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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드 G. 마힌드라 인도 M&M그룹 CEO의 혁신론

“일찍, 자주 실패하게 내버려 둬라”

아난드 P 라만 | 14호 (2008년 8월 Issue 1)
토머스 A .스튜어트, 아난드 P.라만
 
인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가문 중 하나인 M&M그룹의 3대손 아난드 G. 마힌드라는 198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뭄바이로 돌아가 M&M 그룹 산하의 철강업체 마힌드라 유진(MUSCO, Mahindra Ugine)의 중역이 됐다. 당시 인도 정부가 많은 기업에 최신 기술을 수입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인도 내에 규모는 작지만 효율성이 높은 제철 공장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MUSCO는 치열한 가격 전쟁에 휘말렸다. 6개월이 흐른 뒤 고위 중역들은 젊은 마힌드라에게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리자들은 가격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얘기했지만 갓 MBA 학위를 따고 돌아온 아난드 마힌드라는 가격을 인하해 기업의 ‘공헌(contribution)’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봤냐고 물어왔다.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이나 반응을 볼 때 비용 곡선이나 마힌드라가 언급한 ‘공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했다.
 
자, 이번에는 25년이 지난 후의 모습을 살펴보자. 2007년 1월 총 6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M&M 그룹의 부회장이자 전무가 된 마힌드라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연차회의에 참석했다. 트랙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던 M&M의 마힌드라는 세계 최대 트랙터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의 회장 로버트 레인과 마주쳤다. 레인이 마힌드라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 M&M 트랙터 판매권을 갖고 있었다. 그 동안 귀사의 매뉴얼을 지켜봤다.” 마힌드라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나쁜 소식이기도 하고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나쁜 소식이란 존 디어가 M&M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이란 존 디어가 급성장하는 인도의 업체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존 디어가 M&M을 경계한다는 것은 곧 53살의 마힌드라가 그 동안 M&M에서 일궈온 중대한 변화를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시장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경제를 개방했던 1991년 마힌드라는 사실상 M&M의 총수가 됐다. 시장 개방과 함께 인도의 여러 가족기업이 몰락했지만 M&M은 지금껏 인도의 트랙터·다용도 자동차 시장의 선두 자리를 고수해 오고 있다. 2007년 M&M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트랙터 시장에서 40%, 다용도 자동차 시장에서 45%에 이르렀다. 비록 세계시장에 눈을 뜬 시점이 늦긴 했지만 M&M은 1990년대의 대부분을 구조조정에 할애한 덕에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M&M은 중국 기업을 인수해 중국에서 트랙터를 생산한 다음 호주와 아프리카, 4%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미국 등지에서 부품을 조립한다. M&M은 남아프리카공화국·우루과이·세르비아·이탈리아 등지에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판매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괜한 허풍이 아니다. M&M이 내놓은 세계 수준의 SUV 스코피오(Scorpio)는 2002년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M&M은 스코피오 개발 프로젝트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금액은 세계 자동차 메이커 빅5들이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SUV 개발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마힌드라는 M&M의 실질적인 총수 자리를 내놓아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자신이 물려받은, 정체돼 있던 엔지니어링 업체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체로 바꿔놓았다는 칭송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M&M의 현재와 과거에 한 가지 놀랄 만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개혁 이후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자 M&M은 연관성이 없는 수많은 업체에 투자했다. 책과 고지도에서부터 와인, 요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마힌드라는 그룹을 이끌어 나갈 때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마힌드라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여러 회사로 이뤄진 그룹 형태를 갖추는 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믿음 아래 중고차 판매에서부터 포도 수출까지 실로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M&M 그룹 산하의 기업들은 마힌드라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세계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점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화와 혁신이라는 우선순위를 지켜 나가려면 마힌드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어떤 업체의 세계화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대부분의 경우 세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여러 대륙의 최고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M&M 그룹 산하 기업들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마힌드라는 회사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마힌드라는 각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에게 완전 자율에 가까운 전권을 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결과 각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봉건 영주와 같은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으며, 합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문화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함을 포용하는 태도가 생겨났고, 결국 그룹 전체의 발전 속도가 더뎌졌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토머스 A.스튜어트와 아난드.P 라만은 일주일 동안 뭄바이와 나시크에 머무르면서 M&M의 고위 중역, 현장 근로자, 노조 간부, 이사, 애널리스트 등의 얘기를 들었다. 또 두 가지 사항에 관해 마힌드라와 인터뷰를 하고 그룹의 가치가 각 기업의 가치를 모두 더한 것보다 크다고 믿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Q 인도 정부가 경제 정책을 급선회하는 바람에 전례 없이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1991년에 당신은 M&M 그룹의 ‘부(deputy) CEO’가 됐다. 서구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금 당신은 M&M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M을 이끌어 오는 과정 중 지금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것인가.
 
