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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213

Indepth Communication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Q 이현엽 DBR 제11기 독자패널 (한국콘텐츠진흥원)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대해 정부와 노조 간 팽팽한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스타트업을 비롯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애자일 조직문화’를 적극 활용해 조직원의 평가와 기업(기관)의 업무 효율성, 대외 성과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역시 변화를 위해 각 조직의 중심에 애자일 조직문화를 적용할 수 있을까.



A 이재왕 애자일소사이어티 대표

사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조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애자일 경영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혹은 사회 환경에서 조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최신의 업무방식이다. 따라서 애자일 관점에서 성과평가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어느 조직이든 잘하는 사람에게는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무임승차자는 걸러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성과평가제도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공공기관에서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의 세부 내용은 일정 부분 수정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상위관리자 중심의 평가방식이나 상대평가 같은 것들이다. 공공기관 성과평가제의 목적이 경쟁부재로 인한 비효율, 연공서열에 따른 인건비 부담, 공공기관의 일하는 분위기 강화라면 부서 내 불필요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애자일 경영이 강조하는 상호협력과 소통 강화, 수평적 조직문화와 몰입환경 조성 등을 통해 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이상협 DBR 제11기 독자패널(LG U+ 과장)

애자일은 ‘일하는 방식’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현재는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이 되면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고객 관찰, 고객 조사에 기반한 고객 니즈를 발굴해 개발에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국내 대기업들은 개발 및 출시 일정에 쫓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객 관찰 및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실행을 위해서는 일정을 맞추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9월1일이 출시 예정인 비디오 ‘추천’ 서비스가 있다. 사업팀에서는 현재의 추천 알고리즘이 고객에게 얼마나 만족도를 줄 수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고, 출시 전 그 문제점을 최대한 빨리 개선시키기를 원한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고객 검증을 위해서는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추천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론 설계’ ‘고객 리크루팅 및 조사 진행’ ‘분석 및 결과 정리’ ‘적용’ 등의 프로세스가 있고 이 프로세스들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통 3∼4주의 시간이 걸린다. 한정된 시간 내에 위 프로세스들을 애자일 방법론을 통해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비단 추천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보통의 편의성 검사(usability test) 등도 마찬가지다. 고객 조사 및 검사가 늦어지면 출시 전에 결과를 적용하기 힘든 점이 있어 사업팀의 의뢰를 받는 UX팀 또는 고객 조사 관련 팀에서는 ‘언제’ 조사를 진행할지, 조사결과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시각화, 다양한 피드백 루프는 참고할 만한 부분일 듯하지만 실제적인 사례나 솔루션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기업의 경우 하나의 서비스에 사업팀, 개발팀, 고객 조사 관련 팀 등 많은 부서가 관련되다 보니 그 많은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가 서로 공유되거나 다양한 피드백 루프를 통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대기업의 분위기상 유관 부서들은 서로 간의 업무 내용이나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업팀의 의뢰를 받는 고객 조사나 UX관련팀은 어떻게 하면 사업팀과 개발팀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고객 조사를 실시하고 문제점들을 ‘빠르게’, 그리고 ‘잘’ 적용할 수 있을까.



A 김창준 애자일컨설팅 대표

제품 출시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점을 파악하라는 업무를 받았다니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또한 시간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업팀이나 개발팀과의 협력 부분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 경험에서 유추해 몇 가지 답변을 제시해보겠다.

대문자로 시작하는 애자일(Agile)과 소문자로 시작하는 애자일(agile)로 구분해 답을 하고자 한다. 대문자로 시작하는 애자일은 고유명사로 “애자일은 이런 것이다”라고 특정해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소문자 애자일은 보통명사로 보고 “여러 가지 애자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대문자 애자일에서는 질문자가 설명한 프로세스가 폭포수 방식(Waterfall Method)이라고 말할 것이다. 개발이 거의 완료된 시점에서 검증/UX팀에게 업무가 전달되는 것, 즉 개발의 단계가 나뉘어지고 핸드오버가 그 단계의 경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폭포수 방식이다. 이렇게 할 때의 문제는 매몰 비용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작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이미 투자를 많이 해놓은 것에 대해 “방향이 잘못됐다”는 말을 꺼내기 힘들고 오히려 정당화하는 쪽으로(혹은 피상적인 차원에서만) 요식적인 검증이 이뤄지기 쉽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는 이 방향이 옳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검증/UX팀에게 마지막에 일을 주는 경우도 흔한 것 같다.

