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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개방형 혁신

덕업일치된 덕후 한 명의 힘 아무도 생각 못한 혁신을 가져다준다

김경훈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가끔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협력하기 어려운 것 같은마니아혹은오타쿠들과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혁신은정의하기(identify)’ ‘통찰을 얻기(insight)’ ‘아이디어 내기(idea)’ ‘실행하기(implementation)’의 과정을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마니아를 활용할 수 있다. 마니아는 1)자사 브랜드 마니아 2)경쟁사 브랜드 마니아 3)해당 카테고리 혹은 주제에 대한 마니아 4)연관 주제 마니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분류된 네 종류의 마니아가 각 단계마다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내 회사, 내 브랜드의 마니아층이 어떻게 나눠져 있고, 그들이 누구인지부터 당장 파악하라.

 

 

 

영화를 볼 때 독자 여러분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필자의 경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큼만 검색을 한다. 스포일러를 읽게 돼 영화의 재미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다음에는 전혀 다르다. 특히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경우에는 영화를 본 후 본격적으로 그 영화에 대한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보면서 놓쳤던 부분들과 영화 속에 감춰진 잔재미를 글을 통해 알게 된다.

 

예전에는 어떤 영화에 대해 검색을 하면 유명 영화 잡지와 영화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평론가들의 글이 먼저 검색 결과에 나타났고, 이들 평론가의 글을 읽고 나면 더 읽을 만한 글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엔하위키라는 위키에 있는 영화 관련 글들이 검색 상위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요즘은 엔하위키의 뒤를 이어 받은 나무위키의 글들이 검색 결과에 나온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나무위키에서 영화 관련 글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어를스타워즈 나무위키식으로 입력하기도 한다.

 

<그림1>과 같이 검색하면 여러 기여자들이 함께 모여 만든 집단지성의 산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다른 영화와 연계된 부분, 배역에 대한 내용(예를 들면, 레이의 정체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 감독과 배우에 대한 내용 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기여자들은 위키의 마니아인 동시에 스타워즈의 마니아들이다. 마니아들이 가진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열정이 모여서 놀라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무위키의 위력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는 지금 구글에서개그콘서트 나무위키로 검색을 해보라. 현재 개콘에서 방영 중인 코너부터 종영된 코너까지 개콘의 모든 코너에 대한 상세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개콘의 흑역사도 깨알같이 정리돼 있다. 잘 읽어보면 위키와 개콘을 사랑하는 개콘덕후1 가 아니고서는 작성하기 어려웠을 법한 내용들도 많이 나온다.

 

나무위키는 여러 분야의 마니아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우리가 그들을오타쿠라고 부르든, ‘오덕’ ‘덕후’, 혹은마니아라고 부르든 상관 없이 특정 분야에 심취한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으로 나와 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혁신시키고 있다. 2015 10 <동아일보>에 김배중, 김정은, 이새샘 기자가 보도했던 “‘학위 없는 전문가’… 마침내 세상이덕후를 존중하다라는 기사를 찾아보라. 키덜트 장난감은 물론이고 연극 공연계, 식품 업계에서 마니아들은 전문성을 무기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마니아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마니아들을 그저 특이한 소비자 혹은 얼리어답터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마니아들을 특이한 소비자로 여기는 예는 2000년에 출간된 <먼나라 이웃나라 7권 일본인 편>에 잘 설명돼 있다. (나무위키의오타쿠항목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한다.)

 

“오타쿠는 원래 집이라는 뜻인데, 가령 비디오 게임 오타쿠는 이 세상의 관심사는 오로지 비디오 게임뿐으로 집 안에 틀어박혀 한 가지 관심사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이런 호칭이 붙었대.2 비디오 게임 오타쿠는 마나아의 차원을 넘어서 비디오 게임의 모든 것에 대해 완전히 꿰뚫고 있음은 물론, 게임을 만든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그 게임을 완전히 소화해 버리지.

 

가령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비디오 게임이 시장에 나오면, 가게 앞에서 밤을 새워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누구보다 먼저 그 게임을 사서는 며칠이고 집 안에 틀어 앉아 그 게임을 완전히 터득해 버리지. 그러고는 그 게임의 문제가 무엇인지, 만든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점까지 끄집어내어 자신들 동아리에서 만든 전문잡지에 실어.3 오타쿠들은 전문가 중에서도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무서운 눈인 셈이지. 상품에 눈곱만 한 오류나 문제점이 있으면 어김없이 질책이 쏟아지니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오타쿠에게 책 잡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이는 완벽한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해.”

