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영어의 신시장 창출 전략

B2C로 신뢰 쌓고 B2B 시장 강자로 우뚝! “콘텐츠 검증이 먼저” 기업 공략 비법 따로 있었다

171호 (2015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운영

 

비즈니스 영어/글로벌 역량 교육업체 당근영어의 성공요인

1) 기업이 필요로 하는 영어 교육과 HRD(인사교육) 컨설팅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

2) B2C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B2B 시장을 공략하는 우회전략

3) 삼성전자 출신 창업자의 시스템·프로세스·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집착

4) 성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회사를 떠나라는, 가혹하면서도 수평적인 기업문화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백현(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회사에서 외국어 교육을 받아본 직장인에겐당근영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장난스런 이름이지만 이 회사의 성장세는 무섭다. 창립 14년 만에 연매출 2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전화로 배우는 영어회화 사업으로 시작했고 B2B 글로벌 역량 교육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는 매출의 약 65%가 전화영어 이외의 교육/컨설팅 사업에서 나온다. 해외파견 주재원 교육, 영어 협상능력 교육, 해외지사 회계관리 역량 교육, 신입사원 글로벌 역량 교육 등 외국어와 관련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2000년 당근영어(법인명은 캐럿코리아와 캐럿글로벌)를 처음 만들었을 때 노상충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3년 근무한 것이 직장경력의 전부인 스물아홉살 청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YBM, 파고다 등 영어교육 시장 전통의 강자들, 그리고 글로벌 영어교육 업체들에 맞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알아본 통찰력, 고객의 요구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했다. 또 직원 개개인의 성장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도 오늘의 당근영어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의 신시장 개척 비결을 알아본다.

 

영국에서 HRD 시장의 블루오션을 보다

 

노상충 대표는 숭실대 경제학과 90학번이다. ROTC로 군복무를 마쳤고 1996년에 삼성전자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선 기획 업무를 맡았다. 회사 전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신입으로서는 맡기 힘든 좋은 자리였다. 그러나 앞길이 정해져 있는 대기업 커리어에 답답함을 느꼈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점점 더 가지게 됐다.

 

마침 대학 재학 시절 친분을 쌓은 미국인 초빙교수가 워싱턴 주 휘트워스대(Whitworth University) 경영대학원 학장으로 부임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입사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 학장의 추천으로 휘트워스대 MBA 과정에 등록했다. 시애틀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스포캔(Spokane)이란 소도시에 있는 조용한 학교였다.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미국인들의 기업가정신을 경험하게 됐고 창업에 대한 꿈이 커졌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학년 졸업을 앞두고 MBA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한 컨설팅 프로젝트였다. 런던 근교 한국 대기업 A의 영국 법인에서 3개월간 머물 때였다. 이곳은 유럽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지역 본부였다.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약 20,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이 약 100여 명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현지 채용 직원들의 이직률은 연간 6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채용이 되더라도 선진국 업체에서 오퍼가 오면 바로 떠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컨설턴트의 시각으로 살펴보니 이직률이 높은 데에는 한국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들, 즉 매니저들의 태도와 역량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가 관찰하기에 주재원들은 한국식으로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몇 년 의무복무기간을 채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과는 잘 어울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국제 감각도 떨어져 외국인 직원들 위에서 효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또 당시엔 회사에 아직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주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빈약했다. 물론 나름대로 주재원을 파견하기 전에 몇 달 동안 교육을 시키긴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파견 대상자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전직 항공기 스튜어디스 등이 가르치는 이문화(異文化) 체험 교육, 서양 에티켓 교육을 듣게 하는 데 불과했다. 직무에 맞는 글로벌 스탠더드 교육은 미비했다.