A 우리는 이따금씩 M&M 그룹의 운명이 어쩔 수 없이 인도의 운명과 엮여 있다는 얘기를 한다. M&M과 인도는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인도는 1947년, M&M은 1945년에 각각 출범했다. M&M은 인도 경제와 함께 부침을 겪어 왔다. 63년에 이르는 M&M의 역사는 모두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첫째로 초창기에는 나의 조부인 J.C.마힌드라, 종조부인 K.C.마힌드라 두 분이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윌리스 오버랜드 모터스(Willys-Overland Motors)로부터 라이선스를 따내 인도에서 지프를 생산했다. 다른 많은 인도인과 마찬가지로 나의 조부와 종조부도 세계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크라이슬러, 닥터 벡, 인터내셔널 하비스터 등의 외국 기업과 손을 잡았다. 물론 윌리스와도 함께 일했다.
 
두 번째 시기는 인도가 ‘폐쇄 경제’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60년대이다. M&M은 다른 인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몸을 낮췄다. 경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거나 수입할 필요가 없었다. 인도 정부에서 M&M의 역량 향상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대신 M&M은 석유 굴착 장치 대여, 기계·화학·섬유유리·원자력 등 연관성 없는 다양한 산업으로 다각화 전략을 펼쳐나갔다.
 
1991년에 인도는 급작스럽게 다시 시장을 개방했고, M&M은 세 번째 시기에 접어들었다. 나는 1994년 경제의 자유화·세계화에 발맞춰 M&M의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 M&M은 하나의 기능적인 조직에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다중사업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농업용 기기, 금융 서비스, 인프라 개발, 소프트웨어 등 모두 여섯 개 사업 부문을 만들어내고 나머지 사업에선 철수했다. 우리는 비즈니스 과정을 재설계하고, 새로운 인력을 데려왔으며, 정보 기술에 투자했고, 직원 수를 줄였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M&M의 주가는 주가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투자자들도 더 이상 M&M이 블루칩이라고 믿지 않았다. 심지어 뭄바이 증권거래소는 2002년 1월에 센섹스(Sensex, BSE Sensitivity Index·인도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우수종목 목록에서 M&M을 퇴출시켰다.
 
Q 지난 7년 동안 센섹스 지수는 두 배로 상승했지만, 2005년 6월에 기존 주식 주당 무상신주 한 주를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M&M의 주식 가치는 스무 배나 증가했다. 2007년 7월에 뭄바이 증권거래소는 M&M을 다시 센섹스 종목에 편입시켰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는가.
 
A 2001년에 조사를 했을 때 성공한 기업들은 네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성공한 기업들은 해당 사업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꿈꾼다. 둘째, 성공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셋째, 성공한 기업들은 혁신을 추구한다. 넷째, 이들은 훌륭한 재무 성과를 일궈낸다. 우리는 2002년에 고위 중역들을 상대로 콘퍼런스를 열어 M&M 그룹 산하 모든 기업은 네 가지 원칙, 특히 그룹에서 제안하는 재무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얘기했다. 2002년 이후 이 콘퍼런스는 연례행사가 됐다. 그룹에서 정해 주는 향후 12개월 간의 재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불과 1년 만에 거의 모든 기업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거의 모든 기업의 수익과 현금 흐름이 급증했다. 그 해가 하나의 전환점이 됐고, 그 이후로는 다시 뒷걸음치지 않았다.
 