 

이 책이 나온 지 16년이 지났지만 마니아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태도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들 마니아를 소비자 집단 이상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몇몇 기업들은 열성적인 소비자들을 혁신 파트너로 여기고, 이들 소비자와 협업을 통해 많은 혁신을 이뤄냈다.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아는 레고(Lego)나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같은 기업들은 열성적인 소비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돕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성공했다. DBR 162호에 소개 됐던 락앤락의 주부 커뮤니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4

 

이처럼 소비자 커뮤니티를 통해 마니아들과 협업하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는 있다. 오늘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커뮤니티에 맞췄던 초점을 열성적인 소비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이고도 전문적인마니아로 옮겨보고자 한다. 가끔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사회성이 부족해 협력하기 어려운 것 같은 이들 마니아와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큰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아도, 당장 한두 명의 마니아와 시작해볼 수 있는 혁신은 없을까? 마니아와의 협업은 어떤 영역에서 가능하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마니아와의 협업 방안

 

혁신의 공식은 “Innovation = Identify x Insight X Idea X Implement”, 혁신 = 정의하기 X 통찰 X 아이디어 X 실현하기의 곱셈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그림 2)

 

 

 

 

공식에 등장하는 4가지 I를 간략히 설명하면, 첫째인 Identify-정의하기는 혁신의 목표와 방향을 정의하는 것이다. 둘째, Insight-통찰은 관찰과 인터뷰 등의 활동을 통해 혁신에 필요한 통찰을 발견하는 단계이다. 셋째 I Idea-아이디어는 혁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할 새로운 사업 모델, 제품, 서비스 등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이다. 마지막 I Implement-실현하기는 아이디어를 실현해 실질적이고 유용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제 마니아들과 함께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은 이 4개의 I에 어떤 타입의 마니아들을 참여시키느냐에 따라 구분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때 참여하는 마니아들은 그들의 관심사에 따라 a) 자사 브랜드 마니아, b) 경쟁사 브랜드 마니아, c) 해당 카테고리 혹은 주제에 대한 마니아, d) 연관 주제 마니아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스포츠 바이크(오토바이) 메이커인 두카티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 자사 브랜드 마니아는 두카티 오토바이를 여러 대 수집하고 있는 열성 고객, b) 경쟁사 브랜드 마니아는 할리데이비슨의 덕후, c) 해당 카테고리 마니아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희귀 오토바이를 모으고 즐겨 타는 바이크 덕후, d) 마지막으로 연관 주제 마니아는 자동차 수집광이나 오토바이와 유사한 익스트림 스포츠 덕후라고 생각할 수 있다.마니아를 이처럼 분류하는 이유는 혁신의 각 단계에서 참여시킬 수 있는, 혹은 참여시키면 좋은 마니아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두카티 입장에서는 두카티 덕후만 혁신의 동반자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이 네 가지 영역의 마니아들을 모두 알고 적재적소에 초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이제 혁신의 4개의 I를 따라가면서 어떤 타입의 마니아와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살펴보자.

 

1. 마니아와 함께 정의하기

혁신의 목표와 방향을 정의하는 본 단계에서는 회사 내부자, 특히 대표와 임원을 포함한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외부자에 속하는 마니아의 역할이 다소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의하기 단계에서 마니아가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성공의 비전(Vision of Success)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성공의 비전이란 우리가 추진 중인 혁신이 성공했을 때, 우리 회사, 브랜드 혹은 제품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인가를 상상하고 시각화해보는 것이다. 시각화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템플릿 중 하나는소비자의 관점에서 성공을 시각화하기 위한 것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메시지 입력 창 그림이다. 이 두번째 템플릿을 사용해 ‘1년 혹은 3년 후 미래에 우리가 지금 추진 중인 혁신이 성공한다면 과연 마니아들은 그들의 트위터에 무엇이라고 얘기할까를 고민해보면 성공의 비전을 보다 명확하게 그릴 수 있다.

 

1) Why Mania? 왜 마니아인가?