 

노 대표는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 기업 주재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그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들에 맞춰졌고 문화적 소양은 전직 스튜어디스들 기준에 맞춰졌습니다. 어학능력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입니다. 또 비즈니스는 에티켓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협상, 리더십, 프레젠테이션, 글로벌 비즈니스 스탠더드 등 해외 주재원에게 필요한 다른 역량은 영어학원에서는, 혹은 에티켓 학원에서는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일반 영어학원은 해줄 수 없는, 기업의 업무에 맞춰진 비즈니스 중심의 영어, 글로벌 업무역량 교육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기업의 교육 컨설턴트가 돼 해외 업무를 맡을 기업인에게 꼭 필요한 글로벌 교육을 맞춤 설계하고 실제 교육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영어 강사들은 영어는 잘 가르치지만 비즈니스 실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HRD(인사교육) 컨설팅 회사들은 조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전략과 방향은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주진 않는다. 영어학원과 HRD 컨설팅 이 두 가지 역할을 함께해주는 회사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 아이디어였지만 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 지사를 내고 국제 거래가 많아지던 무렵이라 수요는 늘어날 것이었으며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다.

 

 

2000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온 노 대표는 그해 겨울 자본금 15000만 원으로 서울 상도동에 당근영어를 설립했다. 본인과 삼성 시절 동기, 선배 등 지인 3명의 돈이었다. 이 세 명의 투자자는 자문역인경영위원역할도 맡았다.1)

 

당근영어란 이름은 ‘carrot and stick(당근과 채찍)’이라는 영어 숙어에서 따왔다. 학습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motivation)를 해주는 당근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2) 또 당근이라는 단어의 친숙함과 오렌지색이 주는 열정적인 느낌도 노 대표의 맘에 들었다. 브랜드 이름을 왜 그렇게 유치하게 지었냐고 누가 핀잔이라도 주면미국엔 애플컴퓨터도 있다라고 말해줬다.

 

다만 회사 전체의 운명이 당근영어라는 말에 묶여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어교육 이외의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남겨둬야 했다. 그래서 전화영어 브랜드는 당근영어로 하되 법인명은 캐럿코리아로 지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 B2C 시장을 통한 우회전략

 

사업의 큰 목표는 기업의 글로벌 역량 개발 서비스로 잡았다. 그래도 처음부터 기업을 상대로 교육서비스를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접었다. 실적이 전무한 상태에서 B2B 영업을 해서는 고객인 기업의 HRD 담당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반 소비자는 몰라도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는 안 씁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문을 두드리면서 영업을 다닌다고 해서 사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 대표는 일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B2C 영어회화 교육으로 당근영어 브랜드를 알리고 인지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고 난 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B2B 시장에 진출하자는 우회 전략을 세웠다.

 

 

노상충 대표

 

물론 B2C 영어교육 시장 역시 포화상태긴 했지만 진입장벽이 낮았다. 또 당시 전 세계에 불고 있던 IT 버블과 닷컴 열풍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바로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영어 서비스다. 전화로 외국인이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전화영어 서비스 시장에서는피커폰등이 강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국제전화는 비용이 높았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고 대부분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을 강사로 고용해 통화를 시켰다. 국내 전화를 이용한다 해도 1년 가입비로 200만 원 가까이 내야 할 정도로 비쌌다. 그런데 그 무렵 닷컴 열풍을 타고다이얼패드등 인터넷 회선을 이용한 VoIP3) 전화가 개발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자회사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노 대표는 이 신기술을 이용하면 미국 등 현지 외국인과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는 전화영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노 대표는 우선 시중에 나온 다이얼패드 등 상용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을 잇는 전화영어 서비스를 시험해봤다. 그러나 음질이 생각만큼 좋지 않았고 접속도 불안정했다. 안정적인 통화 품질을 내야 하는 전화영어 교육 목적으로 쓰기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자체적으로 전화영어만을 위한 VoIP 시스템을 만드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를 위해 인터넷 벤처회사를 10군데 정도 찾아다니며 시스템을 설계하고 기술을 테스트했다. 노 대표 스스로도 서버를 조립하고 전화선을 묶는 등 기술자 한 명의 역할을 했다.