이제는 매년 진행하는 콘퍼런스를 ‘블루칩(Blue Chip) 콘퍼런스’라고 칭한다. 2003년 블루칩 콘퍼런스를 진행할 때 모든 기업에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한 혁신을 감행하고, 좀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그 해 우리는 기록적인 수익을 냈으며, 2004년에는 그룹 내 모든 기업이 각 업계 내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업체로 거듭날 것을 결의했다. 2005년에는 수익을 두 배로 늘리고 2008년까지 이윤을 세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는 잘 지켜져 오고 있다. 우리는 2006년과 2007년 두 해 동안 고객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혁신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Q 외국 기업들은 주로 인도에서 비용과 관련한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인도에서 혁신을 강조한다니 특이하다. 왜 M&M과 같은 개도국 대기업에게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여러 해 동안 혁신은 M&M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12월부터 다시금 혁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산업 구조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기업이 일단 비용을 지불하면, 즉 어떤 분야에 진출하고 나면 이윤을 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1996년에 미국 기업들이 일본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품질관리를 위한 방법을 도입했을 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생산성 프론티어(productivity frontier·기업이 주어진 비용에서 최고의 기술과 효율성을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최대값을 연결한 선으로, 생산성 향상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라는 개념을 선보였다.(‘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996년 1112월 참조) 포터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일본을 이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은 겨우 (생산성 측면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은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자 포터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차별화 전략이라는 한층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인도 기업들이 이제 등생산곡선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확신한다. 고객의 상상력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미래에 M&M을 차별화시켜 줄 것이다.
 
Q 2004년에 M&M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던 고객 중심주의 정신을 따라 다시금 혁신을 강조하게 된 것인가.
 
A 나는 M&M이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조직 중 하나로 꼽히기를 바란다. 고객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면 고객 중심의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얻으란 뜻은 아니다. 물론 고객의 뜻에만 귀를 기울였다면 소니가 결코 워크맨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우리 회사도 디자인 회사 IDEO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IDEO의 컨설턴트들은 여러 시간 동안 고객의 행동을 관찰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진공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다. 고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컨설턴트들은 진공청소기가 어때야 하는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고객을 관찰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마술이 시작된다.
 
잘 알고 있겠지만 M&M은 이런 방식으로 SUV 스코피오를 개발했고, 고객들은 스코피오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 줬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좀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M&M은 혁신적 기업이 돼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다시금 M&M의 최우선순위에 혁신을 두려는 이유다.
   
 
Q
인도에서 혁신 단위당 비용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 무슨 뜻인가.
 
