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o-Zero Organization

요즘 대세는 콜라보레이션 늘 보던 우리부터 ‘협력표현법’을 배우자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사내 협업에 대한 오해 세 가지

1. 늘 보던 사람끼리 모여봤자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음

2. 일단 TFT만 만들어 놓으면 결과는 나오게 돼 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고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끝없이 반복하게 됨

3. 업무상 관련된 요청인데 상대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의도(intentions)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에 적절한 표현(expression)을 하지 않으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 협업의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상대편이 나의 의도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함.

 

편집자주

최근 콜라보레이션의 열풍에 힘입어 기업에서도 사내 콜라보, 즉 협업에 힘을 실어주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사내 협업에서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거둔 사람은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부서 간 장벽을 넘어 성과를 만들어 내는 협업의 기술을 실질적 툴과 함께 제시합니다.

 

‘콜라보’. 이종(異種) 간 협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에서 비롯된 이 표현은 요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을 꿰뚫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전성기에 비해 인기가 한풀 꺾인 가수 비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전히 뛰어난 그의 무대 퍼포먼스? 기획사의 언론 플레이? 정답은 한 네티즌이 만든 태진아와의 콜라보 영상이었다. 비의라송(La Song)’ 후렴구를 태진아의동반자와 절묘하게 연결시킨 이른바비진아영상은 순식간에 유튜브에서 조회 수 14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은 콜라보가 비에게 재기의 기회를 선사한 것이다. 지난 해 얻은 엄청난 인기 덕분에뽀로로를 제치고 단번에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타요버스역시 콜라보의 수혜자다. SNS를 통해 서울시에 전달된 한 주부의 아이디어가 버스 회사에까지 연계돼 뮤지컬, 해외 수출로까지 발전한대박상품이 됐다.

 

이처럼 연예계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최근 다양한 곳에서함께할 때 얻는 시너지를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쏟고 있다. 좋은 것이라면 놓치기 싫어하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콜라보 열풍에 힘입어 그간 당연하다고만 여겼던사내 협업에도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성과는 어떨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직장인 93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서 간 협업 점수는 100점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점으로 응답자의 65.3%가 개인 및 부서 간 이기주의로 인해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협업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내 정치 및 이해관계 때문에 타 부서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사회 전반에 콜라보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정작 콜라보가 가장 활발해야 할 직장 내에서는 왜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가상 기업인 ㈜튼튼오토 사례를 통해사내 협업에 대한 3가지 오해를 확인해 보고 조직 내 콜라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사내 협업에 대한 오해 1

늘 보던 사람끼리 모여봤자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자동차 위탁 생산 및 부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튼튼오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지속된 불황으로 인해 올해부터 튼튼오토는고객 다각화 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기로 했다. 각 팀에서 우수하다고 소문난 인재들만 모아 팀을 만들고 전용 회의 공간도 확보하는 등 TFT에 대한 전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늘 그랬듯이 이번 TFT도 처음에만 의욕 넘칠 뿐 나중에는 흐지부지 끝나 버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신입직원으로는 유일하게 TFT 멤버로 뽑힌 영업팀 방그래 사원은 사람들의 그런 무기력한 반응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다가온 TFT 발족식 겸 첫 미팅 날. 방그래는 입사 후 처음으로 출근하던 날처럼 긴장감과 기대에 잔뜩 부풀어 TFT 회의실을 찾았다. 들뜬 기대감도 잠시. TFT 팀장은 물론이고 멤버들조차 시간이 아깝다는 둥, 대충 하자는 둥의 반응을 보였다.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TFT 분위기에 당황한 방그래.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케팅팀 차 대리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방그래는 평소보다 더 밝은 톤으로 말문을 열었다. “차 대리님도 지원하신 줄은 몰랐어요! 저는 신입이라 안 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나 봅니다.” 방그래의 말에 차 대리는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지원? 각 팀에서 한 명씩은 가야 된다고 해서 그냥 차출돼서 온 거야. 대부분 그랬을 걸?” “? 왜죠?”라며 반문하는 방그래에게 차 대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해 봐, 그래 씨. 회사에서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끼리 머리 맞대고 앉아서 고민한다고 뭔가 색다른 게 나오겠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어차피 회사에서도 그렇게 큰 기대 안 한단 말이지.”

