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디자인 툴킷
Article at a Glance
현장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이 어느 임원의 말보다 강한 권위와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디즈니의 동물 테마파크 기획자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벵갈 호랑이 한 마리를 회의실 안에 들여오기도 했다. 공감디자인을 위해서는 확산과 수렴적 사고가 필요하며, 다음의 6가지 생각도구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 코드: 사용자 문화코드로 채널을 돌려라 2. 관찰: 익숙함 속에 가려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라 3. 소통: 고객 자신도 모르는 본능과 감성에 교감하라 4. 통찰: 의미를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 5. 발상: 호기심과 열정으로 창조적 엉뚱함을 구상하라 6. 콘셉트: 상품을 하나로 꿰뚫어 고객과 연결하라 |
1평(3.3m2), 대한민국 직장인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의 넓이다. 잘 정돈된 책상, 안락한 의자,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숨겨진 정보도 순식간에 훑어내는 컴퓨터. 혁신의 방향과 크기,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도 이 1평의 작은 공간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과 의사결정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자 마법의 공간과도 같다. 이곳에서 고객들이 사용할 상품의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마케팅 방안을 기획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매일 숫자로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1평은 현실 왜곡의 공간이기도 하다. 해당 상품을 사용할 진짜 고객이 아닌 기획자의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책상 고객’을 매일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획-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상품 생산의 복잡한 여정, 그에 따르는 고객 정보의 계층구조(hierarchy) 때문에 조직의 상층부로 갈수록 점점 진짜 고객과 멀어지고 압축된 데이터, 즉 책상 고객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림 1)
이제 기업은 책상 고객은 그만 만나고 시장의 진짜 고객과 소통하는 공감디자인으로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해야 한다. 혁신 실현의 핵심은 ‘사용자 공감’과 ‘강한 실행력’이다. 특히 사용자 공감은 기획자나 의사결정자가 당연함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인사이트, 통찰의 힘>에서 다룬 비즈니스 혁신에 있어서의 공감디자인의 필요성과 그것을 실현하는 6가지 생각의 툴킷을 소개한다.
“15년 만에 고객을 처음 만나요.”
필자가 처음 사용자 중심의 혁신 업무를 맡은 후, 상품기획 부서의 담당자와 함께 고객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3시간에 걸친 인터뷰와 관찰을 마치고 집을 나설 때, 그 담당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15년간 서비스 기획을 해왔는데, 고객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고객이 했던 말과 행동들 하나하나가 새롭고 무척이나 흥분되네요.”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혁신하기 위해 먼저 사람을 보자’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식상하고 낡은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여전히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명제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고 늘 일등석만 이용하는 항공사의 경영자, 스탠더드 룸에서 묵어본 적이 없는 호텔의 사장이 이코노미 클래스나 스탠더드 룸 상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른바, ‘일등석 딜레마’는 수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직면한 현실이다. 의사결정자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들 역시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의 과정 없이 자신의 경험이나 감, 수치화된 정보에만 의존해 상품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이노베이션 컨설팅 업체 ‘점프’의 CEO 데브 팻나이크는 저서 <와이어드>에서 디즈니 동물의 왕국(Disney’s Animal Kingdom) 사업을 진행했던 리드 디자이너 조 로드(Joe Rohde)의 일화를 소개했다. 디즈니 동물의 왕국은 1998년 플로리다에 문을 연 동물 테마파크다. 사업 추진 당시 로드는 투입비용 대비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동물원 사업 계획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과연 사람들이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할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경영층의 회의적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그는 사업제안서 발표 도중 회의실 문을 열고 집채만큼 큰 벵갈호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난생 처음 울타리 없는 공간에서 호랑이와 마주친 사람들은 우왕좌왕 혼비백산했다. 큰소리로 으르렁 거리며 머리를 자신에게 비비는 호랑이를 바라보며 디즈니 CEO인 마이클 아이즈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겠소.”
아이즈너는 책상에 앉아 수많은 분석보고서를 검토했지만 고객들이 진짜 맹수를 접하면서 느끼게 될 박진감 넘치는 경험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사회의 승인 후 동물의 왕국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으로 발전했다. 조 로드가 이렇게 경영층을 설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며 현장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경험적 직관이 있었다. 사람들이 야생의 동물과 교감하면서 느끼게 될 새로운 경험과 사업적 기회를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압축된 숫자가 아니라 맹수를 직접 만나게 하는 체험의 압축 방식으로 청중을 공감시킨 것이다.
숫자로 압축된 고객과 시장의 정보는 완벽해 보일 때가 많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사용자와의 공감적 통찰을 통해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수치화된 시장 정보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고객의 욕구를 통찰하고 그것을 미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공감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
공감디자인의 의미와 3가지 영역
공감디자인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의 큰 범주에 포함된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은 ‘사용자 공감의 철학과 방법론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창의적이고 담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생각도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감디자인 역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자나 디자이너, 의사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사용자 중심의 마음가짐과 생각의 툴킷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디자인은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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