A 혁신 단위당 비용(cost per unit of innovation)은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사용한 표현이다. 르노 자동차의 CEO 카를로스 곤의 교양 있는 표현을 빌리면 기업들은 인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엔지니어링(the world’s most frugal engineering)’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생산 단위당 최저 비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신에 혁신 단위당 최저비용을 추구해야 한다. 이 표현이 처음 만들어진 건 인도에서 에스코트(Escort)를 생산하기 위해 M&M이 포드와 계약을 체결한 1993년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뒤 나는 미국 측 협상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 그러나 인도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의 두뇌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 다음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하면서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면 포드도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될 거라고 얘기했다. 그때가 바로 내가 선견지명을 발휘한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당시 인도에서는 IT 아웃소싱 붐이 아직 일지 않았다. 경영의 구루라 불리는 톰 프리드먼과 인포시스(Infosys)의 나단 닐레카니가 ‘세계는 평평하다’며 대화를 나눈 것은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나는 그때 미국 회사의 중역을 대상으로 인도의 두뇌집단은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그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포드의 담당자는 마치 미친 사람이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광경을 목격이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생산을 위한 협력에 집중하겠다고 정중하게 제안했다. 나는 항상 그 분이 M&M에 큰 호의를 베풀었다고 얘기한다. 포드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M&M은 여전히 자동차 기술에 관한 한 포드에 의존하고 있을 테고, 스코피오를 개발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Q M&M에서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A 우리는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스테판 톰케는 우리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가장 최근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한 블루칩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M&M에서 혁신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섯 가지 요소를 찾아냈다. 첫째, 혁신은 고객에 관한 통찰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둘째, 훌륭한 제품은 디자인도 훌륭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제품인 애플의 아이폰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셋째, 실험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내가 항상 그러는 것처럼 상사가 하는 말에 무작정 복종하지 않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갖고 놀 수 있는 모래상자를 만들어 주고 가능한 일찍, 자주 실패하게끔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조직은 실패를 축하해 줘야 한다. 넷째, 제록스 파크(Xerox PARC)에서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혁신은 반드시 기업의 재무 성과에 보탬이 돼야 한다. 다섯째, 판매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혁신만 한다고 물건이 저절로 팔리는 건 아니다. 기업은 물건을 포장하고 홍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혁신을 하려면 통찰력(insight), 디자인(design), 실험(experimenta -tion), 부가가치 창출(added value), 판매 계획(sales plan) 등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 요소의 각 첫 알파벳을 따서 ‘IDEAS’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바로 M&M이 혁신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Q스컹크 워크(skunk work)’나 ‘이단아(maverick)’에 의한 신제품 개발을 허락할 용의가 있는지.
 
A 나는 이단아나 스컹크 워크(국가나 기업이 비밀리에 추진하는 개발 프로젝트-동아비즈니스리뷰 2월15일자, Vol. 3, 4445쪽 참조, 역자주)의 장점을 전적으로 신봉한다. 내가 M&M의 R&D 부서 수장을 맡고 있던 1990년대 초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지원해 훌륭한 결과를 얻어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992년에 그다지 이름 없는 R&D 부서 엔지니어 중 하나였던 상데시 다하누카르가 M&M에서 개발한 다용도 자동차 차대가 계속해서 무너진다고 했다. 차대를 좀 더 강하게 만들려면 3억 루피(750만 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압형기를 구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상데시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교류하는 동안 통 모양으로 만든 차대를 본 적이 있었다. 상데시는 통 모양 차대를 개발하면 새로운 압형기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 상데시는 혼자서 일을 할 때 더 큰 성과를 이뤄내는 유형의 사람인 게 분명해 보여 원형 개발을 허락했다. 작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60만 루피(1만5000달러)의 초기 자금과 완벽한 자율권을 주고, 상데시가 성공적으로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투자금액을 조금씩 늘리기로 약속했다. 상데시는 더디지만 꾸준한 진척을 보였으며, 1994년에 새로운 제조공정과 함께 원형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당시 상데시가 개발한 제조공정을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상데시의 혁신 덕에 M&M은 2억9900만 루피(747만5000달러) 가량을 절약할 수 있었다.
 
비슷한 경우로 1990년대에 M&M의 트랙터 부문을 맡고 있던 K.J.다바시아가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때 말고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1995년에 다바시아는 당시 트랙터 부서의 R&D 실험실을 맡고 있던 R.N.나야크에게 원형 개발을 요청했다. 나야크는 100만 루피(2만5000달러)의 예산을 할당받았지만 원형 개발에 할당할 인원도 없을 뿐 더러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인력도 제공받지 못했다. 나야크도 혼자 일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었다. 그는 뭄바이에 있는 M&M 매장 운영자가 소유하고 있는 작업장에 프로젝트 사무실을 만들었다. 나야크는 12개월 동안 콘셉트 원형을 설계하고, 밑그림을 그리며, 동료들의 도움으로 원형 자동차를 만들 부품을 확보했다. 나는 그 자동차를 봤을 때 무척 기뻤지만 여러 이유로 거의 10여 년 동안 그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쏟지 못했다. 2006년 3월에 M&M은 이 차량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샨(Shaan)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자동차는 이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7년 6월에 전미 농업 생물 엔지니어 협회(American Society of Agricultural and Biological Engineers)에서는 샨을 식품 및 농업 부문에서 가장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제품으로 선정하고 상을 수여했다.
 
