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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iz

강제로 만든 ‘잔인한 푸아그라’ 대신, 자연방목으로 ‘시장파괴적 혁신’을 이루다

문정훈 |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에두아르도 소사는푸아그라생산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파괴적 혁신을 이뤄냈다. 먼저가바주라고 하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생산 공정을자연 방목이라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파괴하고 있다. 또 소사 씨는 결과적으로 그의 제품을 소비자 마음속의 하이엔드 영역에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소사 씨는윤리적 제품이라는 유행병과 같은 마케팅 메시지를 거부하고자연의 제품이라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매우 명쾌한 메시지를코어 아이덴티티로 잡았다. 이를 통해 윤리성이라는 확장 아이덴티티까지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고안한 파괴적 혁신 이론은 하이테크 산업이나 IT 산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파괴적 혁신은 하이엔드 제품 시장에 로엔드 제품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다가 결국 시장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바꿔 나가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론은 실은 고객이 가장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와 디지털카메라는 흔히 파괴적 혁신의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되곤 한다. 그렇다면 로테크로 알려져 있는 농업이나 식품 산업에서는 이런 파괴적 혁신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까?

 

2015 620일 필자는 스페인 남부 세비야(Sevilla)에서 북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벗어나 스페인의 가장 오지인 엑스트라마두라 지방으로 진입했다. 도로도 좋았고 주변 산악 지형도 아름다웠지만 분명히 오지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살짝 긴장감이 돌았다. 포장된 도로가 끝나고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시골길에 진입했다. 나는 세계 최고의 푸아그라(Foie Gras)를 생산하는 에두아르도 소사(Eduardo Sousa) 씨의 농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푸아그라는 캐비어, 송로버섯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식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푸아그라는 비싸고 맛있다. 그리고 잔인하다. 그래서 죄책감이 든다. 푸아그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거위의 위에 강제로 철제 호스를 끼워 넣고, 거기에다가 끊임없이 사료를 밀어 넣어야 한다. 게다가 암컷 거위가 생산하는 푸아그라는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암컷은 병아리 시절에 살처분된다. 좁은 케이지에서 강제로 사료를 먹으면 간에 지방이 쌓이며 붓기 시작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방이 쌓이면 간에 화학적 변이가 오며 풍미가 극대화되는데 그것이 바로 푸아그라다. 거위의 간이 정상보다 10배가량 커지면 그때 도축한다.

 

이런 잔인한 사육 기술을 가바주(Gavage)라고 하는데, 이 기술은 무려 기원전 2500년에 개발된 것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고안해냈다. 가금류에 강제로 먹이를 먹이면 간이 급속도로 부풀면서 화학적 변이로 독특한 풍미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기술의 내용은 이집트 고대 벽화에도 그림으로 남아 있다. 또한 이 기술은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유럽 본토로 전달된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푸아그라의 75%는 프랑스산이다.

 

각국의 많은 미식가들은 푸아그라를 사랑하며 비싼 돈을 주고 푸아그라를 식재료로 한 요리를 사먹지만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수 유럽 국가들은 이 가바주 기술을 적용한 푸아그라 사육을 잔인성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푸아그라 생산 업체, 농장에서는 이런 잔인한 방식으로 푸아그라를 생산해 낸다. 딱 한 곳만 예외다. 바로 내가 방문하고자 했던 스페인의 평범한 농부, 에두아르도 소사 씨의 농장이다.

 

 

소사 씨 농장의 거위들

 

소사 씨의 농장은 스페인의 오지라 할 수 있는 엑스트라마두라 주의 한 귀퉁이에 있다. 농장은 가족농 수준이고 19세기 초반부터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다. 푸아그라란 무릇 가바주 기술로 제조한 식품이라는 인식을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 그렇게 잔인한 방법이 아니어도 푸아그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농부다. 이 혁신은 스페인 오지의 한 농부가 방송에서 나와서 한 말이 아니라 뉴욕의 스타 셰프인 댄 바버(Dan Barber) 2008 TED에서 자신이 소사 씨의 농장에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댄 바버의 레스토랑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소사의 농장에서 공급한 푸아그라를 먹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모래 먼지를 뚫고 찾아간 소사의 농장은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고 있었다. 소사 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의 농장은 집 한 채와 드넓은 대지가 전부였다. 나는 가바주를 대체한 혁신적 기술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그는 그의 집 앞에 펼쳐진 대지를 손으로 가리키며거위들의 호텔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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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훈

    문정훈moonj@snu.ac.kr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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