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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괴 전략 시리즈를 시작하며

김남국 | 184호 (2015년 9월 Issue 1)

 

 

DBR은 이번 호부터 전례 없는 시도를 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우선 DBR은 지금까지 업종 특화된 콘텐츠를 잘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정 업종에 국한된 솔루션을 제시하면 해당 업종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호부터 과감하게 특정 업종을 주제로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합니다.

 

또 지금까지 DBR은 여간해선 한번 다뤘던 스페셜 리포트 주제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또 특정 주제를 시리즈로 다룬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례를 깨고 하나의 주제를 다섯 차례나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번 호부터 총 5회에 걸쳐 주요 업종별(ICT·미디어/물류·유통/환경·보건/금융/제조업) 디지털 파괴 전략(digital disruption strategy)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틀을 깨기로 결심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입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경영환경은연속적(continuous)’인 것이 아니라단속적(discontinuous)’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와 규제완화 등으로 경쟁을 가로막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정보기술 혁명으로 새로운 가치창출 방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승자독식 경제가 펼쳐지는 가운데 기존 경쟁우위의 원천은 빠르게 부채(liabilities)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요지에 자리 잡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점, 유통사의 매장은 과거 경쟁우위의 핵심 원천이었지만 지금은 전략적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ies)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이런 상황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을 따더라도, 대학교수로 임용되더라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인 여러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파괴입니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초연결성으로 인해 기존 비즈니스 관행이 해체되고 가치사슬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수많은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은 데 이어 IoT O2O 등 새로운 사업 모델들은 거의 모든 기업에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향후 10년 안에 이런 흐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기업은 몰락할 것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한 기존 기업이나 신생 기업으로 생태계가 새로 짜여질 것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 기존 강자, 그리고 덩치 큰 거대기업들은 더 불리합니다.

 

이번 기획과 관련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업종 특화된 콘텐츠를 다루지만 업종 중심의 사고를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업종이 설령 조선업이나 유통, 에너지 분야라도 ICT와 미디어 산업 관점에서의 고민과 접근법이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계를 넘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구글이 에너지 관리나 보험, 운송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마당에 업종에 국한된 사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업종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는 것은 특정 업종에서의 아이디어가 다른 업종으로 스며들어가 혁신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업종 혹은 사업부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 효과적인 디지털 파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스페셜 리포트와 달리 이번 기획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솔루션, 즉 자세한 템플릿이나 툴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안 모색이 목적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기 위한 어젠다를 던지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마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격변하는 상황에 대한 학문적 정리가 이뤄질 것입니다. 물론 그때까지 기다리는 조직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고민하면서 행동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변화의 속도와 양상은 너무나 빠르고 시장에서 통하는 사업모델을 선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스페셜 리포트를 정독하시면 현재까지의 디지털 파괴 전략과 관련한 논의 가운데 이번 DBR 콘텐츠가 가장 깊이 있고 앞서 있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를 바탕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혁신을 선도하기를 기원합니다.

 

 

김남국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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