나는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M&M의 혁신 과정에 기여할 만한 역할이 있다고 확신한다. M&M의 공식적인 제품 개발 과정을 강화하려 할 때에도 이들의 재능과 열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Q 마힌드라 부회장은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UV와 트랙터 비즈니스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최근 유럽과 인도의 여러 업체를 인수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동차 부품 회사를 탄생시켰다. 물론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M&M은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JLR, Jaguar Land Rover) 인수도 시도했다. 전략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A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룹 산하의 모든 기업에 세계화를 추진하라거나 같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각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2002년 모든 사업 부서에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잠재력이 있는지 분석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을 하룻밤 새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같이 바꿀 것을 요구하며 전략적 변화를 강요하진 않는다. 언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그 시점은 언제일까? 각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된 다음일까, 혼다의 경우처럼 그 이전일까? 나는 그룹 내의 각 기업과 세계화에 적합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좋아한다. 각 기업의 세계화를 강요하는 것은 싫다.
 
Q 인도 시장의 본질적인 특성이 M&M의 전략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트랙터 시장이다. 인도 시장은 자연스럽게 세계화의 발판을 제공해 준다.
 
A 거대한 국내 시장이 있어서 세계화를 원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도의 트랙터 시장이 해외 업체에 개방된 이후부터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서 트랙터를 팔기 시작한 만큼 M&M도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러나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 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몇 년 전 인도 고아주의 지사를 지낸 마노하르 파리카르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파리카르는 몇 년 전에 뛰어난 수박 품질로 유명하던 고아주의 페라(Perra)라는 작은 마을 출신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수박을 사기 위해 기꺼이 페라를 찾을 정도였다. 페라에서 생산되는 수박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멀리 페라까지 수박을 사러 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장 좋은 수박은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페라에서 생산된 최고의 수박은 마을 아이들 몫이었다. 수박 수확기가 되면 마을 아이들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수박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조건은 바로 씨를 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씨를 모으는 일이 맡겨졌고, 다음 해가 되면 마을 어른들이 그 씨를 이용해 또다시 훌륭한 품질의 수박을 생산해 냈다. 시간이 흘러 수박 값이 치솟자 마을 주민들은 훌륭한 수박을 키우기보다 이윤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마을 주민들은 가장 뛰어난 수박을 아이들에게 주는 대신 팔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수박의 품질은 점점 떨어졌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페라에서는 품질이 뛰어난 수박을 찾아볼 수 없다.
 
Q 결국 국내시장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이런 교환 조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이것 역시 좀 복잡하다. M&M은 색채가 짙은 인도의 유산을 갖고 있다. 국적을 초월한 회사를 만들려고 하지만 M&M에는 고국이 있고, 바로 여기 뭄바이에 M&M의 ‘자본’이 있다. 그러나 나는 세계 각지에서 인재를 끌어 모을 수 있고, M&M은 물리적 자본뿐 아니라 지적 ‘자본’(말의 묘미를 위해 일부러 지적 ‘재산’이 아닌 ‘자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을 축적해 왔다. 나는 상징적으로 지적 자본을 대학교에 두고 있다. 그 어떤 경계도 초월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모교인 하버드를 택했다. 하버드에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하버드가 글로벌 대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회사 중역들을 1년에 한 번 하버드에 데려가고, 하버드 교수진을 종종 우리 회사로 초청한다.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M&M이 프랑스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 프랑스 회사 CEO의 아내가 “당신 정말 인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재정 상태는 괜찮은 거야? 그 회사, 품질은 중요하게 여기는 거야? 인도 사람이 회사를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인도인에 대한 선입견이 참 많다. 그 선입견은 모두 저녁식사를 하는 주방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런 염려를 잠재우기 위해 우리는 매년 M&M의 중역들과 그 배우자를 초청해 하버드에서 일주일 동안 중역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의심이 많은 저 프랑스인도 그 프로그램에 초청될 테고, 그 프랑스인은 하버드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느낄 것이다. 한 인도 회사 덕택에 프랑스인과 그의 아내는 그 어떤 나라의 국기도 꽂혀 있지 않은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 부부는 중국·독일·이탈리아·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온 M&M의 중역들을 만날 테고, M&M이 지적으로 개방돼 있으며 그 어떤 업체와도 다른 방식으로 세계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M&M이 인도 기업이 아닌 체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지성과 아이디어에 그 어떤 경계나 국적도 없는 그룹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Q 세계화와 관련해 M&M이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는 부문은 어디인가. M&M은 스코피오를 개발하기 위해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JLR 인수 건을 제외하면 별달리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없었다.
 
