 등은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지만 입고 다니는 옷이나 소품은 노브랜드 제품을 착용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궤를 같이한다.

브랜드의 힘을 내세우는 명품 업체도 로고리스(Logoless) 트렌드 움직임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명품 로고를 없앤 ‘로고리스’ 브랜드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 명품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점차 브랜드 노출로 과시하려는 욕구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명품을 드러내는 것보다 ‘명품인 듯, 명품 아닌 듯, 명품 같은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기준 백화점 명품 브랜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루이비통, 구찌 등 상품에 로고 디자인을 활용한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은 5.0%에 그쳤지만 에르메스, 보테가베네타 등 로고 디자인을 활용하지 않는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은 13.5%로 두 배가 넘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에서 로고를 없애고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유통업체들 역시 앞다퉈 노브랜드 제품인 PB(Private Brand) 상품을 내놓으며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이마트의 ‘반값피자’ 등은 전문업체의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돼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PB상품 시장에 대한 열풍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변화는 치킨, 피자 등 먹거리에서부터 의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품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마트가 만든 ‘노브랜드(NO brand)’는 감자칩, 초콜릿, 물티슈를 비롯해 1000여 개의 PB 상품을 내놓으며 이 같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한류(韓流)가 아니라 이제는 중류(中流)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한때 샤오미 제품은 애플 제품을 따라 했으며 샤오미 CEO는 애플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패션까지 흉내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샤오미 이어폰은 저렴한 가격에 놀라운 성능으로 국내에 ‘대륙의 실수’라는 흐름을 만들어 낸 바 있다. 그렇지만 보조배터리, 스마트폰, 밴드에 이어 TV, 체중계, 공기청정기 등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중국보다는 한국의 기술이 우위라고 여겨졌던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국산의 위협을 피할 수 없다. 2017년에는 중국산 자동차가 중형급 버스에 이어 SUV와 전기 차까지 한국 시장에 등장한다.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전기 차의 경우 매우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1980년대 중반, 자동차와 TV, VCR을 갖고 미국 진출에 적극 나서던 현대차와 삼성전자, 당시의 금성사가 생각난다. 이제는 BYD, 베이징자동차그룹, 메이디그룹 등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빠른 시장의 흐름 탓에 샤오미의 경쟁력도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제는 샤오미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제2, 제3의 샤오미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한국과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심화

REV 지향적 소비 중 두 번째인 실질적인(Effec tive) 소비 트렌드로 엄지손가락 하나로 세상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약 1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25.8% 성장한 7800억 달러(약 944조 원) 규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잡는 자가 앞으로의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하에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저마다 모바일 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5년 국내에서 삼성페이를 출시하고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등 7개 국가로 진출했다.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계획으로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도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애플은 2014년 미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선보인 후 영국, 중국,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세계 12개국에 진출했으며 곧 스페인과 대만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2017년 모바일 결제 시장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ICT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전자지갑 플랫폼인 ‘안드로이드페이’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에디와 제휴해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올해 안에 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 LG페이의 본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으로 흐름이 넘어오면서 광고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6년 국내 총 광고비가 11조2960억 원 규모로 잠정 집계됐다. 광고 시장의 전반적인 축소 흐름 속에서도 모바일 광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총 광고비는 1년 전에 비해 0.7% 감소했지만 모바일 광고비는 31.3%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방송광고가 가장 강세를 보였지만 모바일 광고가 성장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방송광고와 3.4%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광고는 3조7475억 원 규모로 전체 광고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점포들은 생존까지 위협을 받게 됐다. 삭스 피프스 에비뉴, 블루밍데일, 노드스트롬, JC 페니, 월마트 등 한때 미국의 유통가를 대표하던 유통점들은 예전과 같은 영광을 다시 찾기 힘들다. 바로 아마존이라는 거대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만 5000만 명에 이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있을 정도로 아마존은 유통망을 장악했다. 월가에서는 아마존 때문에 죽은 50개의 기업들이라는 지수(Death by Amazon Index)가 있을 정도다.

웬만한 오프라인 유통망은 전부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내에서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점은 대형 양판점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코스트코와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같은 달러제너럴이나 달러트리 정도다. 그만큼 브랜드 가치보다는 철저하게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어느 나라나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실질적인(Effective) 소비 트렌드로 해외 직구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에서 더 저렴하고 성능 좋은 소비를 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산 제품을, 한국 유통망을 통해서 구매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는 주식투자를 비롯한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이건, 모바일이건 인터넷을 통해 검색만 할 수 있다면 상품이건, 재테크건 국경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조금이라도 이득이 된다면 전 세계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외국산 제품을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인 적이 있었다. 1990년대 자동차 수입이 전면 개방되고 수입차가 점유율 5%를 넘기자 대한민국의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경제가 큰일날 것이란 호들갑이 나온 적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수입차 점유율 20%를 바라볼 정도로 판매가 확대됐다.