 

 

 

2001년 당근영어의 특허신청서에 들어갔던 개념도

 

 

초창기 당근영어 전화카드

 

이렇게 시험에 시험을 거쳐 만들어낸 인터넷 전화영어 사업 모델을 특허로도 출원했다. 비록 몇 년 후 최종적으로 특허가 거절되긴 했지만 이를 회사 웹사이트에도 자랑스럽게 기록했다. (그림 1) 실패한 특허 출원은 대표 본인과 직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캐럿코리아는 단순한 어학회사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자부심이다.4)

 

작은 규모긴 하지만 전화영어에 필요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설치했으니 이젠 해외에서 전화를 받아줄 원어민 강사들을 구해야 했다. 우선 호주와 미국, 필리핀을 생각했다. 그러면 지구를 돌아가며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필리핀은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았고 강사들의 발음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포기했다. 최종적으로 호주와 미국이 콜센터로 선택됐다. 호주센터는 멜버른에, 미국센터는 노 대표의 대학원 친구 도움을 받아 스포캔에 열었다.

 

1) 노 대표를 포함한 4인의 경영위원직은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회사 성장 과정 중에도 이들 외에 외부로부터의 자본 투자는 받지 않았다. 노 대표가 약 70%, 나머지 3인이 각각 10% 정도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2) 지금도 캐럿코리아와 캐럿글로벌이 만드는 교육 콘텐츠는 동기부여를 중시하는구성주의 학습이론에 기반한다. 강사의 강의는 25%, 학생의 자발적 참여가 75%를 차지하도록 설계된다.

3) VoIP: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4) 캐럿코리아는 이후 회사 업무에 필요한 각종 IT 시스템도 대부분 사내에서 개발했다. 회계 시스템, 강사 관리 시스템은 물론 종합 인트라넷당근농장등이다.

 

 

캐럿코리아가 개발한 VoIP 전화영어 시스템은 고객이 미리 충전하는 전화카드(그림 2)를 구매해서 거기 적혀 있는 번호로 접속하는 방식이었다. 하루 24시간 중 아무 때나 전화를 받아준다고 해서 이름을당근영어 애니콜(Anycall)’이라 붙였다. 그런데 애니콜은 일반용 PC를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 많은 통화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었다. 10개 회선이 한계였다. 10명이 동시접속하면 다른 이들은 회선이 날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배분해야 했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통화는 꼭 몰려 왔다.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언성을 높여 항의하기도 했다.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건 행복한 경우였다. 아무도 접속하지 않아 10회선이 모두 놀고 있을 때면 노 대표와 직원들의 가슴이 타들어갔다. 미국과 호주센터에서는 몸값 비싼 현지 강사들의 인건비는 통화가 없는 시간에도 또각또각 올라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180도 바꾸기로 했다. 고객이 아무 시간에나 전화를 거는 게 아니라 시간약속을 해서 강사가 그 시간에 고객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 ‘애니콜이 아니라튜토리얼 콜(tutorial call)’이라 선전했다. 결과는 성공. 강사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이용률도 올랐다. 전화영어 이용자들은 본인이 직접 외국인 강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귀찮아 하거나 쑥스러워 했지만 강사 쪽에서 걸어오는 전화는 거부하지 않고 잘 받는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또 전화걸 때마다 매번 강사가 바뀌던 시스템에서 한 명의 전담강사가 전화를 걸어오는 방식이 되니 양쪽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기업체 파견 강의 모습

 

 

 

 

직원 워크숍

 

B2B 첫 고객을 뚫다

 

B2C 전화영어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젠 원래의 목적인 B2B, 기업 교육 시장을 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2년째에 접어드는 2002년이었다. 첫 돌파구는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에서 뚫렸다.

 

캐럿코리아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영어 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로 관계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포털에 영어 공부법, ‘오늘의 영어 한마디처럼 네티즌이 좋아할 만한 영어 학습 콘텐츠를 공급했다. 당시는 인터넷의 초창기라 포털에 들어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검색창에 전화영어라고 치면 당근영어만 검색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쌓인 신뢰감을 바탕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사내교육 계약을 따올 수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HRD 담당자와 안면이 있던 것도 계약에 도움이 됐다. B2B 계약이었다.