A M&M은 다양한 부문과 업계에서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는 만큼 세계화를 위해 한 프로젝트에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가 없다. 내가 세계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룹 산하의 기업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우리 회사들이 러시아를 공략하고 있지만 나폴레옹처럼 한겨울에 어쩔 수 없이 퇴각하는 꼴을 당하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M&A 전략은 산업·국가·가격·문화적인 적합성 등을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18개월 전에 개도국 시장에 투자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중국에 있는 기업들이 결국에는 일반적인 산업 구조 아래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중국 시장이 호황을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는 중국에서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산업 분야에서 불가피하게 합병(consolidation)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서 곰곰이 생각한 다음 동료들에게 중국 시장에서 합병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 M&M이 합병을 주도하는 세력 중 하나가 돼 중국이 세계 최대의 트랙터 시장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지금 우리는 중국에 두 번째로 투자를 하고 있고,이 투자 덕에 중국 시장 내에서 우리 입지가 무척 공고해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은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적기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
   
 
Q 지난 25년 동안 M&M 그룹의 변화를 서너 번 정도 주도했다. 매번 똑같은 변화관리 프로세스를 따르는 편인가.
 
A MUSCO를 회생시키는 일에 참여한 1981년에 어떻게 변화를 관리해야 할지 생각했다. MUSCO는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는 건지 연구하고, 내가 얻은 교훈을 정리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변화에 관한 모든 책을 탐독하면서 공통된 주제를 파악하고 상관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넘어갔다. 이렇게 쌓은 지적 양식 및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네 단계로 이뤄진 변화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나는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요약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ESEE라는 말을 만들었다.
 
첫 번째 E는 상상하고 계획하는 것(En -visioning)을 뜻한다. 변화를 시작하기 전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즉 “세상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우리 회사를 이곳으로 옮겨놓고 싶다”고 말을 해야 한다. 본인이 생각해도 일리 있는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즉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자신이 그리는 미래와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구조(Struc -ture)를 만들어 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즉 회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지 결정하고 병사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즉 장군은 어디에 배치하고 중위는 어디에 배치하며 대형은 어떻게 갖출지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가능하게 하는 것(En -abling)이다. 일단 구조를 잡으면 적합한 사람들이 그 속에 머물게 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전쟁을 하기 전에 보급선을 깔아 두는 것과 같다. 일단 이 일까지 마치고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제 손을 떼야 한다. 하지만 CEO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마지막 E(Energize)가 뜻하는 바이다. 딜러를 찾아가 고객과 교류하고,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도 만난다. 이런 활동들이 회사에 힘을 불어 넣는데 도움이 된다. M&M의 규모가 작았을 때 나는 매년 성지순례를 떠났다. 인도 사람들은 성지순례를 야트라(yatra)라고 부른다. 나의 성지순례는 다름 아닌 미리 알리지 않고서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를 방문해 딜러와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최전방에 고위 중역들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기에 충분하다.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변화란 끝과 끝이 있는 하나의 과정이며, 한 번의 변화 과정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변화 주기를 시작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Q M&M의 세계화 전략은 트랙터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본국인 인도 시장에서는 비행기에서부터 영화까지 다양한 부문으로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도 한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이 여러 부문을 아우르는 복합기업보다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닌가.
 