마니아의 시각을 갖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의 시각을 갖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소비자의 관점에 설 때에 우리는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면서도 평균적인, 가장 전형적인 반응을 상상하게 된다. 이런 소비자의 관점도 도움이 되지만 정말 새롭고 획기적인 생각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동시에 소비자의 시각에서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간과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우리의 제품 혹은 브랜드에 엄청난 애착 관계를 갖지는 않는데, 그렇기에 우리 제품과 브랜드가 급격히 변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니아라면 다르다. 그들은 부정적인 변화에는 더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긍정적인 변화에는 더 열렬히 환영하거나 반대로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냉랭하고 냉소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혁신의 시작점에서 마니아의 관점으로 혁신의 지향점을 검토하는 것은 내부자들이 간과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도와줄 것이다.

 

사례

글로벌 주류 회사와 새로운 프리미엄 맥주를 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착수 보고회에서 임직원들에게 <그림 3>에 나온 성공의 비전 템플릿을 나눠준다. 그리고 1년이 흘러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프리미엄 맥주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상상하고, 수입 맥주 마니아가 과연 뭐라고 SNS에 글을 쓸 것 같은지 각자 상상해서 표현을 해보도록 한다. 혹은 집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어 먹는 맥주 제조 마니아가 뭐라고 쓸 것 같은지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시장에 만들고 싶은 변화, 오피니언 리더 혹은 마니아 사이에서 얻고 싶은 명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세션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순서를 더 기획하면 좋다. 임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성공의 비전을 공유한 이후에 실제로 마니아들이 어떻게 답을 했는지를 보여줘 비교하는 것이다. 마니아들을 착수 보고회에 초대해서 그 자리에서 같은 템플릿을 주고 성공의 비전을 직접 그려달라고 요청해보라. 마니아들을 초대하기가 어려우면 사전에 마니아들을 찾아 가서 성공의 비전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들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작해서 임직원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 마니아들은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혁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우리에게 어떠한 기대와 우려를 가지고 있는지 배울 수 있고, 이는 향후 추진해야 할 혁신 방향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들은 우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수입 맥주 마니아들이 새로운 맛의 맥주가 나왔다고 기뻐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마니아들은이번 성공은 대규모 마케팅의 승리라고 폄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혁신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제품 개발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마니아들의 진정한 인정을 받을 때까지는 마케팅은 하지 않는 식으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2) Which Mania? 어떤 마니아와 협업을 해야 하는가?

정의하기 단계에 참여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혁신 계획을 일정 부분 공유해야만 한다. 이 경우,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와 브랜드에 우호적이거나,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쌓았고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니아를 선별해야 한다. 또한 우리 회사의 미래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의 마니아나 연관 분야의 마니아는 협업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때 다음생각해볼 문제 1’에서 제시한 질문들에 대해 실질적인 답변을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짤 수 있다.

 

2. 마니아와 함께 통찰을 얻기

통찰 단계는 향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만한 영감을 주는 실마리들(clue, 실제로 우리가 듣거나 관찰한 단편적인 사실)을 모으는 과정이다. 통찰 단계에서 사용하는 혁신의 툴은 통찰의 나침반이다. (그림 4)

 

 

 

 

 

이 툴은 실마리를 얻기 위해 만나야 할 대상자를 선정할 때 쓰는 도구다.

 

세 가지 부류의 대상자를 찾게 도와주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a) 일반 대상자(Normal):혁신과 가장 관련 있는 타깃 고객은 누구인가?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고객은 누구인가?

b) 색다른 대상자(Deeper & Different):가장 대표적인 고객보다 해당 제품이나 문제에 더 깊이 관여하고 있는 고객은 누구인가? 조금 더 열정이 있거나, 더 불만이 강하거나, 약간 특이한 점을 보이는 고객 혹은 마니아가 누구인가?

c) 대단한 대상자(Weird & Wonderful):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해당 제품이나 문제를 바라보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고객 혹은 마니아는 누구인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혹은 마니아)는 누구인가? 우리가 가진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우리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이 꼭 우리의 고객일 필요는 없다.)

 

1) Why Mania? 왜 마니아인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일반 대상자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지만 마니아는 정말 색다르고 대단한 대상자로서 영감이 넘치는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따라서 마니아들이 없이는 통찰의 나침반을 채울 수가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통찰 단계에서는 마니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통찰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경쟁자들도 다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실마리를 벗어나서 경쟁사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실마리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마니아가 새로운 실마리들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두에서 밝혔듯 대부분 기업들이 아직 마니아들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2) Which Mania? 어떤 마니아와 협업을 해야 하는가?