 

사람을 다루는 업종 특성 때문인지 기업에서 HRD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입소문이 빠르다. B2C 전화영어의 대명사인 당근영어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B2B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기업체로부터 하나둘씩 문의가 들어왔다. 독일계 엔지니어링 회사인 지멘스도 그런 초기 고객이었다. 외국계 회사는 직원들의 영어와 글로벌 역량 교육에 가장 민감하다. “지멘스의 HR 담당 임원으로부터 한번 와보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대표인 제가 달려갔습니다. 인터뷰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했습니다. 그 임원분께서 이 사업은 왜 하며, 어떻게 하는지, 지멘스가 원하는 것을 당근영어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을 반복해서 물어보셨습니다.” 지멘스는 여전히 당근영어의 클라이언트다.5)

 

교육의 핵심은 선생님이 아니라 콘텐츠다

 

캐럿코리아의 최종 목표는 ‘1등 전화영어 업체가 아니었다. 체계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이른바교육산업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당근영어가 전화영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다른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인터넷 국제전화는 순식간에 업계 표준이 돼버려 기술로 차별화하기도 어려워졌다. 홍보비용도 올랐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네이버나 다음 포털에전화영어를 치면 당근영어 이름만 떠서 따로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젠 검색 광고를 싣는 경쟁사도 수십 군데였다. 회사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도 사업 분야를 하루 빨리 전화영어 밖으로 확장해야 했다.

 

 

이번에도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을 먹었다. 우선 전화영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사에 강사를 파견해서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로 영어회화 등을 가르치는 사업을 진행했다. 시장 파악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크게 벌일 수는 없었다. 다른 교육업체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델이었다. 2003년 처음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그림 3) 미미한 수준이었다. B2C에서 B2B로 사업의 포커스가 옮겨갔지만 그렇다고 매출이 한순간에 커지지는 않았다. 노 대표는 3∼4년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간이라 생각했다.

 

5) 특히 2013년 지멘스의 에너지사업 부문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에 개설한 것은 노 대표를 뿌듯하게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도쿄, 또는 상하이에 아시아 본부를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멘스가 유독 한국을 아시아 지역 본부로 선택한 데에는 10년 넘게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 향상을 도운 당근영어의 공헌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그는 생각한다.

 

 

실제로 사업이 안정되고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건 2005년경이었다. 그동안 캐럿코리아는 고객사들로부터 모은 데이터로캐럿 라이브러리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기획·개발할 수 있는 언어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때 확립된 캐럿 라이브러리와 언어교육연구소는 당근영어가 다른 영어교육 업체들로부터 차별화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상대하는 교육업체는 영업을 할 때우리에게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강사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즉 강사의 경쟁력이 곧 그 업체의 경쟁력이다. 반면 캐럿코리아와 캐럿글로벌6) 은 콘텐츠에 강사를 맞추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식이다. 어떤 고객사에서 ‘2015년 상반기에 파견될 해외지사 재무관리자 10명 교육, 5월에는 무역 협상 담당 3명 교육, 8월에는 대졸 신입사원 150명 글로벌 역량 기초 교육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하자.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한 캐럿코리아(캐럿글로벌)의 컨설턴트는 회사로 돌아와 언어교육연구소의 콘텐츠 기획자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상의한다. 캐럿 라이브러리에 있는 이전 교육 데이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 설계하기도 한다. 연구소에서 프로그램 기획안이 나오면 이를 가지고 내·외부의 영어 및 실무 전문가가 교재와 강의 내용을 개발한다. 개발된 강의를 엄격하게 검수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고객사 니즈 분석콘텐츠 기획콘텐츠 개발품질 검수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강의를 할 강사 섭외가 이뤄진다.

 

