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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SM6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형 세단’ 파괴적 틈새시장 찾은 SM6의 승전보!

주우진,이진석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르노삼성자동차가 2016년 3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올해 출시된 신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1985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30여 년간 독점해 온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SM6는 원래 SM5의 후속 차종으로 개발되던 모델이었지만 새 브랜드로 선보이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형 세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베스트셀링카의 영예를 안게 된 SM6의 성공요인 첫 번째는 무엇보다 기존 제품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오퍼링(offering)을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의 대표속성(정형성)을 파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또 차급 파괴를 언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배기량-크기-사양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조합이었는데 SM6는 엔진 면에서는 밑으로, 사양 면에서는 위로 올라감으로 이 공식을 깬 것이다.


국산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2016년 상반기 기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한 승용차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가족을 위한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중시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는 각 완성차업체의 간판과도 같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수익성과 생산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중형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들 지나치지 않다.

르노삼성자동차가 2016년 3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1985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30여 년간 독점해 온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3월부터 10월 말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4만5604대다. 이는 올해 출시된 신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월 5000여 대가 팔리는 현재 추이가 지속되고 연말 특수까지 더해지면 르노삼성은 SM6 단일 차종만으로도 2015년의 전체 판매대수(6만3776대)에 근접하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같은 중형급인 쏘나타는 올 1∼10월 6만9039대가 판매됐지만 택시 등 법인차량을 제외한 순수 자가용 등록대수는 2만9931대에 불과하다. 자가용 등록대수가 4만300여 대인 SM6는 사실상 올해 국내 중형차시장의 압도적인 승자라고 할 수 있다.

SM6의 성공은 18년 전 국내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1세대 SM5’를 떠올리게 한다. 르노삼성의 첫 번째 전성기는 ‘삼성자동차’ 시절인 1998년 출시한 1세대 SM5가 소비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시작됐다. 닛산의 중형 세단 세피로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1세대 SM5의 당시 포지셔닝은 현재의 SM6와 유사하다. 쏘나타 등 대중적인 중형세단보다는 고급스러우면서 ‘그랜저’ 등 준대형 세단보다는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워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잘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는 법칙이 깨어진 지 오래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도 시장의 반응과는 괴리되는 현상을 보일 때가 있다.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전략이 성패를 좌우하는 주된 요인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그렇다면 SM6는 어떻게 ‘1세대 SM5’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었을까. 독자적인 제품개발 투자 여력도, 영업 인력 측면에서도 현대차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는 르노삼성은 어떻게 새 모델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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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개발·영업·포지셔닝의 ‘란체스터 법칙’

일본 유통·제조업계에서 간혹 등장하는 ‘스크랩 앤 빌드(scrap-and-build) 전략’이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는 건축업계에서 사용했던 용어로 노후화하거나 비효율적인 건물 및 설비를 허물고 신축에 착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일본식 영어다. 현재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뒤엎고 새로 시작한다”는 ‘창조적 파괴’의 뜻으로 통한다.

일본의 스크랩 앤 빌드 전략은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프레드릭 W. 란체스터(1868∼1946)가 1914년 고안한 전쟁의 역학관계 법칙 ‘란체스터의 법칙(Lanchester’s laws)’을 현대 경영의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 관점에서 도입하면서 정착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분석해 유효자원(전투력)의 분배를 통한 승패의 역학관계를 정립한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전력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는 양측이 전면전을 벌이면 원래 전력 차의 제곱만큼 전력 격차가 커진다.

현대의 기업 경영에서 전투력은 영업사원, 판매점 등 영업망과 연구개발(R&D) 투자, 마케팅 여력 등으로 치환할 수 있다. 란체스터의 법칙대로라면 얼핏 보기에 규모가 다른 기업이 경쟁할 경우 강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뻔한 귀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법칙이 본디 시사하는 것은 규모가 큰 기업과 상대하는 기업도 전략에 따라 때로는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란체스터 제1법칙 (약자의 전략)
A군의 초기병력-잔존병력 = (B군의 무기성능÷A군의 무기성능) X (B군의 초기병력-잔존병력)

란체스터 제2법칙 (강자의 전략)
군의 전투력=(무기 성능) X (병력)2

이 공식을 살펴보면 먼저 제2법칙은 전형적인 인해전술식 승리 방정식이다. 병력 50대 30의 전투는 생존자 20대 0이 아닌 30∼40대 0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반면 제1법칙은 ‘약자의 전략’에 해당한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약자가 강자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전장(Market)을 광역전(제2법칙)에서 국지전(제1법칙)으로 옮겨와야 함을 알 수 있다.

