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파괴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고객의 ‘열망지도’를 통찰하라 경계 없는 이 시대, 활로가 보인다

179호 (2015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많은 기존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당면 과제를 안게 됐다. 경계가 사라질수록 기업은 고객의열망지도를 펼쳐놓고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이 돼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경계를 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 중심으로 통찰하는 힘이다. 고객은 기술보다는 제품을, 제품보다는 효용을, 효용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산다. 경계 붕괴 시대에 번성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자신이 무엇을 팔아야 할지를 명확히 인식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능력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현재 기업은 교과서에 안 나온 부분에서 출제된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수험생처럼 쉽지 않은 도전과제를 받아든 상황이다. 과거에는 명확히 구분되던 것들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경계융화, 또는 빅블러(Big Blur)라고 한다.

 

경계란 우리가 명확하다고 분리하던 인식상의 분리선이다. 그러나 IT융합으로 산업 경계가 무너지는 측면만 보면 기술 혁신으로 인한 변화밖에 보지 못한다. 이 외 다양한 경계들이 파괴되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

a. 기존 관념: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 경계는 명확하다.

b. 최근 변화: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 경계가 이전처럼 분명하지 않다. 소비자가 기업의 프로세스에 깊이 참여하고, 기업은거래가 아닌관계를 위해 대화한다.

 

2)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경계

a. 기존 관념: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간의 시장 경계는 명확하다.

b. 최근 변화: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간의 시장 경계는 이전처럼 분명하지 않다. 오픈 소스 경제에 의한 생산혁명,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플랫폼 경제에 의해 작은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서 큰 기업들도 이루기 힘든 일들을 이뤄 나가고 있다.

 

3)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간의 경계

a. 기존 관념: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간의 경계는 명확하다.

b. 최근 변화: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간의 경계는 이전처럼 분명하지 않다. 제품과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융합이 일어나면서 주 제품과 보완재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는 시장 거래의 주체, 규모와 제공방식에서 동시에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프레임을 내려 놓고 큰 흐름에 주목하며 새로운 혁신에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위협이 될 만한 비즈니스 모델(BM)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실제로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기업의 시장 재정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후발자는 니치시장 탐색과 공략을, 선발자는 독점력을 높이고 기존 자원과 역량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한다.

 

기업 평가 가치로 신생 기업 중 최상위 그룹에 랭크된 우버(Uber)택시1 의 성공은우버 방식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특정 시점에 노동력이 필요할 때 다른 이들이 공급자로 나설 수 있게 중개해주는 것을우버 방식이라 부를 정도다. 이를테면 워시리(Washly)라는 서비스는세차계의 우버로 불리고 있다. 핸드폰을 통해 주차한 위치와 차량 번호, 원하는 세차 시간 등을 남기면 제휴된 지역별 전문 세차 요원이 나타나 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무공간을 서로 빌려 쓸 수 있게 한 피봇데스크(PivotDesk) 서비스를사무실계의 에어비앤비라 부르기도 한다.

 

 

BM 1거래장벽 - 중개 플랫폼 (양면시장형)

우버 택시와 에어비앤비의 공통점은 공유경제로 불리던 비즈니스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기업은 중개 플랫폼으로도 부를 수 있는데 이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자 집단과 공급자 집단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탐색 비용이 높거나 거래가 일어나기 어려운 장애 요소가 있던 거래 장벽을 제거하는 역할을 이러한 중개 플랫폼이 담당하게 된다. 구매자와 공급자에 해당하는 두 개의 고객 그룹을 상대하기 때문에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많은 경우 이러한 중개 플랫폼이 주도하는 방식은 거래 효율성을 높인다.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외형적으로는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공급자 그룹은 중개 플랫폼 내에서의 경쟁과 많은 구매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통상적으로 가격 인하를 받아들이고 그 와중에 차별화를 꾀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중개 플랫폼 너머에 있는 공급자와 경쟁해야 하는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양면시장은 소수 선두 공급자 집단의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다수의 중소 공급자 집단에 대한 탐색과 거래, 신용도 확인이 용이해짐으로써 선두 공급자의 규모와 거점 확보에서의 경쟁 우위를 약화시킨다. 특히 다수의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은 선두 공급자가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기존 공급자 집단은 명성을 활용해 대응하며 중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커뮤니티를 매개로 결속하고 구매자 집단과 연결한다.

 

 

 

 

 

BM 2제품 보완재 관계 - 교차 보조금 (Cross-Subsidiary)

교차 보조금 비즈니스 모델이란 두 개의 제품(또는 서비스)이 서로 연결된 구조로 시장에 제공되는 가운데 하나의 제품이 나머지 제품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희생하는, 즉 보조금을 주는 사업 구조를 의미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발생하는 배경이 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면도기 제조사인 질레트부터 정수기 업체, ICT 분야의 대표적 기업인 미국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의 샤오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초기 앱스토어는 수익을 주로 내는 아이폰의 가치를 높여주는 보완재 역할로 활용됐다.