알뜰 쇼핑족이나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에게 해외 직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클릭 몇 번이면 반드시 해외 직구를 통해서 사야 할 5개, 10개 같은 것들이 쉽게 검색된다. 대형 TV, 매트리스, 건강보조식품, 압력밥솥에서 전기주전자, 건강보조식품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한국 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 8월에 발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0.5%에 이른다. 가격도 저렴한데 품질도 믿을 수 있다면 굳이 한국 유통점에서 구매할 이유가 있을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구매해서 바로 사용해야 하거나 대한민국의 최대 장점인 신속한 배송만 양보한다면 해외 직구는 2017년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치 지향적 소비-YOLO족의 등장

REV 소비의 특징 중 세 번째는 가치지향적(valuable) 소비다. 사회에는 일반적인 규범이 존재한다. 특히 기성세대, 기득권층이 만든 규범이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게 된다. 학생이면 누구나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성인이 되면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해야 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더 이상 그런 규범화된 틀로 모든 것을 포용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들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도, 연애도, 결혼도, 육아도 모두 이제는 선택사항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통념이 무너지는 사회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직도 먼 얘기일지 모르지만 다수의 서구 국가에서 동성 간의 결혼까지 합법화될 정도로 개성이나 개인의 판단,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덕후 문화가 긍정적으로 정착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표현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바로 이들이 위너 소비자다. 소비를 할 때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과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피규어 수집이 뉴스가 됐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피규어나 레고 등 소위 키덜트 문화도 급증하고 있다. BC카드의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위너 소비자의 대표 소비 업종인 완구류 이용 금액은 3년 동안 22% 성장했다. 특히 완구에 소비하는 소비층 중 20대가 52.3%, 1인 가구가 47.6% 등 큰 증가율을 나타냈다, 세대별, 계층별로 소비패턴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벤저스 캐릭터로 유명한 마블이나 디즈니, 레고 등의 기업들의 가치를 단순히 아동 소비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치를 중시하는(valuable) 소비는 세대를 막론하고 통용된다. 젊은 세대가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얼리 힐링족이 늘고 있으며, 노년 세대가 활발한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뉴노멀 중년이 증가하고 있다. 얼리 힐링족은 자신의 힐링에 도움이 되는 분야라면 아낌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과거 기성세대는 젊었을 때 바쁘게 생업에 전념하고 은퇴 후 취미생활을 하는 실버 노년을 꿈꿨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집이나 자동차 등 큰 규모의 소비를 위해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모든 소비를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힐링족은 욜로족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가입 독려 영상에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욜로는 ‘YOLO·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이란 의미로 한 번뿐인 세상, 현재 지향적인 삶을 지향한다. ‘젊어서 노세’는 방탕스런 젊은이들의 생활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얼리 힐링, 욜로족은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지금은 희생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행복과 자기만족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다.

포미족, 스몰 럭셔리, 가치소비 등이 얼리 힐링족의 소비 트렌드에 부합한다. 포미족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영어 알파벳 앞 글자를 합친 용어다. 건강과 여가, 편의를 위한 소비라면 고가일지라도 흔쾌히 지갑을 여는 것이다.

500만 원의 샤넬 가방을 들진 못해도 5만 원의 샤넬 립스틱으로 명품을 향유한다. 열악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눈높이가 높아진 문화적 욕구를 채우려는 최근 소비 심리가 반영된 행태이다. 타인과의 차별성을 통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가 좋다면 명품 브랜드 가방 구입 등을 통해 타인과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점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소소한 제품에서 사치를 부려 스스로를 위안하는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이 고착화되면서 가치 지향 소비 문화가 생겨났다. 자신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취미생활로 향유하는 소비패턴이다. 무작정 절약하는 행동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현실 속에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년 동안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든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집 한 채 사기 힘든 상황에서 그 비용을 삶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사용하는 것이다.

BC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30대 고객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크게 늘렸다. 구체적으로 여행(항공권, 면세점, 호텔, 렌터카) 업종과 자동차(국산차/수입차 구매, 주차장, 세차장) 업종, 자기계발 관련(헬스클럽, 골프용품/연습장, 서적/문구) 업종 등 개인의 행복을 위한 소비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수십 년의 저축과 긴축 생활을 통해 노년이 돼서야 자기 집을 마련하는 현실 속에서 젊을 때부터 자기 자신을 힐링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확산될 여지가 있다.


이항영 한국열린사이버대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 simba94@gmail.com
백선아 서울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연구원

이항영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을 거쳐 현재 머니투데이방송 전문위원, 한국열린사이버대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미국주식이 답이다>가 있다.
백선아 연구원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경영학 석사 과정 중이다. 한국경제TV와 머니투데이방송(MTN) 등 경제방송에서
경제 전문 앵커로 활동했다. 경제 주간지 <머니S>와 현대자동차 사내 칼럼 등에 경제 트렌드 칼럼을 연재 중이다.


One Point Lesson

1. 밀레니얼세대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서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또 변화를 좋아하며 합리적이지 않은 기존 관습을 거부한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시민 정신을 중시하며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다.

2. 밀레니얼세대는 제품 구매 시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들은 명품을 선호하지도 않고 비슷한 성능이라면 되도록 싼 제품을 선호한다. 그래서 PB상품이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3. 밀레니얼세대는 현재의 행복과 자기만족에 집중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이들을 최근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라고 부른다.



  • 백선아 백선아 | -한국경제TV와 머니투데이방송(MTN) 등 경제방송에서 경제 전문 앵커
    -경제 주간지 <머니S>와 현대자동차 사내칼럼 등에 경제 트렌드 칼럼을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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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항영 이항영 |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
    -머니투데이방송 전문위원
    -한국열린사이버대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
    -저서 <미국주식이 답이다>
    simba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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