 

 

 

차 대리가 너무 염세적인 걸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전사적 전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사내 TFT 구축은 허울좋은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일반 직원들의 머리가 아닌 뛰어난 사업 감각을 가진 리더, 또는 외부 전문가로부터 나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힘을 모아도 전문가를 따라 잡을 수 없는 걸까? 여기 그 해답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금광회사인 골드코프(Goldcorp). 1999년 골드코프는 채굴량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금광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억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 온 유명 지질학자들은 정확한 금광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골드코프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전까지 기업 극비 사항으로 다루던 지질 자료를 웹사이트에 공개하고금 찾기 콘테스트를 연 것이다. 대회에 약 50만 달러라는 큰 상금이 걸리자 곧 전 세계에서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통계학 전공의 대학원생과 저명한 수학자는 물론이고 금 투자에 일생을 바쳤다는 중년의 직장인과 지리에 정통한 군대 장교, 심지어는 집안에 전해져 내려온 금광 위치를 알고 있다는 주부까지!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77명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110곳의 금광 위치를 제안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들이 제안한 곳 중 실제로 금이 발굴된 곳은 총 91곳으로 8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금광 하나도 찾지 못해 쩔쩔 매던 회사가 새로운노다지를 찾아내며 투자액의 6000배인 3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순간이었다.

 

 

이 사례를 들은 어떤 사람들은 반문할 것이다. 골드코프에 지원한 참가자들은평범한사람들이 아니지 않느냐고. 실제로 참가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었다. 그러나 분명 금광업에 관해서는 기초 지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보통의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질학자들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 명씩 있을 때는 평범했지만 여럿이 모여 만들어낸다양성의 시너지가 그 효과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 다수가 모여 만들어내는지혜의 힘은 전문가가 가진지식을 능가한다. 이를 경영학에서는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말한다.

 

 

일반인 다수가

 

모여 만들어내는

 

‘지혜’의 힘은 전문가가 가진

 

‘지식’을 능가한다.

 

이를 경영학에서는집단 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

 

이라고 말한다.

 

, 그럼, 다시 시나리오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차 대리 말처럼 정말 회사에서 늘 보던 얼굴들, 항상 같이 있었기에 서로의 수준을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의 결과밖에 얻을 수 없는 걸까?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걸출한 예술가들이 한꺼번에 배출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작업하고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며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었던 집단 지성의 문화가 창조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지식과 경험, 성향,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 간의 특별한 만남을 그저 그런 뻔한 모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우리 안의 고정관념인지도 모른다. 사내 협업이 가진 힘을 긍정하고 우리 조직에서 이를 발현시키기 위해 나부터 사내 협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내 협업에 대한 오해 2

일단 TFT만 만들어 놓으면 결과는 나오게 돼 있다?

 

냉소적인 차 대리의 반응에 한풀 더 기운이 꺾인 방그래. 그래도 기운을 내 국내외 동종업계 자료를 찾아 정리한 결과를 들고 TFT 팀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어진 TFT 팀장의 말은 예상 외였다. “이 미국 시장 조사 말이야, 작년엔가…. 전략기획팀에서 조사해 놓은 게 있을 걸? 그리고 이 중국 공장 건도 말이야, 우리 회사에서 2009년엔가 나갔다가 철수하고 들어온 경험이 있어. 해외사업팀에서 알고 있을 텐데. 아닌가? 그때도 TFT를 짰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애써 찾아온 자료에 부정적인 피드백만 이어지자 방그래는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제서야 TFT 팀장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TFT란 게 말이야, 팀장부터 시작해서 멤버가 그때그때 다르잖아? 일하는 스타일이 다 똑같지가 않다고. 뭐 그래도 일이야…. 결국 어떻게든 되게 돼 있으니까.”