A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크리슈나 팔레푸와 타룬 칸나가 10년 전에 발표한 ‘왜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신흥시장에 어울리지 않는가(Why Focused Strategies May Be Wrong for Emerging Markets)’(하버드비즈니스리뷰 78월, 1997년)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개도국 시장에서는 다각화한 기업이 강력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이 문제와 상관없이 M&M은 복합기업이 아니라 기업들의 연합이다.
 
Q 복합기업과 기업연합의 차이는 무엇인가.
 
A 복합기업에는 여러 부서가 있고 복합기업의 주가는 모든 기업의 가치 흐름을 대변한다. M&M과 같은 기업연합은 각기 다른 부문에 투자한다. 모든 기업의 소유주는 같지만 각 기업은 각기 다른 산업에 치중한다. 관리 중심 및 재무 중심 등 중심을 둬야 할 요소가 두 개로 나눠지는 만큼 이런 차이는 중요하다.
 
1994년에 M&M 그룹을 여러 부문으로 구조조정하면서 모든 사업의 관리 역량을 배가시켰다. 이후 관리자들로 이뤄진 팀이 각 기업을 이끌어 오고 있다. 나는 그 구조가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직접적인 관리에서 손을 뗐다. 그렇지 않았다면 관리 중심이라는 생각이 쓸모없다고 치부하며 매일 사장단의 행동을 끈질기게 감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업체를 꾸리는 가문들이 공격적인 사모펀드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을 할당하고, 성과를 요구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고, 가치 시스템을 유지하고, 훌륭한 지배 관행을 도입해야 하지만 전문 관리자들이 각 기업을 이끌고 나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Q 연합 구조를 유지하면서 중점적 재정 지원을 보내는 것이 가능한가.
 
A 나는 항상 M&M이 중점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 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테크 마힌드라, 마힌드라 파이낸스, 마힌드라 생활공간 개발 등 각 업계에서 우리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일을 하는 기업들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왔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들만이 아직 상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기업들도 상장될 것이다. 농기계와 자동차 부문은 공통된 역량을 갖고 있어서 이 두 부문을 하나의 플래그십 기업으로 탄생시켰다. 여러 이유로 인해 생각보다 상장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M&M의 플래그십 기업들의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각 기업의 성과를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애널리스트들에게 M&M을 복합기업이나 지주회사로 보지 말라고 얘기하는 이유이다. M&M은 여러 개의 투자 항목으로 이뤄진 가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지닌 자동차 회사이며, 각 투자의 실적을 얼마든지 개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M&M의 자회사가 성장을 거듭하는 한 M&M의 모델에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 그러나 M&M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하나의 그룹으로서 많은 이득을 얻는 동시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연합 구조가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가 좀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M&M의 연합 기업 구조가 단순히 각 기업의 가치를 더해놓았을 때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는 만큼 전통적인 복합기업에 비해 M&M 모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Q 직접적인 관리에서 손을 뗐다고 말했지만 주위 다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힌드라 부회장이 개입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M&M 그룹 산하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고, 세계화되고, 다양화되면 아주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모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내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인가? 우리에게는 여러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룹 산하의 기업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연간 기획 사이클(annual planning cycle)’이다. 모든 기업이 총 11개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이 과정을 따라야만 한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전쟁 상황실(war rooms)’이라는 이름의 회의를 하루 종일 진행한다. 이 회의에서 나는 모든 기업의 성과를 점검한다. 이 아이디어는 다나 코퍼레이션(Dana Corporation)의 회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GE에서 배운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 성과 측정 도구는 일종의 균형성과표(BSC)다. M&M은 필요할 경우 그룹 전체에 해당하는 전략 지침을 발표하고 그 지침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를 점검하는 전략관리 부서를 신설한다. 또 각 부문의 사장들로 구성된 그룹 관리 위원회를 설립해 주기적으로 만나도록 했다. 우리는 핵심 가치를 정의해 두고 있으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매년 전체 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연다. 이런 메커니즘 덕에 내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수많은 독주 연주가들이 조화롭게 훌륭한 음악을 연주해 낼 수 있다. 연주가들은 속도·템포·전통 등이 협상 대상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작곡을 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어느 순간이 되면 한 걸음 물러서야 할 수도 있다. 다시금 일과 삶의 균형을 바로잡고 각 조직이 독립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남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Q 기업연합의 구심점으로서 본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A 무엇보다 본사는 그룹 가치를 지켜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기업을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일관성 있게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여러 기업으로 이뤄진 연합이 최고의 이익, 즉 학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한 역량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고의 관행들을 신속하게 적용하다 보면 항상 관리 면에서나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셋째, 본사는 각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본사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수요가 있다면 그것은 곧 본사에서 그룹 휘하 기업들의 가치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본사가 비대해지거나 일관성 없는 조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이나 공정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M&M에서는 항상 본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나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2007년 12월에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더니 전략관리 부서의 동료들이 M&M 산하 기업들을 좀 더 혁신적인 기업으로 바꿔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딱 집어 먼저 얘기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긴 토론 끝에 각 부문이 혁신 역량과 관련해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 방법을 만들어 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어떻게 좀더 혁신적인 기업이 될지를 선택하는 것은 각 기업의 몫이 되었다. 각 부문 CEO들은 매번 회의를 할 때마다 혁신 점수가 얼마나 개선됐으며, 어떤 진척이 있는지 내가 물어볼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본사에서 모든 과정에 하나하나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
 