짐짓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이는 이 전략은 사실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틈새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동일한 시장에서 강자인 A사에 대해 B사가 취해야 할 전략은 시장을 세분화해 한정된 범위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란체스터 법칙을 전제로 한 일본의 스크랩 앤 빌드는 약자와 후발주자를 위한 전략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제품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제품군을 없애 자원을 회수해야 한다.

초창기 무명 신인에 불과했던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과 미국에서 탄생한 컨비니언스 스토어(Convenience Store) ‘세븐일레븐’을 일본의 초대형 ‘콘비니(コンビニ, 편의점의 일본식 표기)’ 체인으로 일궈낸 세븐&아이 홀딩스는 대표적인 스크랩 앤 빌드의 성공사례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단종하고 대형 매장을 낼 때는 인근에 있던 기존 매장을 과감히 철수시키며 세를 키웠다.

①판매 전략: 판을 흔드는 포지셔닝

란체스터 법칙으로 돌아가 이를 강자(현대차)와 약자(르노삼성)의 경쟁에 대입해 보자. 현대차의 국내 영업거점은 지점과 대리점을 합해 전국에 820여 곳이 있다. 반면 르노삼성의 영업거점은 200곳 남짓이다. 현대차의 국내 판매 승용 모델은 20종(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에 달하는 반면 르노삼성의 승용 모델은 8종(SM3 전기차 포함)에 불과하다. 연간 신차 구매수요라는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력도, 무기의 종류도 부족한 것이다.

르노삼성은 SM6를 출시하면서 사실상 기존 중형 세단인 SM5의 존재감을 지워냈다. SM5의 스크랩(철수)을 통해 SM6의 포지션을 빌드(신차 투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1∼10월 2만225대가 팔린 SM5의 올해 같은 기간 판매대수는 72.2% 감소한 5590대에 그쳤다.

SM6는 원래 SM5의 후속 차종으로 개발되던 모델이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패밀리세단’이라는 시장에서 SM5라는 브랜드명을 계승하는 것보다 SM6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형 세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업계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 간섭)은 금기시되는 현상이라는 인식이 있다. 과거 1년에 수십 종의 신차를 쏟아내던 제너럴모터스(GM)의 실패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SM6의 출시 당시에도 SM5와의 시장 간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실제 결과적으로 SM5의 판매량은 4분의 1로 추락했다. 최고급 모델인 SM7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르노삼성이 SM6에 매긴 가격표를 보면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감안한 승부수로 읽힌다. SM6의 가격은 2420만∼3250만 원으로, SM5 2015년형의 가격대(2209만∼2867만 원)와 큰 차이가 없다. 르노삼성은 SM6를 내놓으며 SM5의 기존 고급 모델을 없애고 단일 트림(2.0G, 2180만 원, 이상 LPG모델 제외)만을 남겼다. SM6의 최저가 트림과 가격차는 240만 원에 불과하다. 현행 SM5가 2010년 최초 출시된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화를 추구한 완전한 신차이면서도 가격차가 크지 않은 SM6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SM6는 기존 SM5와 SM7의 판매량을 크게 흡수했다. 과연 이를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초래한 실패라 할 수 있을까. 2016년 1∼10월 르노삼성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4%가 증가한 8만4458대다. 이 같은 추이라면 연초 르노삼성의 목표인 내수 10만 대 판매 달성이 확실하다. 결과적으로는 전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르노삼성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선택과 집중이 주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차의 경우 틈새 모델의 출시로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맛본 전례가 있다. 과거 쏘나타의 고급형 중형세단으로 내놓은 마르샤의 경우 당시 국내 시장의 수요가 적었고,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간극이 컸던 그랜저와 에쿠스의 사이를 파고든 제네시스는 큰 성공을 거뒀다. 반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얇은 틈새를 노린 아슬란은 쓴맛을 봤다.

SM6의 성공과 대비되는 사례로는 현대차의 마르샤 케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마르샤를 내놓을 때 르노삼성과 달랐던 것은 틈새 모델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존 유사등급 모델과의 양립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1995년 출시된 마르샤의 가격대(1690만∼2440만 원)는 당시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쏘나타Ⅱ(950만∼1585만 원)에 비해 가격차가 컸던 반면 고급 대형차로 인식되던 뉴 그랜저(1850만∼3490만 원)와는 가격대가 겹쳤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 국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의 쏘나타급 중형차가 매력적으로 비추어지진 않았다.

르노삼성은 회사의 대표 모델인 SM5의 입지를 크게 흔들 위험성을 안고 SM6를 내놓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SM6를 내놓으면서 “현대차가 짜 놓은 내수시장의 구도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차종의 세그먼트(segment)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SM6는 동급 중형세단과 비교해 고급화를 추구했고 충실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쏘나타로 대표되는 ‘대중적인 중형차’라는 고착된 시장에서 벗어나 ‘고급 중형차’라는 새로운 수요를 읽어낸 것이다.