“강사가 어떤 사람인가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강사의 역할은 교수단계의 가장 마지막인딜리버리(전달)’입니다. 누가 강의하느냐에 너무 집착하면 그 강의는 강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노 대표의 말이다. 캐럿의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강사의 역할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좋은 자질과 경험을 가진 강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강사의 풀은 어차피 한정적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의 회계 업무를 잘 이해하고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 강사가 원래 갖고 있는 자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강의 콘텐츠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 그 콘텐츠의 품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의 역량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대기보다는 강사의 역할을 전달자로 한정한다. 강사 역시 콘텐츠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며, 심지어 외부 교육기관에 보내 교육시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입사원 교육 과정, 글로벌 직무역량 집중과정, 해외주재원 과정, 11 임원 교육 프로그램, 인사/재무/자동차/의약/금융 등 직무와 산업군에 따른 맞춤 영어 교육 프로그램들이 캐럿의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추가됐다. 그래도 캐럿이통합 HRD 솔루션제공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에 오기까지는 언어교육연구소 설립 후에도 2∼3년이 더 걸렸다. 물론 기업의 요구사항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노력은 진행형이다. 2015년판 브로슈어에 소개된 프로그램 수는초급 회화클래스(코드명 A101)부터 시작해자사 이문화 케이스스터디 및 매뉴얼 개발(G202)’ ‘외국인용 한국어 테스트(K301)’ 등 총 109종에 이른다. 브로슈어가 웬만한 책만큼 두껍다. 여기 소개된 것들은 표준 프로그램이고 고객사의 요구에 맞게 바뀌거나 새로 추가될 수도 있다.

 

캐럿은 교육뿐 아니라 평가 시스템 구축에도 꾸준히 투자했다. ‘시험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다. 외부에서 가져오는 평가 기준이 아닌 당근영어만의 노하우로 만들어진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역량개발 서비스로 영업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약 4년에 걸쳐 캐럿 언어교육연구소는 성균관대 응용심리연구소와 함께글로벌 역량 척도를 개발했다. 이렇게 캐럿의 학습 콘텐츠에 맞는 자체 평가 시스템이 있으니 교육 시행 전과 후의 학습자 역량을 비교 평가할 수 있다. 고객사 HRD 담당자 입장에서 이렇게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교육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좋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캐럿의 B2B 영업의 정점은 매년 10월경 열리는글로벌 HRD 포럼이다. 호텔에 고객사와 주요 기업의 HRD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강연도 듣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술 영업을 하지 않는 대신 캐럿만의 전문성으로 고객사의 마음을 사자는 생각에서다.

 

HRD 담당자들의 평가도 대체로 비슷하다. 당근영어와 계약했던 한 미국계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HR 담당자는당근영어는 국내 업체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강사보다 클라이언트사 담당자(컨설턴트)의 활동이 더 기억에 남는다. 클라이언트사가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준다고 느꼈다. 보유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6) 사업 확장과 체계화를 위해 2010년 설립됐다. 캐럿코리아는 전화영어 사업을, 캐럿코리아는 교육/컨설팅 사업을 담당한다.

 

기업문화 - 개인의 성장과 투명한 소통

 

창업자 노 대표는 캐럿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직원 개개인의 성장과 학습, 투명성을 중시하는캐러션(Carrotian)’ 문화를 빼놓지 않는다. 대표 스스로도 회사를 경영하면서 7년간 틈틈이 공부해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자기계발과 학습을 권한다.

 

그는 캐럿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아예 2014 <당근농장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서 그는수익보다 직원 개인의 성장이 우선이라 말한다. 교육 사업을 하는 회사답게 캐럿의 직원이라면 스스로도 교육과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과 책임의식을 느껴야 하며 회사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삶도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관리자들도 자신과 팀의 업무뿐 아니라 팀원들 개개인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도록 시스템화했다.

 

우선캐러션(Carrotian)’이라 불리는 이 회사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1년에 120시간 이상, 10시간 이상을 학습에 써야 한다. 내부의 온·오프라인 과정을 수강해도 되고 대학교 등 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해도 좋다. 비용은 회사가 지원한다. 시간만 때우다 와도 되는 식이 아니다. 모든 학습은 이수 전과 이수 후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는 인트라넷인당근농장에서 전 직원 열람 가능으로 공개되고 해당 직원의 상급자(리더)는 가능한 한 빨리 팀원이 올린 보고서에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회사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직원은 그만두라고 권한다.