통찰 단계에서는 마니아들을 참여시키기가 용이하다. 우리가 추진하는 혁신 프로젝트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도 마니아들을 관찰하거나 마니아들과 얘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니아 중에 상당히 내성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분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마니아와 협업을 하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통찰 단계에서는 이런 분들을 단순히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단계에 비해 마니아와의 협력이 매우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예산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다양한 마니아들을 다수 섭외해 그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그들을 관찰하라.

 

심지어 경쟁사에 매우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를 혁신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라면 그동안 자주 만났던 자사 게임 마니아보다는 (가장 유명한 캐주얼 게임의 하나인) 캔디크러쉬 마니아나 (가장 인기 있는 롤플레잉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마니아를 만나는 것이 새로운 통찰을 더 많이 가져다줄 수 있다. 우리 브랜드 마니아, 경쟁 브랜드 마니아, 연관 분야의 마니아까지 폭넓은 마니아들을 만나서 기대하지 않았던 통찰들을 찾아보라.

 

사례

필자가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함께눈 화장과 관련한 신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때 가장 많은 통찰을 가져다준 대상자는 색다른 대상자로 만났던 색조 화장품 마니아와 대단한 대상자로 만났던 안경 마니아였다.

 

우리가 만났던 색조 화장품 마니아는 눈이 색조 화장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해줬다. 그에게 눈은 상대방이 가장 먼저 바라보는 곳이며, 상대방이 대화 도중 가장 많이 보는 곳인 동시에, 마음의 창으로서 자신의 기분과 그날의 목표를 가장 뚜렷이 보여줄 수 있는핫스팟이었다. 마니아는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색을 배합하는 것에 뛰어났는데, 그것은 배합을 통해 나만의 색상을 찾는 것에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색상 중에 상당수가 그의 주변에서 유행이 되기도 했다.이러한 통찰들은 눈 화장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미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안경 마니아는 사실 눈화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경 마니아는 여성이긴 했지만, 눈화장은 거의 하지 않고 기본적인 화장만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안경을 대하는 태도는 색조 화장품 마니아가 눈을 대하는 태도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우리가 보다 확신을 가지고 두 마니아에게서 얻은 통찰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줬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안경 마니아로부터 얻은 가장 큰 통찰은 그가 안경들을 관리하고 분류하는 법을 관찰하면서 나왔다. 100여 개가 넘은 안경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안경을 목적과 색상이라는 2가지 기준으로 나눠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캐주얼하게 쓸 수 있는 안경부터 정장에 어울리는 아주 포멀한 스타일의 안경까지 안경들을 목적에 따라 3∼4개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서랍장에 안경들을 모아 두고, 한 그룹 내에서는 안경들을 검은색부터 밝은 색 순으로 정렬해뒀다. 이것은 우리가 색상만을 위주로 화장품이나 화장법을 분류했던 것을 소비자의 상황과 목적에 맞춰 재분류하도록 만들었다. ‘마니아와 함께 통찰을 얻기위해서는생각해볼 문제 2’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하고 답변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3. 마니아와 함께 아이디어 만들기

아이디어 단계의 핵심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ideation workshop)이다.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은 혁신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동안 모은 실마리들을 가져다 놓고 하루 혹은 이틀에 걸쳐 아이디어를 만드는 이벤트다. 좋은 아이디어를 선택해 발전시키는 세션이 추가되기도 한다.

 

워크숍의 특성상 참석자를 20명 이내에서 최소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혁신팀 외부의 사람들을 많이 참여시키기는 어렵지만 창출해야 하는 아이디어의 종류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내외의 전문가, 광고 대행사를 비롯한 협력 업체, 소비자 등을 초대하기도 한다.

 

1) Which Mania? 어떤 마니아와 협업을 해야 하는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은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충돌시키고 다듬어 나가면서 양질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아이디어 단계에 참여할 마니아는 매우 적극적이고 의사소통에 능통한 마니아 중에 선별돼야 한다. 또한정의하기단계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의 내용을 상당 부분 공유해야 하므로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마니아만 초대해야 한다. , ‘정의하기단계에서는 우리가 추진 중인 혁신과 밀접하게 관련된 마니아만을 협력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에 반해 (그렇지 않은 마니아들은 우리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올바른 의견을 주기 어렵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참석자의 다양성을 위해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 밖에 있는 인접 분야의 마니아를 초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2) Why Mania? 왜 마니아인가?