②개발 전략: 르노-닛산 지원 업고 현지화

르노삼성은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계열사다. 르노삼성은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한 적이 없다. 초창기에는 닛산의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맞춰 현지화(localization)한 신차를 내놓았다. 2008년 닛산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또 르노와 닛산 양자 간 합작 개발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는 르노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꾸는 것이 아닌 차체를 직접 개발하거나 파워트레인 다양화 등 폭넓은 개선작업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이 르노의 라구나 플랫폼을 가져와 개발한 SM5가 르노의 신형 래티튜드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SM6는 르노의 현행 제품군 중 최상위 모델인 중형세단 ‘탈리스만’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지금까지의 개발 과정과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은 SM6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프랑스 르노 본사와 한국 르노삼성의 엔지니어들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그룹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개발한 공유 플랫폼인 ‘CMF-D’를 기반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SM6는 르노삼성이 이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첫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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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간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략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자동차업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신차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음은 물론 디자인과 생산 품질, 기술 혁신 등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에게 중요시되는 부분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전체적인 차량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자동차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에 집중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감성적 요소가 좌우하는 폭은 국가와 지역, 소비자 그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이라는 기능적 본질로 바라보는 유럽과 사회적 지위를 투영하는 매개체로 삼는 아시아에서 완전히 동일한 차량이 같은 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다.



SM6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형제 차’인 탈리스만과 비교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안락한 주행감각을 선호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특성에 맞춰 고유의 서스펜션(차체의 노면 진동을 흡수하는 현가장치)을 개발했다. 탈리스만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을 기준으로 할 때는 고급 모델에 속하지만 고급 차를 선호하는 한국에서는 대중 차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르노삼성은 SM6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한국 기준’의 고급 차에 준하는 내부 장식과 편의기능을 추가했다.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주차공간 감지 센서 등은 기존 국산 중형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능들이다. 고급스러움을 평가하자면 기존의 SM5는 물론 최상위 모델인 SM7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르노삼성은 SM6를 내놓는 과정에서 기존 라인업과의 상충도 개의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③영업 전략: ‘숫자 마케팅’의 성공사례

세계 자동차업계에는 간략한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으로 고유의 모델명을 대체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프랑스의 푸조, 독일의 BMW와 아우디, 일본 인피니티 등이다. 기아자동차는 2010년 중형세단 ‘K5’를 출시한 이래 신차명을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정하고 있다.

각 모델에 숫자를 매기는 네이밍은 직관적으로 차량의 등급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일례로 아우디의 ‘A8’은 ‘A6’보다, BMW의 ‘7시리즈’는 ‘5시리즈’보다 상위 모델임을 뜻한다. 숫자를 사용해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숫자 마케팅(Numeric marketing)’이다. 1998년 출시된 SM5는 국내 최초로 이 같은 작명법을 적용한 사례다. 최근에는 현대차도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출시되는 모델에는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모델명을 부여하고 있다.

통상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새로운 모델명을 대중이 쉽게 인지하게 될 때까지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을 수십억 원대로 추산한다. 숫자 마케팅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SM6는 차명에서부터 SM5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임을 알 수 있다. 그리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르노삼성이 집행하는 광고비는 현대차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격차를 극복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숫자 마케팅을 통한 ‘직관의 힘’이다.

르노삼성은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사이트에서 구매청약을 받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 ‘카카오페이’를 통해 계약금을 결제하는 e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선 올 9월 출시된 SUV ‘QM6’에 시범 적용한 뒤 반응을 살펴보고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M6에 사용되는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체 포스코와의 공동 마케팅도 흔치 않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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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SM6, 독이 든 성배 되지 않으려면

SM6의 성공으로 르노삼성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내수시장 3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제품군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올 9월 중형 SUV인 QM6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르노 소형차 ‘클리오’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초 모델 출시 이래 줄곧 완전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아 노후화한 SM5와 SM7의 후속 모델을 내놓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SM6의 성공은 르노삼성에게 있어 고무적인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성공의 모멘텀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올해 르노삼성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SM6가 전체 판매량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차종의 판매 호조에만 의존하기엔 자동차업계의 경쟁은 너무나 치열하고 변화무쌍하다.