 

중국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점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서비스/소프트웨어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서비스/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채널의 역할이 더 강하다. 따라서 샤오미의 경우 주 제품인 스마트폰보다는 보완제품인 서비스/소프트웨어가 주 수익원이며 전통적인 면도기-면도날 모델2 을 채택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1 32억 달러에 인수한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 네스트(Nest)랩은 지능형 실내 온도조절기를 판매한다. 이는 밖의 시간과 날씨에 따라 해당 주택 거주자들이 온도를 바꾸는 패턴을 학습한 뒤 나중에는 알아서 스스로 실내 온도를 최적화한다. 네스트는 지역 내 전력회사와 협력해 여유 전력이 줄어들 때에는 에너지 사용을 그에 맞게 조절하는 전력수요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 현재 17개 전력회사와 제휴해 서비스 중이며 전력회사들은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 네스트 기기를 무료 제공하는 식으로 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다. 이 경우 전력수요 관리 서비스가 기기의 강력한 보완재로 작용한다.

 

교차 보조금 모델도 기존에는 면도기 제조사가 면도기와 면도날을 같이 취급하는 것처럼 통상적으로 기존 시장의 경쟁 범주 내에서 이해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제품-보완재 관계가 다양한 업종에 걸쳐 다양하게 모색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등 이종의 역량을 활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경계를 넘는 역량을 갖춘 기업과 갖추지 못한 기업 간의 경쟁력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BM 3구매 지불 관계 - 설치기반 임대(Install-Based Lease)

설치 기반 임대 모델은 교차 보조금 모델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양에 따라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는 과금 방식(Pay-Per-Usage)을 채택했다는 특징이 추가돼 있다. 이러한 설치 기반 임대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적인 가치는 고객에게 효용이 발생한 시점에서만 고객에게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통 제조업체로 이 모델을 채택해 성공한 케이스로 공구 제조업체인 힐티(Hilti)와 엘리베이터 제조기업인 코네(Kone)를 들 수 있다. 힐티는 고객이 공구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구를 이용해 구멍을 뚫는 것이 최종 목적임을 깨닫고 공구는 저가로 빌려주면서 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한다. 코네는 엘리베이터를 저가로 신축 건물에 설치해 준 후 엘리베이터 운행 횟수에 따라 입주자들에게 사용료를 청구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부담이 적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용이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을 미리 제공하고 사용량에 따라 나중에 대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현금흐름을 맞추기 위한 자본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설치제품이 나중에는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만들어내는 파이프라인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좋다. 여기에 또 하나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은 고객과 계속 연결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와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온라인 비디오 대여업체인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가 이러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BM 4고객 관계의 벽 - 커뮤니티 기반(Community-Based)

커뮤니티 기반 모델이 온라인 카페와 다른 점은 커뮤니티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에 기업이 판매하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의 이점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빠르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불만의 확산 또한 일정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샤오미의 팬을 뜻하는미펀 커뮤니티의 경우도 이러한 브랜드 충성을 이끄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델이나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도 고객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다양한 선도 사용자(Lead User)들의 아이디어를 얻어 기업 현장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업 생산(Collaborative Production) 모델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무색케 하는 모델이다. 여기서의 협업은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것, 소비자 커뮤니티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을 포괄한 의미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소셜 상품 개발 플랫폼인 쿼키(Quirky)처럼 사람들의 발명 아이디어를 접수 받아 실제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쿼키는 대중이 올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구부러지는 멀티탭, 케이블 선 정리기 등 300여 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또 로컬모터스(Local Motors)처럼 혁신적인 차체 디자인을 외부 디자이너들로부터 공모한 후 여기서 나온 최종안을 제품으로 제작, 판매하는 모델도 같은 종류다. 고객 커뮤니티의 역할은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 위치한다. 생산에서 주로 소비자의 힘을 빌리지만 커뮤니티 안에서도 수요 조사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팔릴 만한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의 열망지도를 찾아라

지금까지 살펴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기존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를 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업계에서 닳도록 알려진 표현인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란 말은 기존의 업종 구분법에 따르면 이질적인 두 객체가 열망(desire)까지 되집어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림 5)

 

 

 

 

 

여기서 피라미드의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고객이 원하는 바는 구체적이면서 특정 해법(솔루션)을 이미 정한 상태가 된다. 쿠션감, 반발력이 좋은 운동화를 찾고 있다고 했을 때 목적은기록 향상에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기록 향상과 일상의 도전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성취감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운동화를 찾는 고객의 최종 목적이 된다. 피라미드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좀 더 추상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목적을 보여준다.

