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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Strategy

KFC는 성공하고 스타벅스는 실패했다 중국 현지화? ‘표준’ 넘어선 그 무엇!

이병우 | 171호 (2015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략, 인문학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에게 먼저 줘야 한다. 현지인과의 의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필요하다면 핵심 기술도 공유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은 늘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현지화 전략은 짝퉁을 예방하기 위해서 온갖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아니고, 국제적인 표준화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일도 아니다. 중국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무엇보다도 동반자적인 정신과 상생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짝퉁 한국 식당으로 돈을 번 어느 중국인

십수 년 전 어느 날, 후베이성(湖北省)이 고향인 40대 초반의 중국 남자가 칭다오(靑島)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사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에 낙담한 심정으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대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여전히 서운하고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후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우한(武漢)은 여기보다 경제 발전이 뒤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고향으로 간다고 해도 희망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때 그에게 문 밖까지 줄을 선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한국 식당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보니 많은 중국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자기도 삼겹살과 된장국을 주문해서 먹어봤다. 정말로 맛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에 고향에 가서 해야 할 아이템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한국 식당이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다 쓰러져가는 건물 한 모퉁이를 빌려 삼겹살집을 열었다.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방식은 칭다오에서 배운 그대로였지만 양념과 고기를 찍어 먹는 재료를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바꿨다. 며칠이 지나고부터 소문이 소문을 낳으면서 점점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어 달이 지난 시점에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늘어만 갔다. 대박이 난 것이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얼마 후에 식당을 조금 더 큰 곳으로 옮겼다. 그 후에도 손님은 계속 불어났다. 얼마 뒤에는 한 투자자가 식당을 찾아와 자기가 돈을 투자할 테니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한에 본점을 두고 각 지방에 수십 개의 체인점을 둔진한궁(金韓宮)’이라는 한국 불고기 프랜차이즈 업체의 시작이다.

 

 

이런 사연을 담고 있는 진한궁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필자 또한 십수 년 전 이곳에 처음 와서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진한궁을 찾아갔다. 한국인 입맛에는 여전히 부족한 맛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오늘도 이 집에서 한국식 삼겹살과 김치찌개, 그리고 김밥과 떡볶이를 먹고 있다. 본점에서는 한 달에 우리 돈으로 2억 원가량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면서 희한하게 여겨지는 점은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은 별로 신통치가 않다는 사실이다. 맛은 진한궁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장사는 잘 안 된다. 전통이 짝퉁에 밀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왜 우리는 중국인들이 만든 짝퉁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일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인은 우리의 아이템을 가져다가 철저하게 현지화한 것은 아닐까. 설사 100% 짝퉁이라 해도 그 사람의 현지화 전략이 오히려 성공한 것은 아닐까. 이야기 하나를 더 해보자.

 

 

 

한국 제품을 중국 고유의 상표로 둔갑시켜 돈을 번 중국인

역시 십수 년 전의 일이다. 한국인 한 명이 보따리에 업소용 전기 불판을 들고 중국으로 갔다. 자기가 중국 총판권을 갖고 왔다고 하면서 예전부터 알고 있던 중국인에게 지역 총판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중국인이 제품을 살펴보니 괜찮은 듯했다. 집에 가져가서 직접 고기를 사다가 구워봐도 아주 훌륭했다. 연기도 많이 안 나고 고기 맛도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좋았다. 대리점을 하기로 하고, 보증금도 걸었다. 그런데 한국 총판에서 물건 공급이 잘되지 않았다. 망가진 부품을 교체하려고 해도 물건 도착은 지연되기 일쑤였다. 팔리기는 곧잘 팔리는데 부품과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역 대리점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총판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지역에 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총판을 운영하는 한국 사람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대리점 사장 입장에서는 물건 공급도 안 되는 총판만 바라보다가는 자기마저도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 대리점 사장은 스스로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짝퉁을 현지화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말이 현지화지 결국은 우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서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는 중국의 일류 공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공학도였고 한때는 한국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었다. 한국말이 통하고 중국어가 유창한 그가 중국인의 신분으로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가능한 일을 왜 주저하겠는가.

 

 

그는 먼저 제품을 뜯어보고 연구하면서 중국 실정에 잘 맞지 않는 전기 용량을 수정했다. 선전의 부품 공장을 오고 가면서 디자인도 아주 미세하게 뜯어 고쳤다. 그리고 한국 상표를 버젓이 중국의 상표등록법에 의거해 등록했다. 전국에 한류 바람이 불면서 짝퉁 불고기 식당이 우후죽순 생겼고 불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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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우dw6784@hanmail.net

    KOTRA 수출전문 위원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지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후베이성 상양에 위치한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 CEO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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