SM6의 성공을 바라보는 경쟁사는 자금력과 대규모 영업망을 가동해 더욱 거센 역공에 나설 것이다. 철저한 생산과 품질 관리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다. 가장 어려운 도전은 SM6의 출시 후 존재감이 미약해진 SM5의 재건으로 보인다. 출범 이래 줄곧 회사를 대표해 온 모델을 어떻게 혁신하느냐에 르노삼성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flagship)’인 SM7은 당장 기반으로 삼을 플랫폼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르노 기준에서 볼 때는 2009년 자사 최대 크기 승용차인 벨사티스를 단종 시킨 이래 SM6의 기반인 탈리스만이 최상위 모델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SM5와 SM7 역시 SM6의 기반인 탈리스만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극도로 정교한 포지셔닝이 요구된다. 제품 개발과 가격 책정,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치밀함을 유지해야 한다. 르노삼성의 가장 큰 자원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개발 네트워크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동력계통 부품)과 부가가치를 더해주는 신기술을 적용해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르노삼성에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자동차시장의 구도에 구애받지 않는 제품 전략을 구사해 니치(niche) 브랜드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성공을 기반으로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의 전체 라인업을 확충해 완성차업체로의 입지를 굳건히 다듬느냐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선택의 기회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던진 승부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성공 요인과 시사점

중형차 자가용 부문에서 베스트셀링카의 영예를 안게 된 SM6의 성공요인 첫 번째는 무엇보다 기존 제품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오퍼링(offering)을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의 대표속성(정형성)을 파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박동훈 대표는 기존에 만들어진 정형적인 틀 안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룰을 개척해 나가는 마케팅을 시도하겠다고 여러 번 선언한 바 있었다.

또 차급 파괴를 언급할 수 있다. 국산 승용차 시장은 배기량 = 크기 = 사양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대부분 중형차는 2.0∼2.4리터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나 SM6는 1.6∼2.0리터 엔진을 주류로 하면서 엔진 다운사이징을 주도했다. 또한 2.0리터 모델의 경우 크기는 중형차이지만 운전자보조장치, 박음질한 시트, 고급 LED 조명 등 중대형차에서만 볼 수 있는 사양을 갖췄다. 지금까지 배기량-크기-사양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조합이었는데 SM6는 엔진 면에서는 밑으로, 사양 면에서는 위로 올라감으로 이 공식을 깬 것이다.

가격파괴도 있었다. 고급 사양과 SM6라는 모델명에 걸맞게 SM5보다는 가격이 한 단계 위에 설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SM6의 가격은 SM5의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두 세그먼트의 틈새에 차종을 투입할 경우 가격을 중간쯤 매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SM6의 가격은 SM7보다는 SM5 쪽으로 많이 밀착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파괴가 있었다. 쏘나타가 북미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차량이라면 SM6의 모브랜드인 탈리스만은 유럽시장을 위해 개발됐다. 미국에서는 중형 사이즈의 차가 대중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많은 사양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중형차는 기업 임원급이 타는 차로 인테리어가 매우 고급스럽다. SM6의 인테리어 사양이 고급스럽고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느낌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르노삼성은 정형성 파괴라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으로 승용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형성 파괴전략이 흔하지 않은 이유는 성공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여러 제품범주를 정하고 제품을 각각 범주에 분류한다. 그리고 기존 범주 안에서 평가하고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제품은 배척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1990년 초에 펩시콜라는 크리스탈펩시라는 이름으로 투명색 콜라를 선보였다. 이 제품이 초기에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철수했다. 소비자는 검은색 탄산음료만 콜라라고 생각하기에 투명한 콜라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은 정형성 파괴 전략으로 SM6가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이 정교하고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초기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SM6가 중형차 시장에서 경쟁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SM6가 SM5를 대체하는 모양인데 궁극적으로 SM5를 부활시켜 두 개 차종으로 갈 것인지, SM6 한 개 차종으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택시나 렌터카 판매도 매우 중요한 시장임을 고려하면 현재의 SM6 사양으로 경제성 있는 영업용 차량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SM6는 한국 고유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카’를 원한다. 앞으로 SM6의 수출 제한이 풀린다면 진정한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석 일본능률협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니저 jinsuk_lee@jma.or.jp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wchu@snu.ac.kr

이진석 매니저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와 조선비즈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 등으로 일하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일본능률협회에서 국제협력업무를 맡고 있다. 저서로 <손정의 300년 인터넷 제국을 꿈꾸다>, <오타쿠 진화론>등이 있다.

주우진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인터넷 마케팅> 등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미국국제경영학회가 수여하는 JIBS Decade Award를 수상했다.


Tips for Practitioners

●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종으로 치면 차급, 가격, 디자인 등 대표속성(정형성)마저 파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에 만들어진 정형적인 틀 안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새로운 룰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 소비자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힌 정형성을 파괴하는 전략을 사용할 때는 정교한 마케팅과 소비자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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