 

꼭 지루한 공부만 시키는 것은 아니다. ‘아우팅이라는 해외여행 지원 제도도 만들었다. 입사 1년이 지나면 누구나 회사 경비로 연간 3∼4일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나가서 새로운 문물을 경험하고 자극을 받으라는 뜻이다. 연차가 높아지면 여행 기간도 길어지고 가족도 데려갈 수도 있다. 물론 아우팅도 보고서는 따로 작성해야 한다. 그 밖에도 멘토링 데이, 리더십 포럼, 해외 석학 초청 강연회 등 회사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들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유명 연사 초빙에만 수천만 원씩 들기도 했다. 직원 수 100여 명 안팎의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예산 집행이다.

 

업무 역시 학습과 자기계발의 연장선에서 진행된다. 매년 직원의 15∼20% 정도가 다른 보직으로 이동한다. 회사 입장에선,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선 업무에 능숙해진 직원이 다른 일을 맡게 되면 당장 큰 손해다. 그래도 직원 개인의 성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본다. 심지어 매일매일의 일도 학습처럼 처리해야 한다. 캐러션은 아침에 출근하면 그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일 업무보고서를 작성해 인트라넷에 올린다. 하기로 예정한 일을 마치지 못한 경우 퇴근 시 관리자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업무를 진행할 때도 상시 진행상황을 상사에게 e메일 등으로 업데이트해줘야 하지만 대신 상사의 피드백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상사는 업데이트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가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한다.

 

 

 

 

이런 상시적 보고 시스템은 관리는 지나친 통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봉이나 주민번호 같은 인사 정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무 내용이 인트라넷당근농장을 통해 사내 전체에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나쁘게 보면 만인이, 만인에 대한 감시를 하는 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소통과 투명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긴장과 마찰을 줄여주고 장기적으로는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노 대표는 생각한다. 소통이 빠르고 쉽게 이뤄지며 쓸데없는 사내 정치에 소비되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회사의 회계 정보는 물론 부서별 비용 현황 같은 민감할 수도 있는 정보들이 모두 전체 공개되기 때문에 정보의 독점권을 이용해, 혹은 부서 간 정보의 비대칭 장벽을 통해 벌어지는 구성원들 간의갑질과 사내 정치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교육산업 특성상 관계에 민감한 여성 직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을 쓴다. 매년 모든 직원은 연봉 계약 시커뮤니케이션 서약서를 읽어야 한다. 서약서의 핵심은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않고 회사 내에서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생산하거나 동조하지 않겠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조직답게 구성원 간 호칭도 영어 이름에을 붙이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예를 들어 노 대표는 사내에서는제임스 님이다.

 

까다로운 채용 프로세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투명성과 수평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특히 직급체계에 익숙한 경력사원을 중간관리자로 뽑기가 어렵고, 뽑더라도직원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퇴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따라서 채용할 때부터 정말 캐럿의 문화에 맞는 사람인지 신중하게 고르게 됐다. <그림 4>에서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좋아하는 캐럿의 문화가 다시 한번 확인된다.

 

 

1단계 서류 심사부터가 일반 중소기업보다 까다롭다. 이력서는 자유 형식이지만 꼼꼼히 검토한다. 그동안의 채용 데이터를 분석해 학력과 경력 외에 이력서 작성 방식이나 내용에서 특정 조건에 맞지 않는 지원자, 혹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걸러낸다. 그게 무엇인지는 대외비지만 통계적으로 봐서 과거 회사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보유했던 특정한 조건을 찾는 것이다.

 

2단계 현업 매니저 면접 역시 표준화된 프로세스다. 면접을 보는 평가자에 따라 추가 질문은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지정한 특정 문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채점된다. 여기까지 통과한 지원자는 4가지의 심리검사를 치러야 한다. 심리검사 자체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지는 않지만 해당 직종과 업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언어교육연구소의 콘텐츠 기획직군에 지원한 사람이라면 끈기와 꼼꼼함이 필수다. 여기까지 나온 결과를 가지고 노 대표가 4단계 CEO 면접을 본다.

 

CEO 면접까지 통과한 지원자는 3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이 기간에도 정규직과 똑같은 월급과 4대 보험,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 이른바열정페이7) 로 사원들을 부려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서로의 궁합을 맞춰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수습 기간에는 회사 문화와 직무에 관련된 교육을 받게 되고, 또 매일 인트라넷에 일일보고서를 올린다. 물론 보고서와 상급자의 피드백은 회사 전체에 공개된다. 회사가 지정해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해야 한다.

