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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ays

분노 표출에도 성차별이 있다니, 분노할 만하네

허행량 |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분노의 성차별: 남성이 직접적·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경우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심어주며 문제나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으나 여성의 경우엔 부정적 평가를 받기 쉬움. 다만 금발 미녀처럼 매력적인 여성의 경우엔 화를 내고 까다롭게 굴 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남.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웃거나 착하다고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 본다”는 말과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진리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웃고만 살다간 “눈 뜨고 있는데 코 베가는 세상”이라고 푸념하게 된다. 또 대인관계에서 때로는 갈등으로 고민할 때도 있다. 살다 보면 분노, 혐오, 공포,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피할 수 없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웃으면 복이 온다”며 항상 웃고 사는 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항상 행복한 체하면서 다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는 것도 감정 고문이다. 화가 날 때 이를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면 ‘속병’ ‘울화병’이 든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슬플 때 펑펑 울면 시원해지고, 답답할 때 할 말을 다하면 “속이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지 않고 잘 표현하는 것도 행복의 또 다른 비결이다.

과학자들은 분노도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특히 분노는 어떻게 이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과학자의 권고다.

분노는 양면성을 갖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미소 짓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려 하지만 무서운 사람은 피하려 한다. 이처럼 미소는 접근 신호이고, 공포는 기피 신호라는 단순 구도다. 이에 비해 분노는 때로는 접근을 유도하고, 때로는 기피를 유도하는 양면성을 보인다. 왜 화내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또한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가까이 가려 하지만 때로는 갈등을 피하고자 분노하는 사람을 피한다. 분노는 이처럼 상대방에 다가가야겠다는 ‘접근 신호’이자 동시에 상대방을 피해야겠다는 ‘기피 신호’를 던져주는 양면성을 가진다.


분노의 생리학


분노는 광속(光速) 대접을 받는다. 사람들은 많은 표정 가운데 화를 내는 표정에 가장 빨리 주목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화난 표정, 슬픈 표정, 행복한 표정의 사진을 보여준 뒤 반응시간을 쟀다. 각각의 표정에 주목하는 데 걸린 시간은 화난 표정(652ms, 1ms는 1000분의 1초), 슬픈 표정(670ms), 행복한 표정(693ms)의 순이었다. 나이 든 사람은 반응 순서는 같고 반응 속도만 200ms 더 늦는 차이를 보였다. (그림 1) 이처럼 분노가 광속대접을 받는 것은 분노는 생존과 위협의 감정이라는 특성 때문이다(Mather et al,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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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표정을 얼마나 오래 보느냐를 알면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다. 보통사람은 화나거나 뚱한 표정을 싫어한다. 하지만 화난 표정을 오래 응시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과학자들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표정, 화난 표정,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준 뒤 얼마나 오랫동안 응시하는지를 쟀다. 그 결과 화난 표정을 오래 응시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이 있거나 2년 이내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난 표정을 응시하는 사람이 그만큼 감정을 속으로 삭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종교인이 “화내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분노가 많은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분노는 뇌세포 변화는 물론 심장이나 호르몬 분비 같은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들이 화를 내면 지위나 권력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증가했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분노는 스트레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싸움이나 권력과 연관된 감정인 셈이다.



분노의 성차별

분노에도 남녀 차별이 있다. 분노는 자부심(pride)과 함께 남성 전용 감정이며 여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남성은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현하지만 여성은 간접적이고 은밀하게 표현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물리적인 폭력이나 앞에서 모욕을 주는 식으로, 여성은 가십(gossip)이나 따돌림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이처럼 분노를 표현하는 데도 남녀 차가 있는데 이는 사회적 환경에 따른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통념에서 벗어나 여성이 분노를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해당 여성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남녀가 각각 화난 표정으로 반대의견을 밝히면 집단 내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5명으로 구성된 집단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4명이 같은 의견이고 다른 한 명(남성 또는 여성)이 분노한 표정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했을 때 이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이 화난 표정으로 자기 뜻을 개진하면 다른 구성원(4명) 대부분은 이 여성의 입장을 신뢰하지 않고 등을 돌렸지만 남성의 경우 그 반대로 대부분이 해당 남성을 지지했다. 구체적으로 화를 낸 사람이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달랐다. 이처럼 분노는 남성에게는 파워, 여성에게는 상실을 가져다준다(Salerno et a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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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행량

    허행량

    - (현)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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