물론, 마니아가 아닌전문가를 초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믿을 만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 많이 초대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그들이 가진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제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에 큰 공헌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종 매우 정제된 의견, 사실에 근거한 의견만들 공유하는 성향을 보인다. 또한 틀릴 수도 있지만 기발한 얘기들은 피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그들의 언행을 부지불식 간에 제한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니아는 전통적인 전문가에 비해 솔직하고 더 직설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다. 마니아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매우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때로는 고집)을 가지고 있고, 주변의 껄끄러운 시선을 자주 받아봤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에 익숙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부정적인 의견에 굴하지 않고 유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에도 능한 마니아들이 많다. 한마디로싸움 닭기질을 가진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마니아들이 약간은 거칠고날 것의 느낌이 나는 말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의견들이 아이디에이션에는 더 신선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사례

 필자가 한 글로벌 가전업체와 신제품 개발을 진행할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디어는 성인 남성이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실마리를 통해 요즘 남성 고객들이 전자기기가 주는 잔재미와 의외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한 우리팀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 게임 마니아를 초대했다. 마침 혁신팀 팀원의 친구 중에 게임 기획자로 10년을 일했고 그 스스로도 게임 마니아인 분이 있었다. 그 마니아는 우리가 개발 중인 제품의 잠재적 소비자이기도 해서, 게임 마니아이자 소비자로서 많은 영감을 우리에게 줬다. 예를 들어, 소리, 진동, 알람 기능 등을 이용한 인터렉티브한 추가 기능에 대해 아이디어를 만들 때, 그 게임 마니아는 열정적으로 자신이 아는 어떤 게임에서 차용할 만한 기능들을 설명해줬고, 그것을 어떻게 이 새로운 가전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생각을 펼쳤다. 그야말로만화 같은’,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참석한 사람들은 이 게임 마니아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함께 만든 여러 아이디어들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때에도, 그 마니아는사용의 즐거움관점에서 매우 직설적으로 아이디어들을 평가하고 각 아이디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많이 지적해줬다. 그는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요소들을 꼭 신제품에 적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을 불살랐다.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순서는 워크숍 말미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떤 참가자들은 워크숍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워크숍 진행자에게는 참석자들의 열정과 집중력을 워크숍 마지막까지 유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그 게임 마니아 덕분에 워크숍을 끝까지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워크숍에 가젯(gadget, 첨단 기기) 마니아를 초대할 수도 있었지만 가젯 마니아는 신제품을 누구보다도 먼저 세상에 알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보 보안에 대한 부분이 염려됐다. 이처럼 믿을 만한 마니아를 초대할 경우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신선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 마니아가 아닌 게임 전문가를 초대할 수도 있었다. , 마니아와 같은 열정이나오타쿠 기질은 없지만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자나 게임회사 임원을 초대할 수도 있었다. 이런 전문가는 우리가 만난 마니아보다는 분명히 훨씬 더 점잖았을 것이고, 만화 같은 아이디어를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는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 회의는 더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진행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낼 아이디어는 훨씬 덜 창조적이고 흥미로웠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를 섭외할 것인가, 마니아를 섭외할 것인가는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잘 결정해야 한다. ‘생각해볼 문제 3’을 통해 독자 자신의 기업의 아이디어 워크숍에 누구를 초대할지 생각해보자.

 

4. 마니아와 함께 실현하기

혁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디어를 실제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제품이나 견본품을 만들어보고, 이를 테스트해보고, 다양한 사용자와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된 시제품과 견본품을 만들고…. 이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정식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

 

실현하기 단계에서 마니아를 참여시킬 수 있는 과정은 시제품을 마니아들과 함께 테스트해보고 그들의 피드백을 얻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핫 숍(hot shop, 공작실 혹은 작업실을 의미)’이라고 부른다.

 

1) Why Mania? 왜 마니아인가?