 

실제로 업() 자체는 내가 취급하는 제품과 공급망의 속성, 중장기적인 핵심 수익원 등 여러 가지 각도에서 모색될 수 있다. 필자는 업의 정의를내가 어느 수준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로 해석했다.

 

경계가 사라질수록 기업은 고객의열망지도를 펼쳐 놓고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열망지도의 하단에서는쿠션감이 좋은 운동화라는 기능적 가치를 제공하는 데 그치겠지만 상위로 올라가면성취감이라는 근본적 열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물론 열망지도 상단에는 그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운동화의 예만 놓고 봐도 열망지도의 상단에 있는성취감이라는 추상적 목표는 운동말고도 공부, 여행, 게임 등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경쟁의 범위가 확대되는 대신 시장 자체가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세계에서 최고로 쿠션감 좋은 운동화를 만든다면 그 기업이 개척할 수 있는 최대의 시장은 쿠션감이라는 하위 욕구를 가진 고객의 총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고객이 얻고자 하는 이면의 열망인 성취감은 하부 욕구인 쿠션감, 반발력, 신체 활동, 기록 향상, 일상의 도전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들에 일관성과 의미를 부여하기 쉽다는 장점도 갖게 된다. 조직원들이 하는 연구활동, 생산 및 홍보 등의 활동이 고객의 최종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용도로 정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으로 봐야 경계를 넘을 수 있다

경계를 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 중심으로 통찰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영역은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고객-문제-해법-공감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우선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를 포착하거나 새롭게 규명해야 한다. 해당 고객층이 내 사업의 거점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해당 고객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의 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것이 고객의 상위 열망과 연결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일 수 있지만 해당 사업을 이루는 데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일들은 과감히 배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핵심고객이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고객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오류가 발생하면 이후에 진행하는 기업의 혁신 노력 자체가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 자체가 혁신 기업들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아직 세상에 없던 시기에 잠재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물으면자동차’(해법)를 원한다고 답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지치지 않고 달리고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는마차를 원하는 사람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고객에게해법이 아닌문제를 물어야 하는 이유다.

 

해법(제품/서비스)을 전개할 때에도 고객의 문제를 풀기에 더 나은 방법, 이왕이면 기존의 통상적 접근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양과 기능은 다르지만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는 제품/서비스 등의 대안재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비교우위까지 염두에 두고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러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출발하는 인사이드아웃(Inside-Out)과 고객 입장에서 출발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방식으로 나눠진다. 위에 표현한 방식은 고객의 문제 발견에서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므로 전형적인 아웃사이드인 관점이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는 이러한 아웃사이드인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관점을 전략적으로 채택해야 한다.

 

고객 관계의 벽 허물기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주목할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기업이 거래가 아닌 관계적 측면에서 소비자(또는 기업고객)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이해했다면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가장 쉽게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이 고객 참여형 커뮤니티 구성이다. 고객 커뮤니티는 불만사항을 올리고 콜센터가 응대하는 소극적 의미의 고객관리와 달리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고객을 통해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 관계 관리다.

 

 

 

 

 

회사 내의 연구개발은 산업 내 전문가들이 주로 담당하지만 고객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경우 타 산업의 전문가를 소비자 관계를 통해 활용할 방법이 생긴다. 기업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미국의 크라우드소싱 전문 기업 이노센티브(InnoCentive)3)에 따르면 보통 한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른 업종에 있는 전문가를 통해 찾는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종 업종에 있는 전문가들이 포함된 소비자 커뮤니티는 기업이 고객의 문제를 찾거나 해결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3)2001년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세워진 연구개발(R&D) 포털 전문 기업.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Eli Lilly)가 세계 정상급 과학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R&D 비용과 제품 개발 기간을 줄여보겠다는 목적으로 세웠음. 이노센티브의 주력 사업은 크라우딩소싱으로도 불리는문제의 집단 해결서비스. 정부나 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사이트에 올리고 현상금을 내걸면 전 세계 지식인,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문제 해결에 도전함.

 

 

그러면 고객 커뮤니티에는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대해야 할까. 제품 아이디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도 사용자는 그중 소수다. 하지만 나머지 고객들도 해당 아이디어가 수요가 존재하는지, 또는 개선될 부분은 없는지를 같이 검토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요한 존재다. 상대적으로 의견 개진에는 소극적인 고객들도 실제 제품이 출시됐을 때에는 가장 먼저 매장에 달려가 제품 구매에 나설 수 있다. 최근 레노버가 전시회 행사에서 맨 앞줄에이라 부르는 고객들을 앉히고 배려한 것도 고객 커뮤니티 전략의 대표적 단면이다.

 

제품의 용도적 벽 허물기

기업이 만든 제품은 고객의 특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는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 일부에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열차라는 교통 서비스는 고객이추억에 남을 좋은 여행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 관점에서는 이를고객의 서비스 여정을 다시 재조명하고 들여다보라고 표현한다.