 

수습기간이 끝나면 마지막 단계로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360도 평가를 받고 여기서 통과한 사람만이 정식 캐러션이 된다. 평가 기준은다른 캐러션들과 팀워크를 맞출 수 있는가업무를 가르치면 배울 수 있는가. 입사 지원자의 약 15%는 이 수습 과정 중, 혹은 과정 후에 캐럿과 이별한다. 자발적으로 입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연봉 수준이 동종업계 상위권임을 고려할 때 이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성공요인 분석

 

1) 비즈니스 모델

 

교육 서비스 기업인 당근영어의 성공 요인은 우선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의 개별적 니즈에 맞는 글로벌 역량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라는 블루오션에 사업 초점을 잘 맞췄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해외주재원 파견이 늘어났지만 기존에 단순히 B2C 기반의 언어교육이나 현지 국가에 대한 소개나 글로벌 매너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만으로는 이들이 실제 업무에서 발휘해야 하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향상에는 제한점이 많았다. 이런 현실에서 당근영어는 언어교육뿐만 아니라 직종에 필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영어로 된 비즈니스 기획서 작성법이나 협상, 프레젠테이션 등의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사업을 구상했다.

 

특히 글로벌 경영역량 개발이 필요한 기업들에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고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평가까지 하는 일련의 토털 교육서비스를 표방한 점이 주효했다. 일단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전화영어 사업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과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확보한 후 원래 계획했던 글로벌 경영역량교육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접근방식도 효과적이었다.

 

2) 콘텐츠와 시스템

 

둘째, 글로벌 경영역량 교육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우수한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 시스템의 질이 전제됐기에 가능했다. 우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의 질과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에서 남달랐다. 사업모델이 아무리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했다 해도 교육 콘텐츠가 우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당근영어는 없었을 것이다. 교육 서비스업은 구성원들의 지식과 창의성, 몰입 같은 질적인 요인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와 조직학습 등을 통해 연구개발과 자기계발을 강조하며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7) 인턴사원 등 구직자들의 열정을 악용해 많은 일을 시키면서도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

 

 

 

예를 들어, 당근영어의 차별화된 포인트인 교육 효과의 체계적인 평가를 위해 언어 역량에 대한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글로벌 역량척도(Global Competency Assessment Tool) 등의 다양한 형태의 평가방법을 개발했다. 또한 투명성과 소통을 콘텐츠 개발의 주요 가치로 삼아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마케팅 정보, 업데이트되는 회사의 모든 콘텐츠, 각 부서의 주요 이슈와 업무진행 사항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최적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직원들의 책임감도 커지고 이로 인해 결국 좋은 콘텐츠 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하드웨어 측면의 서비스에서는 LMS(Learning Ma

nagement System)가 사업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객과 강사들의 교육일정과 콜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인화된 학습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한 이 시스템이 큰 힘이 됐다. 고객사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이었다. 매년 10월 주요 기업 HRD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역량강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격월로 사보 <당근농장>을 출간해 직원들은 물론 고객사의 교육 담당자에게 배포하고 있는 것도 소통의 좋은 예다.

 

3) 성장 중시, 철저한 기업문화

 

당근영어의 마지막 성공요인은 기업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당근영어는 자발성에 기반한 수평문화를 강조하는데 이러한 유연한 조직문화는 교육기업에 중요한 자기계발과 업무몰입에 많은 도움이 된다. 조직문화란 조직의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신념, 관습, 규범, 전통, 지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으로 조직 전체와 조직구성원들의 가치와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 조직문화는 창업자에 의해 정립되고 구성원들을 선발하고 사회화하는 과정 속에서 학습, 계승되고 발전한다.

