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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eativity in My Hand

스테레오,듀얼뷰,프랜차이즈.. 공통점은? 복제했더니 시장이 생기더라!

정다정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SIT의 세 번째 사고도구인복제(Multiplication)’는 기존 시스템 내의 일부 요소를 추가해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새로 추가되는 요소는 필요에 따라 변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복제라고 하면 무언가 베끼는 것을 연상하지만 스테레오 음향기술, 이중 면도날, 프랜차이즈 사업모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명한 복제는 창의적 발상의 중요한 통로 중 하나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지난 DBR 기고문을 통해 40가지 발명원리로 구성돼 있는 TRIZ(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의 핵심을 5가지 원리로 요약 정리한 SIT(체계적 발명사고·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중 첫 번째 사고 도구인제거(Subtraction)’와 두 번째 사고 도구인용도통합(Task Unification)’을 다룬 바 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SIT 중 세 번째 사고도구인복제(Multiplication)’.

 

‘복제’는 기존 시스템 내의 일부 요소를 추가해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양면 테이프, 양면 프라이펜, 양면 벨트 등과 같은 양면 제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제의 예 중 하나다.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컵에 복제를 적용한 예를 보자. 컵 속에 또 하나의 컵을 넣은 이중 잔은 보온이 잘되기 때문에 뜨거운 음료나 찬 음료의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즐기기에 적합하다. 또한 안쪽 잔과 바깥쪽 잔 사이에 공기층이 있으므로 뜨거운 음료를 담아도 맨손으로 들 수 있다. 그런데 두 개의 잔을 포개지 말고 아래위로 붙여보면 어떨까?

 

몰도바의 스테판 부를라쿠(Stefan Burlacu) <그림 1>과 같이 화이트 와인용의 긴 잔과 레드와인용의 넓은 잔을 아래위로 붙인이중 잔을 디자인했다. 우리나라 애주가들을 위해 맥주잔과 소주잔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기술은 단일 시스템에서 이중 시스템을 거쳐 다중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TRIZ에서는 이것을 기술진화의 법칙 중상위 시스템(super-system)으로의 전이 법칙이라고 한다. 음향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1877년 에디슨은 소리를 녹음해 들을 수 있는 축음기를 발명했다. 그는 축음기의 용도를 속기사 없이 받아쓰기, 시각장애자의 독서, 노래의 녹음과 재생, 사람의 육성이나 유언의 보관, 발음의 정확한 교정, 강의노트 필기 대용, 전화 통화 내용의 영구 보존 등이라고 했다. 소리만 잘 재생되면 이러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피커가 하나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2개의 스피커(2채널)로 소리를 듣는 스테레오(stereo) 음향기술이 나오면서 입체음향의 시대로 옮겨간다. 이 기술은 영국의 전기공학자였던 앨런 블럼라인(Alan Blumlein) 1931년에 발명했는데, 영화에서 하나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서 몰입할 수 없었던 경험이 발명의 계기였다고 한다.

 

그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두 개의 마이크를 일정한 거리로 떨어뜨려 놓고 각각 다른 오디오 채널로 녹음한 후, 녹음된 두 개의 소리를 스크린 양쪽 끝에 설치한 각기 다른 스피커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었다. 요즈음 영화관이나 홈시어터 시스템에서는 5.1채널(5채널+서브우퍼)의 서라운드(surround) 입체음향이 일반화돼 있다.

 

 

 

사용편의성 향상을 위한 복제

복제 개념을 적용하면 사용이 편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폴더형 휴대폰을 예로 보자.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가면서 저렴한 제품군을 구비하고 터치스크린의 사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노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시장에서 사라졌던 폴더형 휴대폰이 다시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폴더폰의 경우 시간이나 메시지 등을 확인하려면 매번 덮개를 열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는 외부 덮개에 창을 하나 더 붙이면 된다. 휴대폰 덮개에 액정을 하나 더 부착한 최초의 기업은 LG전자다.

