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미러리스의 추격자 전략
Article at a Glance-전략,혁신,마케팅
소니는 과거 워크맨, TV 등 첨단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러리스 카메라’가 소니의 대표주자가 됐다. 2010년 여름, 기존 DSLR 카메라 선도기업이었던 캐논/니콘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 시장을 ‘DSLR 시장’에서 ‘렌즈교환식 시장’으로 재범주화하고 자신의 기술력으로 ‘게임체인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선발기업과의 시장격차가 크고 추격 기업의 기술과 재조합 역량이 뛰어날 때 가능한 ‘경로개척형 추격자 전략’의 성공이라 분석하고 있다. 소니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파악해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경박단소하게 만드는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또 한번 통했다. 2) 빠른 신제품 출시를 통해 ‘계획된 진부화’에 성공했고 다양성 마케팅을 추진했다. 3) 후발기업의 우위를 적극 수용, 활용했다. 4) 외부 협력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개방적 마인드를 발휘했다. 5) 현지 마케팅에 대한 존중과 지원에 적극 나섰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상찬(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3학년) 씨와 유준수(서강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세기의 소니는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다. 마치 지금의 애플처럼 도도하게 놀라운 기술과 디자인·사용자경험(UI/UX) 혁신을 선도하며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소니를 전 세계의 혁신아이콘으로 만든 ‘워크맨’ 역시 소비자 조사도 매우 부정적이었고 내부 엔지니어들조차 출시를 반대했지만 당시 소니의 수뇌부가 성공을 믿고 밀어붙여 ‘단일제품 역사상 최고 성공작 중 하나’로 만들어 낸 케이스다.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故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떠오르는 일화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이 됐다. 더 이상 소니라는 회사를 보고 ‘선도 기업’ ‘글로벌 최고 전자기업’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1년 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안도 구니다케 소니 CEO는 “소니의 전자제품들을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다들 소니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10여 년간 소니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소니는 주력제품이었던 TV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넘겨줬고, ‘워크맨’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낸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서도 참패했다. 스마트폰시장에서마저 존재감이 없어졌다. 1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내린 소니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와 전망은 민망할 수준이 됐다. 2012년 초 S&P는 소니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제시했다. 무디스사는 2012년 가을 소니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까지 강등한 데 이어 2014년 1월에는 투기등급으로 내리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소니도 변신했다.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카메라와 이미지센서 기술을 가진 바로 그 사업부도 소니 영광 재현에 나섰다. 그들은 ‘선도자 시절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았다. 기꺼이 추격자가 됐다. 사실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소니의 기술력은 결코 얕잡아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LCD, 광학, 디지털 이미지 전환 등 첨단 기술의 총아인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아무도 그들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다.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로 구성된 이 시장에는 각각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그리고 DSLR만 해도 6∼7년의 역사를 가진 캐논과 니콘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양대 산맥의 아성에 도전하는 일은 무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소니는 2010년 아예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신시장을 창출했고, 2014년에는 DSLR을 포함한 국내 렌즈교환식 시장에서 캐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시즌인 12월과 1월에는 캐논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그림 1>을 보면 소니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던 2012년 이후 2년간 소니의 카메라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완만히 상승하고 있다. 분기별로 약간씩의 등락은 거듭하고 있지만 대체적인 영업이익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사업부의 매출액 자체는 같은 시기 동안 정체하거나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이 시기 소니 카메라사업부의 매출액은 2011년 7613억 엔이었고 2012년에는 7304억 엔으로 줄었다가 2013년에는 다시 7412억 엔으로 소폭 상승한다. 그리고 다시 2014년 7100억 엔으로 떨어진다. 정체 내지는 대체적인 하향세라 볼 수 있다. 이는 소니 카메라사업부가 ‘박리다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집중하면서 매출 자체보다는 영업이익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DBR Minibox’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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