이에 반해 애자일 방식은 처음 프로젝트 계획을 세울 때부터 검증/UX팀이 협업을 해 방향을 정해 나간다. 만약 신제품 개발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다면(만약 애자일의 최대 효과를 내고 싶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오토데스크(Autodesk)사의 사례처럼 데저레이 시(Desiree Sy)가 사용한 방법이 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적인 방식은 개발팀과 UX팀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병렬로 동시 진행을 하며 서로 1 반복주기(iteration)만큼 시간 차이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다. 1 반복주기가 만약 2주라면 개발팀이 2주 동안 P1을 개발을 하면 그 다음 2주에는 P2를 개발하는데, 이때 UX팀은 P1의 사용자경험을 검증하고 개선 제안을 만들어 개발팀에 전달하고, 동시에 개발팀의 다음 반복주기 개발대상인 P3를 설계하고 사전 연구, 사전 테스트(이 부분은 최근의 린스타트업 기법 참고)한다. 그래서 다음 반복주기가 되면 개발팀은 UX팀에서 건네준 P1의 개선점과 P3의 계획안 두 가지를 같이 받아서 개발한다. 이 동안 UX팀도 한 칸 나아가서 P2의 테스트와 P4의 계획을 같이 만들게 된다. 이 방식을 섞어짜기(interwoven parallel iteration) 방식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다.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 조직에 맞는 방식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내가 설명한 방식이 질문자의 조직구조와 문화를 볼 때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또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구조를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이런 ‘느낌’을 자체적으로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것은 오늘 당장 나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 말은 다음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소문자 애자일에서는 좀 더 점진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많은 기업의 UX팀들을 컨설팅해 본 결과 UX팀의 UX가 다른 팀에 비해 가장 안 좋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UX팀이 그 안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팀 만족도가 낮고, 서로 협력을 잘 못하고, 또 다른 부서와도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UX팀이 그런 일을 잘해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관찰되다니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우선은 UX팀 내부에서 애자일하게 일하는 것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아마 출발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UX팀 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팀장이 말을 한다. “여러분, 이번에 추천 알고리즘의 개선안 조사를 2주 안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고민입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방식대로라면 3∼4주는 필요한데 말이죠. 근데 출시일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게 애자일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애자일(anti-agile)의 출발은 이렇다.

“여러분, 우리 팀은 이번에 애자일로 일할 겁니다. 우선 제가 애자일 프로세스 소개 발표를 할 겁니다. 그리고 업무 배정을 해드릴게요. 내일부터는 아침마다 각자 한 일, 할 일, 어려움을 돌아가면서 발표하셔야 합니다. 좀 더 협력적으로 일하시고요.”

만약 일단 UX팀 안에서 애자일이 잘 일어나기 시작하면 질문자와 질문자의 팀은 조직 내에서 변화를 만들기에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게 될 것이다.

소문자 애자일을 통해 조직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을 경우 도움이 될 얘기를 하나 하고 싶다. 대기업 및 그룹사를 컨설팅하며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조직적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가를 연구했다. 반복된 연구를 통해 거듭 나오는 핵심 주제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연구 결과, 회사의 정책이 바뀌거나 조직 구조가 바뀌는 바람에 실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변화의 핵심 요소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열심히 돌아다니며 주변을 설득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CEO가 지원해주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매우 사소한 영역에서도 이 효과적 의사소통이 의미가 있었다는 점이다. 직원의 일상을 연구했을 때 그 직원이 당일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해낸 경우,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직원은 의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보는 확률이 매우 높았다. 자기효능감이 커져서다. 그래서 조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우선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있는가? 그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나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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