 

카메라에 복제의 개념이 적용된 예를 보자. 삼성은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이지만 카메라 부문에서는 캐논이나 니콘 등과 같은 일본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러한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고객들이 카메라로 무엇을 많이 찍는지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아름다운 풍경보다 자기 자신을 찍는다는 젊은 층이 생각보다 많았다. 기존 카메라로 자신을 찍으려면 LCD창이 카메라 뒤쪽에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뒷면에 있는 창을 복제해 카메라 앞면에 1.5인치 크기의 작은 창을 하나 더 달아 셀카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듀얼뷰 카메라. 2009년 삼성 디지털이미징사업부가 출시한 이 카메라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페이스북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는 인물 사진들은 대부분 세로로 촬영된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카메라는 가로로 찍기 편하도록 돼 있다. 이에 착안한 펜탁스는 2012년 세로 방향 측면에 셔터를 하나 더 단 옵티오 VS20 카메라를 출시했다. 이 카메라를 이용하면 가로든, 세로든 편한 자세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것도 복제코드를 카메라에 적용한 다른 예로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각종 정보기기와 전기용품을 쓰기 때문에 멀티탭을 많이 쓴다. 그러나 여러 개의 플러그를 하나의 멀티탭에 꽂아야 하므로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보기에도 안 좋다. 전선 전체에 전류가 흐르는데 왜 멀티탭의 콘센트 한곳에만 전기를 연결해야 하는가? SADI(삼성디자인학교)에 재학 중이던 송원준은 전선 곳곳에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멀티 전기선(Multi Lines)을 고안했다.이 작품은 2007 Reddot Design Concept Award를 수상한 데 이어 2008년에는 iF Concept Design Award를 받았다.

 

 

가치 창출을 위한 복제

복제는 사용편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스테레오 음향기술처럼 제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용도나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먼저 면도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면도의 역사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 번씩 면도하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부유한 사람들은 면도사를 하인으로 두거나 이발소에 자주 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평생 면도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목재 표면을 다듬는 데 사용되는 대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안전면도기의 등장으로 인해 면도는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킹 질레트(King C. Gillette)는 면도기의 역사를 바꾼 사람이다. 면도날은 장시간 사용하면 무뎌지기 때문에 20세기 이전에는 매번 숫돌이나 혁대에 갈아서 사용했다. 1901년 질레트는 날만 교체할 수 있는 안전면도기를 개발해 이러한 불편을 없애고 안전하게 면도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개발한 안전면도기의 보급을 위해 면도기 본체는 원가 이하에 판매하고 교체용 면도날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개발했다. 오늘날 공짜마케팅의 대표적 유형으로 널리 알려진면도기-면도날 사업모델(The Razor and Blades Business Model)’이 탄생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면도기의 머리 부분을 통째로 교체하는 카트리지 방식으로 면도기의 설계가 바뀌었으나 그가 도입한 사업모델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요즈음 사용되는 면도기의 카트리지를 보면 면도날이 2개 내지 5개 들어 있다. 복제의 개념이 적용되면서 면도기가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1971년 질레트사는트랙 투(Trac II)’라는 이중 면도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면도날이 두 개이면 수염이 더 잘 깎이기 때문에 칼질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얼굴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도 줄어든다. 이중 면도날을 잘 들여다보면 두 개의 면도날이 평행하지 않다고 한다. 첫 번째 면도날이 수염을 살짝 들어주면 두 번째 날이 깎기 때문에 이중 날을 이용하면 훨씬 더 깔끔하게 면도가 된다. 1971년 이중 면도날 출시에 이어 질레트사는 1988년 삼중 면도날마하3’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무려 1억 개 이상 팔린 대박상품이 됐다.

 

가전제품에 복제의 개념이 적용된 예를 보자. 2010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냉장고의 문 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매직스페이스를 출시했다. ‘도어 인 도어(DID, Door in Door)’로 알려진 매직스페이스는 이제 프리미엄 냉장고의 대표적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자주 꺼내는 식료품을 매직스페이스 공간에 넣어두면 냉장고 문 전체를 여닫는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실제 조사에 의하면 매직스페이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냉장실의 사용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냉기 손실도 감소했기 때문에 전기료 부담까지 낮출 수 있었다.