핫 숍에서는 출시 직전의 제품과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때문에 정보 보안이 극도로 중요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사내 전문가를 참여시키게 되고, 소비자 중에서는 보안을 지킬 수 있는 소비자만 선별해 초대한다. 그래서 핫 숍에 초대할 소비자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쌓아온 자사 브랜드의 마니아 위주로 참여자를 선정하게 된다. 자사 브랜드 마니아들은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핫 숍에 초대할 수 있는 외부인은 오직 자사 브랜드 마니아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브랜드의 마니아가 있는냐, 없느냐는 경쟁력이 큰 차이를 가져온다. 마니아가 없는 브랜드는 그냥 일반적인 소비자를 핫 숍에 초대할 수밖에 없고, 보안 유지를 위해 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 마니아를 보유한 브랜드는 이들 마니아를 초대해서 더 깊이 있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보안 유지를 위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례

필자가 유럽의 명품 브랜드와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발할 때, 우리는 그 명품 브랜드의 단골 고객들 중에서도 정말 마니아라고 부를 만한 수준의 고객들을 선별해 핫 숍에 초대했다. 그 마니아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브랜드의 역사, 브랜드의 여러 상징들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나왔던 제품들은 물론 자신의 단골 매장을 거쳐간 매니저들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의 옷장에는 경쟁 브랜드의 제품도 있었지만 해당 브랜드의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핫 숍에 참석할 때도 이들은 그 브랜드의 제품들을 걸치고 왔다.

 

그들에게 곧 출시될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을 소개하는 것은 혁신팀에도 매우 신나고 떨리는 일이었고, 이들 마니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브랜드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마니아들은 우리가 만든 아이디어들에 대해 정말 솔직하고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들을 많이 줬다. 그리고 핫 숍에 함께 참여한 우리팀 디자이너들과 함께 시안을 바꿔보고 토론을 했다. 한 번의 핫 숍에는 단 한 명의 마니아를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핫 숍을 한 번 할 때마다 아이디어는 현저히 개선됐다. 핫 숍이 끝나고 우리는 마니아분들에게 브랜드의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했고, 마니아들은 보안을 잘 지켜줬다. ‘생각해볼 문제4’를 보며핫숍과 마니아의 그 활용방안을 고민해보자.

 

 

지금까지 혁신의 공식을 따라 살펴본 마니아와의 협업 방안을 정리해보면 < 2>와 같다.

 

 

 

 

 

우리는 혁신의 네 단계에 따라 어떤 종류의 마니아와의 협업이 효과적인지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마니아들을 모아 함께 혁신을 정의하고, 통찰을 얻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

 

궁극적인 협업 방안: ‘덕업일치

 

지금까지 살펴본 마니아와 함께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은 혁신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 바로 혁신이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혁신의 중요한 과정 과정에서 마니아들과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이들 마니니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으로서 개방형 혁신에 잠시 기여할 뿐이다. 따라서 내부 혁신팀이 혁신에 공헌하는 것에 비하면, 그리고 마니아들이 가진 전문성에 비하면, 마니아들이 만드는 공헌은 매우 제한적이다.

 

개방형 혁신을 여러 번 추진한 기업이라면,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외부의 마니아들을 내부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처럼 마니아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을덕업일치(덕후로서의 하는 일과 본업으로 하는 직업이 일치 된 상태)’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나무위키에 가서 덕업일치를 검색해보면 소설가, 기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국내외 사례가 나온다. 여기에는개그맨 박수홍의 팬클럽 회장을 하면서 박수홍을 따라다니다가 연예계에 들어와 박수홍과 같이 프로그램도 하고 박수홍이 못 탔던 연예대상도 탄박경림도 덕업일치의 사례로 언급돼 있다.

 

지금까지 덕업일치를 이룬 마니아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이들 대부분이 기업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스스로 덕업일치를 이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까지 덕업일치가 활발히 이뤄지는 기업은 매우 극소수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마니아들이 전문성을 살려서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을까? 성과 보상, 업무 환경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직무 체계와 경력 개발 경로(career path)에서 찾을 수 있다.