Q M&M의 중역과 이사들은 당신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신이 물러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려는 건가.
 
A M&M의 이사회 측에 내가 버스에 치이거든 이사회에서 내 후계자를 결정하라고 얘기해 두었다. 물론 후계자가 반드시 우리 마힌드라 가문 출신일 필요는 없다. 나는 이사회에 M&M 그룹 휘하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CEO 중 가능성 있는 후계자를 여럿 알려줬다. 내가 선택한 사람의 이름은 종이에 적어 봉투에 넣어 뒀다. 때가 되면 이사회 의장이 이사들과 함께 그 봉투를 열어볼 것이다.
 
이사회에서 “아난드 마힌드라는 후계자를 직접 지목하는 대신 그 자리를 계승했으면 하는 여러 사람의 목록을 알려줬어”라고 얘기한다면 참 기쁠 것 같다. 비문으로 쓰기에도 괜찮은 말 아닌가.
 
[HBR TIP] M&M의 경영 만트라
고위 중역들을 위한 M&M의 연례 콘퍼런스에서 아난드 마힌드라는 핵심 우선순위를 강조한다. 마힌드라는 핵심 우선순위를 블루칩 만트라라고 칭한다.(산스크리트어로 ‘만트라’는 기도를 뜻하지만, 이 경우에는 공식이라는 해석이 더 어울린다) M&M이 지난 6년 동안 추구해 온 만트라는 다음과 같다.
 
2002
비즈니스 리더십
해당 업계 12위 업체가 되어라.
혁신
전체 수익의 20%는 지난 4년 이내에 출시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해 창출해야 한다.
세계화
각 분야에 어울리는 맞춤형 평가 방식.
재무성과
자본이익률과 잉여현금흐름을 평가하기 위한 맞춤형 평가 방식.
 
2003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불안정성을 제거하고(외적 충격 제거) 잠재력을 발휘하여(높게 잡은 목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
 
2004
고객 중심
해당 업계 내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라.
 
2005
재무성과
3년 내로 자금 회전율을 두 배로 늘리고, 이윤을 세 배로 늘려라(3-2-3).
 
2006
고객 중심 강화
M&M이 고객의 충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후원자로서의 고객’ 점수를 계산하라.
 
2007
혁신
각 사업 부문 내에서 고객 중심의 혁신 엔진을 구축하라.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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