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지현 SK 플래닛 실장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IT와 제조가 융합되는 ‘제조 3.0’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는 산업 간 경계의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더해 네트워크, 그리고 이들의 중심점에 자리 잡은 서비스 영역까지 영역 구분 없이 경계를 넘나들게 된 현 상황은 ‘provice(product+service)’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제품을 출시한 뒤에도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는 서비스 마인드를 탑재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해 탄생한 ‘완생’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생’인 상태로 출발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진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제조업에서 익힌 성공 공식을 완전히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남궁용주(이화여대 국제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만든 생태계의 영향력은 단순히 인간이 가상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린 데 그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사물들이 연결되고 제조와 생산 영역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왔다. 이 패러다임은 새로운 제조의 혁신을 목표로 IT와 제조가 융합된다는 의미로 ‘제조 3.0’으로 불린다. 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는 산업 간 경계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어떻게 산업 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2년 전 쓴 저서 <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를 통해 진단한 김지현 SK플래닛 커머스전략실장은 “당시에 진단한 현실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전방위적으로 경계의 붕괴가 일어났다”며 “이러한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 체질 개선을 주저하는 기업은 기술의 변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도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던 구글이 하드웨어 회사인 모토롤라를 인수하는 식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역이 붕괴되는 정도에 그쳤던 2년 전에 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네트워크, 그리고 이들이 구심점으로 삼는 서비스의 영역이 함께 무너지면서 특정 기업이 어떤 산업에 속하는지 규정하기가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실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모바일사업전략 이사로 근무한 바 있으며 현재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 <모바일 이노베이션> 외 47권이 있으며 사물인터넷 외에 모바일, O2O, 옴니채널, 핀테크 등 IT 기반의 신규 사업 전략과 혁신 등의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 SK플래닛에서 OK캐시백, SYRUP, 기프티콘 등 핀테크 관련 사업전략을 이끌고 있다.
위협적인 경계파괴 현상
IT 기업들이 타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충돌을 빚은 비즈니스에는 무엇이 있을까.
구글만 놓고 봐도 현재 버라이존과 AT&T의 망을 빌려 네트워크(통신업)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또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아이리버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 세계에 발을 들였다. IT 플랫폼의 구성요소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그림 1)와 이들이 구심점으로 삼는 서비스가 완전히 경계를 잃게 된 셈이다. 아마존은 Amazon payment를 통해 결제 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페이팔을 소유한 이베이는 PG(Payment Gateway)1 사업자이기도 하다. 구글월렛, 애플페이, 삼성페이, 스타벅스가 투자한 스퀘어(Square), 더 나아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은 모두 서로 결제 대행 시장 내 경쟁자다.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업계에서도 이런 경계 파괴 현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금융 당국이 카드사들의 부수업무 규정을 네거티브제로 전환하는 것과 발맞춰 오프라인 서점사업에 진출하기로 최근 발표한 것 역시 경계 붕괴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경계 파괴 현상은 IT가 주도하는 경계 파괴 현상과 크게 관련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업종에서도 위협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의 메가 트렌드일까.
2010년 이전 우리는 치킨, 족발, 피자를 시켜먹으려면 상가수첩이나 전단지를 보고 주문을 했다. 이 시장의 규모가 연간 8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스마트폰 속 배달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가수첩, 전단지를 제작하던 사장들은 갑자기 회사의 매출이 반으로 줄어드는 사태에 손을 쓸 시간도 없이 당하게 된 셈이다. 국내 배달앱 3사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2014년 매출액은 약 600억 원에 달하며 배달의 민족이라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월 500만 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전단지 제작 회사 사장님들은 스마트폰이 그저 다음, 카카오톡, 네이버, 그리고 삼성전자나 SKT 같은 기업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예상치 못했던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 2010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 눈여겨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초,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는 12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2014년 말 일본 라인과 함께 일본 배달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 음식 배달 시장이 발전한 한국의 시장 규모와 글로벌 진출의 기회, 다양한 배달 카테고리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둘 때 배달 앱의 기업가치는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기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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