 

당근영어의 경우 주디스 데이(Judy’s Day)8) 나 사장실 방에 CEO 대신 ‘Chief Empowering Officer’라는 문패를 사용하는 등 회사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상징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주고 공유해 왔다. 이렇게 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헌신과 자발적인 몰입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조직문화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정교하고도 엄격한 채용과 선발절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직문화와의 정합성을 매우 중요한 선발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조화 면접과 네 종류의 심리검사를 통과하고 CEO 면접을 통해 정규직으로 입사한다 해도 신입이든 경력이든 무조건 3개월간의 수습기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360도 평가를 통해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지한다.

 

회사의 강한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 욕구가 높은 구성원을 확보하려고 많은 공을 들이고 채용된 이들에게 일을 통한 성장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직무역량과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사람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는 바뀌기 어렵다는 CEO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당근영어는 자발성에 기반한 수평문화를

 

강조하는데 이러한 유연한 조직문화는 교육기업에

 

중요한 자기계발과 업무몰입에 많은 도움이 된다.

 

 

경영학적 함의

 

다시 요약하자면 당근영어 성공의 열쇠는 기업 니즈를 잘 공략한 비즈니스 모델과 높은 수준의 맞춤형 교육 콘텐츠, 사업전략에 적합하게 수평적이고, 유연하고, 자발적이며,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다. 시카고대의 로널드 버트(Ronald Burt)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경제적 성과의 약 25%는 기업문화의 상대적 강점에 의해 설명될 만큼 중요하다.9)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경영전략 못지않게 기업문화, 사업전략과 기업문화와의 정합성이 중요하다.

 

8) 창업 초기에 회사가 자리 잡는 데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공헌을 했던 주디(Judy)라는 여직원이 병마로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일. 본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로비에는 Judy’s Room도 있다.

9) Burt, R. (1994). Contingent organization as a network theory: The culture-performance contingent function. Acts Sociologica, 37(4): 345-370.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영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 고객친밀성(Customer Intimacy), 제품리더십(Product Leadership)의 세 가지 경쟁요인 중 두 영역에서는 무난한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나머지 하나의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10) 이런 관점에 따르면 당근영어의 경우 고객친밀성에 상대적으로 많은 집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객과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오랜 관계를 지속해야 하고, 고객 기업은 항상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교육 프로그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반면 조직문화를 분류한 경쟁가치모형에 따르면 기업의 문화를 공동체 vs.경쟁지향이냐, 자율 vs. 통제냐라는 기준에 따라 네 가지의 조직문화(공동체, 혁신, 위계, 성과중심)로 분류할 수 있다.11) 이 중 당근영어의 경우 학습과 도전을 강조하는 혁신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 다양한 견해에 대한 개방성, 고객우선주의,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이 이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들이다. 따라서 고객친밀성이 중요한 경쟁전략인 기업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분권화된 조직구조를 갖는 것이 필요하며 조직학습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자기계발과 소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당근영어의 경우 사업전략에 잘 맞는 기업문화를 확립함으로써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을 단순화하고 중간 리더들을 집중 양성해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하고 있으며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강조하고 소통을 통한 혁신을 체계화함으로써 고객 기업에게 경쟁력 있는 글로벌 경영역량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계획

 

2015 1월 현재 캐럿은 영어 교육 사업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중국어 교육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다른 목표는 2014년에 걸쳐 구축한 캐럿의 B2B 교육 시스템을 해외에도 수출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 심리연구소와의 협업으로 만든 글로벌 역량 평가 시스템은 이미 중국에서 관심을 보인 기업이 있다.

 

불안 요소도 있다. 노 대표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은 시장 환경의 변화다. 모바일기기가 일반화하면서 교육산업도 스마트폰 기반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캐럿은 모바일 환경에 맞는 화상영어 등을 만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사업모델이 전통적인 교육산업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일단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구상을 갖고 있지만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해답이 무엇이 될 줄은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변화해왔듯이 앞으로도 캐러션들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으리라 그는 믿고 있다.

 

 

10) Treacy, M. & Wiersma, F. (1997). 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 Choose Your Customers, Narrow Your Focus, Dominate Your Market. Massachusetts: Addison-Wesley.

 

11) Cameron, K. S. & Quinn, R. E. (1999). Diagnosing and Changing Organizational Culture-Based on The Competing Values Framework. Reading, MA: Addison Wesley.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kimk@korea.ac.kr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