 

세탁기에도 복제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문이 앞쪽에 달린 드럼세탁기는 세탁 중에 문을 열면 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빨래가 일단 시작되면 세탁물을 추가하기 어렵다. 빨랫감을 추가로 넣으려면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탁물을 넣고 다시 물을 채워야 한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드럼세탁기버블샷 애드워시는 이러한 불편을 없앤 것이다. 깜빡 잊고 세탁기에 넣지 못한 빨랫감을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드럼세탁기의 둥근 문 위쪽에 작은 창문을 추가했다. 이 창문은 캡슐형 세제 같은 것을 넣기에도 편리하다.

 

세탁기 사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잠재적 불만 중 하나는 여러 종류의 세탁물을 하나의 세탁기로 함께 돌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물감이 잘 빠지는 옷이나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 등은 따로 세탁하길 원한다. 특히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린 아기의 빨래를 따로 세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세탁기 두 대를 놓을 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 LG 전자의트롬 트윈워시는 드럼세탁기 하단에 작은 통돌이 세탁기를 추가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필요에 따라 세탁기 두 대 가운데 한 대만 사용할 수도 있고, 두 대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복제형 비즈니스 모델

사업모델의 관점에서 볼 때 프랜차이즈는 복제의 개념이 적용된 예이다.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의 대표주자인 맥도날드에 대해 살펴보자.

 

인류 대다수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게 된 것은 20세기에 일어난 생산성 혁명 덕분이다. 헨리 포드는 표준화, 단순화, 전문화라는 3S가 적용된 양산(量産)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도시 샌버나디노에 살던 맥도날드 형제(Richard McDonald Maurice McDonald)는 포드의 양산 방식을 햄버거 제조에 도입해 패스트푸드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1940년 그들은모리스 앤드 리차드 맥도날드라는 햄버거 가게를 열었는데 시쳇말로 초대박이었다. 성공의 비결은 양질의 표준화된 음식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맥도날드 형제가 패스트푸드라는 신천지를 개척했지만 이를 토대로 억만장자가 된 것은 햄버거 가게에 밀크셰이크 기계를 납품하던 레이 크록(Ray Kroc)이었다. 맥도날드 형제가 사용하는 기계와 동일한 것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전화가 이어지자맥도날드 형제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왜 유독 그들이 쓰는 5축 멀티믹서기를 고객들이 찾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수소문해보니 그들은 한두 대가 아니라 무려 8대의 기계로 한 번에 40개의 셰이크를 만들어 판다는 것이었다.

 

 

“사막지역의 작은 소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레이 크록은 그들의 가게를 방문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는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그날 저녁 숙소에 들어온 레이 크록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전국의 주요 교차로마다 맥도날드 레스토랑이 들어선 환영(幻影)이 보였다. 그 식당들마다 자신이 파는 기계가 8대씩 동시에 돌아간다면 순식간에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오후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간 그는 전국 각지에 동일한 매장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맥도널드 형제는 현재의 유복한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레이 크록은 그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영업권을 갖는 대신 가맹점주들에게 매출액의 1.9%를 받아 그중 0.5%를 주기로 합의했다.

 

1954년 만 52세의 나이에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의 힘든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1961년 레이 크록은 270만 달러를 주고 모든 권리를 사들였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 1984년 그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100여 개의 국가에서 모두 7500개의 매장이 운영됐고 연간 매출액은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BBQ치킨, 카페베네, 놀부, 김가네김밥, 대교, 메가스터디, 넥슨, 골프존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수성가한 창업자들의 상당수가 복제 가능한 비즈니스를 통해 큰 부자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복제를 통해 다양한 효용과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봤다. 통상적으로 복제라고 하면 무언가 베끼는 것을 연상하지만 현명한 복제는 창의적 발상의 중요한 통로 중 하나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정다정 정다정 | - (현)메디데이터코리아 이사
    - 한국 화이자제약 PR메니저
    - 로레알,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다케다제약, 루이비통 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홍보 등 진행

    dchong@mds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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