 

협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두 번째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일단 모아 놓기만 하면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TFT 조직이 요즘엔 없는 회사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TFT를 넘어 CBT(Cross Business TFT), CFT(Cross Functional TFT) 등 기업별로 상세화된 표현도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효과도 그만큼 좋을까? 2013년 한국협업진흥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모든 TFT가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사적 과제 수행을 위해 TFT에 참여했던 사람 중 정작 가시적 성과를 거둔 사람은 10명 중 한 명꼴(13.1%)로 매우 적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협업을 이룰 수 있을까? 포장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포장이삿짐센터에서 4∼5명의 사람들이 와서 각각 한 명씩 거실, 안방, 부엌 등 구역을 맡아 짐을 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작업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우리집은 주방 짐이 제일 많은데, 왜 저긴 아줌마 혼자서 다 하시는 거지? 아이 방은 짐도 별로 없는데…. 주방을 도와서 같이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별별 생각을 다 하며 결국 업체를 잘못 부른 것 같다는 후회까지 하게 될 무렵, 이사 간 집에서 짐을 풀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가졌던 의문들이 조금씩 풀린다. 포장이사 업체 사람들은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역별 가장 효과적인 일 처리 방식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전문 역량에 맞춰 각자의 구역을 정해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집안 살림을 해 봐서 조리 기구, 주방용품 등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부엌을 책임지고, 크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하우를 아는 사람은 거실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언뜻 보기에는 두서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던 포장이사 업체의 일하는 방식은 사실 담당자 간 역할이 분명한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검증된 프로세스로 수행되고 있었다.

 

워크숍을 진행할 때 핵심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의를 시작할 때 조별로조장을 뽑는 일이다. 그리고 조장에게 박수를 보내며조에서 나온 결과물은 조장의 책임이다라는 엄포 아닌 엄포를 놓는다. 그럼 이상한 일이 생긴다. 쉬는 시간에 강사를 찾아와뭘 해야 하냐고 묻고, 쉬는 시간이 끝날 때쯤 되면 조원들을 찾아 헤맨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충한다고 해서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왜 이렇게조장이라는 역할 하나에 열성적 자세로 변한 걸까?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는 심리학적 이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링겔만 효과는 집단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는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학 때 조별 과제, 혹은 회사에서 TFT 활동을 할 때 인원이 늘어날수록 눈치만 보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던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지만 직접적인 방법이완장 채우기. 사람을 지정해 역할을 부여하면 그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TFT가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일하는 방식의 정의. 역할을 명확히 부여하는 것,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 기한을 정하는 것,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정의하는 것. 이 모든 일련의 활동들이일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을 하기 전 이것을 분명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게 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TFT만 만들어 놓으면 문제는 해결될까? TFT 팀장의 말처럼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방식이야 어찌됐든이라는 태도를 견지한 채로는더 나은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0년대 초 위기에 빠졌던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의 성공적 재기를 이끈 마쓰이 타다미쓰 회장은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일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야 말로 어느 시대에서든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다고 얘기한다. 협업의 노력을 성과로 연결시키는 힘도 명확히 정의된 프로세스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내 협업에 대한 오해 3

업무상 관련된 요청인데 상대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TFT 팀장으로부터 지난 TFT 결과물에 대한 정보를 얻은 방그래.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전략기획팀 공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 대리님, TFT 팀장님 지시로 그러는데 전략기획팀에서 작년에 미국 시장 분석한 자료 좀 확인해서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곧 보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던 공 대리는 어찌된 일인지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아무 말이 없었다. 차마 또 전화하기는 어려워 메일과 메신저, 핸드폰 문자, 심지어 SNS어제 말씀 드린 미국 시장 분석자료 오늘까지는 반드시 부탁 드립니다라며 연락해 봤지만 공 대리는 묵묵부답이었다. 3일째 되던 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방 그래는 공 대리의 자리에 직접 자료를 받으러 찾아갔다. 그러나 방그래를 발견한 공 대리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방그래 씨, 내가 노느라고 그럽니까? 요즘 M&A 투자건 땜에 매일같이 야근이라고요. 지금 그 자료 찾을 시간이 있겠어요? 누가 보면 맡겨놓은 거 찾으러 온 줄 알겠네….”