 

단품으로서 한정적인 용도를 가지고 있던 제품이라면 이를 고객이 사용 전후에 어떠한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위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솔루션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솔루션화는 보완재 관계의 규명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주 제품은 보완재와 함께 있을 때 가치가 더 올라가는 특성을 가진다. 보완재는 이처럼 그 자체로 기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며 제품 수익모델을 여러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이라면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개념이다.

 

특히 요즘은 기업이 자신의 분야가 다른 산업 분야에 속한 보완재를 만들거나 이를 제공할 수 있는 보완재에 해당하는 기업과 제휴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는 하드웨어 제조를 아웃소싱한다. 전기차 생산기업인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무료 전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는 제품의 용도적 한계를 긋기보다는 고객이 어떤 상위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에 우리 기업의 제품이 일부 쓰이는지를 살피고 이를 새로운 제품 개발 및 시장 접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고객 고충의 벽 허물기

고객 고충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해당 고충은 우리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고충, 또는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고충일 수도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일반적으로 겪는 두 가지 문제인 거래 장벽 및 구매지불 관련 문제를 푸는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거래 장벽의 경우는 공급자 또는 수요자 입장에서 탐색 비용, 거래 비용, 신뢰 구축 비용이 높은 영역이 있는지를 살피고 해당 비용을 제거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하는 것이 주된 방법일 수 있다. 구매 지불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이고 효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의 수익원인 제품 판매 방식을 설치 후 사용료 징수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힐티, 코네, 보잉, 다임러 등의 사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율 이동형 무인자동차가 대세로 인정받게 되면 이제 기업들은 차를 판매하기보다는 이동성(Mobility)을 파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야 될지 모른다.

 

거래, 지불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객 효용이 발생하는 시점과 지불의 시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객 효용은 제품에 우선한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거래의 관점에서는 기존 기업의 경우 양면시장 중개 플랫폼을 소싱 측면과 고객 개발 측면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혁신기업으로 화제가 된 와비파커(Warby Parker)는 안경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기로 했다. 여기서 부딪히는 거래의 장벽은 안경이라는 제품 자체가 직접 착용을 해보며 어울리는지를 봐야 한다는 점과 시력 측정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온라인에서 하기 어려운 이 작업을 와비파커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선택한 다섯 개의 샘플 안경을 직접 보내주고 이 중 하나를 고르게 한 후 반송을 하면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공정을 택하면서 해결했다. 안경 도수는 안과 등 측정기관에서 측정한 결과 값을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 입력하도록 했다.

 

고객에서 출발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재구축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의 중심은 고객에 있다.

 

보완재는 산업 내, 또는 산업 간 관계에서 확보할 수 있으며 이때 핵심 기준은 기업이 자신의 업()을 무엇으로 규정하는지다. 샤오미가 자신을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하고 테슬라자동차가 자신의 업을 배터리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혁신업으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이 주력 제품이고 본질이라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이는 조금만 더 생각하면 기업의 비전과도 직접 연결되는 개념이다. 보완재와 기존 제품을 묶어서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혼자 모든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협력자(또는 보완자)를 통해 해당 보완재들을 구하고 전체 통합 솔루션의 모습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 요즘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다. 협력자와 함께윈윈하는 생태계 가치에 준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진화시켜 나가면 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고객 역시 기업의 이러한 가치 창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 항상 귀를 기울이면서 기업을 혁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는 실천적 프로세스는 무엇일까. 시장의 변화 또는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바를 포착하는 것과 이러한 발견이 실제로 유효한 것인지를 빠르게, 최소의 리스크를 안고 실험하는 자세에 있다. 이를 줄여서 포착과 실험(Sense & Experiment)이라 부른다.

 

포착은 제대로 된 시장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주 목적이고 실험은 해법의 유효성과 고객 문제의 실존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한 번의 프로세스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순환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처럼 고객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습관은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끊임없이 중단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객은 기술보다는 제품을, 제품보다는 효용을, 효용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산다. 경계 붕괴 시대에 번성하기 위해서 기업은 자신이 무엇을 팔아야 할지를 명확히 인식하며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조용호비전아레나 대표 brad.cho@visionarena.co.kr

필자는 동국대 산업공학과와 핀란드의 알토 경영대학 MBA를 졸업했으며 정부 관련 ICT 산업정책 자문위원,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오라클 코리아, 삼일 PWC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e비즈니스 및 모바일 신규 사업·기술전략 컨설팅을 담당했다. 2010년부터 플랫폼 전략, 비즈니스모델 관련 경영컨설팅 전문 업체인 ㈜비전아레나(visionarena.co.kr)를 설립해 대표 컨설턴트 및 BMF(비즈니스모델 포럼)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