 

마니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는 고도로 전문성을 갖췄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일반 직원에 비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많은 마니아들이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로서의 역량, 즉 팀장 혹은 임원이 돼 부하직원을 이끄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마니아 중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거나 사람이 아닌 사물과 관련된 주제에 극단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여러 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린 팀장이 되라는 것은 너무나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일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어떤 회사에서 팀장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경력 개발 경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면 마니아들은 이 회사에 입사하기를 꺼릴 것이다. 미래의 경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는 기술 기업(tech company)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직원은 프로그래머 혹은 엔지니어들인데 훌륭한 엔지니어 중에는 소위 긱(geek, 괴짜)이나 너드(nerd, 공부벌레)라고 불리는 마니아들이 많다. 이들 마니아는 업무와 관련된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 들어 연구하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팀원을 관리하는 피플 매니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들이 장점을 계속 살려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술 기업들은 개인 공헌자(individual contributor)라는 직무와 경력 개발 경로를 마련해두고 있다. 개인 공헌자들은 전문성이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진급은 하되 높은 직급이 돼도 팀장 역할은 맡지 않는다. 대신 명확한 업무 영역을 부여받고 그 영역 내에서 전문성을 점점 더 강화한다. 마니아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마니아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직무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생각해볼 문제5’를 보며덕업일치가 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찾아보자.

 

마니아와 함께 이루는 혁신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종류의 마니아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니아들의 전문성도 정보의 공유와 확산에 따라 더욱 깊어질 것이다. 마니아들이 가진 능력을 우리 회사의 혁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마니아들과 함께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펼쳐야 한다. 더 나아가 마니아들이 우리 회사의 혁신에 더욱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마니아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사내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면서 다음실무 적용 팁(practitioner’s tip)’을 살펴보자.

 

마니아들이 더 많은 기업들과 협업함으로써 기존에 수행했던 얼리어답터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더 큰 역할, 특히 혁신을 일으키는 창조적인 역할을 더 많이 맡게 되길 바라본다.

 

생각해볼 문제 1

마니아와 함께정의하기를 위하여

● 우리 회사가 혁신의 목표와 성공의 비전을 정의할 때, 초대해야 할 마니아는 누구인가? 우리 브랜드의 마니아와 우리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 관련 마니아 중에 누가 더 혁신을 정의할 때에 의미 있는 의견을 줄 수 있을까? 왜 그런가?

● 초대해야 할 마니아들과 우리 회사는 현재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이들 마니아에게 우리의 혁신 계획을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을 만큼 돈독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는가? 아직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신뢰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 2

마니아와 함께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 우리 제품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색다른 대상자는 누구인가? 또한 우리가 가진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우리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대단한 대상자는 누구인가? 이들 대상자로 고려할 수 있는 마니아들은 누구인가?

● 마니아들을 통해 통찰을 얻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아니면 조용히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어디에서 인터뷰 혹은 관찰을 하는 것이 가장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 3

아이디어를 마니아와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 우리 회사가 진행할 아이디어 회의에 초대하고 싶은 마니아는 누구인가? 어떤 종류의 마니아가 우리 임직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롭고 영감 있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 우리 회사 직원 중에는 특정 분야에 조예가 깊은 마니아가 누구인가? 그 직원들이 혁신 프로젝트와 관련이 적더라도 그들을 아이디어 회의에 초대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그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데에 있어서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 4

핫 숍과 마니아, 그 활용방안

● 핫 숍에 믿고 초대할 만한 단골 고객들 혹은 우리 브랜드 마니아들이 있는가? 핫 숍을 몇 차례 반복해서 수행할 만큼 충분한 수의 브랜드 마니아들이 있는가? 브랜드 마니아들을 더 늘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 우리 브랜드의 마니아들은 왜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가?

● 우리 브랜드를 자기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니아들을 더 늘리기 위해서 지금 즉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가?

 

생각해볼 문제 5

‘덕업일치’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 우리 회사 직원 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가진 마니아들이 많이 있는가? 더 많은 마니아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사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 우리 회사에서 근무 중인 마니아들이 더 행복하게 오래 근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마니아들이 장기간에 걸친 경력 개발 계획을 세울 때, 걱정하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Practitioner’s tip

마니아를 활용한 혁신전략 실무적용 팁

● 마니아와 함께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 프레임워크를 활용해서 혁신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마니아와 협업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 협업해야 할 마니아들을 찾고, 이들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다 다양한 마니아들과의 협력을 추진해 좋은 마니아들을 충분히 확보한다.

● 뛰어난 마니아들은 직원으로 채용한다. 채용을 방해하는 직무 체계와 경력 개발 경로가 존재한다면 마니아들에게 맡게 개정한다.

 

김경훈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linkedin.com/in/HarrisonKim

 

김경훈 상무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필립스, 인터콘티넨털호텔그룹,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과 제품,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서울 사무소의 Sales Operations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 김경훈 김경훈 |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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