 

공 대리는 왜 죄 없는 방그래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한 걸까? 위 상황만 보면 공 대리가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체 왜 그랬는지 공 대리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자.

 

 

“저라고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3일 전에 갑자기 팀에 신규 M&A건으로 투자 타당성이랑 리스크를 분석하라고 긴급 지시가 떨어졌어요. 사전 자료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이번 주까지 검토를 끝내야 한다니 완전 비상이었죠. 이틀간 잠도 몇 시간 못 잤어요. 게다가 미국 시장 분석 자료는 제가 한 게 아니라 담당자를 찾아서 보내야 하는데…. 지금 우리 팀에서 그 얘기를 꺼냈다간 정말 싸늘해질 겁니다. 근데 방그래 씨는 메신저랑 문자로 자기 요청만 계속 해대니 미안한 것도 잠깐이지 나중에는 정말 짜증나더라고요.”

 

 

 

, 이제 다시 제일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아직도 공 대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느껴지는가? 타 부서와 협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직장인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모 마케팅회사에서 대기업 직장인 775명을 대상으로 201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81.4%가 협업 중상대의 태도때문에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무 관련 전문 지식 수준의 차이나 회사 구조적 이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중의 갈등이 이런소통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 답은의도(intentions)’표현(expressions)’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의 예로 풀어보자. 마 부장은 성과는 좋지만 평소 지각을 자주 해서 평가 절하된 무 대리가 늘 안타깝다. 오늘도 지각해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오는 무 대리를 보고 마 부장은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 부장은 곧장 팀원들 앞에서 무 대리를 불러 말했다. “무 대리, 자꾸 왜 그래? 회사가 동아리 모임이야?”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무 대리만 보면일은 됐고 지각이나 하지 말라는 둥그래서 학교는 어떻게 다녔냐는 둥의 잔소리를 반복했다. 무 대리의 얼굴이 침울해 보였지만 이게 다 그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좋은 의도를 갖고 한 이야기니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무 대리는 어땠을까? 평소 마 부장을 따랐던 무 대리였지만 오늘만은 마 부장이 정말 최악의 상사로 느껴졌다. 무 대리에게는 마 부장의 의도보다는 그의나쁜 표현이 더 먼저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한들 이를 전달하는 표현이 그것을 충분히 담지 못한다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소 귀에 불경 읽기나 다름 없다.

 

협업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직장인들이 타 부서에 업무 협조를 요청할 때개인적 일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다 회사 잘되자고 하는 일인데 내가 쩔쩔 매면서 부탁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쩔쩔매면서부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요청하고자 하는 내용에 담긴 좋은 의도에 걸맞은 좋은 표현을 써야 한다.

 

큰 그림을 함께 공유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인간은 납득의 동물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일에 대해서도 맥락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면 긍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방그래가 공 대리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상황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고객 다각화 전략 수립 TFT가 전사 차원에서 갖는 중요성, 공 대리가 주는 자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 대리의 책임감이 갑자기 극적으로 향상돼 만사 제쳐놓고 TFT 일부터 돕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방그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번은 더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협업 시에는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표현의 차이가 성과를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이우창HSG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wclee@hsg.or.kr

김지유 HSG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 jykim@hsg.or.kr

이우창 소장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캐나다 요크대 슐릭경영대학원(Schulich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 연구원을 시작으로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그룹장 및 IGM 세계경영연구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김지유 연구원은 서강대에서 독어독문학 및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R&D팀 연구원,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의 애널리스트를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